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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심장이 점점 이상해져! (25/199)

25화. 심장이 점점 이상해져!2021.03.29.

차라리 부끄러운 말 몇 마디가 나았다!

16553704598408.jpg‘미쳤어!’

아멜리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클리트는 그 모습에 눈을 크게 떴다.

16553704598412.jpg“부인?”

아멜리아는 차마 이클리트를 보지 못한 채, 등을 돌리고서 말을 더듬었다.

16553704598408.jpg“죄, 죄송해요. 진짜 내가 미쳤나 봐요!”

16553704598412.jpg“아니. 그 정도는…….”

16553704598408.jpg“그날도 제가 진짜! 그래요. 제가 술에 약하네요. 엄청나게 약하네요. 그런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아멜리아는 빨개진 얼굴을 감싸며 말을 이었다.

16553704598408.jpg“그때 그래서 대공 전하께서 그런 말씀을. 그러네요. 제가 먼저 시작했네요! 저도 저한테 이런 망측한 술버릇이 있는 줄 몰랐어요! 어머, 진짜…….”

결국, 아멜리아의 눈가에 열기가 몰려 울먹이는 것처럼 되어버렸다. 이클리트는 그제야 아멜리아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단번에 깨달았다.

16553704598412.jpg‘기억나신 건가.’

16553704598408.jpg“진짜, 진짜 죄송해요! 다시는 안 마실게요. 암요. 당연히 안 마시죠. 이 추태는. 다음에 꼭 갚아드릴게요!”

그래도 그녀는 해야 할 말은 또박또박 다 하고서 그대로 연회 홀을 부리나케 빠져나갔다. 남겨진 이클리트는 입꼬리를 가볍게 올렸다.

16553704598412.jpg“다른 건 기억나지 않길 바라는데…….”

그땐, 자신도 조금 취했으니까. 자신 역시 조금은 부끄러운 말을 해버렸으니까.

16553704598443.jpg

  *** 여전히 볼이 터질 듯이 빨간 아멜리아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발을 놀렸다. 자신이 이런 레이디인 줄 몰랐다. 품위도 없이 어떻게 그런 말을! 순간, 걸음을 멈춘 아멜리아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입술을 매만졌다.

16553704598408.jpg‘설마, 키스하신 건 아니겠지?’

하지만 아무리 용을 써도 그 부분은 기억나질 않았다.

16553704598408.jpg‘뭐야. 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기억이 안 나는…….’

16553704598408.jpg“잠깐. 뭐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거야! 나 진짜 왜 이래!”

그녀는 화들짝 놀라서는 얼른 손을 뗐다.

16553704598408.jpg“당연히 안 하셨겠지. 그분은 좋아하는 분이 계시잖아. 그래서 입맞춤의 맹세에서도 입술만 하지 않으신 거잖아. 사랑하는 척이지 진짜 사랑은 아니니까.”

목소리는 단호한데, 머릿속은 영 술렁였다. 어쩐지 심장이 조금, 욱신거리게 아픈 것 같았다.

16553704598408.jpg‘뭐지. 또 꽃잎이 떨어졌나…….’

그때, 마미의 목소리가 들렸다.

16553704627739.jpg“가주님! 가주님한테 편지가…….”

16553704598408.jpg“마미.”

16553704627739.jpg“네?”

마미는 뭔가 심각한 아멜리아의 표정에 잔뜩 긴장했다. 아멜리아는 혼자서는 해답이 나올 것 같지 않은 상황에 아주 슬쩍 돌려서 물었다.

16553704598408.jpg“이건 내가 로사 유모의 편지를 읽다가. 세상에 로사 유모의 친구분이 그러는 거야.”

16553704627739.jpg“로사 유모님의 친구분이요? 친구분이 뭘 어쩌셨는데요?”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남의 얘기 하듯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16553704598408.jpg“아니 그게. 로사 유모의 친구분이 거래하는 남자가 있는데. 그 남자랑 가까워졌대. 그런데 그 남자에겐 이미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 거야.”

16553704627739.jpg“오호.”

마미는 생각지도 못한 연애 이야기에 흥미가 발동됐다.

16553704598408.jpg“친구분은 그냥 이상하게 그게 신경 쓰인다나봐.”

16553704627739.jpg“왜 신경 쓰여요? 친구분이 그 남자분을 좋아해요?”

16553704598408.jpg“응?”

아멜리아는 생각지도 못한 말에 멈칫했다.

16553704627739.jpg“좋아하냐고요. 아니면 남자분이 좋아하는 여자가 있든 말든 신경 쓸 이유가 없잖아요.”

