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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화. 약속 (97/199)

97화. 약속2021.12.06.

달 없는 밤이 끝나고, 새벽이 오자마자 아멜리아는 카르티아를 떠나 피오레로 향했다. 하지만 피오레에 도착하자마자, 이사나가 굳어진 표정으로 아멜리아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16553728605716.jpg“가주님.”

이클리트와 아멜리아는 심각한 표정으로 이사나의 말을 들었다.

1655372860572.jpg“그러니까, 신관이 사라졌다고요? 게다가 슈란 씨가 죽었다니…….”

아멜리아는 슈란에 대한 지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왜 이사나에게 붙잡혀서, 지하 감옥에 갇혀 있었다는 거지? 당혹스러워하는 아멜리아의 표정에 이사나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16553728605716.jpg“과수원 사건의 범인이 슈란입니다. 애초에 밀주 사건 자체에 슈란이 관계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렇게 처참하게 죽음으로서 버림받은 것 같고요.”

1655372860572.jpg“범인이, 슈란 씨였다니…….”

이사나의 말에 아멜리아는 그제야 둥이를 떠올렸다.

1655372860572.jpg‘그럼 둥이를 자신에게 보낸 건, 애초에 다 알고 계획한 일이라는 건가.’

이클리트도 아멜리아와 같은 생각을 하고선, 의혹이 진실이 되니 표정이 굳어졌다. 아멜리아는 이미 벌어진 일이기에, 충격은 잠시 접어두고 눈앞에 상황만 냉정하게 판단했다.

1655372860572.jpg“그럼 슈란 씨는 버려졌고, 신관의 시신이 없는 걸 보면 신관은 필요해서 데려갔다는 건데…….”

16553728605716.jpg“그게 의문이죠. 대체 그놈을 어디에 쓰려고. 진짜 쓸모없는 녀석이던데.”

이사나의 말에 아멜리아는 짧게 읊조렸다.

1655372860572.jpg“쓰일 곳이 있죠.”

그녀는 곧장 메사리나를 떠올렸다.

1655372860572.jpg‘신관은 메사리나의 죄를 입증할 증거였어. 추문 사건보다 신관을 이용한 게 신성회에 알려져야 더 제대로 메사리나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었다고.’

하지만 신관이 없어진 이상, 메사리나의 죄를 입증할 수가 없었다.

1655372860572.jpg‘누군가 메사리나를 도와주고 있다는 건가? 에드조프는 절대로 아니고.’

그때, 이사나가 이클리트를 보면서 묘한 말을 남겼다.

16553728605716.jpg“슈란이 죽기 전, 다잉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1655372860572.jpg“다잉 메시지요?”

아멜리아가 되묻자, 이클리트는 굳어진 표정으로 이사나를 응시했다.

16553728605716.jpg“예. 뱀을 그려놨어요.”

1655372860572.jpg“뱀…….”

1655372860572.jpg‘설마 둥이처럼 반인반수를 뜻하는 건가?'

이클리트도 뱀이라는 말에 멈칫했다. 반인반수를 뜻하는 거라면, 자신들이 알고 있는 여우를 그렸을 텐데. 뱀이라면.

16553728635141.jpg‘대체 누굴 말하는 거지?’

16553728605716.jpg“처음 신관을 찾았을 때. 자신의 뒤를 반인반수가 쫓았다고 했습니다. 신관의 뒤를 슈란이 보호하고 있었죠. 그럼 공통된 건 하나입니다.”

이사나의 말에 아멜리아와 이클리트는 동시에 깨달았다.

1655372860572.jpg‘둥이를 이용하고 있는 자.’

16553728635141.jpg‘이 밀주를 통해 반인반수를 도구처럼 쓰고 있는 자.’

그자가 뱀과 관련 있다는 얘기였다. 아멜리아는 결론이 거기까지 도달하다 더더욱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었다.

1655372860572.jpg‘그런 자가 대체 메사리나와 무슨 관계지?’

이사나는 이클리트에게 제대로 물었다.

16553728605716.jpg“대공 전하께 묻겠습니다. 밀주와 반인반수, 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 겁니까? 대공 전하께선 이미 과수원 때부터 뭔가를 짐작하신 거죠? 슈란을 죽인 상처도 그렇고, 황궁에서 늑대에게 발견된 상처 역시 전부 마체테가 사용됐습니다.”

마체테라는 말에 아멜리아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1655372860572.jpg‘마체테라면, 둥이야.’

16553728605716.jpg“뭔가 알고 있는 게 있다면 알려주시죠. 더는 그 밀주, 북부만의 일이 아닌 것 같으니까.”

이클리트는 이사나의 말에 밀주에 관한 모든 걸 말해주었다. 이사나는 생각지도 못하게 드러나는 전말에 헛숨을 내쉬었다.

