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는 소꿉친구 검성이 무섭다-459화 (459/475)

〈 459화 〉 외전 10) 여기, 바깥에서 (Side : Rlona) (2)

* * *

이튿날, 로나는 아직 저물지 않은 달빛을 받으며 지하 신전을 나섰다.

밤 그늘에 잠긴 길을 따라 남쪽 초원으로 이어지는 성문으로 가자, 눈을 반의 반도 뜨지 않은 위병이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문을 열어주었다.

아마 그녀의 사제복을 보고 놀란 것이리라.

“건투를 빕니다.”

긴장된 목소리로 인사하는 위병에게 가볍게 목례한 후, 로나는 성큼성큼 성문을 빠져나갔다.

등 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도 계속 걷다가, 사위에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할 때가 되어서야 발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

꽤 걸었을 터임에도 수도, 미드랜드는 여전히 주먹보다도 더 크게 보이고 있다.

한낮에 눈부신 광채를 내뿜는 왕성은, 아직 제대로 햇볕을 받지 않았는데도 벌써 은은하게 반짝인다.

하나 둘, 모습을 감추기 시작한 별들이 모여들기라도 한 듯이.

……아름답다.

사람들이 이 풍경을 본다면 그리 평하겠지.

그러나 로나의 머릿속에는 후련하다는 생각뿐이었다.

가당찮은 염려, 같잖은 시샘, 과도한 두려움.

그 모든 것에서 한동안 자유로워진다.

심지어 어디로 가야 한다고 지정되어 있지도 않으니 마음 편하게 길을 다닐 수 있다.

‘석 달 뒤에나 다시 보겠네.’

석 달.

네 개의 계절 중 하나만 체험할 수 있는 짧은 기간.

그러나 의외로 많은 걸 바꿀 수 있는 시간이다.

그걸 몸소 체험했었기에, 로나는 첫 유랑이 석 달 만에 끝난다는 게 그리 아쉽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들뜨기까지 한 마음으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몸을 돌려 길을 걷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6년 조금 넘게 지나고서야 겨우 시작하게 된 전투사제의 삶.

비로소 그 첫걸음을 뗀 순간이었다.

전투사제의 유랑은, 쉽게 말하면 순찰이다.

위병이 밤거리를 다니며 수상한 자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처럼, 대륙 여기저기로 가서 사악이 떠돌지 않는지 검사하는 것이다.

그를 위해 필히 들르는 곳이, 바로 마을과 마을 사이에 자리한 작은 여관이다.

이곳저곳을 오가면서 장사를 하는 행상인들이 거쳐가므로, 기이하거나 괴이한 소문을 쉽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까이 가면 도망가니 멀리서 들어야 한다.

다행히 유랑 중에는 망토로 옷을 감출 수 있어, 한구석에 얌전히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으면 별 문제없이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어느 지역에서 유령이 나오더라.

관절염으로 골골대던 영감이 뛰어다니더라.

되게 희한한 개구리가 나왔다더라.

그와 같은 뜬소문을 귀담아듣고 해당 지역으로 향한다.

열에 아홉은 착각, 또는 간절하게 바란 염원이 실제로 이루어진 훈훈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나머지 하나의 위험성이 크기에, 전투사제들 중에 뜬소문을 무시하는 자는 단 하나도 없다.

아예 마을 술집만 뒤지고 다니는 자도 있을 정도이다.

반대로 소문을 따라다니는 건 시간 낭비라며, 물자를 채울 때 외엔 마을에 발을 들이지 않는 사제도 있기는 하다.

두 방법 모두 성과율이 비슷하나, 대개 젊을수록 마을을 다니는 경우가 많다는 듯했다.

아마 사람들과 부대끼며 지내던 습관 때문이리라.

그러나 그녀는 그러한 습관이 전혀 없는데다 이번이 첫 유랑이니, 그냥 길 가는 대로 뒤지고 다니기로 했다.

자그마한 여관에서 소문을 듣고, 그 지역으로 가는 길에 있는 오래된 숲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뚫고 지나간다.

이윽고 도착한 해당 지역의 신전에서 진위를 듣고 어깨를 으쓱인 후, 다시 유랑길에 오른다.

그렇게 다닌 지 두 달이 지났을 무렵, 로나는 버섯 먹을 겸해서 들른 숲에서 코가 비뚤어질 듯한 악취를 맡게 되었다.

“오……?”

