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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화. 마음, 접도록 하겠습니다 (79/199)

79화. 마음, 접도록 하겠습니다2021.10.04.

16553722841778.jpg“루베르, 가주?”

문득 뇌리를 스치는 이름 하나. 솔라리스를 떠나기 전, 자신에게 제비꽃을 보냈던 것도 루베르 가주였다. 만약, 지금 이들을 몰래 도운 게 루베르 가주라면…….

16553722841778.jpg‘뭐야. 왜 정체를 숨기는 거지? 그것도 왜 나인 척 몰래 돕는 거야?’

16553722841778.jpg“아, 나인 척해야 이들이 의심하지 않겠구나.”

16553722841791.jpg“네?”

루베르 가주는 자신이 이들을 도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만약, 자신의 가정이 맞는다면.

16553722841778.jpg‘루베르 가주가 날 알아본 건, 황제 폐하의 치하 때가 아니야. 그보다 훨씬 전에 날 알고 있었어.’

생각보다 훨씬 더 자신의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건데. 아멜리아는 순간 헛웃음이 나왔다.

16553722841778.jpg‘아니 대체 왜? 대체 누구기에 계속 내 주변을 맴돌고 있다는 거야? 이렇게까지 정체를 숨기는 이유는 뭐고?’

라니는 뭔가 이상한 아멜리아에게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16553722841791.jpg“가주님? 무슨 일 있는 거예요?”

16553722841778.jpg“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아멜리아는 일단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기에, 라니에겐 굳이 내색하지 않았다.

16553722841778.jpg“이건 내가 하나 가져도 되지?”

그녀가 약통을 꼭 쥐자, 라니는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16553722841791.jpg“그건 상관없지만, 가주님이 주신 게 아니에요?”

16553722841778.jpg“우리 쪽에서 보낸 것 같은데, 난 확인 못 했어. 근데 좋아 보여서. 헤헷.”

16553722841791.jpg“그래요? 그럼 가져가세요. 저희는 아직 많아요. 그나저나 대공 전하께서 안 보이네요? 맨날 가주님 뒤를 강아지처럼 딱 붙어 계시더니.”

아멜리아는 라니의 말에 잠시 멈칫하다가 어색하게 웃었다.

16553722841778.jpg“아마 티어들과 함께 순찰을 하고 있을 거야.”

라니는 그런 아멜리아의 말에 의심스러운 눈빛을 띠었다.

16553722841791.jpg“처음부터 계속 떨어져 있던데. 싸우셨어요? 근데 싸움이 돼요? 대공 전하께서 가주님한테 뭐든 다 질 것 같은데. 그분한테는 가주님이 전부 같았으니까.”

16553722841778.jpg“그런 거 아니야.”

라니는 어쩐지 서늘하게 가라앉는 아멜리아의 목소리에 입을 다물었다. 아멜리아는 조금 씁쓸한 눈빛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16553722841778.jpg“전부라니. 그럴 리가 있겠어. 절대, 절대 아니야.”

라니의 말에 그녀의 마음이 무거웠다. 남들이 보기에도 그렇게 보이는 건가. 하지만 더는 이클리트의 마음에 자신이 전부가 되어선 안 된다.

16553722841778.jpg‘고작 내가, 그분의 모든 것이 되어선 안 돼.’

라니는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16553722841791.jpg‘소냐 할머니가 그런 말을 해서, 더 기분이 이상해…….’

사실 소냐가 라니에게 의아한 한마디를 남겼던 것이다. 아멜리아는 곧장 분위기를 바꾸며, 말을 돌렸다.

16553722841778.jpg“소냐는 잘 계시지? 혹시 따로 필요한 약품이 있으면 말해도 돼. 챙겨서 보내줄게.”

16553722841791.jpg“아, 소냐 할머니는 떠났어요.”

16553722841778.jpg“뭐?”

아멜리아는 뜻밖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

16553722841778.jpg“떠났다니? 대체 어디로?”

16553722841791.jpg“루베르로 가셨어요. 사실, 예전부터 루베르로 가신다고 했었는데, 우리가 걱정돼서 못 가셨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이쪽 영지로 이사 올 테니까, 안심된다며 가셨어요.”

16553722841778.jpg“아. 루베르 영지로 가셨구나.”

16553722841791.jpg“할머니도 이제 루베르 가주를 찾아보겠다고 했어요. 아, 가주님께는 따로 편지를 남겼는데, 나중에 영지로 오게 되면 드릴게요.”

16553722841778.jpg“그래, 고마워. 그나저나 북부라…….”

아멜리아는 어느 정도 이쪽 일을 수습하고 나면, 북부로 갈 생각이었다. 로사 유모를 만나야 했으니까.

