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3화
그렇게 머리를 쥐어 싸매면서 한 10분정도 지났을까, 일단 대충 라인업이 구성되었다.
[투수-안수혁]
우선 투수는 내가 하기로 했다. 어차피 지금까지 야구할때마다 투수로서 애들을 상대했던 사람은 내가 거의 유일하니까.
뭐 영훈이도 투수를 하고 싶다면서 하기는 하는데, 구속, 제구 둘 다 안나온다. 물론 나도 처음엔 얘처럼 못했지만, 투구폼이 제대로 잡히는 데에는 몇년이라는 시간이 걸릴수도 있다. 그러므로 패스.
[포수-임종빈]
그리고 포수는 종빈이밖에 할 사람이 없다. 원래 야구할때 포지션이 포수이기도 하면서, 종빈이가 아니면 내 공을 받아줄 애들이 없다. 특히 성빈이는 포수랑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것 같다.
[1루-김산욱]
1루수는 산욱이에게 맡길 예정이다. 우선 산욱이는 힘이 엄청 센 녀석이다. 그러니까 4번타자를 맡으면 된다는 소리다.
그리고 최근 펑고를 칠때 1루 수비를 맡겼더니 예상보다 잘됐던 적이 있었다. 조금만 더 연습하면 동네야구 수준에선 충분히 1루수가 될수 있을것 같아보인다.
[2루-임성빈]
그다음 2루는 성빈이, 일단 내가 알기로 성빈이는 중견수 였기도 한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얘가 2루나 유격을 맡지 않으면 맡을 사람이 없다. 만약 다른 사람이 맡게 된다면 맨날 알까기만 해댈테니까.
그래서 유격이랑 2루에 대해서 고민도 조금 했었다. 하지만 성빈이는 유격보다 2루의 경험이 더 많은것 같아서 2루로 정했다.
[3루-오선민]
이제부터는 다들 조금 포지션을 잡기가 애매해졌다. 다들 야구를 한다고 모일때면 제대로 한적이 없었다.
그래서 교내 배드민턴 선수로도 뛰고있는 선민이를 3루에 넣었다. 핫 존이라고 불리는 곳은 웬만한 운동신경, 혹은 야구를 오래 하지 않으면 힘들다. 그래서 선민이를 3루로 정하기로 했다.
유격수도 잠시 생각해 봤지만, 유격수는 운동신경만 좋다고 할수 있는게 아니다. 3루보다 더 힘들다.
[유격-미정]
아직 유격수는 비어있다. 수비를 잘하는 애를 찾아내야 할텐데, 지금 전혀 들어갈만한 애가 보이지 않는다. 하, 지금 하늘에서 수비 잘하는 녀석 하나만 떨어졌으면 좋겠다.
[좌익-미정]
아직 좌익수도 미정이다. 지금 외야는 거의 비어있다고 보면 된다. 지금 상민이를 데려온다면 아마 이곳에 넣을것 같기도 하다. 만약 유격수에 들어갈 애를 찾지 못한다면 선민이가 유격에 가고 3루에 가야될수도 있고.
[중견-이운선]
일단 중견수는 외야 중에서 유일하게 정해놓았다. 그리고 운선이에게 그 역할을 맡길 생각이다.
외야에서 가장 넓은 곳을 수비해야 되기 때문에 일단 빠른 발이 조건이다. 이 조건에서는 운선이랑 내가 제일 적합하다.
그리고 뜬공을 잡는 능력은 지금은 딱히 필요없다. 어차피 동네야구니까. 거의 자기 앞에서 공이 떨어지거나 땅볼로 굴러서 올테니까 지금 중견수, 아니 외야 자체에는 운선이가 제격이다.
[우익-미정]
우익수도 좌익수랑 마찬가지로 아직 공석이다.
[미정-이영훈]
사실 포지션을 짜면서 유일하게 어떤곳에 넣을지 답이 나오지 않았던게 영훈이었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얘는 그냥 운동할 체질이 아닌것 같다. 몸은 약하지, 운동신경도 없지, 거기다가 제일 문제는 안되면 안된다고 투덜거리거나 거기서 포기해버리는 패배의식이 조금 있는것 같다.
이 패배의식만 확 걷어내도 이 자리중에 하나는 차지할수 있을텐데...
"음... 일단 이정도면 된거 같은데..."
일단 난 이렇게 포지션을 정하고 포지션을 한번쭉 둘러봤다. 그리고 혹시 애들의 반발이 있지 않을까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마 아마 몇몇 애들을 제외하고는 딱히 정해진 포지션이 없을것 같았다. 그래서 아마 불만은 가지지 않을것 같다.
