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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는 소꿉친구 검성이 무섭다-427화 (427/475)

〈 427화 〉 403화 : 조금 늦은 사랑 고백 (1)

* * *

마주 누운 채 꽉 끌어안은 메린의 몸은, 실내복을 착실히 입고 있음에도 굉장히 따뜻하다.

목욕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 건 아닐 것이다.

셔츠 하나만 입고 있을 때도, 그 위에 조끼랑 서코트를 걸쳤을 때도 따뜻했으니까.

오히려 녀석이 방금 전에 목욕했다는 걸 드러내는 건 머리카락이다.

아직 물기가 다 가시지 않아 촉촉한 데다, 진한 라벤더 향이 물씬 풍기고 있다.

그 탓에 녀석의 체취가 느껴지지 않아서 아쉽지만……

이것도 좋은 향이니 됐지, 뭐.

라벤더의 향기는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다고들 한다.

메린의 향기는 가슴을 두근거리면서도 편안하게 가라앉혀주니, 그냥 라벤더랑 똑같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즉, 나는 지금 녀석의 향기를 맡고 있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가슴이 설레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이야……

자기최면이라는 거, 진짜 효과 있네.

절로 지어진 미소를 머금은 채,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댄다.

지그시 감은 두 눈두덩이에, 코끝에, 말랑말랑한 두 뺨에 차례로 입을 맞춘다.

간지럽다는 듯이 꼼지락거리며 키득거리는 보드라운 입술을 덮어, 그녀의 웃음이 자아내는 울림을 음미한다.

보송보송한 표면이 촉촉해지고,

분홍빛이 약간 붉어지기까지.

몇 번이고 입을 맞추고,

“사랑해.”

몇 번이고 속삭인다.

사랑한다는 말을 입에 담는 게 이번이 몇 번째일까?

키스보다는 확실히 적을 거야.

입술을 다섯 번 맞추는 동안, 그 말은 딱 한 번 입에 올렸으니까.

“사랑해… 사랑해, 메린…….”

이 말을 전하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드래곤이 있는 데까지 하루만에 갈 수 있는지 확실하지도 않은데, 왠지 오늘밖에 없을 거란 예감이 강하게 든다.

그냥 보내면 엄청나게 후회할 거라는 생각마저 들고 있었다.

“쭉 너를 좋아했어. 언제부터인지도 모를 만큼.”

그렇기에, 조금 많이 늦은 고백을 입에 담았다.

부드럽게 일렁이는 그녀의 주홍빛 눈동자를 바라보며.

“왜 널 좋아하냐고 물었었지? 몰라. 아직도 모르겠어. 그냥 네가 쭉 같이 있어줘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 전에 말한 것처럼, 너밖에 없었으니까 말야.”

너만큼 날 지켜주는 사람도, 나를 봐주는 사람도 없었어.

누구보다 내 말을 잘 들어주는 것도, 내 말에 대답해주는 것도.

누군가와 함께 있는 오늘이 즐거울 수 있고, 누군가를 만날 내일을 기대해도 된다는 걸 알려준 것도.

“너였어. 메린. 피 한 방울 안 섞인 사람 중에선 너뿐이야.”

“……”

“여행하면서 알게 된 건데, 역시 너처럼 빛나고 강한 사람은 없어. 너만큼 무서운 사람도 없고.”

“뒷말이 그거이지? 사족인가 뭔가 하는 거.”

아주아주 조금 뾰로통한 뺨을 쓰다듬으며, 약간 비죽 내밀어진 입술에 살며시 키스한다.

느릿하게 퍼지는 행복감에 머릿속이 점점 멍해진다.

술은 물론이고, 그녀의 타액조차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는데.

꼭 취하기라도 한 것 같아.

“……그게 너인 걸 어떡하냐? 엄청 강하고, 무지 무섭고, 정도 없고 눈치도 없고 가차도 없고……그러면서 또 되게 다정하고.

요즘은 또 잘 삐치기도 하지? 끝내주게 귀여워지기도 했고 말야.