맡자마자 바로 헛구역질이 올라올 만큼 지독한 냄새이다.

주변에 시체가 썩고 있는 것일수도 있으나, 로나의 직감은 그런 게 전혀 아니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

‘살이 썩는 냄새가 아니야.’

이것은 영혼이 부패한 냄새, 죄악의 악취일지니.

이 앞에 주를 대적하는 자가 있도다.

결코 착각으로 치부할 수 없는 확신에, 로나는 철퇴를 꺼내 들고서 냄새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오후의 주황빛 햇살이 내리쬐는 숲 속.

아직 잠들기엔 요원한 시간이거늘, 미미한 풀벌레조차 숨을 죽이고 있다.

풀과 흙을 밟는 자신의 발소리만 들으면서 나아가던 그녀의 눈에, 이윽고 굉장히 초라해보이는 오두막이 비쳤다.

저 안에 분명 악취의 근원이 있다.

다시금 강한 확신을 품으며 오두막에 다가가, 그문 안으로 발을 들인 순간,

“……!”

삐걱거리는 벽과 바닥 대신, 화창한 여름 하늘 아래 푸르른 초원이 펼쳐진 풍경이 나타났다.

‘뭐지?’

혹시 꿈을 꾸고 있을 것일까?

그간 이렇다 할 소득이 없어, 괴현상을 마주하고 싶다고 바라다보니 꿈에 나와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혹은 점심으로 구워먹은 버섯 중에 광대버섯이 섞여 있었거나.

‘꿈이면 뭐, 냅두면 깨겠지.’

태평하게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보는데, 어디선가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그쪽으로 시선을 향하자, 싱그러운 초원 위에 여러 사람이 모여 앉아 즐겁게 떠들고 있었다.

순한 인상의 갈색머리 남자, 그 옆에는 머리를 틀어 올린 여자가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다.

머리색이 특이한 엘프도 있고, 살결 빼고는 모두 검은색인 남자도 앉아 있다.

그리고 그들 주변에선, 귀가 뾰족하거나 둥근 아이들이 서로 장난을 치며 노닥거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평화가 흘러 넘치는 정경이자, 그녀를 비롯한 사제들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풍경이다.

­로나.

풍경 속의 사람들이 그녀를 돌아보며 가까이 오라는 듯이 손짓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저 미소를 지을 뿐, 제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저 앞에 보이는 풍경은, 그녀가 함께할 수 없는 부류의 것이니까.

덕분에 곧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환상이네.’

더불어 오두막 안에 무엇이 자리하고 있는지도.

그녀는 자신을 부르는 환상들을 향해 미소를 띤 채, 주저없이 철퇴를 들어 바닥을 세게 내리쳤다.

쿠웅—

종소리와 같은 묵직한 음색이 공간을 울린다.

그럼에도 환상은 여전히 그녀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또 한 번 내려치자, 쩌적쩌적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공간이 파삭 깨지면서 부숴져 내렸다.

전부 가루가 되어가면서도, 환상 속의 사람들은 그녀에게 끝까지 웃음을 보내고 있었다.

로나 역시 그 환상이 깨지고 부숴지는 모습을 쭉 지켜보았다.

이윽고 싱그러운 초원이 퀴퀴한 나무바닥으로 변하자, 그녀는 한결 더 깊은 미소를 지으며 더 안쪽으로 들어섰다.

틈없이 꽉 닫힌 문과 함께, 숨을 쉬기 힘들 만큼 강한 악취가 풍겨온다.

로나는 크게 숨을 쉬는 동시에, 문을 발로 세게 차버렸다.

쿵!

방금까지 문이 있던 벽에 큰 구멍이 뚫려버렸다.

자욱이 피어오른 흙먼지 틈으로, 긴 옷을 입은 여자가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게 보였다.

“으… 으으… 왜…! 어째서……!”

여자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며 울먹였다.

철퇴를 든 로나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데도, 몸을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고개를 홱 쳐들며 그녀에게 따져 물었다.

“왜 사라진 거야! 어떻게 이런 일이 있냐고……!”

“뭘 새삼스럽게 그러세요? 사제 처음 만나는 것도 아닐 텐데요.”

“사제…? 사제… 사제… 아, 아아……!”

마침내 떠올렸는지, 여자는 그제야 벌벌 떨면서 뒤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그 다리를 곧바로 으깨버리면서, 로나는 감개무량하다는 듯이 방긋 웃음을 띄웠다.