16553704598408.jpg“아니! 좋아하는 건 아니지. 그냥 같이 거래하는 사람이니까. 서로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16553704627739.jpg“와. 무려 잘 알고 싶기까지 한 거예요? 서로 거래만 잘하면 되지. 그 남자분의 사생활이 뭐가 중요해요? 딱 봐도 그건 좋아하는 거예요.”

마미는 아주 단호하게 말했다.

16553704627739.jpg“좋아하지 않으면 그럴 수가 없는 거죠.”

16553704598408.jpg“아니야. 그건 절대 아니야.”

하지만 아멜리아는 딱 잡아서 말했다. 좋아한다니. 누굴? 자신이 대공 전하를? 말도 안 돼! 마미는 너무 차갑게 대꾸하는 아멜리아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다.

16553704627739.jpg“아니 왜 가주님이 그렇게 정색을 하시고…….”

16553704598408.jpg“아니. 아마 좋아하는 건 절대 아닐 거라고.”

게다가 자신이 그런 감정을 가질 때던가. 그 감정 때문에 다치고, 아팠던 게 언젠데. 자신이 지금 가주가 되고, 복수하려고 하는 이유가 뭔데. 또 그 감정에 휘말리고 있다고?

16553704598408.jpg‘대공 전하께서 아시면 얼마나 한심해하겠어. 대공 전하는 나를 믿고 손을 잡으신 건데.’

좋아하다니. 절대 아니야, 절대. 마미는 어쩐지 표정이 안 좋아진 아멜리아를 걱정하며 슬쩍 편지를 건넸다.

16553704627739.jpg“때마침 로사 유모님께 편지가 왔어요. 정 궁금하면 유모님께 더 자세히 물어보세요.”

16553704598408.jpg“와! 답장이 온 거야?”

아멜리아는 기뻐하며 편지를 잡다가 순간 의아함이 스쳤다.

16553704598408.jpg“벌써 답장이 왔다고?”

지난번 편지 보낸 지가 얼마 안 됐는데. 답장이 벌써 왔을 리가 없는데…….

16553704598408.jpg“주소 제대로 보낸 거 맞지? 마법 통신구를 사용하지도 않았고.”

16553704627739.jpg“사용 안 했죠. 로사 유모님께 통신구가 없으시다면서요.”

16553704598408.jpg“근데 이렇게 빨리 왔다고? 저번에도 빨리 왔는데…….”

아멜리아의 말에 마미 역시 고개를 갸웃했다.

16553704627739.jpg“그러고 보니 빨리 오긴 했네요. 근데 저번 편지는 어떻게 온…….”

그때, 마미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멀리서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16553704627739.jpg“일단 확인해보세요. 빠르긴 하지만, 로사 유모님의 편지가 아닐 리는 없잖아요.”

16553704598408.jpg“그래.”

마미는 잠시 양해를 구한 뒤, 먼저 걸음을 옮겼다. 아멜리아는 로사 유모의 편지를 조금 의심스럽게 열어보았다. 하지만 분명 로사 유모의 필체였다. 결혼을 축하한다는 말과 언제나 그렇듯, 항상 만날 수 있길 가슴 설레게 기다리겠다는 말.

16553704598408.jpg“소중하고 또 소중한 나의 제비꽃이여.”

마지막 문장까지 일치했다. 하지만 마지막 문장을 되뇌던 아멜리아의 목소리가 순간 다른 목소리와 겹쳐 들렸다.

16553704598408.jpg“대공 전하…….”

분명 결혼식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이후, 드레스에 꽃이 핀 것 같았고. 하지만 대공 전하께서 이 편지 내용을 알 리가 없었다. 드레스의 기적 역시 대공 전하는 아는 척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묘하게 파고드는 기시감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그녀는 어쩐지 평소와 다른 감정으로 로사 유모의 편지와 역시나 함께 온 제비꽃을 바라보았다. 그때, 다른 하녀가 아멜리아에게 다가왔다.

16553704711486.jpg“가주님.”

아멜리아는 편지를 숨기고, 표정을 바로 했다.

16553704598408.jpg“무슨 일이지?”

16553704711486.jpg“이사나 경이 독대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16553704598408.jpg“이사나 경이?”

  *** 아멜리아는 티어들의 훈련장으로 갔다. 이곳에서 만났으면 하는 이사나의 요청이 있었기에.

16553704598408.jpg“그러고 보니 훈련장은 처음이네.”