그런 네가 좋아. 그런 널 사랑해. 앞으로도 쭉, 너만 사랑할 거야.”

사실 기적이 일어나지 않아도 상관없다.

예고된 결말을 맞이하더라도 괜찮아.

일이 어떻게 되든, 나는 끝까지 녀석을 생각하며 행복할 테니까.

……그렇게 정리한 찰나,

“나도.”

“어……?”

“나도, 네가 좋아.”

결코 들을 수 없을 줄 알았던 말이 귀에 들어왔다.

지금, 이 녀석이 뭐라고……?

내가 잘못 들었나……?

멍하니 메린을 일으켜 앉히고, 나 역시 그녀와 마주 앉아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가 부드럽게 웃으며,

“나도 네가 좋아. 무지무지하게.”

절대로 잘못 들을 수 없을 만큼 또렷또렷하게, 다시 한번 그 말을 입에 올렸다.

……나를 좋아한다니.

그 말이 저 입에서 나오는 날은 평생 안 올 줄 알았는데.

물론 메린이 날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다.

그녀의 눈, 손짓, 목소리.

그야말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걸 그녀가 깨달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그녀의 이성이 그걸 인식하게 될 줄은 진짜 몰랐는데.

“메린… 너……”

“………사랑한다는 게 뭔지는 몰라.”

어딘지 슬퍼 보이는 미소와 함께 그녀가 말을 이었다.

“슐 언니한테 물어봤는데도 여전히 모르겠어. 네가 아프지 않고, 안 죽었으면 하고, 즐겁게 웃으면서 지내길 바라는 건, 친한 사람이면 다 하는 생각이잖아. 언니도 그런 생각하고 있고.”

그녀의 말소리가 들린 순간부터 울컥 솟았던 걸,

“그래서 그냥 말 안 하려 했는데, 생각해보니까 아무래도 좋은 거 같아. 너랑 같은 의미이든 아니든, 네가 좋은 건 사실이니까.

……카엘, 나도 널 좋아해. 엄청 좋아. 앞으로도 쭉 같이 있고 싶을 정도로 좋아해.”

“……윽.”

더 참지 못하고 그녀를 껴안았다.

부서지도록.

있는 힘껏.

그러지 않으면 내가 부숴져서 무너져 내릴 것 같았으니까.

“………크흑.”

……이제 와서 이러기야?

기껏 마음 다 정리했는데.

미련도 뭣도 하나도 안 남기고 다 털었는데……!!

이제 와서 이러면 불평할 수밖에 없잖아.

안 하려고 참고, 또 참았는데……!

………왜,

“카엘……?”

이 녀석이 날 좋아한다는 말을, 왜 더 듣지 못하게 되는 거야?

왜 이 녀석과 수확제에 갈 수 없는 거야.

왜 새해를 맞이할 수 없는 거냐고……!

왜 내가,

내 손으로,

메린을 떠나보내야 되는 거야!!

싫어. 싫다고.

좀더 함께 있고 싶어.

좀더 같이 살아있고 싶어.

남들처럼 결혼해서, 아이도 키우고,

서로 주름살 생긴 거 보면서 웃기다고 놀리고……

그냥 그렇게 살고 싶은데.

그 정도의 행복으로도 충분한데.

큰 거 바라는 것도 아니잖아…….

왜 안 되는 거야…….

왜 우리에겐,

그조차도 허락되지 않는 거야……!

“카엘.”

“윽…… 우읏……”

“울어? 내가 또 이상한 말 한 거야? 아니면…… 실망했어?”

“아냐… 아니야…….”

내 등을 토닥이는 손길에 한층 더 눈물을 쏟아내며 가까스로 말을 꺼냈다.

“기뻐서… 엄청, 기뻐서…….”

……그래. 나는 기쁜 거다.

이건 기쁨의 눈물이야.

메린이 말로도 나를 좋아한다고 해줘서, 엄청나게 기쁜 거야.

슬프거나 화가 난 게 아니라.

슬플 게 뭐가 있어?

