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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118화 (118/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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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진출, 신고식 %3C2부 시작%3E

내가 상혁씨의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호텔이었다.

로스앤젤레스의 다운타운.

그 외각에 위치한 조금 낡은듯한 느낌이 나는 조그만한 호텔.

하지만 들어가 내부를 살피니 고급스런 느낌이 물씬 난다.

잘은 모르겠지만 분명 하루 거처하는 금액이 가볍지는 않으리라.

고급호텔에 숙박하다니.

지나온 내 삶에서 신세를 져본 기억이 한 번도 없다.

1박에 어느 정도 하는지는 감도 안 잡히는데.

1, 2박할 것도 아닌 내가 이런 호텔에서 지내도 되는 건가?

"괜찮습니다. 계약금과 전혀 상관없이 CLC에서 식비까지 전면 부담하거든요. 시현씨는 여기서 잘 지내시기만 하면 됩니다. 안내해드리죠."

상혁씨는 다운타운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위치에 주거하고 있다고 한다.

혹시 불편한 일 생기면 자신을 콜하면 된다고.

나에게 핸드폰 번호와 더불어 까톡까지 찍어줬다.

그러면서 CLC에서 이 호텔을 택한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오너가 한국인입니다. 직원들 중에서도 한국에서 알바온 학생도 많으니 지내시는데 불편함은 없을 거에요. 물론 영어도 틈틈이 공부하셔야 합니다?"

"어…음. 당연하죠! 하하."

그러고 보면 정문에서 본 호텔의 이름부터가 낯익었다.

Gangnam Hotel, 강남 호텔이라니.

설마 했지만 서울 강남구, 그리고 강남스타일로 유명한 그 강남이 맞았다.

한국인인 나에 대한 CLC의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굳이 한국인이 오너인 호텔까지 신경써주었다.

그 만큼이나 나에게 상당한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이 겠지만.

그 이상을 보여줄 거니 상관없다.

진짜로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부분은 다름아닌 공부다.

교과서를 마지막으로 폈던 게 언제였더라.

너무 까마득한 이야기라 기억도 나지 않는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외국인들을 살피고 있는 나에게 상혁씨는.

"이렇게 현지에서 직접 배우시면 어지간한 빡…. 아니, 웬만하면 금방 늡니다!"

혹시 빡에서 이어지는 글자가 통이 아닐까.

그리고 혹시 그 불미스런 단어에 내가 해당되면 어떻게 해야 될까.

걱정이 심화되는 나에게 상혁씨는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근처 다니시면서 생활영어 위주로 조금씩 공부하다보면 하루가 다르게 익숙해질 겁니다. 결정적으로 제가 시현씨의 교육을 맡으니까요."

골치 아픈 한국식 문법.

크게 신경쓰실 필요 없이 토킹위주로 배워나가면 어렵지 않다며.

주위 편의점이라도 갈 때 간단하게 대화를 시도해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단다.

물론 심화적인 학습은 자신이 종종 와서 회화 위주로 가르치게 될 거라고.

내가 영어가 완숙할 때까지 자신이 교육을 맡을 거니, 다시 한 번 잘 부탁한다고 상혁씨는 나에게 악수를 청해왔다.

'역시 단순한 통역사는 아니구나.'

상혁씨와의 인연은 꽤 오래갈 것 같다.

나도 딱딱한 선생님은 솔직히 부담간다.

인상도 좋고 위트까지 있은 상혁씨가 영어를 가르쳐준다면 의욕이 2%는 더 솟구치는 바다.

그렇게 상혁씨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호텔 내부를 돌아다녔다.

정확히는 안내.

호텔 내부는 내 생각이상으로 넓은 데다 결정적으로 팻말이 전부 영어인지라 안내가 필요했다.

상혁씨와 첫 번째로 간 곳은 내가 밥을 먹게 될 식당.

호텔 2층에 있는 식당에선 아침, 점심 저녁.

식사가 제공되며 호텔에 거주하는 한 무료로 찾아갈 수 있다.

"샐러드 바는 낮시간엔 계속해서 유지되니까 출출하실 때 가서 드셔도 됩니다. 원래는 뭐 호텔 키카드를 보여줘야 하는데, 시현씨는 장기 투숙 손님이다보니 얼굴도장 찍는 편이 나을 거에요."

그 편이 서로가 편하기도 하니 영어 연습 겸 직원들과 대화를 시도해 보라며 넌지시 압박을 주는 상혁씨.

물론 장기 투숙이 될 건지는 가봐야 아는 일이겠지만.

"그렇게 의미심장한 표정 지으셔도, CLC 숙소 가시면 영어로 대화하셔야 하는데…. 여기 좀 계시는 게 나으실 겁니다?"

아하!

생판 외지, 미국에서 한국인들에게 자동으로 부여되는 퀘스트.