16553728635141.jpg“반인반수는 완벽한 짐승이 될 수는 없지. 그 밀주 때문에 인간을 잃어버리고,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것이다.”

16553728605716.jpg“그 여우 새끼가…… 하긴, 조종하려면 정신을 빼앗아버리는 게 쓰기 편하죠.”

아멜리아는 표정이 좋지 않은 이사나를 향해 말했다.

1655372860572.jpg“둥이는 날 구해줬어요. 황궁에서 늑대를 죽인 그 마체테, 둥이가 사용하는 게 확실해요.”

16553728605716.jpg“…….”

1655372860572.jpg“둥이는 이용당하고 있어요. 그런 둥이를 이번엔 내가 구해줘야 해요. 게다가 그 밀주라는 것도 위험하고. 반인반수를 이런 식으로 이용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으니까. 그들도 결국은, 솔라 제국민이에요.”

이사나는 아멜리아의 말에 어두운 미소를 그렸다.

16553728605716.jpg“또 어려운 길을 가시네요.”

1655372860572.jpg“그래서 또 뭐라고 하면서 막아보려고요?”

16553728605716.jpg“아니요. 이번 일엔 저도 관심 있습니다. 그들을 쫓다 보면, 왠지 만날 것 같거든요.”

1655372860572.jpg“만나다니, 누굴?”

하지만 이사나는 말을 아낀 채, 그저 특유의 넉살 좋은 미소를 그렸다. 그러나 그의 안에서는 날 선 증오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16553728605716.jpg‘어쩌면 수인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사라진 줄 알았는데. 그들이 살아 있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아.’

이클리트는 어쩐지 이사나의 눈빛이 묘하게 신경에 거슬렸다.

1655372860572.jpg“자, 그럼 우리가 쫓아야 할 적은 명확해졌네요.”

이사나와 이클리트는 아멜리아를 바라보았다.

1655372860572.jpg“우린 이제 밀주의 주인을 쫓아야 해요. 아무래도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의 범인이 그 사람 같으니까. 하지만 실체를 찾지 못하고 있죠. 내 생각엔 메사리나와 연관 있는 것 같은데, 메사리나는 경솔해요. 메사리나를 방울처럼 이용하죠.”

16553728605716.jpg“방울이라…….”

이사나는 아멜리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1655372860572.jpg“메사리나를 살피다 보면, 분명 그자의 정체를 알 수 있을 만한 일이 생길 거예요.”

이클리트는 아멜리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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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침실로 돌아온 이클리트의 표정은 복잡했다. 점점 수인도, 반인반수도 언제부터인지 가까이 다가오는 기분이 들었다.

16553728635141.jpg‘이 세상 어딘가에서 숨죽이며 숨어 있던 이들이다. 특히 수인은 더더욱 그랬어. 그런데 왜 갑자기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거지?’

그로 인해 아멜리아가 위험해지지 않을까. 어쩐지 밀주를 사용하는 그 누군가가 그녀를 휘말리게 하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16553728635141.jpg‘정말 그런 거라면, 누군가가 그녀를 노리고 있다면.’

이클리트는 순간 피가 차갑게 식으면서, 금방이라도 그 누군가의 숨통을 죄고 싶어졌다.

16553728635141.jpg“반인반수를 이용한다라…….”

어쩐지 낯설지 않았다. 애초에 자신이 황제에게 이용당하기 위해 태어났으니까. 이클리트는 침대 아래에서 낡은 궤짝을 하나 꺼냈다. 그러자 그 안에는 지난날, 그가 슬쩍 감춰두었던 밀주가 한 병 들어있었다. 이클리트는 떨리는 시선으로 그 밀주를 붙잡았다. 그는 밀주의 코르크를 따서 살짝 냄새를 맡았다. 일순, 강렬한 자극이 머릿속을 파고들었지만, 그때보다는 괜찮았다. 그는 불안한 표정으로 술병을 보다가 단 한 방울. 딱 한 방울을 마셔보았다.

16553728635141.jpg“흐으윽!”

한 방울이 혀에 닿아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순간, 자제하고 있던 짐승의 피가 역류하면서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16553728723767.jpg-넌 괴물이야.

16553728723767.jpg-자, 넌 괴물이니까, 어서 변해. 어서!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귓가로 흘러들었다. 바로 아스란 황제의 목소리. 이클리트는 있는 힘껏 주먹을 움켜쥐고, 이를 악물면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안개와는 차원이 달랐다. 고작 한 방울만으로도 이렇게 정신이 나갈 것 같은데. 이걸 모르고 다 마셔버리면…….

16553728635141.jpg‘아무리 나라도 변하는 걸 막을 수 없을지도 몰라.’