“이야~ 마녀라니, 되게 오랜만이네.”

콰직.

마녀의 손 하나가 눈 깜짝할 새에 사라졌다.

바로 이어서, 이번엔 반대쪽 손이 자취를 감추었다.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양손을 잃어버린 마녀는, 그저 그 자리를 바라보며 비통하게 울부짖을 뿐.

그 외엔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아아아…! 으아아아……!!”

“마녀는 요새 즉결처형이랍니다. 그럼 이만.”

로나는 무미건조한 통보를 읊고서 곧바로 손을 움직였다.

공포에 질린 마녀를 내려다보는 두 눈은 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퍼억. 푸득.

치이익……

금색의 기운이 일렁이는 철퇴에 다져진 시신이 잿더미로 변한다.

신성력이 깃든 금빛 눈동자가 그 잔해를 잠시 무심히 바라보다, 이내 방 안을 둘러본다.

실제 사람만 한 인형들이, 갖가지 자세를 잡고서 가장자리를 뺑 두르듯 진열되어 있다.

그 중에 아직 옷이 입혀져 있지 않은 인형에 눈이 갔다.

팔과 다리, 목 등의 온갖 부위가 촘촘히 박힌 실로 연결되어 있다.

유방도 꿰매어져 있는 걸 보니 여자 인형인 듯했다.

이어서 작업대로 시선을 옮겼다.

역시나 코와 눈이 담긴 병들이 여럿 놓여있다.

인형을 만드는 재료인 건 분명한데……

‘이거 일일이 다 묻어야 하나?’

그냥 불지르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로나는 몇 명분일지 모를 사람의 조각들을 보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때,

“어라? 누가 선수쳤나보네.”

낮은 음색의 목소리가 울리면서 한 남자가 방 안으로 저벅저벅 걸어들어왔다.

훤칠한 키,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코트.

한 갈래로 모아 묶은 검은 머리.

그리고 약간 피로가 묻어 있는, 칠흑처럼 검은 눈동자.

처음 듣는 목소리임에도, 로나는 그 얼굴이 풍기는 인상에서 남자의 정체를 바로 알아차렸다.

자신을 보는 눈이 놀라움으로 커지는 것도 그렇지만, 특히 그의 어깨 위에 앉아 있는 파랑새가 그녀의 확신을 더해주었다.

“사제님.”

남자는 목이 막힌 듯이 속삭이면서 그녀를 바라본 채 제자리에 멀거니 섰다.

그런 그에게 헤실 웃으며 손을 흔드는 로나.

“안녕하셨어요? 오랜만이네요, 위슨 씨.”

그녀의 인사는, 6년이 아니라 일주일만에 만나는 것처럼 담백했다.

타닥. 타닥.

마른 나무가 불꽃에 갈라지는 소리가 어스름 속으로 잔잔히 퍼진다.

로나는 무언가 생각하는 듯이 커다란 모닥불…… 불에 활활 타고 있는 오두막을 바라보았다.

우슬을 태운 연기로 주변을 정화했고, 지옥이나 그 근처와 연결된 창구가 없는 것도 확인했다.

마녀의 놀이에 희생양이 된 사람들의 넋을 기리는 진혼기도도 올렸으니, 취해야 하는 조치는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모두 시행한 것이 된다.

그럼에도 말끔하게 다 해치웠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 건, 역시 예기치 않게 그와 마주친 것 때문이겠지.

로나는 약간 뒤숭숭한 마음으로, 작은 모닥불에 올린 솥에서 수프를 뜨는 위슨을 돌아보았다.

“정말 우연이에요?”

“그렇다니까. 자.”

“감사합니다.”

로나는 그가 건네는 그릇을 순순히 받고서 한 모금 들이켰다.

적당하게 간이 된 국물이 속을 데워주면서 왠지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다.

어쩌면 따뜻한 기운 때문이 아니라, 그가 지닌 마법의 힘 때문인지도 모른다.

수프를 끓이는 척하면서 건더기 넣은 물약을 만든 전적이 있는 사람이다.

이번에도 그랬을지 누가 알겠는가?

“그냥 수프이거든? 사제이면서 뭔 의심이 그리 많아?”

“어머, 지금 제 생각 읽은 거예요? 와, 어쩌면 그래요? 예전엔 그런 짓 안 했는데 되게 사악해지셨네!”

“읽을 필요도 없지. 아까부터 계속 쏘아보고 있잖아. 뭘 그리 의심하는 거야?”

