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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화. 폭풍우 치는 밤에 (73/199)

73화. 폭풍우 치는 밤에2021.09.13.

피오레 공작가에 때아닌 북부 칼바람이 불고 있었다. 바로 공작가 부부의 냉전! 신혼이 끝나리라 생각도 못 했는데, 끝남과 동시에 이런 살풍경한 모습이라니……. 하인과 하녀들은 믿을 수가 없었다.

1655372091334.jpg“대체 언제 다투신 거지?”

1655372091334.jpg“아무도 모르지 않아?”

1655372091334.jpg“마미도 모르던데?”

1655372091334.jpg“그러고 보니 가주님의 탄일 기념 축제에서 대공 전하가 보이지 않으셨지.”

아무리 부부싸움은 말도 안 되는 것으로 시작한다지만, 자신들이 모시는 주인들은 그러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왜냐면 그 무섭기로 유명한 흑사자 괴물 대공 전하께서 가주님 앞에서는 완전 꼬리 흔드는 강아지가 됐었으니까. 처음엔 그렇게 보이는 자신들의 눈이 미쳤나, 싶었었다. 하지만 가주님을 너무 사랑하시는 게 보였기에, 다들 대공 전하께 빠르게 마음을 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냉전이라니. 그래서 더욱 궁금했다.

1655372091334.jpg‘대체.’

1655372091334.jpg‘싸운 이유가 뭘까?’

  *** 케이트는 아멜리아에게 영지로 가는 일정을 말해주었다. 벌써 그 일정이 내일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

1655372091338.jpg“환자들은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그쪽 촌장과 더불어 라니라는 차기 촌장의 도움이 컸다고 합니다.”

16553720913385.jpg“라니라면 그럴 것 같았어. 소냐를 데려오는 것에도 신경 써야 해. 그렇게 먼 길은 아니지만, 그래도 고단할 거야.”

1655372091338.jpg“가주님은 마차와 말, 어느 것으로 준비할까요?”

케이트는 아멜리아가 승마를 할 줄 모른다는 걸 알지 못했다. 아멜리아는 조금 신난 어조로 외치려다 멈칫했다.

16553720913385.jpg“나는 이번에 말…….”

그래. 대공 전하께서 가르쳐주기로 했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지. 아멜리아는 금방 굳어진 표정으로 어색한 미소를 그렸다.

16553720913385.jpg“마차로 준비해줘. 그리고 대공 전하께선 말을 타실 거야.”

1655372091338.jpg“함께 마차에 타지 않으시고요?”

16553720913385.jpg“그러진 못할 거야.”

케이트는 그런 아멜리아를 빤히 보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1655372091338.jpg“이번 영지 일정에 함께하시긴 하시죠?”

16553720913385.jpg“함께해야지. 그게 서로의 의무니까.”

1655372091338.jpg“그렇다면 똑바로 하셔야 합니다.”

일순 딱딱해진 케이트의 말에 아멜리아는 움찔했다.

1655372091338.jpg“부부 사이의 일까지 제가 관여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사적인 일을 밖으로까지 드러내선 안 됩니다. 가주님은 평범한 부부가 아니시니까요. 자칫 소문이 번지면 괜한 구설수가 생길 겁니다.”

케이트의 우려가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1655372091338.jpg“그 구설수가 추문이나 그런 거라면 곤란합니다. 공작의 품위는 보이는 이미지도 중요한 법이니까요.”

결국, 모두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는 뜻이다. 가주로서 너무 미숙한 모습이었다.

16553720913385.jpg“미안해, 이런 일로 신경 쓰게 해서.”

1655372091338.jpg“아닙니다. 그저 조심하세요.”

케이트가 나가자, 아멜리아는 무거운 한숨을 쉬며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그녀 역시 이런 냉전 상태가 계속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16553720913385.jpg‘대화해야 하는데. 기회를 놓치니, 계속 평행선만 유지하고 있어.’

그렇다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를 미워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더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진다. 아멜리아는 자조적인 미소를 띠며 이클리트를 떠올렸다. 뇌리에 박힌 그의 목소리와 눈빛이 떨쳐지지가 않았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그 목소리. 두려움에 사로잡혔던 그 눈빛. 그 때문에 자꾸만 그녀가 아팠다.

16553720913385.jpg‘대체 내 안에 당신이 어디까지 있는 거야. 왜 이렇게 한순간도 지워지지 않아?’

어떻게 한순간도 미워하지 못하게 하는 거야……. 게다가 격했던 감정이 사그라지니, 현실적인 부분이 밀려왔다.

16553720913385.jpg‘왜 그가 로사 유모의 편지를 썼을까.’

