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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화. 그녀의 목에 방울 달기 (99/199)

99화. 그녀의 목에 방울 달기2021.12.13.

후지아가 찾아왔다니.

16553729292868.jpg‘메사리나 때문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여길 찾아오나? 대체 무슨 낯으로? 하긴, 그런 걸 생각했을 리가 없지. 아멜리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응접실로 들어섰다. 그러자 순식간에 짙은 향수 냄새가 코를 찌르면서, 눈이 따가울 정도로 화려하게 차려입은 후지아가 아멜리아에게 다가왔다.

16553729292875.jpg“아멜리아!”

그녀는 가증스러울 정도로 환하게 웃으면서 아멜리아를 안았다. 어찌나 목소리가 찢어지는지, 일순 고막이 먹먹해질 지경이었다.

16553729292875.jpg“잘 지냈지? 건강해 보이네. 이번에 오해받아서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까. 엄마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어머, 그래도 가주님인데, 미안해. 딸처럼 부르는 게 습관이 돼서.”

어느 정도 가증을 떨 거로 생각하긴 했지만, 이건 상상 이상이라서 아멜리아는 헛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16553729292868.jpg“백작 부인도 건강해 보이네요.”

아멜리아가 백작 부인이라 선을 딱 긋자, 일순 후지아의 눈매가 움찔했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16553729292868.jpg“그나저나 오해라…… 그 오해를 누가 만들었죠? 백작 부인은 아직 모르시나요?”

후지아는 아멜리아를 잡은 손에 힘을 주곤, 의연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16553729292875.jpg“아멜리아, 너도 알잖아. 메사리나 그 애가 아직 철없고, 천진난만해. 그래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문을 믿어버린 거야. 그래서 실수한 거고. 솔직히 바스티얀 대공 전하께서 백작가에 자주 오셨잖니. 그래서 조금 더 오해한 거지.”

16553729292868.jpg“…….”

16553729292875.jpg“그러니까 네가 우리 메사리나를 한 번만 도와주렴. 넌 언니잖아. 서로 잘 지냈잖니. 응? 지금은 그래도, 예전엔 체자렛 백작가에서 한 가족으로 잘살았는데. 너무 매정한 거 아니니?”

후지아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계속 지껄이자, 아멜리아도 더는 들어줄 수가 없었다.

16553729292868.jpg“정말 모르는 건지, 아니면 모르는 척 뻔뻔하게 나가려는 건지. 메사리나가 누굴 닮았는지, 제가 잠깐 잊고 있었네요.”

16553729292875.jpg“아멜리아.”

16553729292868.jpg“그 소문을 만든 게 메사리나라서, 그것 때문에 중앙청에 잡혀 있는 건데. 철없고, 천진하다라…… 그런 것치고는 너무 음흉하게 일을 꾸미지 않았나요? 하긴 천진하긴 하네요. 그러니까 이런 엄청난 짓을 서슴없이 했겠지.”

16553729292875.jpg“아무리 네가 피오레 공작가 가주가 되었다지만, 너무 하는구나. 그래도 가족…….”

아멜리아는 후지아가 잡은 손을 한껏 움켜쥐었다. 후지아는 그런 아멜리아의 힘에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순간, 아멜리아의 목소리가 차갑게 그녀에게로 박혀 들었다.

16553729292868.jpg“계속 듣고 있기 거북해서 그런데, 백작 부인 말대로 난 피오레의 가주입니다. 공작이란 말입니다. 백작 부인께서 이렇게 함부로 말 놓아선 안 되는.”

아멜리아는 후지아를 잡은 손에 점점 더 힘을 주었다. 피오레에 들어온 이후, 저격술도 배우고, 승마술도 배우다 보니, 예전처럼 연약한 레이디이지 않았다.

16553729292868.jpg“그때 경고했을 텐데요. 선을 넘지 말라고. 아니면 정말로 날 딸로 여기는 건가? 체자렛 사람이라고? 그렇구나. 그럼 정말로 제가 어머니의 딸이고, 체자렛 영애라면.”

아멜리아는 냉랭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16553729292868.jpg“가져도 되죠?”

후지아는 바로 눈앞에서 느낀 압박감에 저도 모르게 숨을 참았다. 자신이 알던 아멜리아의 모습이 아니었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 있단 말인가!

