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우리 동네 야구팀-프롤로그
슈욱- 파앙-
[안수혁 선수, 이번 공은 132km가 찍힙니다! 평상시 자신의 구속보다 더 높은 수치에요! 지금 이게 지친 투수라고 생각이 되십니까?]
[우선 지금 안수혁 선수의 체력과 정신력은 매우 칭찬할 만 합니다. 원래 학교에서도 체력 하나만큼은 전교에서 알아준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지금 거의 120개를 넘게 던졌습니다. 이거 혹사의 여지도 있는 것 같은데요.]
[하지만 D.라이더즈는 전체 선수가 아홉 명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안수혁 선수 말고는 나올만한 투수도 없어요. 그리고 그전에는 그리 혹사를 하지 않았으니까, 아마 이번만 이렇게 던지는 것 같아 보입니다.]
2014년 8월 15일 잠실야구장. 무더운 여름, 공휴일에도 불구하고 구장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목이 터져라 열심히 응원하고 있었다.
한편, 마운드에 서있는 한 사람. 그 사람은 아무 말 없이 그저 거친 숨소리를 내면서 포수를 쳐다보고 있었다. 온몸이 축 처져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그 누구보다 또렷했다.
그리고 홈 플레이트 뒤에 서있는 또 한사람, 그는 온몸에 포수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인이라도 보내는지 손가락을 계속해서 폈다 접었다 하고 있었다.
끄덕-
잠시뒤, 투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왼다리가 천천히 올라가더니 다시 앞으로 뻗으면서 지면을 콱 밟아버렸다.
그 다음에 팔이 앞으로 나오면서 자신이 던질수 있는 온 힘을 다해서 팔을 휘둘렀다. 그리고 공은 손에서 떠나갔다.
공이 손에서 떠나간 순간, 타석에 서있던 사람의 배트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투수의 얼굴에서 땀 한방울이 땅으로 툭 떨어지는 순간
파앙-
하는 소리가 그라운드에 울려퍼졌다.
"스트라이크, 아웃. 게임 셋!"
*
우.동.야, 1월 1일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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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얘들아, 우리 야구팀 만들자2015.01.01.
우리 동네 야구팀-1화
슈욱-
파앙-
"오... 겨울에 운동좀 했어? 더 좋아진거 같네."
하, 이런 기분 오랜만이다. 겨울 내내 야구를 하지 못해서 온몸이 근질거렸는데, 확실히 공을 던지니까 그동안 가려웠던 부분이 시원해 지는 느낌을 받는다. 소름까지 돋는걸 보니까, 혹시 내가 야구성애자인가 하는 생각까지도 든다.
지난해 이름도 없는 동네 야구팀에 견학을 갔다가 에이스 투수로 스카웃이 되었다. 그리고 에이스에 걸맞는 활약, 하지만 부상을 당하고 무너지면서 이곳으로 전학을 오게 되었다. 그뒤로 계속 노력하고 다시 이렇게 부활했다. 그때쯤, 전 학교에는 야구부가 만들어졌다.
"하아..."
전 학교에 야구부를 생각하니까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만약 내가 거기 남아있었다면 에이스까지는 아니어도 투수진 자리 하나쯤은 차지할 자신이 있는데, 지금 난 야구하는 애들도 아홉명이 채 안되는 동네에서 이러고 있다니. 답답해 죽겠다.
"수혁아, 공 받아!"
내가 멍하니 정신줄을 놓고 있는 사이에 공이 날아왔다. 나는 별로 놀라는것도 없이 글러브로 공을 낚아챘다. 그리고 다시 포수를 쳐다봤다.
하지만 포수 미트에 집중해야 되는데 집중이 안된다. 자꾸만 잡녑이 떠오른다.
'진짜 팀 하나 만들고 싶다. 야구부에 부탁하면 시합은 할수 있을것 같고...'
여기서 팀을 만든다면 실력이 좀 되는 애들은 단 둘, 성빈이랑 종빈이 쌍둥이 형제 둘 뿐이다.
뭐 열정적인 애라면 하나 더 있기는 하다만, 마마보이에 범생이에 운동신경은 제로, 몸까지 약하니까... 팀을 만들고 싶어도 만들수가 없다.
