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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화. 짐승과 사람의 발자국 (100/199)

100화. 짐승과 사람의 발자국2021.12.17.

이사나는 아멜리아를 향해 의아한 말을 건넸다.

16553729655392.jpg“혹시 달 없는 밤의 실종 사건이라는 괴소문을 들어보신 적 있으십니까?”

16553729655397.jpg“달 없는 밤의 실종 사건? 아, 그러고 보니 소식지에서 본 것 같아요.”

지난날, 하녀들이 읽던 소식지에서 얼핏 본 것 같았다.  

16553729655397.jpg‘달 없는 밤의 실종사건?’

16553729655405.jpg‘아, 그건 별거 아니에요. 달 없이 캄캄한 밤에 은밀한 야반도주가 많거든요.’

16553729655397.jpg‘그래? 진짜 실종되는 게 아니고?’

16553729655405.jpg‘그랬으면 벌써 수색대가 움직였겠죠. 이건 그냥 야설이에요. 후훗.’

16553729655397.jpg“그건 그냥 야설이라고 하녀들이 그러던데요. 설마 관련 있는 건가요? 아까는 과수원 사건과 유사하다고 했잖아요.”

이사나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16553729655392.jpg“사실 소식지에 실린 내용이라 헛소문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남녀가 사라지니, 중앙청에서도 밀애려니, 했는데. 그래도 혹시 몰라 살펴보니 공통적인 흔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16553729655397.jpg“공통적인 흔적?”

16553729655392.jpg“여기저기 흩어진 짐승 발자국과 사람 발자국이요.”

이사나의 말에 이클리트의 표정이 굳어졌다.

16553729655392.jpg“물론 이번 실종은 달 없는 밤과 상관없이 일어나긴 했지만, 공통점이 같거든요.”

아멜리아는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16553729655397.jpg“짐승 발자국과 사람 발자국이 동시에 발견됐다고요?”

16553729655392.jpg“예.”

16553729683678.jpg“게다가.”

카마리가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16553729683678.jpg“실종된 사람들 근처에서 술병이 발견됐다고 합니다.”

술병이라는 말에 이클리트가 빠르게 반응했다.

16553729683688.jpg“술병이라면?”

16553729683678.jpg“실종된 다른 이들은 모르겠지만, 마지막으로 실종된 사람은 아내의 증언에서 술을 전혀 못 하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 당시 술을 마시지도 않았고요. 단지 비가 많이 내려서 둑을 살피러 갔다가 행방불명 됐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술병이 공통으로 발견되고 있는 게…….”

카마리가 차마 하지 못한 말을 이클리트가 맺었다.

16553729683688.jpg“밀주일지도 모른다?”

이클리트의 말에 아멜리아의 눈빛이 멈췄다. 짐승 발자국도 불안한데, 하필이면 의문의 술병이라니.

16553729683678.jpg“물론 술병은 전부 비어 있었습니다.”

16553729655392.jpg“이걸 봐주시죠.”

이사나가 현장에서 화가가 그린 그림을 보여주었다. 역시나 뭔지 알 수 없는 짐승 발자국과 사람 발자국이 어지럽게 엉켜 있었다.

16553729655392.jpg“과수원 사건에선 사람 발자국만. 황궁에서는 짐승의 흔적만 발견됐는데, 이번엔 이렇게 동시에 나타났습니다.”

이사나의 말에 아멜리아가 짧게 읊조렸다.

16553729655397.jpg“대놓고 반인반수라고 말하고 있네요.”

아멜리아의 말에 분위기가 싸해졌다.

16553729655392.jpg“그렇죠. 다른 때와 다릅니다. 다른 때는 짐승의 짓이라고만 몰아갔다면, 이번엔 반인반수라고. 마치 발견해달라는 것처럼 증거를 흘리고 있습니다. 물론 사람들은 반인반수라고까지 생각 못 하고, 짐승의 소행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지만요.”

이클리트 역시 이사나의 결론에 마음이 불안해졌다.

16553729655392.jpg“문제는 이게 끝까지 짐승의 소행이라고 알려져야지, 반인반수라고 밝혀지면 곤란합니다.”

이사나는 지도를 펼쳐놓고 가리켰다.

16553729655392.jpg“실종 사건이 벌어진 곳이 루베르가 현재 머무는 영지와 가깝습니다.”

이사나의 말에 아멜리아의 표정이 파리해졌다. 그들의 의도가 뭔지 보이는 것 같았으니까.

16553729655397.jpg“루베르가, 의심받을 수도 있다는 거군요.”

16553729655392.jpg“그렇죠. 모든 걸 우연으로 볼 수 없을 겁니다.”

지금까지 반인반수를 이용하면서도, 반인반수를 철저히 숨기고 있었는데. 이렇게 크게 움직였다는 건.