16553729292875.jpg‘조금만 구슬리면, 어떻게든 될 줄 알았는데!’

16553729292875.jpg“뭐, 뭘 말이지?”

16553729292868.jpg“보아하니 메사리나를 나한테 부탁하러 온 거면, 아버지가 메사리나를 도와주지 않는 모양이네요. 아버지는 원래 그러셨죠. 메사리나를 인정하지 않았잖아요.”

아멜리아의 말에 후지아는 사색이 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16553729292875.jpg“그, 그런 게 아니야. 백작님께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아서…….”

16553729292868.jpg“그럼 신경 쓰이지 않게, 내가 내 자리로 돌아가 볼까요? 체자렛 백작가의 재산. 상속. 내가 가져도 되는 거죠? 원래 내 것이잖아요. 공작이 되어도, 백작 작위를 동시에 못 가질 것도 없고.”

16553729292875.jpg“무슨 말도 안 되는! 백작님은 널 이미 딸로 생각 안 해. 상속자가 바뀐 지가 언제인데! 네가 마음대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아!”

후지아는 참고 있던 민낯을 전부 드러내며, 아멜리아를 향해 비명처럼 외쳤다. 아멜리아는 그런 후지아의 모습에 나직이 혀를 찼다.

16553729292868.jpg“아까는 딸이라더니. 당신한테 필요한 순간에 자꾸 날 이용하려고 하지 마요. 내가 진짜 본격적으로 이용해버리고 싶어지니까.”

16553729292875.jpg“…….”

16553729292868.jpg“내가 맘먹고 다시 빼앗으러 갈 수도 있으니, 자꾸 내 생각 바뀌게 내 앞에서 거슬리게 하지도 말고. 알겠죠? 백작 부인.”

아멜리아는 그제야 후지아의 손을 풀어주었다. 대놓고 말하지 않아도, 이제 그만 떠나라는 의미였다. 그러니, 공작가를 찾아온 손님임에도 불구하고 차 한 잔을 내놓지 않았지. 후지아도 이 은연중 받은 치욕에 바들거리는 입술에 힘을 주었다.

16553729292875.jpg“……실례가, 많았습니다.”

16553729292868.jpg“멀리 나가지 않겠어요.”

응접실을 빠져나온 후지아의 얼굴이 엉망으로 어그러졌다. 메사리나가 말도 안 되는 일로 중앙청에 갇혔을 때. 백작님이 구해줄 것이라 여겼지만, 그는 냉정하게 메사리나를 버렸다. 하지만 만회할 기회는 있었다. 이대로 포기하면, 백작가의 그 엄청난 재산을 눈앞에서 놓치게 되니까.

16553729292875.jpg‘아멜리아, 저걸 어떻게든 이용하면 될 줄 알았는데!’

아주 주제도 모르는 자리에 오르더니, 시건방짐이 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16553729292875.jpg‘일단 지금은 메사리나만 생각해야 해.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놓칠 수 없어. 혹시나 그 재산이 다시 아멜리아에게 돌아가는 것만큼은 절대로!’

16553729292875.jpg“하지만 메사리나를 대체 무슨 수로 빼내야 하는 건지!”

자꾸 여기저기 도움을 청할 수는 없었다. 안 그래도 사교계에서 메사리나의 이미지가 완전 엉망이 됐으니 말이다.

16553729292875.jpg‘이게 전부 아멜리아, 저 계집 때문이야!’

예전엔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던 것이. 메사리나가 백작이 되어야 그나마 비등해지는데……. 후지아가 공작가를 나서자, 기다리고 있던 하녀가 황급히 달려와서는 속삭였다.

16553729376361.jpg“마님, 메사리나 아가씨께서 지금 백작가에 계시답니다.”

후지아는 생각지도 못한 말에 눈을 크게 떴다.

16553729292875.jpg“뭐? 진짜? 중앙청을 나왔다고?”

16553729376361.jpg“예. 백작가에서 자숙하라는 명이 내려왔답니다.”

16553729292875.jpg“그럼 그렇지! 백작님이 꺼내주신 거야. 그런 줄도 모르고 괜히 여기 와서 이런 수모를 겪다니. 어서, 어서 돌아가자.”

