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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야구팀-2화 (2/255)

우리 동네 야구팀-2화

"얘들아, 우리 야구팀 만들자."

"뭐?"

역시, 애들은 갑자기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역시,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지금까지 몇번 팀을 만들어 보자고 한적도 있었다. 하지만 매번 거기서만 말하고 흐지부지 끝나는 형식, 내 생각에는 추진력이 없었고, 그 팀을 이끌어갈만한 리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난 리더의 타입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2인자, 조언자, 조력자 같은 타입의 사람이었다.

리더의 역할은 유사시에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팀을 만들려면 내가 할수 있는 역할은, 아니 무조건 해야만 되는 역할은 단 하나였다.

리더. 내가 리더가 되어서 애들을 일끌지 않는 이상 팀이 만들어질 일은 전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난 이 팀의 리더가 되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밀어 붙여야 할때다.

"야구팀, 굳이 뭐 그런거에 얽매이거나 그럴 필요는 없어. 그냥 종종 만나서 야구하고, 내가 가끔씩 시합일정 잡아오면 시합하고 어때?"

"근데 우리 연습할 시간도 별로 없는데."

내 말에 성빈이가 나에게 물어왔다. 역시, 가장 큰 걸림돌중 하나다. 이 동네 애들은 뭐 그리 학원을 죽어라 다니는지. 안되겠다. 이 말은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해야겠다.

"아니, 연습에 못나와도 상관없어. 그냥 팀인거야. 유명무실한 팀이 될수도 있겠지만, 뭐 상관 없어. 일단 들어와만 있으면 내가 2주 이내로 시합을 잡을거야. 그럼 너랑 종빈이가 그토록 하고싶었던 9대 9로 시합도 할수 있을거고."

"그런데 지금 여기 있는애들 다 긁어모아도 7명밖에 안되는데?"

아, 이번에는 종빈이의 태클이다. 그것도 가장 아픈곳을 찔러왔다. 뭐, 결국엔 물어 보는게 정상이니까. 일단 침착하게 대응하자.

"그건 우리 모두가 주변에 야구를 좋아하는 애들을 좀 데려오면 될거야. 충분해."

"그런데 우리 실력을 생각하면... 우선 나만 봐도 그렇고..."

하, 종빈이의 태클에 대처했더니 이번엔 영훈이다. 여기서 가장 머리가 좋은 녀석인데. 그래도 이건 미리 생각해둔 말이 있다. 다행이다.

"영훈아, 내가 작년에 동네야구 팀에 들어갔을때 수비가 어땠는지 알아?"

"아니, 어땠는데?"

"두세명 빼고는 완전 엉망이었어. 너랑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그런데 그런 팀이 단 1년만에 정식 야구부가 될 정도로 실력이 성장했어. 우리라고 못할 일이 있어? 충분해. 우리도 하다보면 실력이 는다니까?"

내가 경험담까지 섞어가면서 설명을 해주자 그제서야 모두다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니까 어느새 온건지 추격전을 벌이던 산욱이랑 운선이도 내가 하는 얘기를 듣고 있었다.

"그거 괜찮은데? 팀이어서 연습에 나와야 되거나 그런 부담감도 없고."

"난 그런거 딱 질색인데. 뭔 팀까지 만들어서해. 그냥 심심할때 모여서 하는게 훨씬 낫지."

다행히 운선이의 반응은 나쁘지 않은듯 했다. 그런데 산욱이의 반응이 그닥 긍정적이지 않았다.

원래 개인주의가 강한 애라서 그런가. 하지만 지금 여기서 한명이라도 빠지면 아홉명을 채우기 매우 힘들어진다.

어떻게든 끌어들여야 한다. 산욱이만큼 파워를 가지고 있는 애들이 드문것도 한 이유 하기도 하고.

"산욱아, 그냥 말만 팀이야. 연습 오기 싫으면 굳이 안와도 돼. 그리고 난 너를 4번타자로 기용할 생각인데."

"4번타자?"

"응, 팀의 에이스, 4번타자!"

내가 조금 흥분한 목소리로 말하자 산욱이가 조금 흠칫했다.

아무래도 4번 타자는 하고 싶은가보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잠시뒤, 산욱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싸, 이제 이걸로 여섯명, 세명만 더 데려오면 된다.

내가 속으로 좋아하고 있을 무렵, 선민이가 왜 모여있나 하면서 우리쪽으로 다가왔다.

"너네 지금 뭐하는거냐?"

"야구팀 만들려고. 아, 너도 같이 하자."

"갑자기 왠 야구팀이야, 난 관심 없어."

역시, 얘도 이런 반응이 나올줄 알았다. 확실히 야구에 관심이 있는 애는 아닌 애니까 당연할 반응일거다.