16553722841778.jpg‘그리고 가능하다면 루베르 영지에 나도 한번 가보고 싶어.’

  *** 이클리트는 티어들과 영지를 한 바퀴 돌고 있었다. 영지는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가까웠기에, 마을을 일구고 개척하려면 시간이 제법 소요될 듯했다. 그때, 이클리트의 앞으로 라니가 다가와서는 고개를 숙였다.

16553722841791.jpg“대공 전하.”

이클리트는 덤덤한 시선으로 라니를 보면서, 다른 이를 찾는 듯했다. 그 시선을 눈치챈 라니가 곧장 말했다.

16553722841791.jpg“가주님은 다른 곳으로 가셨어요. 대공 전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이클리트는 라니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주변 티어들을 물러가게 했다.

16553722899078.jpg“무슨 일이지?”

16553722841791.jpg“소냐 할머니의 말을 전할게요.”

소냐라는 말에 이클리트의 눈빛이 멈칫했다.

16553722841791.jpg“북부로 떠난다는 말을, 대공 전하께 꼭 직접 전해달라고 했어요.”

이클리트는 소냐의 말에 입꼬리가 살짝 굳어졌다. 굳이 떠났다는 말을 따로 전하는 건, 자신 때문일 거다.

16553722899078.jpg‘그녀는 내 정체를 아니까. 서로 불편할 것을 알고 떠난 거겠지.’

라니는 뭔가 이해한 듯한 이클리트의 표정에 고개를 갸웃했다. 사실 소냐가 다른 말 없이, 이 말만 대공 전하께 전해달라고 했을 때 너무 이상했다.

16553722841791.jpg‘뭐지? 대공 전하와 소냐 할머니가 서로 아는 사이인가? 이렇게만 말해도 알아듣는다고? 그 정도로 가깝다는 거야?’

16553722899078.jpg“전해줘서 고맙다.”

16553722841791.jpg“아, 아니에요.”

그때, 계속 무심하게 굳어 있던 이클리트의 눈빛이 어느 한 곳을 향하더니 순식간에 부드럽게 풀렸다. 라니는 눈에 띄는 변화에 뭐지, 하며 고개를 돌렸다가 아, 할 수밖에 없었다. 이클리트의 시선 끝에는 아멜리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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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니는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이클리트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16553722841791.jpg“가주님이 그렇게 좋으신가 봐요. 방금도 제가 아닌 가주님을 찾은 거죠?”

이클리트는 계속해서 눈으로 아멜리아를 좇으며, 입을 열었다.

16553722899078.jpg“당연히 나의 아내니까.”

어느새 이클리트는 라니가 있다는 것도 잊은 채, 보이는 대로 마음을 속삭였다.

16553722899078.jpg“더없이 예쁘고, 사랑스럽고, 멋진. 나의 아내니까.”

라니는 너무 솔직하게 튀어나온 그의 속내에 괜히 자신이 부끄러워져서는 툴툴거렸다.

16553722841791.jpg“아니 뭐, 또 그렇게까지 솔직하게. 설마 대공 전하의 첫사랑이 가주님이에요? 지금까지 다른 여인은 한 번도 만나본 적 없어요?”

16553722899078.jpg“내게 손 내밀어준 사람이 그녀뿐이었다.”

16553722841791.jpg“아…….”

16553722899078.jpg“그녀 말곤 아무도 없어.”

16553722899078.jpg‘아무도, 필요 없어…….’

라니는 뭔가, 이클리트의 마음이 이해됐다. 이 세상, 유일한 단 한 사람이라는 것.

16553722841791.jpg‘도저히 싸울 수가 없지. 저분에겐 가주님이 세상 전부인데.’

그런데 소냐 할머니는 왜 그런 이상한 말을 했을까? 소냐가 떠나기 전, 라니에게 남긴 한 마디가 기이하게 그녀의 머릿속에 박혀 있었다.  

16553722841791.jpg‘두 분 사이가 달라지면, 내게 먼저 연락해주렴.’

16553722841791.jpg‘두 분 사이가 달라진다고? 어떻게?’

16553722841791.jpg‘그러니까 대공 전하께서 가주님과 이혼한다고 하면.’

16553722841791.jpg‘이혼이라니?’

16553722841791.jpg‘이혼이 아니더라도, 대공 전하께서 가주님을 떠난다고 하면 꼭 먼저 연락해줘야 한다.’