CLC의 팀원들도 미국인이란 간단한 사실은 잊고 있었다.

생각보다 조금은 더 시간이 소요해야 할 지도.

하지만 사람의 노력은, 그리고 내가 세운 각오는 결코 쉽게 무너지지 않을….

"#$ ^$%&  $& $#"

"!#!%$ ^#$ ^##@"

방금 전, 내 옆을 지나간 두 호텔 직원.

그것도 한 명은 한국인으로 보이는 직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콩글리쉬는 커녕, 뉴스에서나 듣던 네이티브 발음이다.

저런 사람들의 말귀를 알아듣고 대화를 건네는 게 과연 가능할지.

"노오력! 불가능은 없습니다. 시현씨도 곧 저렇게 되실 거에요. 화이팅!"

주먹을 불끈 쥐며 내 미소를 짓는 상혁씨.

끝 마디로 내뱉은 화이팅 또한, 조금 전 나를 지나친 직원들과 비슷한 느낌의 미국 현지의 토박이 발음이다.

혹시 혀가 배배 꼬일 때까지 연습을 해야 하는 건 아닐까.

자상하기만 했던 상혁씨의 얼굴이 악마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

.

.

* * *

"후우, 드디어 숨 좀 돌리겠구나!"

1시간 가까이.

나는 상혁씨에게 설명을 들으며 호텔 내부와 근처에 있는 편의시설을 전부 안내받았다.

당연한 소리지만 웬만한 시설은 한국에도 비슷한 게 존재한다.

하지만 간판 하나하나가 영어로 써있다 보니 뭐가 뭔지 모르겠다.

기억하는 것조차 고역.

당장은 무리라는 생각에 어떻게든 스마트폰에 받아적었다.

'그래도 일단은.'

드디어 도착했다.

나의 안락한 스위트 홈.

강남 호텔의 5층 방 중 하나에.

호텔 방에 들어간 내가 가장 먼저 한 것은 당연 침대의 쿠션이다.

자연스럽게 뛰어들어 골인.

안락한 침대를 보면 푹 빠져들고 싶은 건 인간의 본성이 아닌가.

"으어허허허헉!"

비명이 아니다.

폐속 깊이 스며들어있던 피로가 빠져나가는 듯한.

안락함에서 나온 탄성이다.

이대로 푹 잠에 빠져드는 것도 나쁘지 않을 지도.

'아니지.'

만약 비행기 내에서 골아 떨어지듯 잠에 빠지지 않았다면, 나도 모르게 정말로 눈이 감겼을 지도 모를 정도의 마성과도 같은 푹신함이었다.

나는 내 볼을 팡팡 때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곧장 컴퓨터를 킨다.

이미 이 방은 내 주거를 위해 철저히 기획되어 컴퓨터는 물론 키보드와 마우스까지.

완벽하게 CLC 팀의 선수 기준으로 셋팅되어 있다.

상혁씨에게도 설명을 받은 부분.

아니, 컴퓨터셋팅을 맡은 사람이 다름아닌 상혁씨란다.

─에, 뭐. 아무래도 윈도우 키시자마자 외계어가 주르륵 뜨시면 멀미 나실 거 같아서 신경 좀 써드렸습니다.

상혁씨가 나를 대하는 말투가 웬지 모르게 조금씩 편해지고 있다는 기분이 드는 것은 나 뿐일까!

어쨌거나 북미 굴지의, 아니 현존 세계 최강이라고 할 수 있는 CLC에서 손수 맞춰준 컴퓨터답게 시원스럽게 부팅된다.

따라랑~♪

4개월 전, 고물컴퓨터에서 100만원 가까이 되는.

내 기준으로 초호화 컴퓨터로 바꿨을 때의 감동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컴퓨터의 로딩속도가 이토록 빠를 수가 있다니.

누가 보면 모니터 전원만 껐다가 다시 킨 줄 알겠다.

듣기로는 이 컴퓨터의 그래픽카드만 하나만 빼다 팔아도 웬만한 컴퓨터는 산다고 한다.

가히 모골이 송연해질만한 값어치의 컴퓨터다.

만약 실수로.

커피라도 흘려버리면 배상을 내가 해야 하려나.

나는 조심스레 컴퓨터 본체를 내 손이 닿지는 최대한 멀리 까지, 전선의 길이가 허락하는데 장소까지 떨어뜨려 놓았다.

혹시라도 내가 물 잔을 엎었을 때 한 방울도 튀지 않도록!

'이거 참, 마우스의 그랩감부터가 다르네.'

고오급 마우스.

라지톡의 G1마우스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키보드도 대충 8천원짜리 써도 뭐.

비싼 키보드는 느낌이 좋을 뿐이지 실질적인 컨트롤 부분에선 그렇게 큰 차이가 없지 않을까.

기계식이 아니다.