어차피 걔네들은 그것보다 타순이 더 중요할테니까. 그나저나 유격수좀 어떻게 해야되는데, 미치겠네...
그렇게 내가 머리를 쥐어싸는 사이에 종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애들은 교실 불을 끄고는 우루루 밖으로 몰려나갔다.
외부인이 보면 뭔가 싶겠지만, 우리 학교는 교과교실제였기 때문에 매번 수업을 하는 교실이 달랐다. 그래서 지금도 다들 밖으로 나가는거다.
나도 일단 공책과 필통을 들고는 교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교실 밖에 단체로 있는 사물함, 나는 교과서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시간표를 확인한 다음 위로 올라갔다.
교실에 올라가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곧바로 상민이를 찾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그애를 우리 팀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안그러면 거의 더더욱 복잡해진다. 어떻게든 끌어내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교실을 교실을 둘러봐도 상민이는 보이지 않았다. 밖에 나갔나 보다. 결국 자리에서 멍하니 있을수밖에 없었다.
그때, 닫혀있던 교실 문이 열리면서 상민이가 들어왔다. 그리고는 건희라는 녀석에게 장난을 걸면서 자리에 앉았다. 이때다. 기회는 지금이다. 나는 곧바로 상민이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저기, 상민아."
"어, 왜."
상민이가 고개를 돌리면서 날 쳐다봤다.
"혹시 야구 관심 있어?"
"나? 관심 있기는 있지."
일단 얼마 보지도 않았지만, 내가 지켜본 상민이는 친화력이 매우 좋은 녀석이다. 그리고 그만큼 이런 시기에는 여기 저기 다 한번씩 발만 담궈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팀에 들어오라는 말로는 잘 안먹힐수가 있다. 다른 방법으로 데려오는게 더 좋을것 같아보인다.
"우리가 다음주 주말쯤에 야구시합을 하려고 하는데, 인원수가 부족해서 말야. 한 경기만 같이 뛰어줄수 있어?"
"야구 시합?"
다행이다. 다행히 상민이의 표정의 나쁘지 않다. 그런데 갑자기 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를 빤히 쳐다봤다. 설마, 안하겠다는 건가. 그러면 안돼는데.
"이 주변에 야구팀은 없는걸로 알고 있는데?"
"아, 솔직히 얘기하면 이 주변에 있는 팀은 아니야."
"역시, 할게. 날짜랑 시간만 나중에 알려줘. 그런데 내 포지션은 어딘데?"
상민이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알겠다고 대답했다. 뭔가 대답이 조금 애매하게 느껴졌지만, 자기 포지션까지 물어보는걸 보면, 말만 그러는건 아닌것 같아보인다.
물론 그냥 하는 말일수도 있겠지만.
일단 이렇게 해서 총 8명, 이제 딱 한명만 더 모집하면 된다. 하지만 우리 반에서는 더이상 할것 같지도 않고, 그리고 좋은 수비력을 요구하는 유격수 자리를 채워야 되는데 그 자리를 매꿔줄 애가 보이지 않는다.
그곳 입장에선 내 공이 그렇게 센건 아니니까 어느정도 수비가 받쳐주는 애가 필요한데. 어디 하늘에서라도 뚝 떨어졌으면 좋겠다.
*
학교가 끝나고 근처 아파트 운동장, 간단히 테스트나 해볼겸, 다들 야구 장비들을 들고 모여있었다.
일단 다행히 빠진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그리고 왠지는 모르겠지만 성빈이를 따라온 한 녀석이 내 눈에 띄었다.
"성빈아, 얜 누구야?"
"우리반 앤데, 야구 좋아한다고 해서 그냥 데려왔어."
성빈이가 말해주는 순간, 내 머릿속에는 뭔가 있는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혔다. 작년 이맘때쯤에 나도 한 녀석의 권유로 견학한다고 갔다가 공 한번 던지고 에이스 투수로 영입이 되었으니까.
지금 이녀석도 그럴지 모른다. 아니 지금 딱 그런 느낌이 난다.
지금은 그저 애들을 한번씩 둘러보면서 소심하게 쳐다보고 있지만, 만약 내가 어려운 타구를 준다면 어떨까? 과연 이대로 있을까? 갑자기 궁금해지면서 내 눈은 그애만 쳐다보게 되고 있었다.
"저기."
"...어?"
내가 부르자 그애가 작게 대답했다. 그리고 그 순간 성격 파악은 다 끝났다. 아, 이녀석 생각보다 많이 소심하고, 조용한 타입이구나.
"내가 펑고 한번 쳐볼테니까 저기서 공 한번만 받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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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마지막 퍼즐은 숨은 실력자2015.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