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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117화 (117/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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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진출, 신고식 %3C2부 시작%3E

CLC와의 통화는 간략하게 끝났다.

조건은 최상.

흔히 말하는 백지 수표다.

사실 액수는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내건 두 가지 조건을 그들이 받아들이냐가 더 중요했다.

혹시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말로만 듣던 백지 수표를 처음으로 보니 고개를 살짝 숙여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나를 간지럽히던 찰나에 의외로 CLC는 흔쾌히 허락했다.

그들이 내게 원하는 것은 실력.

올마스터라는 명함이 아니니까.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했던가.

내게는 더 이상 필요없는 이름이다.

내가 내건 첫 번째 조건이 바로 익명의 활동.

그리고 그 다음으로 제시한.

과연 억 소리가 나올만한 두 번째 조건은….

.

.

.

* * *

"엣취!"

쌀쌀한 새벽 공기가 얇은 옷 사이사이를 가볍게 뚫고 스며든다.

내 스마트폰으로 보이는 시간은 오후 10시.

하지만 밤공기가 아니라 새벽 공기다.

'일교차가 이렇게 심할 지는 몰랐지..!'

나는 인천공항에서 출발에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도착했다.

로스엔젤레스, 통칭 L.A!

처음 가보는 외국 여행이다.

아니, 여행으로 온 건 아니지만 들뜬 마음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내가 생각했던 건 이게 아닌데.'

L.A하면 당연히 비치아닌가.

내려 쬐는 뜨거운 여름 햇살을 올려다 보며 선글라스로 멋지게 폼 좀 잡아보려고 얇게 입고 왔다.

그런데 도착하는 시간을 고려하지 못했다.

한국에서 출발할 때는 슬슬 햇볕이 달아오르기 시작하는 낮 10시였는데.

비행기에서 잠 쿨쿨자다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내리자 해가 막 뜨기 시작한 쌀쌀한 새벽이다.

비행기에서 내리기 직전까지 엄청나게 고민했다.

당장 옷을 꺼내 입지 않으면 감기에 걸려버릴 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꾸역꾸역 채워 넣은 내 여행가방.

겨우 옷가지 하나 꺼내기 위해서 열었다간 펑 터져서 수습도 못한다.

지금 나는 공항에서 내려 북적북적 사람들을 지나 도로를 걷고 있다.

주위로 보이는 풍경은 인터넷 사진으로나 보던 열대지방의 나무들.

그 이국적인 자연은 지금 내가 딛고 있는 땅이 딴 나라 땅이라는 사실을 여과없이 알려주고 있다.

그래도 차에 타면 참을만 하겠지.

이를 바들바들 떨면서도 내색하진 않는다.

공항에서 나를 픽업한 두 남자가 내 옆에서 나란히 걷고 있는 와중이니까.

"어…. 핫숏맨? 웨얼 위 고우?"

학창시절에 배웠던 영어에 의하면!

의문형으로 물을 때 동사도 따로 쓰고 그랬던 거 같은데 잘 기억이 안 난다.

나는 나와 동행하고 있는 두 남자 중 한 명한테 아슬아슬하게 기억하고 영어로 뜨문뜨문 질문을 던졌다.

그는 바로 핫숏디디.

그는 바로 현재 로드 오브 로드에서 가장 유명한 프로게이머다.

혹시 못 알아들을 까도 했지만 다행히 뭔 소리냐? 하는 얼굴은 아니다.

문제는 대답이 쏼라쏼라!

영어로 해오는 터라 전혀 못 알아 먹겠다.

내가 멋쩍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알아 듣는 척 미소를 지으자, 왼 편의 남자가 한국어로 입을 열었다.

"핫숏이 차타고 CLC의 연습실까지 곧장 간답니다. 혹시 시현씨, 필요하신 물건 있으시면 저를 통해 말씀해주세요."

나와 동행하고 있는 두 명 중 다른 한 사람.

통역사 이상혁씨, 무려 한국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해외가서 잘 먹고 잘 산다는 소식 들었던 것 같기도 한데.

이렇게 외딴 나라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니 반갑기 짝이 없다.

물론 언제까지 그에게 의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가 받은 계약서에 의하면 최소한 팀원과 의사소통이 되는 수준의 영어를 배우는 것도 포함된다.

물론 그에 대한 교육은 CLC에서 전담해주고 필요하다면 과외도 가능하다고.

과연 그 흔한 해외여행도 가보지 못한 내가 미국에서 잘 생활할 수 있을지.

아무리 각오가 되었다고는 해도 혹시 몰라 물어봤지만 딱 잘라서 괜찮댄다.

미국에 오는 한국 사람들 한두 명도 아니고.

대부분 몇 달이면 금방 적응을 해낸다며 말을 잘랐다.

연습실에서 택시타고 20분만 가면 한인타운도 있으니 불편함없게 생활할 수 있을 거라면서 호언장담까지 했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

계약금은 받은 노릇인데다 남들 하는 거 나라고 못할 쏘냐.