'그럼 이번공은 커브로 한번 떨구자.'
내가 또다시 잡념에 빠져있을 즈음, 포수를 보는 종빈이가 사인을 보내왔다.
나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사인을 확인했다. 그리고 종빈이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미트를 내밀었다.
슈욱-
내 손을 떠난 공은 조금 붕 뜬듯한 느낌을 주면서 앞으로 뻗어나갔다. 그리고 거의 다 왔을 즈음, 45도 대각선처럼 떨어지면서 낮게 깔려있었던 미트 안으로 무난하게 들어갔다.
부웅-
타자를 보던 성빈이의 배트가 허공을 갈랐다. 그리고 공은 미트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일단 내가 봤을때 휘는 각도는 좋은것 같았다. 그리고 그건 종빈이도 공감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면서 엄지를 올려세웠다.
간만에 던져본 커븐데, 감각을 까먹지 않았나보다. 다행이다.
내가 다시 공을 받자 종빈이가 사인을 보내왔다. 이번에도 커브 사인이었다.
'오~케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왼 다리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앞으로 쭉 뻗으면서 팔을 휘둘렀다.
부웅-
"오케이!"
이번에도 배트는 시원하게 허공을 갈랐다. 그리고 이번 커브도 휘는 각이 눈에 띄일정도로 좋아보였다.
이정도면 야구부에서 살아 남을수도 있을텐데, 선수가 되려고 하는 야구부가 아닌, 거의 동아리에 가까운 야구부라서 충분히 살아 남을수 있었을텐데. 진짜로, 너무나 아쉽다. 오늘따라 더 아쉽다.
그런 내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애들은 자기들끼리 떠들면서 벤치로 돌아갔다.
오늘 하늘은 맑은데, 그토록 하고 싶었던 야구를 하는건데, 공을 던지면 던질수록 내 가슴은 답답해져갔다.
"후우..."
나는 그렇게 홀로 한숨을 내쉬면서 다시 벤치로 돌아왔다. 그리고 물을 꺼내서 한모금을 마시려는 순간, 뒤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야! 왔다!"
"왔냐?"
짧은 한마디, 뒤를 돌아보자 선민이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역시나 글러브도, 배트도 아무것도 없는 빈손. 야구에 거의 관심이 없는 녀석이다 보니까 당연한 걸지도 몰랐다.
"산욱이는?"
"뒤에서 운선이랑 올라오고 있어."
선민이는 간단히 대답하고는 벤치 위에 앉았다. 그리고 곧바로 폰을 꺼내서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야구를 하러 온 건 아닌것 같아보였다.
뭐... 어차피 제대로 야구하는 인원은 네명 뿐이지만.
간단히 물로 목을 축이고 일어나자 이번에도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두명의 목소리, 뒤를 돌아보니까 산욱이랑 운선이가 뛰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냥 뛰어오는게 아닌것 같아 보이는데... 역시, 운선이가 산욱이의 가슴을 만지고 튀어오는 중인것 같다.
저녀석은 좋아하는 여자도 있으면서 왜 그런 병신짓을 하고 다니는지. 저런 병신짓과 친화력이 그녀석 특징이기는 하지만.
"쟤네 또 시작이네."
"역시 저래야 운선이지."
애들은 추격전을 하면서 오는 둘을 보고는 당연하다는듯이 자기들끼리 한마디씩 내맽었다. 그리고 나도 속으로 동감하면서 그들을 멍하니 쳐다봤다.
"산욱찡~ 그러지마~"
"거기 안서?!"
그나저나 뒤에서 산욱이가 달려오는 모습을 보니까 진짜로 무섭다. 거기다가 배트까지 들고 쫒아오니까 더 무섭다. 저러다가 잡혀서 주먹 한대 맞으면 그대로 쓰러질텐데. 운선이가 걱정이 되면서도 그냥 웃음이 나온다.
"자, 그럼 이제 펑고하자!"
가만히 앉아서 둘의 추격전을 구경하고 있는 사이에 종빈이가 일어났다. 나는 그 말에 글러브를 들고서 자연스럽게 유격수 방향으로 뛰어갔다. 내가 뛰어가자 성빈이랑 영훈이도 글러브를 들고 각각 2루, 1루쪽으로 뛰어갔다.