시험 때문에 훈련하긴 했지만, 티어들이 쓰는 훈련장은 처음이었다. 피오레를 지키고, 황제의 이름 아래 솔라를 지키는 피오레의 저격대. 일명 ‘블러드 아이리스’ 였다. 단장과 부단장을 제외하면 전부 코드명으로 불리는데, 저격수의 생명은 신분이기에 대부분 비밀리에 움직였다. 시험장이나 작위 수여식에서 본 티어들은 피오레를 지키는 일부일 뿐. 대부분은 모습을 감춘 채, 솔라 곳곳에 흩어져 국경을 지키거나 비밀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아멜리아는 세월이 묻어나는 장총을 매만졌다. 사실 그녀는 엄폐술이나 저격술이 다소 어려워서 장총은 아직 어색했다.

16553704598408.jpg“리볼버가 편하긴 해.”

16553704739335.jpg“리볼버가 더 편한 티어는 가주님밖에 없으실 겁니다. 그 말씀이 얼마나 무서운지도 모르시겠고요.”

이사나의 목소리에 아멜리아가 고개를 들었다. 이사나는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으며 정중하게 서 있었다. 비록 수여식 때처럼 화려한 제복이 아닌 다소 허름한 훈련복을 입고 있었지만, 절로 눈이 가는 화사한 외모 덕분에 결코 평범해 보이진 않았다. 그 옆으로 칼렌이 다가와 그녀에게 무릎을 꿇고 예를 다했다.

16553704739341.jpg“부단장 칼렌 에밀입니다. 가주님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16553704598408.jpg“반가워요, 칼렌 경.”

16553704739335.jpg“가주님을 직접 보고 싶다고 하기에 잠깐 데려왔습니다. 양해해주세요.”

이사나의 말이 거짓은 아닌지, 칼렌은 특유의 동그란 눈을 반짝이며 아멜리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퍽 귀여웠다.

16553704739341.jpg“다음에 훈련하시는 모습, 꼭 옆에서 지켜보고 싶습니다!”

16553704598408.jpg“훈련이요?”

이사나는 혀를 차며 칼렌의 뒷덜미를 붙들었다.

16553704739335.jpg“자, 자. 이만 가라, 칼렌 경.”

16553704739341.jpg“예! 그럼 두 분 말씀 나누십시오!”

칼렌이 멀어지고, 아멜리아는 의아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이사나에게 입을 열었다.

16553704598408.jpg“대체 무슨 일로 날 여기로 부른 거죠?”

16553704739335.jpg“일단 먼저 드릴 말씀은. 축복의 꽃을 망친 신관은 이미 피오레 영지를 떠났다고 합니다.”

뜻밖의 말에 아멜리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16553704598408.jpg“그건 이미 신성회에 모든 권한을 맡겼을 텐데요.”

16553704739335.jpg“처리하는 건 신성회에서 처리하지만, 찾을 건 저희도 찾아야죠. 혹시라도 신성회가 찾기 전에 어딘가에서 행방불명되면 곤란하잖아요.”

싱긋 웃으며 읊조렸지만, 말끝에 박힌 살기가 섬뜩했다.

16553704739335.jpg“감히 피오레의 가주를 건드리는 건 용납 못 합니다.”

이사나의 이런 충성이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피오레를 위한 것임을 아멜리아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궁금했다. 저렇게 피오레를 좋아하고, 실력도 있는데. 그녀는 이사나를 빤히 쳐다보았고, 이사나는 그 시선에 더욱 입꼬리를 올렸다.

16553704739335.jpg“왜 그렇게 쳐다보세요. 너무 빤히 보시니까, 괜히 가슴 설레는데.”

16553704598408.jpg“잘생겼고.”

아멜리아의 입에서 툭 튀어나온 말에 이사나는 진짜 살짝 당황했다.

16553704739335.jpg“갑자기 대놓고 칭찬입니까? 결혼하신 지 얼마 안 되셨으면서. 하긴 귀족 집 마님과 기사의 은밀한 이야기가 흔하긴 하죠.”

하지만 그녀는 이사나의 말을 무시한 채 제 말만 했다.

16553704598408.jpg“실력도 그만큼 뛰어나다고 들었는데.”

16553704739335.jpg“뭐가 궁금하신 겁니까?”

16553704598408.jpg“왜 가주 시험에 참여 안 했어요? 분명 추천은 받았을 것 같은데.”

16553704739335.jpg“추천은 받았죠. 하지만 거부할 수 있거든요.”

16553704598408.jpg“그러니까 왜?”

16553704739335.jpg“그만큼 티어를 사랑합니다. 가주가 되면 티어들을 힘들게 하는 결정도 내려야 하고. 명령받는 것과 제 손으로 하는 건 천지 차이거든요. 감정이 섞이면 판단력이 흐려지기도 하고요. 그러니 저보다 뛰어난 가주를 모실 걸 택한 거죠.”