그래서 마음 단단히 먹고 출발하긴 했는데.

주위에 북적대는 어깨 떡 벌어진 서양형님들 보니까 마음이 꺾일 것 같기도 하고.

복잡하게 일어나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나는 두 사람을 따라 승용차에 올랐다.

"1시간정도 걸리니까 혹시 피곤하시면 눈붙이셔도 됩니다."

"아, 네에…."

비행기에서 하도 자버린 지라 억지로도 눈이 감기지 않는다.

나는 뒷자석에 조용히 앉아 바깥 풍경을 구경했다.

'할 말 많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미국에 딱 도착해 핫숏을 만나면 뭐라 하고 싶은 말 생길 줄 알았는데 입이 벌어지지 않는다.

이국의 공기에 눌린다고 표현해야 하나.

평소에도 말 많은 성격은 아니지만, 더욱 소심해지는 것 같다.

그렇게 창밖을 쭉 보고 있자니 내가 미국에 도착했다는 실감이 인다.

얼핏 봐도.

가게들의 간판만 봐도 일단 한국은 아니다.

이렇게 쭉 보고만 있어도 하릴없이 1시간이 훌쩍 지나가겠지.

아깝게만 느껴지는 시간에 나는 계약의 내용을 떠올렸다.

'두 번째 조건.'

조금 세게 나갔다.

그들이 나에게 제시했던 계약의 기간은 무려 2년.

그들도 돈이 썩어나서 백지 수표를 내민 게 아니니까.

투자를 하고 그만한 수확을 거둘 시간을 2년으로 보았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오래 붙잡혀 있을 수는 없다.

적어도 내년엔 한국에 돌아가야 한다.

한국인으로서 첫 번째 롤드컵 우승.

그 주인공은 내가 돼야 하니까.

때문에 나는 두 번째 조건을 들이밀었다.

한 번이 아니고 두 번씩이나.

CLC를 우승을 시켜주겠다.

첫 번째는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NA, 북미의 롤챔스에서 한 번.

그리고 현재 시즌2에선 찬밥 신세라고 할 수 있는 중국과 한국, 대만등을 제외한 그들만의 리그.

북미와 유럽의 강호팀들이 최강자를 정하는 LCF.

그 이름도 오만한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파이널에서 우승을 해주겠다고 선언했다.

당돌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다.

물론 나를 스카웃한 CLC는 알아주는 명문팀이다.

하지만 내가 속하게 되는 곳은 1군이 아니라 2군팀.

당연한 소리지만 핫숏이 있는 1군에 비하면 손색이 크다.

물론 그들의 수준조차 현재의 한국 프로게이머들과 겨뤄볼만 하다지만 내가 언급한 목표가 말이 안되게 크다.

그도 그럴 게 LCF의 우승팀은 곧 롤드컵의 우승팀이기도 하니까.

매년 1월 경에 열리는 LCF는 두 번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 우승팀이 바로 포나틱.

지난 시즌의 롤드컵 우승팀이기도 하다.

그리고 올해에 열렸던 LCF의 우승팀은 바로 CLC.

아직 로드 오브 로드를 접한지 오래 되지 않은 한국 사람들은 모르는 사실이지만.

LCF야 말로 진정한 강호들만의 리그.

시차 등의 문제로 선수들이 제 컨디션을 못 내는 데다, 하도 변수가 많아 이변이 자주 일어나는 롤드컵보다 오히려 경기의 질은 압도적이다.

현재 시즌2에서 가장 수준 높은 경기를 볼 수 있는 대회라고 말할 수 있다.

그 LCF에서 우승을 한다면 사실상 세계 최강자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

실제로.

지난 롤드컵의 우승팀 포나틱이 LCF의 첫 번째 우승팀이다.

LCF에서 우승한 해에 열린 롤드컵에서 보란 듯이 우승을 해냈다.

그리고 LCF의 2번 째 우승팀인 CLC가 곧 열리게 될 시즌2의 롤드컵에서 우승하게 될 것이라.

사람들은 당연하게 예측하고 있다.

한 마디로 천외천(天外天).

나는 핫숏조차 우승을 자신할 수 없는 LCF에서 우승을 해내겠다 자처했다.

다소 어이가 없을 수 있는 제안.

CLC는 당연히 받아들였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으니까.

되면 좋은 거고 안되면 마는 거다.

그저 내가 이 정도로 CLC에서 잘 해낼 자신이 있다고.

실력 어필 차원에서 말했다고 생각했을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진담이다.

이러한 사정으로 계약서에는 확실하게 명시돼 있다.

내가 만약 그 두 대회에서 우승을 하게 된다면 2년의 계약기간과 상관없이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곧 도착합니다. 내릴 준비하세요~."

유쾌한 상혁씨의 어조.

굳이 말하지 않아도 차의 속도가 느려지고 있었기 때문에 인지하고 있었다.