후지아는 금방 기분이 좋아져서는, 피오레 공작가를 한껏 노려보았다.

16553729292875.jpg‘두고 봐라, 아멜리아. 이 수모는 반드시 갚아줄 테니까.’

16553729376384.jpg

  *** 마미가 응접실에 남아 있는 아멜리아에게 다가왔다.

16553729376389.jpg“백작 부인은 떠나셨어요.”

아멜리아는 여전히 기분 나쁘게 남아 있는 향수를 느끼며, 미간을 찡그렸다.

16553729292868.jpg“소식은 전해졌니?”

16553729376389.jpg“예, 그 하녀가 전해준 것 같아요. 메사리나가 백작가로 풀려난 사실을요.”

하지만 마미는 영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16553729376389.jpg“그런데 정말로 가주님이 메사리나 아가씨를 풀어주신 거예요? 대체 왜…….”

16553729292868.jpg“풀어준 게 아니라, 방울을 단 거야.”

16553729376389.jpg“방울이요?”

16553729292868.jpg“그래. 앞으로 메사리나가 지금까지처럼 천진난만하게 움직이면서 방울을 울려야지. 누굴 만나는지. 누가 메사리나를 돕고 있는 건지.”

분명 그자가, 밀주의 주인이 분명하니까.

16553729292868.jpg“마미, 여기 환기 좀 시켜줘. 여전히 너무 역하구나.”

  *** 메사리나가 백작가로 돌아왔다. 체자렛 백작은 메사리나를 만나지 않았다. 하지만 메사리나는 마음을 차분하게 했다.

16553729408534.jpg‘실수한 건 인정하자.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니야. 다시 백작님께 인정받으면 돼.’

잠시 후, 후지아가 뛰어 들어와서는 메사리나를 안아주었다.

16553729292875.jpg“메사리나! 얼마나 고생 많았니. 아멜리아 그년 때문에!”

16553729408534.jpg“어머니.”

16553729292875.jpg“사교계에서 네 소문이 지금 장난 아니야. 하지만 괜찮아. 금방 바뀌는 게 소문이야. 그렇지?”

후지아는 은근슬쩍 메사리나를 압박했다. 반드시 원래대로 모든 것을 되돌려놔야 한다고 말이다. 메사리나는 그 모습에 짙은 미소를 그렸다.

16553729408534.jpg“당연하죠. 소문이란 깃털보다 가볍다고 하잖아요. 일단은 자중하고 있을 거예요. 그런 의미로 아리나 숲속에 체자렛 별장이 있죠?”

아리나 숲은 체자렛 백작가 영지에 있는 숲이었다. 보통 타지에 있는 상인들이 체자렛 백작령으로 들어오기 위해 많이 이용하곤 했다.

16553729292875.jpg“별장이라니. 거긴 거의 숲을 관리하는 파수꾼들이 지내는 곳이야. 설마…….”

16553729408534.jpg“네. 거기서 자숙하고 있을게요. 그 정도는 보여야, 아버지가 절 용서해주겠죠.”

16553729292875.jpg“하지만 불편할 텐데.”

16553729408534.jpg“괜찮아요.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16553729292875.jpg“그래. 난 너만 믿어. 잘 해낼 거야. 눈앞에 체자렛 백작가가 있는데, 그걸 잃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지.”

키르케 그 여자가 그 숲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조만간 때가 올 거라고. 물론 그 여자, 아무리 대공 전하의 유모라고 하지만 뭔가 이상하고 기이했다. 그래도 일 하나는 확실하게 한 듯했다.

16553729408534.jpg‘날 중앙청에서 내보낸 사람이 아멜리아라고 들었어. 아무래도 신관이 죽은 건 확실한 것 같아. 안 그러면 아멜리아가 이 좋은 기회를 그냥 놓칠 리가 없잖아?’

게다가 지금은 그 여자가 수상하니, 마니를 따질 때가 아니었다.

16553729408534.jpg‘난 여기서 죽지 않아. 반드시 네 비밀을 밝혀내고 다음 사냥에서는 널.’

16553729408534.jpg“정말로 추락시킬 거야.”

  *** 아멜리아는 집무실에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면서 끼적였다. 그런 그녀의 곁으로 이클리트가 다가와서는 준비한 차를 내려주었다.

16553729438255.jpg“마시면서 조금 쉬시죠.”