방실방실 말을 이어가던 그의 어조가 순간 낮아졌다.

16553704739335.jpg“피오레를 사랑하니까. 피오레에 흠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묘하게 튀는 감정에 아멜리아의 눈동자가 짧게 흔들렸다.

16553704598408.jpg‘흠이라니? 대체 뭐가 흠이라는 거야?’

16553704739335.jpg“근데 가주님도 절 잘생겼다고 생각하시나 보네요.”

16553704598408.jpg“아?”

이사나는 눈가 가득 미소를 머금었다.

16553704739335.jpg“대공 전하밖에 안 보이시는 줄 알았는데. 하녀들이 아주 수군수군하더라고요. 두 분의 사랑이 아주 달콤하다 못해 녹는다고.”

뭐야. 갑자기 왜 이런 얘기를 하는 거지? 그때, 이사나가 살짝 상체를 굽히며 아멜리아와 눈높이를 마주했다.

16553704739335.jpg“이제 저도 여러 가지로 함께해야 하는데. 외모든 뭐든, 절 잘 봐주셨다니 기분 좋네요. 앞으로 서로 잘 알아가도록 하죠.”

16553704598408.jpg“…….”

16553704739335.jpg“저는 가주님을 제대로 알고 싶거든요. 그러다가 살짝 다른 바람이 섞여도 좋을 것 같고.”

순간, 기이한 바람이 불었다. 그녀는 제 앞에서 웃고 있는 그의 미소가 어쩐지 봄이 아닌 겨울을 부르는 것처럼 차갑게 느껴졌다. 첫인상부터 지금까지 쭉.

16553704598408.jpg‘뭔가 위험해.’

어떤 의미에서 서로에게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을 찰나.

16553704598412.jpg“부인.”

귀에 익은 목소리와 함께 갑자기 거센 바람이 아멜리아와 이사나 사이로 휘몰아쳤다. 아멜리아는 눈을 찡그리며 고개를 숙였고, 이클리트가 그런 그녀를 안아주었다.

16553704598408.jpg“대공 전하?”

이클리트는 아멜리아를 안은 손에 힘을 주며, 이사나를 노려보았다. 순간 몰아친 바람이 잦아들며, 이사나는 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16553704739335.jpg“대공 전하를 뵙습니다.”

16553704598412.jpg“찾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클리트는 이사나의 말을 무시한 채, 아멜리아에게 집중했다.

16553704598408.jpg“저를요?”

이사나는 그 차가운 냉랭함에 허한 웃음을 삼켰다. 아까 순간 노려봤던 그 눈빛부터 소름이었다.

16553704739335.jpg‘진짜 전장의 흑사자가 질투하면 어떻게 되는지 아주 제대로 보여주시네. 이러다 눈빛으로 사람 죽이겠어.’

그래. 그때 그 살기도 지금도 전부 질투다. 하녀들의 알콩달콩한 소문에 조금이라도 과장이 있나, 했더니.

16553704739335.jpg‘난 또 이 결혼에 뭔가 꿍꿍이가 있나, 했는데. 있긴 있는데, 진심도 있는 건가?’

이클리트는 이사나가 몹시 맘에 들지 않았다. 그녀에게 말하진 않았지만, 지난번 그녀의 훈련을 몰래 지켜본 것부터 거슬렸으니까.

16553704598408.jpg“근데 왜 절 찾으셨나요?”

아멜리아가 이클리트를 빤히 보며 묻자, 그는 살짝 당황했다.

16553704598412.jpg“아, 그게…….”

사실 하녀가 이사나와 아멜리아가 함께 있다는 말에 무턱대고 여기까지 온 건데…….

16553704598412.jpg“마, 마미가 찾고 있어서…….”

16553704598408.jpg“마미가요? 아까도 만났는데, 뭐지. 급한 일이 생겼나?”

이사나는 순간 튀어나오려는 웃음을 꾹 눌렀다. 고작 하녀가 찾는다고 대공이 움직여? 그걸 또 저렇게 순순히 믿는다고?

16553704598408.jpg“그럼 이사나 경, 우린 먼저 가볼게요. 신관을 직접 찾겠다고 하는 건 말리지 않을 테지만, 조심해요.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죠?”

16553704739335.jpg“물론입니다, 가주님. 신성회가 신경 쓰지 않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16553704598408.jpg“또 할 말 있어요?”