하지만 얘도 어떻게든 설득을 시켜야 한다. 이미 학교 배드민턴 선수니까 운동 신경은 어느정도 보장된 상태이고, 무엇보다 승부욕이 센 선수가 하나쯤은 있어주는게 좋다.

가장 중요한 이유라면, 지금은 사람 하나하나가 매우 소중하다는 것이었다.

"그냥 팀이 있어도 지금처럼 운영할거야. 연습에 못나올거 같으면 안와도 돼고, 연습하는 날도 그리 많지 않아."

"그래도 난 별론데."

"선민아, 우리 2주 이내로 시합할거야. 시합 한번 해보고 싶지 않아? 일단 그때까지만이라도 팀에 있어보는건 어때? 그냥 사람 하나 살린다는 셈 치고."

"뭐... 너네 다 하는데 나 혼자 안하면 좀 그렇겠지..."

됐다. 선민이도 설득 성공이다. 이제 두명만 더 구하면 되는데 어디서 구해야 할지 전혀 감이 안온다. 그래도 일단 그래도 7명이 모였으니까 다행이다.

나머지는.... 뭐 월요일부터 학교에서 모집하면  되겠지. 아, 그리고 거기에도 전화 한번 넣어야겠다. 친선경기, 몸풀기로 시합 한번 하자고.

*

이틀뒤 월요일, 3-4반. 나는 아침부터 내 자리에 앉아서 애들을 쭉 둘러보기 시작했다.

팀원이 될 애들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우선 같은 반에서 올라온 애들을 한번 쭉 둘러봤다.

우선 같은반에서 올라온 남자애들은... 안되겠다. 뚱뚱하고 운동하기 싫어하는 애 하나, 그리고 몸이 조금 약한애 하나, 그리고 산욱이니까... 일단 넘어가자.

그리고 다른 애들을 쭉 살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친하지도 못할 뿐더러, 그닥 야구에 관심이 있어보이는 애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고보니 작년에 시헌이가 생각나네. 어떻게 거의 모르는 사람인 나에게 같이 야구를 하자고 얘기했을지. 이제 보니까 정말 대단한 녀석이었네.

"야, 그러니까 걔가 어쨌다고?"

"완전 사귀는 것처럼 막 머리 쓰담어주고..."

"그정도면 그냥 사귀는거네!"

그나저나 내 옆에, 그리고 내 두 뒷자리에 앉은 애들이 아침부터 완전 시끄럽게 떠든다.

얼굴은 완전 밀가루 범벅을 해놓은 것처럼 완전 새햐얗고 입술은 빨갛다 못해 인상이 찌푸려지는 색깔, 거기에 팍 줄인 교복 치마까지. 완전 양아치같은 여자애들이 더럽게 시끄럽니다. 3월 첫날부터 쭉 그래왔지만, 너무 고통스럽다.

게다가 남자애들은 저쪽 건너편 분단에 떨어져 있고, 나 혼자 고립이나 마찬가지니까 진짜 스트레스 받는다. 자리좀 바꿔주면 좋겠는데, 담임 성격상 그런건 아닌거 같고...

일단 저딴 소음에는 신경 끄고, 다시 집중해서 애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분명 우리반에 야구를 할만할 애가 있을거다. 그리고 열심히 둘러보는 사이에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그런데 우리학교는 운동장 진짜 좁지 않아? 야구는 하지도 못하겠더라."

"그건 축구도 마찬가지야. 너무 좁아서 제대로 된 축구가 안돼."

찾았다. 스카웃 해볼만한 애를 찾은것 같다. 뒤를 돌아보니까 아까 야구에 관한 이야기를 했던 애가 보였다. 일단 방금 들은 목소리를 생각해보면...

29번 정상민. 학년 초부터 담임이랑 안면이 있었고, 활발한 성격과 엄청난 친화력으로 대부분의 애들을 다 끌어나가는 녀석이었다. 그래, 이녀석이면 적어도 첫 시합때까지는 같이 야구를 할지도 모른다.

나는 잠시동안 그녀석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공책을 펴서 야구장 모양을 그렸다. 이제 애들도 거의 갖춰졌으니까 포지션을 정해야 한다.

아무데나 왔다갔다하면 실력이 느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여러 포지션을 잘할수 있게 될거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겐 시간이 얼마 없다. 하나라도 어느정도 할줄 알아야 된다. 그래서 난 지금 필통에서 샤프를 꺼냈다.

"음... 일단 투수는 내가, 포수는 종빈이가 맡고..."

그런데 애들이 다들 실력이 없고, 딱히 어울릴것 같은 포지션도 모르는 상황, 아무래도 이거 짜는데 시간 좀 걸릴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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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특명, 팀원들을 모아라!(2)2015.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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