16553729655397.jpg‘판을 벌이려는 건가. 그렇다면.’

아멜리아는 도박을 해보기로 했다.

16553729655397.jpg“실종된 사람들을 은밀히 찾되, 다른 건 일단 한번 지켜보죠.”

아멜리아의 말에 이사나와 카마리가 멈칫했다. 오직 이클리트만이 아멜리아를 믿고서, 의연한 표정을 지었다.

16553729655392.jpg“지켜보다니…… 하지만 그러다가 일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이사나의 우려에 아멜리아는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16553729655397.jpg“어차피 저들은 이번에 크게 움직이기로 작정한 거예요. 우리는 저들이 누군지 모르고 있고요. 그렇다면, 크게 움직이는 이때, 우린 저들의 정체를 파악해야 해요”

16553729655392.jpg“파악할 수 있겠습니까?”

16553729655397.jpg“메사리나가 백작가로 풀려났어요. 메사리나가 방울이에요. 메사리나가 풀려나자마자 이런 사태가 벌어졌으니, 아주 관계가 없는 건 아니겠죠. 지금 메사리나에게 누가 붙어있죠?”

16553729655392.jpg“칼렌 경이 붙어 있습니다.”

16553729655397.jpg“그럼 지금부터 절대로 긴장 늦춰선 안 돼요. 누가 메사리나와 만나는지. 메사리나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 철저히 파헤쳐서, 이번 기회에 반드시 그들이 누군지 잡아야만 해요.”

아멜리아로서도 이번에 승부수를 던지는 거였다.

16553729655397.jpg‘혹시라도 그들이 루베르를 건드리려고 하는 거라면, 절대로 루베르가 의심받게 두지 않아.’

루베르가 만드는 마법 도구를 좀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 같았다.

16553729655397.jpg‘그리고.’

아멜리아는 애써 불안한 표정을 감추고 있는 이클리트를 응시했다. *** 이사나와 카마리가 돌아간 뒤, 아멜리아와 이클리트는 침실로 들어가 이제야 하루를 정리했다. 하지만 아멜리아가 불안감에 쉬이 잠들지 못한 채, 탁자에 앉아서 뭔가를 하고 있자, 이클리트가 그런 아멜리아에게로 다가왔다.

16553729683688.jpg“부인.”

16553729655397.jpg“네? 아, 미안해요. 대공 전하는 쉬셔야 하는데. 먼저 쉬셔도 되는…… 앗!”

이클리트는 그런 아멜리아를 단숨에 안고서는 그대로 침대에 눕혀주었다. 침대 위에서 이클리트에게 갇혀버린 아멜리아는 떨리는 숨을 삼켰다. 그가 두 팔로 그녀를 가둔 채, 꼼짝도 할 수 없도록 바라보고 있었다.

16553729655397.jpg“대공 전하…….”

이클리트는 아멜리아를 내려다보며 나직이 말했다.

16553729683688.jpg“쉬는 것도 일입니다. 걱정하다가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정작 중요한 순간에 곤란해질 겁니다.”

16553729655397.jpg“그렇긴 하지만…….”

16553729683688.jpg“그때 말했을 텐데요. 자기 관리도 실력이라고. 지금 초조하다고 해서 다급하게 몰아붙인다면, 반드시 실수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16553729655397.jpg“알겠어요. 그럼 대공 전하도 일어나지 않은 일에 불안해하지 말아요.”

아멜리아의 뜻밖의 말에 이클리트가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허하게 웃었다.

16553729683688.jpg“이제 정말, 부인을 속이는 건 못 하겠네요”

16553729655397.jpg“당연하죠!”

아멜리아는 손을 뻗어서는 이클리트의 긴장하고 있는 표정을 어루만졌다.

16553729655397.jpg“대공 전하께서 지금 마음 쓰고 있는 거, 밀주 때문이죠? 저번부터 계속 밀주에 신경 쓰셨잖아요.”

16553729683688.jpg“아마 이번엔, 밀주 때문에 짐승들이 난폭해졌다는 걸 감출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밀주가 북부에서 시작된 건, 밀거래 상인들은 다 알고 있으니 조사하면 나올 테고요.”

이클리트는 이번 일의 최종 목적이 북부, 나아가 자신을 노리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안 그래도 자신의 평판은 아직 썩 좋지 않은데. 더 흠 잡히게 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애초에 밀주를 조용히 처리하려고 했던 이유도 남부에 알려지면 좋지 않기 때문이었는데.

16553729683688.jpg‘처음엔 상관없었어. 내 평판이 어떻게 되든. 하지만 이젠 달라.’

이클리트는 자신을 어루만져주는 아멜리아의 손바닥에 좀 더 기댄 채, 떨리는 시선을 띠었다.

16553729683688.jpg‘이젠 그녀를 지켜야 해.’