화가 날 건 또 뭐가 있고?

하나도 안 슬퍼.

조금도 화가 나지 않아.

이건 기쁜 일이다.

굉장히 행복한 순간인 거다.

슬프지 않아.

“네가, 좋아한다고 한 게, 엄청 좋아서…….”

“좋아서 펑펑 운다고? 네가 뭐 여자냐? 너 혹시 그때 여자가 됐던 거, 아직 마법 안 풀린 거 아냐?”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켜며 나를 토닥인 후, 메린은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피식 웃었다.

“울보.”

“뭘, 새삼스럽게.”

“응. 넌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울보야. 여행하면서 별별 일을 다 겪었는데도, 그거 하난 죽어도 안 변하네.”

그녀는 옷소매로 내 얼굴을 슥슥 닦은 뒤, 가만히 입을 맞추었다.

입술을 쓰다듬듯이 머금으며, 내 머리를 살며시 토닥이며 쓰다듬는다.

다 괜찮다고, 그렇게 위로하는 것 같았다.

이윽고 떨어진 입술이 빙그레 곡선을 그리며 중얼거렸다.

“짜다.”

“……그래서 싫어?”

“으응.”

그녀가 고개를 저으면서 목을 끌어안아왔다.

가늘게 뜬 눈으로 코끝을 비비고, 또 한 번 입을 맞추고 혀로 쓰다듬은 후, 나지막이 속삭여왔다.

“좋아해.”

사랑해.

그 말을 삼키듯이 입술을 포갰다.

그 말을 찾듯이 혀로 입 안을 휘저었다.

그 말을 품었을 타액을 마시며, 나 역시 그녀에게 그 말을 담은 숨결을 전했다.

사랑해.

머리를 쓰다듬는 손으로 그녀가 말한다.

촉촉히 젖은 눈망울이 속삭인다.

사랑한다는 게 무엇인지 모른다는 그녀가, 온 몸으로 사랑을 외치고 있다.

“사랑해.”

나지막이 답하며 그녀를 눕혔다.

마주하는 주홍빛 눈동자가 고혹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를 덮듯이 엎드린 채 입술을 탐한다.

마시면 마실수록 더 몽롱해지는 듯한 타액을 혀로 퍼 올리고, 그 입 안에 내 것을 흘려 넣는다.

채 마시지 못하고 옆으로 흘러내리는 게 아까워, 몇 번이고 핥으면서 그녀와 깊이 입을 맞춘다.

“하아… 카엘…….”

입술이 떨어질 때마다 그녀가 애처로이 나를 부른다.

떨어지기 싫다는 듯이 내 혀를 강하게 얽어온다.

키스만으로도 절정에 달할 것 같은 쾌감에 자지가 움찔거린다.

……근데 진짜 그렇게 되면 남자로서 좀 많이 그렇단 말이지?

그래서 굉장히 아쉽고 미안하지만, 그녀에게서 입술을 떼어야 했다.

“우으…….”

싫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리는 그녀의 뺨에 입을 맞춘다.

목덜미에 강하게 키스하며 혀를 꾸물댄다.

……달아.

땀방울 하나 맺혀 있지 않는 살결인데 달콤하기 그지없다.

이래서 이 녀석이 자꾸 내 목덜미 핥는 건가?

“히으… 응… 간지러어…….”

그럼 더 간지럽혀야지.

뭐가 뭔지 모르게 될 만큼.

그녀의 약점인 귀를 핥는다.

가장자리를 입술로만 머금고 우물거린다.

조금 단단한 게 모양이 느껴져서 참 좋아.

“으으읏…! 귀…! 읏, 으응……!”

간드러진 목소리가 몸 속의 불을 점점 더 지피는 것 같다.

뜨거워.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어.

머릿속이 몽롱해져서, 눈앞의 메린 외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메린이 더 간지러워했으면 좋겠어.

더 움찔움찔 떨고, 더 뜨거워졌으면 좋겠어.

기분 좋다면서 헐떡이고, 내 이름을 부르면서 가고 또 가버렸으면 좋겠다.