입을 움직여서 술술 말을 쏟아내는 위슨의 주변 어디에도 파랑새가 보이지 않는다.

6년 전에 헤어졌을 때도 그러하긴 했으나, 목소리가 낯선 탓인지 좀처럼 위화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아니, 목소리뿐 아니라 얼굴선도, 힐끗 엿보이는 목선도 모두 낯설다.

머리카락과 눈이 검다는 것 말고는 전부 낯설어진 모습을 보니, 자꾸만 속이 술렁거리는 것 같았다.

“뭐, 내가 그새 마녀가 됐을까봐? 아니면…… 내가 가짜 같아?”

“마녀는 아닌 게 확실한데, 후자는 확신이 안 서네요. 너무 바뀌었잖아요!”

“6년이야, 6년. 당연히 많이 바뀌지! 그러는 사제님도 변했으면서!”

그렇기는 하다.

로나는 기가 막히다는 듯이 대꾸하는 위슨의 시선을 슬쩍 피해버렸다.

그가 6년 전보다 훨씬 키가 커지고 얼굴과 목선이 더 굵어진 것처럼, 그녀 역시 키가 자라고 허리가 안쪽으로 들어가는 등 여러모로 달라지긴 했다.

석 달 안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는 법인데, 자그마치 6년이 흘렀으니 무엇인들 변하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로나는 아직 할 말이 있다는 듯이 그릇을 꼭 쥔 채 웅얼거렸다.

“그래도… 위슨 씨는 목소리가 완전히 달라졌잖아요. 에코랑 다시 조율이라도 한 거예요?”

“아니, 이게 내 원래 목소리야.”

“원래 목소리? 그럼……”

위슨은 그릇 안의 수프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뒤, 스푼으로 공연히 수프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목, 완전히 고쳤어. 대충 4~5년 됐을 거야. 이제 내가 직접 떠들고 주문도 외우고 그래.”

“그렇구나. 잘됐네요. 축하드려요.”

그 이야기를 들어도 로나는 여전히 담백한 인사말만 건넬 뿐이었다.

그 사실이 어딘지 걸린다는 듯이, 위슨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시선을 향했다.

“사제님은? 요즘은 통 수도로 가지 않는 것 같은데, 장기 임무야?”

“와, 세상에, 그간 제가 어디 가는지 쭉 감시하고 있었어요? 와, 진짜 나빠지셨네! 그런 것 치고는 아까 되게 놀라시던데, 그런 척 연기하신 건가요?”

약간 기겁하며 캐묻는 로나.

위슨은 그런 그녀에게 빙그레 미소를 보내며 고개를 저었다.

“아냐, 진짜 놀랐어. 간간이 위치만 확인했지, 직접 보지는 않았거든.”

“감시하신 건 맞네요.”

“확인만 했다니까? 약속한 거 지키려면 어쩔 수 없잖아.”

약속.

그 말을 듣는 순간, 6년 전의 일이 그녀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용사였던 자와 그 연인을 떠나보낸 후, 그녀는 남은 두 사람과 작별하며 당부했었다.

­­저를 찾지 마세요. 흔들릴지도 모르니까요.

생사를 넘나드는 고생을 한 사이이니, 좋은 소식이건 나쁜 소식이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니 죽기 직전일 때나 다시 만나도록 하자.

다시 만나지 말자는 말을 빙빙 돌려서 건넨 말이었는데, 위슨은 그걸 그녀와의 약속으로 삼아버린 듯했다.

“우와…… 집념 장난 아니시네요. 그렇게 저를 다시 보고 싶으셨나요?”

“어.”

“………”

“그런 때만이라도 다시 만나고 싶었어.”

나지막한 대답으로 그녀의 말문을 막아버린 후, 그는 수프를 한 술 뜨면서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그러는 사제님은 왜 나한테 밥 얻어먹는 거야? 만나선 안 되는 거면, 사제님이 피하면 되는 거 아냐?”

“……”

로나는 잠시 수프를 먹는 그의 옆얼굴을 보았다가, 그를 따라하듯 자신의 그릇을 내려다보며 빙긋 웃었다.

“굳이 피할 필요가 없어서요.”

“……그렇구나.”

약간 무게가 실린 그의 대답을 끝으로, 둘은 각자 그릇에 시선을 고정한 채 손을 놀렸다.

달그락.

그렇게 한동안, 불꽃이 타오르는 옆에서 식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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