무려 무접점이다.

현재 키보드에서 가장 비싸다고 일컬어지는 그 무접점 키보드.

내가 키보드업계의 발전을 너무 과소평가한 듯 하다.

키보드에 손가락을 대는 순간 알았다.

이 녀석은 내 거라고.

손가락이 키보드와 일체화됐다는 느낌일까.

키보드와 내가 하나가 된 것같은 기분이다.

검신합일.

아니, 키신합일의 경지!

고작 새로운 키보드를 건드려 봤을 뿐인데 문명의 차이가 느껴진다.

'감동할 때가 아니야. 직접 사용을 해봐야지.'

아무리 명검이라도 내 몸에 맞지 않으면 말짱 헛것.

직접 사용해서 착용감을 느껴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

딸칵!

나는 로드 오브 로드, 한국 서버의 아이디에 들어갔다.

일단 익숙한 계정으로 실험을 해보기 위해서.

만드는 건 커스텀 게임.

혼자 방을 파고 소환자의 전장에 들어간다.

그런데 언제나와 같아야 할 소환자의 전장이 색다르게 보인다.

'눈이 부시다..!'

너무나도 빠른 본체의 속도.

고급스런 마우스와 키보드때문에 몰라뵈고 있었다.

모니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래픽의 때깔부터가 다르다.

소환자의 전장.

대충 그래픽바를 풀로 높이면 비슷비슷하겠지.

아니다,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챔피언 뿐만 아니라 미니언까지 하나하가 살아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

그래픽의 차이.

마우스와 키보드도 내 손에 딱맞아 챔피언이 절묘할 정도로 원하는 만큼만 정확히 움직인다.

이런 느낌이면 점멸을 분명히 눌렀는데 안 나가는 경우는 없겠지!

'근데 이 호화로움에 적응할 수 있을까.'

맨날 분식집의 떡볶이만 먹던 내가 고오급 레스토랑들어간 듯한 느낌이다.

역시나 CLC, 외국의 프로팀이다.

지원의 수준이 헬조선과 격이 다르다.

'씨불얼의 주전들도 이 정도 대우는 못 받은 것 같은데. 참, 내가 출세를 해도 제대로 했구나.'

실감이 난다.

씨불얼의 연습생으로 있으면서 주전들의 생활을 지근거리에서 봤으니까.

그들도 상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CLC에서 나에게 투자한 액수가 어느 정도 되는지 감도 안 잡힌다.

이대로 눌러 앉는 것도 괜찮을 것같기도 하고!

기회의 땅, 미국이라고 했나.

기회를 잡아도 어지간히 제대로 잡았다.

흔히 말하는 인생 팔자 폈다의 수준.

하지만.

'돈은 중요치 않아.'

만약 내가 오직 돈만을 바라봤다면 파프리카에 눌러 앉는 게 최선책이다.

현재는 2012년.

파프리카는 차후, 지금 사람들이 생각지도 못한 수준으로 대형 기업, 돈방석에 앉게 된다.

그 순위권 자리를 꿰차는 BJ들은 과장없이 강남에 빌딩 한두 개 세울 수 있을 정도.

내가 작정하고 파프리카 방송만 판다면 인기BJ가 못 될 리 없다.

돈.

물론 중요하지만 내 주린 배를 채울 수 있는 건 단순 물질적인 욕구가 아니다.

명예욕.

그리고 복수.

여봐란 듯이 성공해주는 것이 내 1목표니까.

나는 로드 오브 로드, 한국 서버의 계정을 껐다.

다시 접속하는 롤계정.

이번엔 한국서버가 아니다.

바로 현지, 북미서버다.

접속하는 아이디는.

타다닥!

'슈퍼계정.'

게임사로부터 양도받은 새로운 계정이다.

오직 선수들에게만 허락되는 프로게이머 전용 계정.

일반적으로 1렙부터 30레벨까지 손수 일반게임을 돌려 레벨업해야하는 로드 오브 로드지만.

선수들의 불편을 생각해 슈퍼계정은 30레벨부터 시작한다.

더군다나 선수 본인이 원하면 시작MMR도 천상계부터 시작할 수 있다.

'일단 닉네임부터 지어야겠지.'

튀면 안된다.

주목받으면 마음껏 활개칠 수가 없으니까.

그러면서도 사람들 사이에 은연 중 소문이 나야 한다.

마치 시스템의 오류처럼.

조금씩 불만이 쌓이다가 한 순간에 펑 터져버린다.

눈치 챈 순간엔 늦고 만다.

이미 침식을 완료해버린 후니까.

'Unknown Error.'

알 수 없는 오류.

북미서버를 서서히 좀먹게 될 신종 바이러스.

선량한 미국 유저들이 만나자마자 기겁을 하게 될 내 또 다른 이름이 지어졌다.

============================ 작품 후기 ============================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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