아멜리아는 이클리트가 무슨 걱정을 하는지 깨닫고선 두 손을 뻗어 이클리트를 꼭 안아주었다.

16553729683688.jpg“아멜리아…….”

16553729655397.jpg“그때도 말했지만, 당신 탓이 아니에요. 북부의 탓도 아니고.”

16553729683688.jpg“…….”

16553729655397.jpg“내가 지킬 거예요. 그때도 말했잖아요. 대공 전하가 날 지켜주고, 나도 대공 전하를 지켜주고.”

아멜리아는 살짝 고개를 들고서, 그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춘 뒤 싱긋 웃었다.

16553729655397.jpg“감히 이 아멜리아의 남편은 아무도 건드리지 못해요.”

이클리트는 아멜리아의 속삭임이 무적이 되어 파고들었다. 항상 모든 걸 혼자 감당했었는데. 이클리트는 아멜리아의 입술을 부드럽게 머금었다가 조금 깊이 파고들고서, 두 손 가득 힘을 주었다. 그리고 차마 내뱉지 못할 감정을 온몸으로 속삭였다.

16553729683688.jpg‘당신을 만나서 내가 너무 다행입니다. 나조차 날 사랑해주지 못했는데. 나조차 날 아껴주지 않았는데.’

불안한 것도. 두려운 것도. 스스로를 갉아먹는 그런 감정을 모조리 억누르며, 삼키기만 했는데. 그런 자신의 상처를 그녀는 가장 먼저 찾아내선 아무렇지 않게 다독였다.

16553729683688.jpg‘당신을 만나, 내가 더는 가엽지 않게 되었어. 혼자가, 아니게 되었어.’

바깥으로 비가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제법 쏟아지기 시작하는 소리와 함께 장마가 시작되는 듯했다. 마치 달 없는 밤처럼 이 깊고 습한 어둠 속에서 그들은 움직이고 있었지만. 이클리트는 더는 불안하지도, 두렵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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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쪽 지역은 이미 장마가 시작되었다. 잔비가 휘몰아쳤고, 마을 일꾼들이 피오레의 허리이자 생명수라 할 수 있는 로얀 강의 커다란 댐에 모여들었다.

16553729655405.jpg“자! 다들 마지막 점검에 힘 써주게! 조금이라도 균열이 가 있어선 안 돼!”

16553729655405.jpg“알겠습니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 이미 댐의 점검을 마쳤지만 그래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작업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철저하게 댐을 확인하는 이유는 이 댐이 터지면, 피오레의 절반이 사라지기에. 재앙을 내리게 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장마 때는 항상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일꾼들은 댐의 구석구석을 살피면서, 한 가지 얘기를 끊임없이 하고 있었다.

16553729655405.jpg“그 소식 들었어? 비 오는 날 또 실종됐다고 하더군.”

16553729655405.jpg“들었지. 예전엔 달 없는 밤에 실종되더니. 이젠 비 오는 날이라니.”

실종과 관련된 얘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지고 있었다.

16553729655405.jpg“짐승 발자국이 발견되고 있다며? 그럼 짐승 짓인가?”

16553729655405.jpg“짐승이 사람을 납치하기도 하나?”

16553729655405.jpg“그때, 서쪽 마을 과수원에서 짐승이 사람을 해쳤다고 들었잖아.”

16553729655405.jpg“아, 맞아. 하지만 그거랑은 좀 다르지 않나? 실종된 사람들 주변으로 술병이 발견됐다는데. 그냥 만취해서 화를 당한 거 아니야?”

16553729655405.jpg“그거, 밀주야.”

그때, 일꾼들 사이로 낯익은 얼굴이 다가왔다. 바로 지난날 그 과수원의 주인이었다.

16553729655405.jpg“당했다는 거기, 우리 과수원이야.”

16553729655405.jpg“그래? 자네는 뭘 좀 알아? 밀주라니?”

16553729655405.jpg“예전에 이사나 경이 우리 과수원을 조사했는데, 우물에서 술병을 발견했어. 그리고 이사나 경이 밀거래는 뒷골목 어디에서 거래하냐고 물었었거든. 분명 그 술이 밀주였던 거라고.”

16553729655405.jpg“오호. 그런데 그 밀주가 이번 사건과 관계있는 건가?”

16553729655405.jpg“그때, 얼핏 듣기로 짐승이 뭘 훔쳐 마신다고 했는데, 아마도 그 밀주를 마시면 짐승이 난폭하게 변하나 봐.”

과수원 주인의 말이 신빙성 있게 들리자, 일꾼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16553729655405.jpg“짐승들이 난폭해지다니. 대체 왜 그런 걸…….”

16553729655405.jpg“그러고 보니, 북부에서 짐승들이 난폭해지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상인들에게 얼핏 들었는데.”

16553729655405.jpg“아! 나도 들었어. 게다가 북부 독주가 유행이잖아. 저 밀주도 북부에서 온 거 아니야?”