16553729292868.jpg“아! 감사해요.”

아멜리아와 이클리트가 진짜 부부가 되면서 되찾은 일상 중 하나였다. 바로 그녀의 티타임은 항상 이클리트가 준비하는 것. 이클리트는 그녀가 무얼 쓰고 있었는지 잠시 살폈고, 아멜리아는 조금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16553729292868.jpg“루베르가 만드는 마법 도구가 일상화된다면 그들에게 엄청 큰 도움이 되겠죠?”

이클리트는 그제야 그녀가 뭘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지 알았다. 루베르가 마법 도구를 만들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줄 생각인 거다. 게다가 만든 마법 도구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도 생각하는 듯했다.

16553729438255.jpg“그럴 겁니다. 특히나 실생활에 쓰일 수 있는 거라면 더더욱.”

보통 마법 도구는 귀족의 사치품이나 군사품이었으니까.

16553729292868.jpg“루베르가 몇 가지 괜찮은 마법 도구를 만들어내면, 실험해보고 여러 상단에 소개해보려고요. 가장 중요한 건, 이걸 루베르가 만들었고 그들이 우수한 장인이라는 걸 알리는 거예요. 절대로 저주받은 이방인이 아님을. 이들도 솔라 제국민으로서 살아가고 있음을.”

16553729438255.jpg“잘못하면 루베르가 이용당할 수도 있습니다.”

16553729292868.jpg“루베르 뒤에 피오레가 있다는 걸 보여줘야죠.”

아멜리아는 싸늘한 시선과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16553729292868.jpg“더불어 클리오 대공 전하도 함께하고 있음을 알리고요. 감히 함부로 루베르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지켜야죠.”

단호한 아멜리아의 모습에서, 제법 가주다운 모습이 느껴졌다. 가주는 가문의 주인을 넘어서 황제 다음으로 영지민을 지키고, 희생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아멜리아는 어쩐지 말이 없어진 이클리트의 모습에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16553729292868.jpg“내가 너무 주제넘게 말했나요? 하긴. 아직 그들을 지키기 위해선 내 힘이 많이 부족한데…….”

16553729438255.jpg“루베르는 따지고 보면 피오레 영지민도 아닙니다.”

16553729292868.jpg“네?”

16553729438255.jpg“부인이 이렇게 필사적으로 지킬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들을 옹호하다가 곤경에 처할 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사실 다섯 공작가의 심판도, 루베르 가주만 설득하면 되는 일 아닙니까.”

16553729292868.jpg“그렇긴 하지만. 잘 되면 좋잖아요. 예전에 내가 영지민들을 위해서 축복의 꽃을 모두가 볼 수 있게 불꽃으로 만든 거 기억하시죠?”

16553729438255.jpg“잊을 수 없죠.”

16553729292868.jpg“그 마음과 같아요. 차별없이, 모두가 그저 평범하게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영지민들은 그때 불꽃을 봤지만, 루베르는 그 불꽃조차 못 봤잖아요. 다 떨어진 재만 훔쳐봤을 뿐. 나는 그들을 위한 불꽃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러다가 나중엔 그들 스스로 불꽃을 피울 테고. 지금 이게 그 시작이 될 수 있어요.”

처음엔 루베르를 이용하기 위해 시작했지만, 그건 다 잊어버리고 아멜리아는 그들을 응원하고 도와주고 있었다. 그 마음이 진심이기에, 루베르도 자신들의 기술을 훗날 아멜리아를 위해 쓰겠다고 마음을 연 것이다.

16553729438255.jpg‘그건 결코 약한 것이 아니다.’

16553729438255.jpg“그 마음이면 됩니다.”

16553729292868.jpg“대공 전하?”

이클리트는 아멜리아와 눈을 마주하며, 강하게 속삭였다.

16553729438255.jpg“그 마음이 그들에겐 큰 힘이 될 겁니다. 사람을 움직일 힘은 절대 약한 힘이 아니에요. 결국은 모두가 더 많은 사람을 갖고자 싸우고, 노력하는 거니까.”

16553729292868.jpg“정말 그럴까요?”