아마 그는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이걸 물을 용기가 생길 때까지. 하지만 여전히 그 질문이 심장이 맺힌 채, 내뱉을 수가 없었다. *** 이른 새벽, 태양이 미처 다 뜨기도 전에 레이스처럼 사방에 촘촘하게 깔린 안개 속에서 이클리트와 아멜리아는 영지로 향할 준비를 마쳤다. 이클리트는 티어들과 함께 말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었다. 아멜리아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런 그를 힐끔거렸다. 검은 말 앞에서 안장을 채우고, 토닥거리는 그의 모습은 비록 예복을 갖춰 입진 않았어도 몹시 근사했다. 사실 아멜리아도 그가 무도회의 예복을 갖춰 입은 것보다, 저런 자연스러운 모습이 훨씬 어울리는 듯했다.

16553720973242.jpg“가주님, 이 마차에요.”

마미의 목소리에 아멜리아는 애써 고개를 돌리고서 마차에 올라탔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이클리트는 그제야 사라지는 아멜리아의 뒷모습을 보며 떨리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곧장 아멜리아의 마차 뒤로 말을 몰았다. 카마리가 그런 이클리트에게 다가와 말했다.

16553720973247.jpg“먼저 앞서가지 않으실 겁니까?”

16553720973251.jpg“부인의 뒤를 내가 지키겠다.”

16553720973247.jpg“알겠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각자 다른 공간이지만, 서로를 생각하며 영지를 향해 출발했다. 마차 안에선 아멜리아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맞은편에 타게 된 마미는 그런 아멜리아를 곁눈질로 살폈다. 마미는 아멜리아와 이클리트가 대체 무슨 일로 이렇게 됐는지, 전혀 짐작이 가질 않았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마미로서는 더더욱 이해될 수 없는 상황인 것.

16553720973242.jpg‘그때 분명 대공 전하께서 가주님께 고백하려고 했던 것 같았다고. 그런데 왜 갑자기 이런 냉전이 된 거지? 대공 전하께서 고백을 못 하셨나? 아니면 고백했는데 가주님이 찬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

처음엔 곁눈질로 살피던 마미의 눈빛이 이젠 대놓고 아멜리아를 바라보았다.

16553720973242.jpg‘분명 가주님도 대공 전하를 좋아하시는 것 같았는데…….’

16553720913385.jpg“마미, 왜 그렇게 날 쳐다보는지는 알겠지만, 조금만 자제해줘.”

16553720973242.jpg“어머, 죄송해요.”

16553720913385.jpg“아니야. 너한테도 미안해. 다들 신경 쓰게 만들고 있네.”

16553720973242.jpg“물어보면 안 되겠죠?”

16553720913385.jpg“미안.”

16553720973242.jpg“로사 유모에 관한 것도요?”

아멜리아는 마미의 말에 멈칫했다. 분명 그녀도 무척 궁금할 텐데…….

16553720913385.jpg“미안해. 그것도 나중에 말해줄게.”

16553720973242.jpg“괜찮아요. 그저, 안 좋은 일만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로사 유모님이 저한테 소식을 전해주지 않으셔도, 가주님께 편지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잘 지내고 계시는구나, 위안이 됐거든요.”

16553720913385.jpg“……그래. 나도 그랬어.”

잘게 깔렸던 안개에 물기가 묻어 사방으로 눅눅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지금쯤이면 분명 태양도 높이 떴을 텐데, 안개에 갇혀 햇볕이 들지 않았다.

16553720973242.jpg“밤새 이쪽 지역으로 비가 많이 내렸다고 해요. 자칫 잘못했다간 일정이 틀어질 뻔했어요.”

16553720913385.jpg“그래?”

16553720973242.jpg“그래서 그런지 땅이 고르지 못하네요. 가주님, 혹시 불편하시면 쿠션을 더 드릴까요?”

16553720913385.jpg“아니야, 난 괜찮으니까…….”

그때, 푹 하는 소리와 함께 마차가 멈췄다. 마미와 아멜리아는 동시에 같은 생각을 하고선 난감한 표정을 띠었다. 잠시 후, 마차 문이 열리면서 이사나가 머리를 긁적였다.

16553721029804.jpg“가주님, 진흙에 마차 바퀴가 빠져서요. 하하하.”

16553720913385.jpg“어쩔 수 없죠.”

마미와 아멜리아가 마차 밖으로 나왔다. 티어들은 마차 주변을 빙 둘러싸고서 바퀴를 빼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아멜리아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잠시 걸음을 뒤로 돌렸다. 괜히 자신이 쳐다보고 있으면 저들이 더 부담을 가질 테니까. 이곳은 제법 울창한 숲이었다. 어디선가 물소리가 몹시 힘차게 들렸는데, 절벽 아래 강물이 흐르는 듯했다. 물론 우거진 나무 때문에 제대로 보이진 않았지만.