이클리트는 계속해서 둥이가 잊히지 않았다. 녀석도 아멜리아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고, 어떻게든 지켜주려고 필사적이었으나 결국엔 의지를 잃고 말았다. 만약. 정말로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누군가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자신을 노린다면.

16553728635141.jpg‘그로 인해 내가 괴물로 변해, 아멜리아를 해치게 된다면…….’

꿈에서 본 그녀가 사라진 그 세상이 자꾸만 공포스럽게 밀려온다. 그렇게 될 바엔 차라리.

16553728635141.jpg‘내가 죽을 거야.’

이클리트에게 망설임은 없었다. 아니, 선택할 필요도 없는 문제였다.

16553728635141.jpg‘내 불행과 저주의 냄새를 그녀가 알지 못하길 바라지만.’

이렇게 휘말린 이상, 어쩌면 그녀는 알고서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16553728635141.jpg“내 곁에 있어 줄지. 아니면 떠날지.”

그때, 아멜리아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불안했던 이클리트의 표정이 순식간에 풀어졌다.

1655372860572.jpg“들어갈게요, 대공 전하.”

이클리트는 순간 아차, 싶어서 재빨리 밀주를 숨겼다. 침실로 들어온 아멜리아는 그가 뭔가 슬쩍 숨기는 걸 봤지만, 애써 못 본 척하고선 자연스럽게 입을 열었다.

1655372860572.jpg“대공 전하.”

16553728635141.jpg“무슨 일 있으십니까?”

1655372860572.jpg“그건 내가 물어야 할 거 아니에요?”

16553728635141.jpg“네?”

1655372860572.jpg“내가 이제 대공 전하를 너무 잘 알게 된 모양이에요.”

16553728635141.jpg“그게 무슨…….”

아멜리아는 이클리트에게로 성큼 다가가서는 살짝 당황스러워하는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이클리트의 얼굴이 주체할 수 없이 붉게 달아올랐다.

16553728635141.jpg“부, 부인?”

1655372860572.jpg“이사나 경과 만났을 때, 표정이 안 좋았어요. 북부의 밀주가 말썽을 부리는 것이 신경 쓰이는 거죠?”

16553728635141.jpg“부인께선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이클리트가 금방 입꼬리를 올렸지만, 아멜리아는 짐짓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1655372860572.jpg“나한테는 억지로 웃지 말라고 했으면서. 내가 대공 전하의 미소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아요?”

어느새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입매를 간지럽게 어루만졌다.

1655372860572.jpg“얼마나 환하고 예쁘게 웃는데요.”

이클리트는 나직이 번지는 열기에 저도 모르게 긴장한 어조로 속삭였다.

16553728635141.jpg“그럴 리가 없을 텐데. 남들은 전부 날 무서워하는걸요.”

1655372860572.jpg“당연히 남들은 모르죠. 나한테만 보여주시니까.”

어느새 그녀의 손끝으로 그의 떨림이 느껴졌다.

1655372860572.jpg“나한테만 보여주는,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게 해주는 그런 미소. 그런 미소를 나 혼자 독차지해서 얼마나 좋은데요.”

이클리트는 그녀의 손을 붙잡고서, 손가락 하나하나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16553728635141.jpg“그런 말 하면, 위험하단 생각 안 하십니까? 아니면 날 너무 믿는 건가?”

1655372860572.jpg“당연히 알면서 하는 거죠. 다른 의미로 대공 전하를 믿는 거고.”

점점 기분이 들뜨기 시작하면서, 이미 익숙해진 감각이 그녀의 심장을 두드렸다. 손가락에 닿은 그의 호흡이 점점 눅진해지면서, 이클리트는 그녀의 허리를 잡고서 속삭였다.

16553728635141.jpg“그럼 지난번, 일단 못 했던 거. 지금 해야겠네요.”

이클리트는 아멜리아를 순식간에 들어 올려서는 그대로 입을 맞추었다. 자신의 걱정을 순식간에 가져가 버린 아멜리아의 모습에, 이클리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입매가 풀어지고 말았다. 아멜리아는 그가 전해주는 뜨거운 열기를 한껏 머금고서 제 입술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곡선에 간지러운 듯 웃었다.

1655372860572.jpg“어, 웃었다.”

그녀가 살며시 고개를 들고서 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해사하게 속삭였다.

1655372860572.jpg“역시, 이 미소가 좋아요.”

아멜리아는 휘늘어진 그의 입술 위로 쪽쪽 입을 맞추었다. 이클리트는 이 충만한 행복을 한껏 음미하며 늘어진 어조로 말했다.

16553728635141.jpg“부인을 설레게 하는 겁니까?”

1655372860572.jpg“언제나 설레게 하죠.”