지난번처럼, 아니, 지난번보다 더더욱 나를 원하길 바라.

“후……”

“히으응……!”

자연히 새어나온 숨결에 그녀의 어깨가 튀어오른다.

가쁜 숨을 내쉬는 그녀의 두 뺨은 발갛게 물들어 있다.

내 목소리를 항상 들어주는 사랑스러운 귀에 입을 맞출 때마다, 내 목에 닿는 그녀의 숨이 점점 더 많은 열을 품는다.

“귀여워……. 목소리 더 들려줘.”

“으… 하앗……!”

누운 탓에 옆으로 퍼진 젖가슴을 안쪽으로 모으듯이 주무른다.

옷 위로도 충분히 느껴지는 부드러움을 만끽하는 중, 손가락 마디에 단단한 느낌이 스친다.

굳이 안 봐도 알 수 있는 정체에 웃음을 머금으며, 제 존재를 빳빳이 드러내고 있는 그걸 엄지로 톡톡 건드렸다.

“……여기, 벌써 딱딱해졌네. 만지지도 않았는데.”

“아으으… 귀… 속삭이지 마아……!”

“왜? 싫어? 허리 꾸물거리면서.”

“후읏…! 좋아… 좋아서, 가버릴 거 같으니까 안 돼…….”

말만으로 가버린다?

응, 그거 좋네. 아주 좋아.

몸을 포개듯이 그녀를 안고, 한손으론 가슴을, 다른 손으로는 그녀의 귓불을 만지작거리며 속삭였다.

“메린… 후후, 움찔거리는 거 귀여워….사랑해…….”

“하아아…! 안 대애… 말, 안 대애……!”

“말만 좋아…? 손은 별로야…? 이렇게 가슴 밀어올리고… 젖꼭지 굴리고… 귀 만지작거리는 거… 그냥 그래……?”

물론 아닌 거 안다.

그녀가 점점 늘어진 숨을 내쉬면서 미세하게 떨기 시작했으니까.

슬쩍 마주한 눈동자는 완전히 풀려 있고 말야.

하…… 이거 장난 아닌데?

가슴이랑 귀만 만졌는데 엄청나게 흥분된다.

만져지고 있는 메린은 절정 직전이고 말야.

“내 손이랑 말, 뭐가 더 좋아?”

“후으…! 몰라아…! 아, 지금 핥으면…! 아, 가버, 려……!”

모른다고 도리질하는 게 귀여워서 귓구멍 주위를 핥았더니, 어깨를 크게 들썩이며 숨을 크게 몰아쉬기 시작했다.

이런, 말이 아니라 혀로 가버렸네.

뭐, 어차피 손을 같이 움직였으니까 말만으로 보낸다고 할 수 없었지만.

어깨를 으쓱이며 그녀의 실내복을 벗겨내고, 브리프도 그대로 쭉 내려서 벗겨버렸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

오늘따라 이상하게 밝은 달빛을 받아서 그런지, 한층 더 아름답다.

왠지 또 눈물이 흘러나올 만큼, 가슴이 아릴 정도로.

다행히 눈 밖으로 흘러나오진 않았다.

몸에 쌓인 열 때문에 밖으로 나오기 전에 말라버렸기 때문이다.

그 덕에, 나는 그저 웃으면서 그 몸을 쓰다듬을 수 있었다.

발갛게 달아오른 뺨,

타액으로 담뿍 적셔진 입술,

붉은 자국이 생긴 목,

열이 피어난 어깨.

그리고 선홍빛 봉우리가 꼿꼿이 선 젖가슴,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허리와 엉덩이,

탄력이 느껴지는 허벅지.

손이 어루만진 몸을, 뒤이어 입술로 따라 그리며 흔적을 새긴다.

내가 그녀를 품었음을 영혼이 기억하기를,

그녀가 나에게 안겼다는 걸 영원히 잊지 않기를 바라며.

“읏… 으응…….”

입을 맞추고, 진한 자국을 남길 때마다 그녀가 몸을 떤다.