16553729438255.jpg“그리고 내가 부인의 곁에 있을 거니까. 부인의 힘이 부족할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어쩐지 위험스럽게 번지는 이클리트의 말에 아멜리아는 묘하게 등골이 서늘해졌지만, 그래도 든든함을 느꼈다. 아멜리아는 이클리트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문득 한마디를 내뱉었다.

16553729292868.jpg“대공 전하께서 항상 다정하게 곁에 있어 주는 게, 따사남인 거죠?”

이클리트는 아멜리아의 말에 움찔했다.

16553729292868.jpg“저번에 그랬잖아요. 따사남!”

16553729292868.jpg‘따사남이 뭔데요?’

16553729438255.jpg‘낮엔 충견처럼 따뜻하고, 밤엔 맹견처럼 사나운 그런 남자. 그래야 부인한테 사랑받는다고······.’

   이클리트는 그때 일을 떠올리고서는 얼굴이 붉게 변했다.

16553729438255.jpg“부, 부인 그건…… 부인은 그런 취향이 아니라고…….”

16553729292868.jpg“대공 전하께서 낮에는 충견처럼 제 곁에 다정하게 있어 주신다면, 그럼 밤에는요?”

16553729438255.jpg“…….”

16553729292868.jpg“밤에는 맹견처럼 어떻게 바뀌는데요?”

아멜리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묻자, 얼굴이 붉어졌던 이클리트가 다른 의미로 속이 타들어 갔다.

16553729438255.jpg“맹견은…….”

이클리트가 순식간에 아멜리아를 번쩍 들고서 책상에 앉혔다. 그녀의 눈빛이 점점 뜨겁게 일렁였고, 이클리트도 그런 그녀의 눈동자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며 보다 가까이 다가왔다.

16553729438255.jpg“이렇게, 집어삼키는 거.”

순식간에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물어뜯을 듯, 파고들면서 밀려들었다. 아멜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몸이 뒤로 밀리면서,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다가 격해지는 호흡에 흠칫하며,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깊이 박았다.  

16553729529351.jpg

  다정한 강아지가 아닌 흉포한 맹수가 금방이라도 그녀를 전부 삼킬 듯 거세게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숨이 부족해진 아멜리아가 겨우 그의 어깨를 붙잡고서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그의 눈빛엔 채워지지 않는 갈망이 그녀를 이끌고 있었다.

16553729292868.jpg“아, 아직 밤이 아닌데…….”

16553729438255.jpg“그래서 이 정도입니다.”

아찔하게 번지는 목소리에 아멜리아의 숨이 헐떡였다.

16553729438255.jpg“아직, 시작도 안 했어요.”

그의 속삭임이 유혹처럼 느껴졌다. 유혹에 넘어간 묘한 기대감이 아멜리아의 이성을 끊고 억지로 밤을 불러오려는 순간.

16553729560195.jpg“가주님, 대공 전하.”

노크와 함께 카마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멜리아는 움찔하며 재빨리 몸을 바로 했고, 이클리트는 순식간에 태연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16553729438255.jpg“들어와라.”

아멜리아는 그런 이클리트의 모습이 살짝 얄미웠다.

16553729292868.jpg‘뭔가 나만 엉망으로 휘둘리는 것 같아!’

잠시 후, 문이 열리면서 카마리와 이사나가 함께 들어왔다. 아멜리아는 이사나까지 들어오자, 곧장 표정이 굳어졌다.

16553729292868.jpg“무슨 일이죠? 어떻게 둘이서 같이…….”

카마리와 이사나는 두 사람에게 예를 갖추고서, 이사나가 먼저 운을 띄웠다.

16553729560209.jpg“가주님께 위쪽에서부터 장마가 시작됐다는 보고를 드렸을 겁니다.”

16553729292868.jpg“들었어요. 피해가 적어야 할 텐데. 설마 벌써 피해를 입은 건가요?”

16553729560209.jpg“좀 다른 피해입니다.”

16553729292868.jpg“무슨?”

16553729560209.jpg“실종 사건입니다. 벌써 그 마을에서만 다섯 명이 실종되었습니다.”

이사나의 말에 이클리트와 아멜리아의 눈빛이 굳어졌다. 문제는 카마리의 보고였다.

16553729560195.jpg“이번 실종 사건이 과수원 사건과 유사합니다. 짐승에게 당했다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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