모두들 각자 위치를 잡은듯 하자 종빈이가 아까 포수를 보던 곳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오른손에는 배트를, 왼손에는 공을 잡았다.
"그럼 시작한다."
종빈이는 공을 위로 살짝 던졌다. 공이 떠있는 사이에 왼손도 배트를 잡았다. 그리고 공이 내려오는 타이밍에 맞춰서 배트를 가볍게 휘둘렀다.
깡-
빚맞은 소리가 나면서 공이 2루쪽, 그러니까 성빈이에게 굴러갔다. 성빈이는 그 공을 잡아서 가뿐하게 1루로 송구했다.
하지만 1루를 보고있던 영훈이가 공을 놓치면서 앞에 떨어지는 공. 그러자 성빈이는 자동적으로 한숨을 내쉬고는 곧바로 화를 냈다.
"야 이영훈! 그건 잡아야지!"
"아니, 네가 공을 이상하게 줬잖아. 너무 빠르고, 또 옆으로 빠지고..."
성빈이가 뭐라고 하자 영훈이도 징징거리는 말투로 맞받아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둘의 말싸움이 시작되었다.
"하아... 미치겠네."
또 시작이다. 이런 패턴, 이제는 익숙하다. 영훈이가 놓치면 성빈이가 뭐라고 한소리 하고, 영훈이는 또 투덜대는 패턴. 야구를 할때가 아니어도 많이 봐았기 때문에 이제는 익숙하다.
내가 보기에 이번 공은 그리 못잡을 공은 아닌것 같아보였다. 하지만 잡는 사람이 영훈이라면 말이 조금 다르다. 충분히 못잡을수 있는 공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그냥 놓치는 거는 나도 답답해 죽겠지만.
내가 가만히 있는 사이에도 둘은 여전히 투닥거리고 있었다. 이제 슬슬 정리해야겠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종빈이가 심심했는지 소리를 질렀다.
"작작 싸우고 공이나 넘겨!"
종빈이가 소리치자 둘의 목소리가 점자 줄어들었다. 그리고 영훈이가 종빈이에게 공을 넘겨줬다. 종빈이는 공을 줍고는 잠시 내려놓았던 배트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더 공을 보내줬다.
'왔다!'
이번에는 내 쪽으로 천천히 굴러오는 타구. 평범하고, 쉽게 처리할수 있는 땅볼이었다.
나는 일단 굴러오는 공 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정석대로 공을 잡은 다음에 가상의 베이스에서 공을 받을 준비를 하는 성빈이에게 공을 패스, 그리고 성빈이는 영훈이에게 다시 공을 던졌다.
슈욱- 파앙-
다행히 이번에는 공이 정면을 날아간 덕분에 영훈이도 무사하게 잡을수 있었다. 깔끔한 더블플레이. 이게 얼마만에 나오는 건지.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아까 잠시 생각했던 잡념이 다시 떠올랐다.
'진짜 이 멤버들로 팀을 만들어 보고싶다. 그리고 9대 9로 단 한경기라도 하고 싶다.'
그러면서 다시 옛날 생각이 떠올랏다. 그때도 처음엔 다들 수비는 엉망이었는데, 지금 여기있는 애들을 둘러봐도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엉망이었었는데.
'잠깐, 그때도 엉망이었는데 잘했었잖아. 그럼 지금 이 멤버로도 팀 만들어 볼수 있지 않을까?'
가만히 생각을 하다 보니까 진짜로 팀을 만들수만 있을것 같았다. 아니, 충분해 보였다.
지금 여기있는 애들만 끌어들여도 7명, 나머지 두명은 추가로 끌어들이면 된다. 아니 동네야구는 내야만 꾸릴수 있어도 된다. 어차피 외야수는 있으나 마나니까.
충분히 만들수 있을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드니까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수혁아, 수혁아!"
"어? 어."
"볼 한번 돌리자."
정신을 차리니까 성빈이가 나에게 공을 던졌다. 나는 간단히 받아내고는 성빈이를 한번 쳐다봤다. 그리고 애들 근처로 걸어갔다.
"얘들아, 우리 야구팀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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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특명, 팀원들을 모아라!(1)2015.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