16553728635141.jpg“그럼 내가 바라는 게 또 이뤄졌네요. 그대를 설레게 하고 싶은 거. 설레고 또 설레게 하면서, 부인에게 사랑받고 싶으니까.”

여러 번 그의 입술을 머금던 아멜리아가 조금 더 깊이 입술을 마주 물었다. 이클리트 역시 숨 쉴 틈도 없이 그녀의 호흡을 삼키며 심장이 점차 생기 넘치게 뛰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그의 목덜미를 껴안고서, 그의 머리카락을 예전처럼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1655372860572.jpg“밀주는 북부에서 시작된 거지, 북부 탓이 아니에요. 마음대로 대공 전하의 탓으로 돌리지 말아요.”

16553728635141.jpg“정말 그것 때문에 신경 쓴 게 아닙니다.”

1655372860572.jpg“그럼 그건 아니라고 치고, 앞으로 나한테 다 말해줘요.”

이클리트는 움찔하면서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안온한 온기를 품은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았다.

1655372860572.jpg“그래야 내가 당신을 달려주고, 더 사랑해줄 수 있어요.”

마치, 자신의 고민을 다 아는 것처럼 말하는 아멜리아를 보면서. 이클리트는 그녀를 믿기로 했다.

16553728635141.jpg‘설령, 모든 것이 밝혀져서 그녀가 떠난다고 해도. 그래도 나는, 참 행복했어.’

단 한 순간이라도 그녀에게 이토록 사랑받았으니. 이토록 사랑할 수 있었으니. 이클리트가 그녀의 목덜미에 잘게 입을 맞추었다. 그러다가 그녀의 목걸이가 그의 입술에 걸렸고, 아멜리아는 여전히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1655372860572.jpg“눈도 이 얼음과 같나요?”

16553728635141.jpg“차갑기는 하죠.”

1655372860572.jpg“한 번도 눈을 본 적이 없어서, 어떨지 궁금해요.”

물론 태양을 기리는 솔라에서 눈은 두려운 것이고, 저주받은 것이지만. 그래도 아멜리아는 그가 살아온 그 세상이 궁금했다.

16553728635141.jpg“보여줄까요?”

1655372860572.jpg“응?”

16553728635141.jpg“아주 잠깐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요.”

이클리트는 여전히 아멜리아를 안은 채, 창가로 데려갔다. 아멜리아는 조금 긴장했지만, 눈이라는 게 궁금했다. 이클리트는 살짝 어둠이 내린 바깥을 응시하다가 살며시 손짓했다. 그러자 바깥으로 기묘한 풍경이 펼쳐졌다. 아멜리아는 눈을 크게 뜨고서 고개를 갸웃했다. 마치 하늘에서 민들레 홀씨가 흩날리는 것 같았다.

1655372860572.jpg“꽃씨를 날리시는 거예요?”

뜻밖의 말에 이클리트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16553728635141.jpg“아니요. 저게 눈입니다.”

1655372860572.jpg“저 꽃 같은 게 눈이라고요?”

이클리트가 창문을 열었다. 아멜리아는 조심스럽게 눈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새하얀 것이 그녀의 손바닥에 닿자마자 사라졌다.

1655372860572.jpg“아, 없어졌어요.”

16553728635141.jpg“녹은 거랍니다.”

1655372860572.jpg“진짜 차갑다. 하지만 신기해. 너무 예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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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클리트가 내리게 한 눈은 금방 시야에서 사라졌다. 아멜리아는 뭔가 아쉬우면서도 기대감에 부풀었다.

1655372860572.jpg“북부는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 쌓여 있는 곳이군요. 전혀 얼어붙은 곳이 아니잖아요. 이런 곳이 저주받은 곳이라니…… 난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이클리트는 아멜리아의 말에 어쩐지 조금은 예상한 듯, 부드럽게 웃었다.

1655372860572.jpg“예쁜 걸 보면 시간이 멈추는 것 같다고, 대공 전하가 그러셨잖아요. 나도 방금 너무 예뻐서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어요.”

16553728635141.jpg“더 보고 싶으십니까?”

1655372860572.jpg“네.”

이클리트는 살짝 긴장했지만, 그래도 진심을 담아 말했다.

16553728635141.jpg“그럼. 북부에 갈까요?”

아멜리아는 그가 그저 가볍게 하는 말이 아님을 알았다.

16553728635141.jpg“로사 유모도 만나고. 부인에게, 보여줄 것도 있습니다.”

보여줄 것. 아멜리아는 본능적으로 그것이 아주 중요한 것임을 깨닫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1655372860572.jpg“그래요. 우리 북부로 가요.”

솔라의 감옥이라 불리는 북부. 모두가 두려워하고 꺼리는 곳이지만, 아멜리아는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그곳에서 생애 가장 아름다운 것을 목도할 것 같은, 그런 설렘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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