걸음을 잡은 이사나의 말에 이클리트의 미간이 험하게 굳어졌다. 이사나는 뭔가 이대로 두 사람을 보내기엔 묘하게 심술이 발동했다. 게다가 진짜 하고 싶은 말도 있었고.

16553704739335.jpg“여기로 가주님을 모신 이유가 있습니다. 가주님이 리볼버 말고 장총과도 친해지길 바라거든요.”

16553704598408.jpg“그게 무슨 말이에요?”

16553704739335.jpg“체력도 좋으시고, 능력도 있으신데. 리볼버만 하시면 안 되죠. 엄폐술과 저격술도 어느 정도 능숙해지셔야 합니다.”

16553704598408.jpg“물론 티어들은 모두 저격수긴 하지만…….”

16553704739335.jpg“그게 아니라 원거리가 안전합니다.”

이사나는 얼굴에 웃음기를 지우고서 진지하게 말했다.

16553704739335.jpg“가주님이 위험해지지 않으려면, 다치지 않으려면, 가까운 것보다는 멀리 있는 게 좋습니다. 그러니 무례하지 않다면 제가 가르쳐드리겠습니다.”

아멜리아는 살짝 당황했다. 이사나의 말이 맞긴 맞았다. 하지만 저격대 단장이 누굴 가르쳐도 되는 건가? 엄청 바쁠 텐데? 괜히 시간 빼앗는 것 같고. 그런 이유라면 다른 부하에게 배워도 상관없는데.

16553704598412.jpg“굳이 단장의 시간을 빼앗을 필요는 없을 텐데.”

그때, 이클리트가 아멜리아가 할 말을 대신 내뱉었다. 그런데 그 어조가 몹시 차갑고 공격적이었다.

16553704598412.jpg“바쁘지 않나? 아니면 피오레 저격대는 한가한가? 단장만 한가한 건가? 그 정도로 기강이 흐트러져 있나?”

아멜리아는 살짝 움찔했다.

16553704598408.jpg‘아, 아니 저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16553704739335.jpg“한가하진 않지만, 가주님을 지키는 것이 단장에 가장 큰 의무니까요. 가장 우선시 돼야 하는 일이지요.”

하지만 싱긋 웃으며 맞받아치는 이사나도 만만치 않았다.

16553704739335.jpg“대공 전하께선 가주님의 남편이시지만, 저희에게 가주님은 모시고 지켜야 할 주인이니. 생각하는 무게가 다를 수 있지요.”

16553704598412.jpg“무게가, 다르다?”

16553704739335.jpg“당연히 다르지요. 어느 쪽이든.”

일순 분위기가 팽팽해졌다. 이클리트의 시선은 더욱 낮게 가라앉았고, 이사나의 눈매는 더욱 해사한 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서로의 간극에선 단 한 점의 온기도 맴돌지 않았다. 아멜리아는 숨 막힐 듯한 분위기에 헛숨을 삼켰다.

16553704598408.jpg‘어라라? 갑자기 뭐야. 왜 이러는 거야?’

16553704879064.jpg

  그때, 이 분위기를 깨는 구세주 같은 마미의 목소리가 울렸다.

16553704627739.jpg“가주님! 가주님!”

아멜리아는 마미가 이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16553704598408.jpg“마미!”

당장이라도 마미를 꼭 끌어안아 주고 싶을 정도였다.

16553704598408.jpg“뭐야? 날 찾았다더니. 진짜 무슨 일 있는 거야?”

16553704627739.jpg“네? 제가 가주님을 찾아요?”

16553704598408.jpg“분명 대공 전하께서…….”

아멜리아가 그를 바라보자, 이클리트가 당황하며 곧장 말을 돌려버렸다.

16553704598412.jpg“그래서 무슨 일이지?”

이사나는 다시 한번 웃음을 가까스로 삼켰다. 조금 전까지 자신을 죽일 듯 살벌하게 노려보다가, 바로 저렇게 당황하는 표정이라니!

16553704739335.jpg‘흑사자를 저렇게 좌지우지하다니. 우리 가주님 여러모로 강하시네.’

마미는 다소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16553704627739.jpg“아까 말씀드렸던 그 산짐승 말이에요.”

16553704598408.jpg“산짐승? 과수원을 망치고 있다는?”

16553704627739.jpg“예. 그래서 제가 잡힌 것 같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근데 그게 잡힌 게 아니더라고요. 이번엔 과수원을 망친 게 아니라 기르던 가축들도 막 죽이고 있고…….”

마미의 말에 이사나가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16553704739335.jpg“근데 그걸 가주님께 보고까지 할 일인가?”

16553704627739.jpg“그게 다가 아니라. 사람도 죽였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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