슬슬 내릴 때가 되지 않았나 하고.

주위에 보이는 환경은 한국에선 흔히 볼 수 있는 도심가.

이곳에서 생활하게 된다면 봐둬서 나쁠 것 없겠지.

주위를 둘러보는 찰나에, 앞좌석에 타고 있던 핫숏이 나에게 무어라 말을 건넸다.

"혹시 팀원이 필요하지 않냐고 핫숏이 묻습니다. 저는 이해가 안되는데 알아들으시겠습니까?"

상혁씨의 통역이 잘못된 게 아니다.

문맥은 다소 맞지 않아도 알고 있다.

이미 한 번 물어봤던 내용이니까.

"저 혼자서도 충분하다고 전해주세요."

나는 핫숏을 향해 자신있다는 얼굴로 웃었다.

보디랭귀지는 아니더라도 표정으로 충분히 전해지겠지.

마찬가지 핫숏도 씨익 웃으며 화답했다.

'로드 오브 로드 북미서버 솔로랭크, 그랜드 마스터의 달성이라.'

그것이 CLC 2부팀에서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최소 조건.

아무래도 혼자 하게 되면 중간중간 트롤도 만날 수 있고.

올라가는 과정에서 불편함이 있을 수 있으니 듀오할 팀원을 붙여주겠다는 핫숏의 배려였다.

한국에서 통화할 때 한 번 정중하게 거절했다.

오만이 아닌 근거있는 자신이다.

만약 맨 땅에서 시작하는 것이라면 양학하는 게 다소 귀찮기도 하고.

챔프도, 룬도 부족하니까 도움이 필요했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제 프로니까.

CLC 소속의 프로게이머로서 게임사로부터 당당하게 슈퍼계정을 양도받았다.

슈퍼계정은 선수들이 연습에 불편함이 없도록 캐시등을 풀지원받는 선수전용 아이디다.

한국 프로게임단의 연습생밖에 해보진 않은 나이기에 직접 해본 적은 없지만.

대략 적인 것은 알고 있다.

슈퍼계정이라니, 듣기만 해도 설레는 이름.

사실 어떤 면에선 프로게이머의 상징과도 같다.

"우측으로 보이는 건물의 6, 7층이 전부! 시현씨가 2년간 지내게 될 CLC의 숙소입니다. 외관도 멋있겠지만 그 내부는 그야말로 최첨단! 개인거처 또한 구비돼 있습니다."

'오호라.'

무려 빌딩이다.

층 수는 10층을 조금 넘어보이는 수준밖에 되지 않지만 외관이 세련됐다.

현대식 건축물은 어느 나라에 가도 비슷비슷 할 줄 알았는데 과연 외국의 건물이라는 느낌이 절로 날 정도.

내가 이 곳에서 2년간 신세를 지게 되는 것인가.

뭐, 2년이 될지 반년이 될지는.

가봐야 알겠지 만은.

가장 먼저 차에서 내리는 건 핫숏씨.

그가 나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까딱 올렸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내가 미국 풍습을 모르긴 하지만 저런 거 실례되는 의미아니야?'

생각하고 있던 와중에.

상혁씨의 설명이 덧붙여졌다.

"시현씨는 저랑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갑니다."

"네?"

여기서 생활하는 게 아니였단 말인가.

어째서 더 이동해야 하는 건지.

그리고 핫숏이 행한 의미 모를 손짓.

상혁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내 마음가짐도 진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로드 오브 로드 북미서버 솔로랭크의 그랜드 마스터에 입성하는 것.

그 최소한의 조건을 달성해야 CLC의 정규팀들이 묵고 있는 숙소에 머무를 자격이 생긴다.

지금에서야 이해가 간다.

차량 안에서 핫숏이 나에게 팀원이 필요하냐고 물어본 이유도 아마 그 기간을 최대한 줄여보라는 의미에서 던진 말일 것이다.

그리고 차에서 내려 손가락을 까딱였던 이유는 자연스레 이어진다.

─올라와 봐라 내가 있는 곳까지.

그런 의미일 테지.

계약서에는 이런 내용이 없었다.

하지만 어딜 가던 으레 신고식이 있기 마련아닌가.

이 정도의 시련쯤이야 예상하고 있었다.

아니, 신고식은 시작도 안 했다는 말이 옳지.

'젠장, 불타오르게 만드네.'

나는 아직 본관.

CLC의 숙소에 발자국도 찍지 못했다.

먼저 첫 번째 관문.

북미 솔로랭크의 그랜드 마스터부터 달성해야 한다.

자신이 있는 곳까지 올라오라는 핫숏의 손짓.

머릿속 깊이 새겨 놓았다.

============================ 작품 후기 ============================

소심한 작가가 추천 부탁드려요!

부족한 작가를 힘내라고 쿠폰 보내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표지 바꿨습니다.

공지사항 히로인 짤을 그려준 뿔테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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