16553720913385.jpg“비가 많이 오긴 한 모양이야. 물 흐르는 소리가 장난 아니네.”

게다가 바람도 제법 차가웠다. 그녀는 얇은 드레스 차림 때문에 한기를 느끼며, 몸을 가볍게 떨었다. 그러자 누군가 그녀의 어깨 위로 담요를 둘러주었다. 아멜리아는 마미인 줄 알고 웃었다.

16553720913385.jpg“고마워, 마미. 좀 쌀쌀…….”

하지만 아멜리아의 시선에 닿은 것은 이클리트였다. 그녀는 금세 입꼬리가 굳어지면서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이클리트 역시 금방 바뀌는 그녀의 표정에 내색하진 않았으나, 눈빛이 잘게 흔들렸다.

16553720913385.jpg“대공 전하.”

16553720973251.jpg“위험합니다. 돌아가시죠.”

16553720913385.jpg“아, 네…….”

이클리트가 먼저 등을 보였다. 아멜리아는 그가 챙겨준 담요를 꼭 쥐고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16553720913385.jpg“대공 전하, 잠깐만요.”

그녀가 한 걸음 내딛은 순간, 뭔가 발밑이 덜컹였고, 고개를 돌린 이클리트의 눈동자가 얼어붙었다.

16553720913385.jpg“뭔가, 밟은 것 같은…….”

16553720973251.jpg“움직이지 마!”

16553720913385.jpg“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눈치 챌 새도 없이. 쿵-! 폭음과 함께 그녀가 딛고 있던 땅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16553720973251.jpg“아멜리아!”

이클리트가 순식간에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아멜리아는 발이 토사에 휩쓸린 채, 그대로 절벽 아래로 쓸려 내려갔다.

16553720913385.jpg“흐윽!”

벗어나려고 하면 할수록, 마치 늪처럼 더 깊이 몸을 삼켰다.

16553721057278.jpg“가주님!”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티어들이 곧장 장총을 장전하고서 아멜리아에게 달려왔다. 하지만 곧, 그녀의 몸이 붕 떠올랐다.

16553720913385.jpg“하.”

그녀는 상황 판단을 하지 못한 채 떨리는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곧장 절벽 아래로 추락했다.

16553720973251.jpg“아멜리아!”

다급한 비명과 함께 이클리트는 한 치도 망설이지 않고 절벽으로 몸을 날렸다. 아멜리아는 혼탁한 의식 너머, 검은 날개를 보았다. 망설이지 않고 그녀에게 날아와 그 커다랗고 우아한 날개로 오롯이 그녀를 끌어안는 온기. 분명 말도 안 되는 광경인데. 이상하게 눈물이 날 만큼 익숙하고, 따뜻했다. 그래, 그날과 비슷하다. 심장이 멈춰버린 그날. 안온한 제비꽃 향기와 함께 자신을 구해줬던 누군가. 다정한 속삭임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다독였던 그 누군가.  

1655372091334.jpg‘곁에 있을 겁니다. 소중한 나의 제비꽃이여.’

16553720973251.jpg“괜찮아. 내가 당신 곁에 있으니까…….”

그녀는 희미하게 웃으며 눈을 감았다. 그때 자신을 구해줬던 그 사람을, 이제야 찾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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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이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왜냐면, 그때도 비슷한 꿈을 꿨으니까. 하지만 이번엔 우리에 갇혀서, 공허하게 죽음만을 바라던 검은 새의 모습이 아니었다. 커다란 날개로 자신을 꼭 품어 주고 있는 모습. 처음 이 꿈을 꿨을 땐 악몽이라고 치부할 만큼 무서웠는데. 지금은 아니다. 이상하게 이 품이 포근했고, 든든했다. 그래서 지금은 그저 안아달라고 매달리고 싶을 만큼, 애틋하게 느껴졌다. 대체, 이 새의 정체는 뭘까. 왜 자꾸 이 새를 보고 있으면. 그 사람이. 그 사람이…….

16553720973251.jpg“아멜리아, 제발. 아멜리아. 아멜리아!”

이클리트의 떨리는 목소리에 아멜리아가 천천히 눈을 떴다.

16553720913385.jpg“……대공, 전하…….”

그는 의식을 되찾은 아멜리아의 모습에 곧장 그녀를 끌어안고서 마구 헝클어진 감정을 내뱉었다.

16553720973251.jpg“괜찮은 겁니까? 다치진 않았어요?”

16553720913385.jpg“난 괜찮아요. 여긴 대체…….”