   라니는 이클리트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16553722841791.jpg‘대공 전하께서 가주님을 떠나다니. 그건 말도 안 돼.’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만약 가주님이 죽는다면, 대공 전하는 따라서 죽을 것 같았다. 그 정도로 서로 헤어지는 일은 없을 것 같은데. 하지만 만약.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지면. 그건 아마 예사로운 일은 아닐 거다. 그래, 한 가지는 알 것 같았다. 정말로 그런 일이 생긴다면.

16553722841791.jpg‘그건 전부 가주님을 위한 일일 거야. 가주님을 위해 떠나는 걸 거야.’

  *** 영지를 살핀 아멜리아는 다시 피오레로 돌아갈 준비를 끝냈다. 라니는 아멜리아에게 작별 아닌 작별 인사를 했다.

16553722841778.jpg“너도 오늘 돌아가니?”

16553722841791.jpg“저는 좀 더 둘러보고, 계획을 세운 뒤에 갈 거예요.”

16553722841778.jpg“계획?”

16553722841791.jpg“가주님이 손 내밀어주셨으니까. 그 손을 잡고 일어서는 건 우리 몫이죠. 염치없이 일으켜 세워달라고 하진 않아요. 게다가 생각해둔 것도 있고요.”

16553722841778.jpg“오호.”

16553722841791.jpg“루베르 영지에 있는 다른 루베르도 도와줄 거예요. 비록, 전 루베르는 아니지만 그들과 함께 살아갈 테니, 도울 거고요.”

라니의 말에 아멜리아는 엷은 미소를 그렸다.

16553722841778.jpg“라니, 난 네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16553722841791.jpg“네?”

16553722841778.jpg“솔라 제국민인 네가 루베르와 함께하는 건 가장 큰 시작이니까. 무엇이든 결정 나면 말해줘. 꼭 도울 테니까.”

16553722841791.jpg“고마워요, 가주님.”

16553722841778.jpg“다음엔 정말로 편하게 대하면 좋겠고.”

16553722841791.jpg“하여튼. 가주님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진짜 이상하다니까요.”

아멜리아는 라니와 다시 만나길 약속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 시선 끝에 이클리트가 아멜리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보며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16553722899078.jpg“이만 갈까요?”

하지만 아멜리아는 예전처럼 그의 손을 당연하게 잡지 않았다. 그저 잘 만들어진 미소를 지으며, 그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가 뗐다.

16553722841778.jpg“네. 돌아가요.”

그러곤 먼저 마차에 오르는 아멜리아를 보면서, 이클리트는 텅 빈 손을 씁쓸하게 붙잡았다. 미묘한 간극이 점점 깊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하녀들도 그런 아멜리아와 이클리트를 의아하게 바라보다가, 이클리트의 시선에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16553722899078.jpg‘그녀가 계속 나를 불편해한다면.’

이대로 계속 자신을 의식하면, 곤란해지는 건 그녀가 될 거다. 이클리트는 흔들리는 눈빛을 바로 잡고서 뭔가를 결심했다. *** 피오레에 당도한 아멜리아는 피곤한 낯빛을 숨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쌓여 있을 일을 처리해야 했다. 게다가. 아멜리아는 품에서 라니에게 받은 약통을 꺼냈다.

16553722841778.jpg“이것도 확인해야지.”

어쩌면 루베르 가주를 찾을지도 모를 단서. 이 정도로 대량으로 샀다면, 분명 판 사람은 기억할 거다. 물론 직접 주문하지 않고, 남을 시켰을지도 모르지만.

16553722841778.jpg‘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지. 하지만 이 정도로 대량 구입을 하려면…….’

16553722841778.jpg“솔라리스로 한번 가야 하나. 이 정도 물량이라면 황도에서밖에 구하지 못할 거야.”

게다가 사람이 많이 오가는 곳이어야 숨기도 쉬울 테니 말이다. 티어에게 임무로 시켜도 되지만, 아멜리아는 어쩐지 자신이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16553722841778.jpg‘루베르 가주가 점점 궁금해지고 있으니까.’

아멜리아는 대충 시간을 확인하고서, 케이트를 만나기 위해 침실을 나왔다. 그런데 뜻밖의 인물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16553722899078.jpg“부인.”

16553722841778.jpg“대공 전하? 여긴 무슨 일이세요?”

이클리트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복장이 승마복이었다.

16553722841778.jpg“어디 가시나요?”

16553722899078.jpg“부인도 함께 갈 겁니다.”

16553722841778.jpg“네?”

이클리트는 아멜리아에게 준비해둔 승마복을 건넸다.

16553722841778.jpg“이게 뭐죠?”

16553722899078.jpg“승마를 가르쳐드리기로 한 거, 가르쳐드리겠습니다.”

이클리트의 말에 아멜리아는 머뭇거리다가 결국 고개를 가로저었다.