한 손으로 반대편 목과 허리를 쓰다듬으며 아래로 내리자, 다리를 오므리면서 꼼지락거린다.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면서도, 나는 못 본 척 계속 그녀의 몸에 입을 맞추고 손으로 살살 쓰다듬었다.

허벅지에서 무릎으로, 그리고 거기서 또 발목까지.

키스하고 또 키스한다.

그리고 위치상 지나쳐야 했던 팔에 키스하면서 손가락 하나하나, 그 끝을 가볍게 머금는다.

“하아… 간지러어… 응……!”

“간지럽기만 해? 그건 아닌 거 같은데. 어디…… 하하, 너 지금 얼굴 엄청 따끈해~”

“네가… 야한 짓 했잖아…. 가슴 만지고… 내 몸, 흣, 만지니까아…….”

투정하는 것처럼 중얼거리는 메린.

아, 귀여워.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까지 귀여울 수가 있지?

하아…… 정신 안 잡으면 넣기도 전에 갈 거 같아.

그녀와 다시 바짝 붙고, 이번엔 반대쪽 귀를 조물조물 만지며 속삭였다.

“내가 만져주니까 좋아…? 그래서 흥분했어……?”

“읏… 흐응…! 좋아… 흥분, 했으니까아…! 말, 그만……!”

“흥분했다고? 어디……”

손 하나를 내린다.

가슴을 쓸고, 매끈한 복부를 지나 배꼽을 간지럽힌 뒤, 더 아래로 천천히 뻗는다.

오므려져 있던 두 다리가 살짝 벌어지는 것에 뱃속이 울컥이는 걸 느끼고, 터져버릴 것 같은 충동을 꽉 참는다.

당장 거칠게 찔러버리고 싶다는 욕구를 긴 숨과 함께 내버리며, 그녀의 다리 사이에 자리한 균열에 손을 대었다.

찰박.

……축축해.

입구에서부터 눅진한 열기가 느껴진다.

더 매만질 필요는 없다고, 빨리 안을 채워달라고 조르듯이 벌름거리는 것도.

손가락 두 개를 살며시 밀어넣자, 그녀가 크게 숨을 내뱉으며 어깨를 떨었다.

한순간에 홱 좁아진 통로가 손가락을 감싸며 따뜻한 액으로 푹 적시는 게 느껴졌다.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이며, 다른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풀릴 대로 풀린 그녀의 두 눈동자를 마주하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말이 알아서 밖으로 툭 튀어나왔다.

“진짜네. 엄청 흥분했구나.”

내가 봐도 목소리가 갈라져 있다.

엄청나게 달아오른 건 나 역시 마찬가지이니까.

눈앞이 어지러워. 머리가 익어버릴 거 같아.

아랫배 부근이 울컥거려서 당장이라도 터질 거 같다.

아……

손가락 말고 다른 걸 넣고 싶어.

자지로 여길 마구 헤집고, 휘젓고, 찌르고 두드리고 싶다.

하지만 안 돼.

끝까지 이성 붙잡아야 해.

한 줌이라도 남겨서, 그녀의 모습을 하나도 빠뜨리지 말고 이 눈에 새겨야 한다.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밤인데, 짐승처럼 마구 뒤엉키는 건 좀 그래.

게다가 메린은 거친 것보단 진득하고 느릿하게 하는 걸 더 좋아한다.

굉장히 믿기지 않지만 말야.

“하아…! 응… 크흐응……!”

“후… 메린…, 귀여운 우리 메린…, 사랑해…. 하아……”

“가아… 또, 가버, 읏, 하으아아……!”

“더… 좀더 느껴… 더…….”

“햐아악……!!”

파들파들 떨리는 그녀의 어깨를 꽉 안은 채, 손가락을 계속 움직인다.

안에서 끊임없이 솟아나는 샘물을 퍼내듯이.

찌걱. 찌걱. 찌걱.

그녀의 간드러진 교성에 섞여, 질척이는 물소리가 방 안에 진득히 울려퍼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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