아멜리아는 지끈거리는 통증을 삼키며 기억을 더듬었다. 뭔가를 밟았고, 그게 터지면서 절벽까지 끌려가서 떨어진 것 같은데. 귓가에 몹시 요란한 바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16553720973251.jpg“동굴입니다. 일단 여기로 피했어요. 밖은 지금 비바람이 치고 있고. 그래서 구조 요청이 어렵습니다.”

16553720913385.jpg“비바람?”

16553720973251.jpg“강물이 범람하고 있는 모양인데, 사실 여기도 안전할지는 모릅니다.”

16553720913385.jpg“아니, 대체 우린 어떻게 살아있는 거예요? 절벽에서 떨어진 거 아니에요? 근데 난 하나도 안 다친 것 같은데…….”

16553720973251.jpg“정말 하나도 안 다쳤습니까?”

16553720913385.jpg“멀쩡해요.”

16553720973251.jpg“그럼 다행이야.”

이클리트는 진심으로 안도하며 말을 이었다.

16553720973251.jpg“도적들이 함정을 판 듯합니다. 귀족을 납치하면 몸값을 받을 수 있으니까. 보통 공작급은 건드리지 않는데, 살기 싫었을지도 모르죠.”

순간, 이클리트의 목소리 가득 섬뜩한 살기가 일렁였다.

16553720973251.jpg“땅에 폭약을 심고, 지반을 무너뜨려 절벽 아래로 떨어뜨리는 겁니다. 어제 비까지 왔었으니 더 쉬웠겠죠. 하지만 날씨가 또 이 모양이라서, 도적들이 우릴 찾지 못하는 모양인데.”

이클리트는 아멜리아의 드레스가 흙투성이인 걸 보고는 얼어붙은 눈빛으로 나직이 속삭였다.

16553720973251.jpg“제 발로 눈앞에 나타났으면 좋겠네요.”

16553720913385.jpg“네?”

16553720973251.jpg“아니면 똑같이 땅바닥에 처박히게 만들어야 하나.”

이클리트는 차갑게 끓는 분노를 겨우 삼켰다. 아멜리아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16553720913385.jpg“아무래도 날이 괜찮아지면, 티어들과 도적부터 소탕해야겠네요. 이렇게 영지 가는 길이 위험하면 안 되니까.”

16553720973251.jpg“지금은 부인을 더 신경 쓰세요.”

이클리트의 걱정 섞인 뾰족한 말에, 아멜리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16553720913385.jpg“대공 전하야말로 나한테 그런 말 할 상황이 아닌 것 같은데요. 다쳤어요?”

아까는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그의 옷이 여기저기 찢어져 있고, 피도 배여 있는 것 같았다. 그러자 이클리트는 슬쩍 몸을 가리며 말했다.

16553720973251.jpg“괜찮습니다, 이런 건…….”

16553720913385.jpg“괜찮긴 뭐가 괜찮아요! 내가 말했죠. 날 지켜주려면, 대공 전하부터 지켜야 한다고. 이젠 이 말도 안 들어주는 거예요?”

그녀가 속상함에 절로 화를 내뱉자, 이클리트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16553720973251.jpg“그러게. 미안해요. 정말 부인의 말을 하나도 들어주질 못하네. 당신 말처럼, 내가 거짓말쟁이네요.”

16553720913385.jpg“…….”

16553720973251.jpg“하지만 여유가 없었어. 걱정하느라.”

이클리트는 다시금 그녀를 눈동자 가득 담고서 속삭였다.

16553720973251.jpg“당신을 지키는 게 전부여서. 다른 건, 아무것도 안 보였어. 정말 미안해요.”

아리게 파고드는 그의 사과에 아멜리아는 다시금 화가 치밀었다. 미안하다는 말을 왜 하는 건지. 오히려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건 난데.

16553720913385.jpg‘날 지켜줬잖아. 대체 이 사람은 왜 자꾸…….’

16553720913385.jpg“그렇게 온통 나밖에 없다는 것처럼. 나뿐인 것처럼 말하면서, 내 앞에서 약해지지 마요.”

16553720973251.jpg“정말 당신뿐인걸.”

16553720913385.jpg“…….”

16553720973251.jpg“아멜리아, 온통 당신만 생각하고 있어.”

이클리트가 조심스럽게 그녀와 눈을 마주하며, 그동안 두려워서 하지 못했던 말을 덤덤하게 말했다.

16553720973251.jpg“사실, 이렇게 날 걱정해주고 화내주는 것조차 좋은걸요.”

16553720913385.jpg“지금, 그걸 말이라고…….”

16553720973251.jpg“당신에겐 약해질 수밖에 없어요. 당신한테 미움받을까 봐. 내가, 당신을 울릴까 봐.”

빗소리가 다시금 거세지고 있었다. 폭풍우 치는 이 밤. 아멜리아와 이클리트는 그제야 서로를 똑바로 마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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