16553722841778.jpg‘아직은 대공 전하와 단둘이 같이 있을 자신이 없어.’

16553722841778.jpg“하지만 지금은 케이트에게 가야 해요.”

16553722899078.jpg“부인의 시간을 제가 빌렸습니다.”

16553722841778.jpg“굳이 그렇게까지…….”

16553722899078.jpg“해야 합니다.”

순간, 냉정하리만큼 완강한 이클리트의 목소리에 아멜리아는 눈을 크게 떴다. 이클리트는 서늘한 시선으로 아멜리아를 응시했다.

16553722899078.jpg“우리, 지금 계약 관계 아닙니까? 침실을 다시 합치진 않을 테고. 나도 불편하고, 부인도 불편할 테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 불편한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선 안 되는 거 아닙니까.”

16553722841778.jpg“그건…….”

16553722899078.jpg“의식하지 마세요.”

아멜리아는 이클리트의 말에 머릿속이 번뜩였다.

16553722899078.jpg“서로 사랑하는 부부로 보여야 하는데, 지금은 누가 봐도 멀어진 관계입니다. 우리 사이를 남들이 의심하기 시작해서 이상한 소문이 나면 곤란한 거 아닙니까.”

16553722841778.jpg“맞아요. 그렇죠…….”

이클리트는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16553722899078.jpg“처음부터 제 잘못이었습니다. 잠시 제가 실수해서 관계가 흔들렸습니다.”

16553722841778.jpg“실수…….”

이클리트는 자신의 고백을 스스로 실수라고 치부했다.

16553722899078.jpg“그건 제가 사과하겠습니다. 그러니 다시 바로 잡도록 하죠.”

16553722841778.jpg“…….”

16553722899078.jpg“마음, 접도록 하겠습니다.”

흔들림 없는 이클리트의 시선에 아멜리아는 아린 통증을 삼켰다.

16553722899078.jpg“남편 역할만 충실하겠습니다. 그러니 부인도 그렇게 하도록 해요.”

이클리트의 말이 맞았다. 케이트도 그렇게 충고했었고.

16553722841778.jpg‘오히려 내가 너무 의식하고 있었어. 게다가…….’

지금 아픈 사람은 내가 아니다. 아무렇지 않게,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상처 입는 건 그였다. 그런 그가 이렇게 선택하고, 그 마음을 지워가겠다고 노력하는 거라면.

16553722841778.jpg‘나는 그 결정에 따를 거야. 아니, 오히려 내가 바라는 거잖아.’

그가 더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16553722841778.jpg“알겠어요, 대공 전하. 앞으로 다시 계약에 충실하도록 해요.”

아멜리아는 이클리트가 내민 승마복을 붙잡았다. 그 때문에 서로의 손길이 아주 짧게 스쳐 지났다. 아멜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떨리는 숨을 꾹 삼켰다. 그저 이렇게 잠깐 닿았을 뿐인데도 심장이 반응했지만, 아멜리아는 내색하지 않았다.

16553722841778.jpg‘앞으로는 계속, 이렇게 마음을 숨기고 감추며 삼키는 게 익숙해져야겠지.’

흔들리지 말자. 흔들리면 안 되는 거니까. 이 사람을 지키기 위해. 이 사람을 사랑하고 있으니까. 이 고통은, 자신한테 주는 벌이다. 그를 아프게 하는 만큼, 그녀 또한 감당해야만 했다.

16553722841778.jpg“그럼 옷 갈아입고 나올게요.”

아멜리아가 돌아서고, 이클리트는 그제야 서늘했던 표정이 무너져 내렸다. 그는 그녀의 온기가 닿았던 손끝을 꽉 붙잡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16553722899078.jpg“괜찮아. 노력하면 돼.”

마음을 접는 게 아니라 접은 척. 더는 자신에게 사랑이 아닌 척. 전부가 아닌 척. 이클리트는 매 순간 표정을 바로 잡고 또 잡았다.

16553722899078.jpg‘내 마음이 당신에게 방해만 된다면. 당신을 힘들게만 한다면, 자제할 수 있어.’

옷을 갈아입은 그녀가 다시 걸어 나왔다.

16553722841778.jpg“대공 전하, 그럼 뭐부터 할까요?”

16553722899078.jpg“말과 먼저 친해지도록 하죠.”

이클리트는 자신의 눈길에 그녀가 닿자마자 절로 풀어지려 하는 입꼬리를 바로 잡으며 답했다. 오직 그녀 때문에 자제력을 잃어버리지만, 또 그녀 때문에 통제되기도 한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16553722899078.jpg‘나는 영원히 고통받아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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