16553729655405.jpg“그럼 뭐야. 북부가 원인이야?”

  *** 피오레 영지와 그리 멀지 않은 포르티셰 영지에서도 장마가 시작되었다. 보슬비가 내리는 저녁 무렵. 오늘은 아주 중요한 기도가 있기에, 신관은 종종걸음으로 신전으로 향했다. 곧 신전으로 포르티셰 공작 각하와 바스티얀 대공 전하께서 오실 것이다. 장마가 시작될 무렵, 부디 태양신이 함께하여 큰 피해 없이 지나가 달라는 기도회가 오늘 열리는 것이다.

16553729655405.jpg‘갑자기 바스티얀 대공 전하까지 함께하실 줄은 몰랐지만.’

16553729655405.jpg“오늘 밤은 빗줄기가 제법 굵군.”

신관은 커다란 옷소매로 머리를 가리며 바삐 걸었는데, 신전 앞에 뭔가가 있었다. 신관은 오싹한 기분에 걸음을 멈췄다.

16553729655405.jpg‘뭐지?’

뭔가 새카만 것이 꾸물꾸물 움직이는 것 같았다. 형태로 봐서는 짐승 같기도 하고…….

16553729655405.jpg‘하지만 신성한 신전에 짐승이 내려오다니.’

게다가 크기가 만만치 않은 것이, 맹수일지도 몰랐다.

16553729655405.jpg‘어쩌지?’

그러고 보니 요즘 짐승한테 사람이 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신관이 두려움에 걸음조차 움직이지 못하는 순간. 갑자기 그 새카만 것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가 순식간에 모습을 감춰버렸다. 신관은 심장이 크게 철렁였지만, 그래도 완전히 가버린 것 같아서 조금은 안도하면서 조심, 조심. 녀석이 있던 곳으로 걸어갔다.

16553729655405.jpg“뭐, 뭐야. 저기 뭐가 있는 것 같은데…….”

짐승이 사라진 빈자리에 뭔가가 있었다. 그런데 그 형태가 마치 사람 같았다. 그리고 정말로 신관이 멈춘 곳에 피투성이로 쓰러진 사람이 있었다.

16553729655405.jpg“하아, 하아, 악!”

신관이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른 순간, 때마침 기도회를 위해 신전에 당도한 신성회 대신관이 달려왔다.

16553729655405.jpg“무슨 일이냐!”

대신관과 함께 알렉드라와 에드조프도 함께 서 있었다.

16553729655405.jpg“대, 대신관님…… 저기. 저기 시체가!”

16553729880801.jpg“시체라고?”

신관의 말에 알렉드라가 의아한 표정으로 포르티셰 기사에게 손짓했다.

16553729880801.jpg“가서 살펴봐.”

16553729655405.jpg“예!”

에드조프는 굳어진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16553729880817.jpg“시체라니. 그것도 신성한 신전에서.”

16553729655405.jpg“오, 태양신이시여.”

시체는 배 쪽에 커다란 상처를 입고서 피를 흘린 채 죽어 있었다. 그런데 그자의 손에 뭔가가 쥐여 있었다. 바로 술병이었다.

16553729880801.jpg“술병?”

포르티셰 기사의 뒤로 나타난 알렉드라가 짧게 입을 열었다.

16553729880801.jpg“뭐야. 독살이라도 당한 거야?”

그때, 시체 곁으로 조심스럽게 다가온 신성회 대신관이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16553729655405.jpg“이, 이자는…….”

16553729880817.jpg“아는 사람입니까?”

에드조프가 묻자 대신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16553729655405.jpg“신성회 신관입니다. 피오레 공작가의 축복의 꽃을 망치고 도주했던 그 신관이에요!”

대신관의 말에 에드조프는 눈을 크게 떴다.

16553729880801.jpg“이자가 여긴 왜…… 그것도 이렇게 죽었다고?”

알렉드라는 신성회 신관이라는 말에 표정을 달리했다. 아무리 죄지은 신관이라도, 이렇게 죽었다면 조사를 철저히 해야 했다. 잘못하면 신성 모독이었으니까.

16553729655405.jpg“일단 이 술병을 조사하겠습니다. 혹시 독살당했을 수도 있으니.”

16553729655405.jpg“독살이 아닙니다.”

16553729880801.jpg“응?”

이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신관이 파리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16553729655405.jpg“지, 짐승한테 당했습니다. 제가 봤어요. 느, 늑대 같았는데…….”

16553729880801.jpg“늑대라니? 여기 늑대 발자국 같은 건 없는데?”

알렉드라는 대충 봐도 짐승 발자국은커녕 사람 발자국만 무수히 찍혀있는 걸 봤다. 게다가 결정적인 건 시체의 상처였다.

16553729655405.jpg“배에 생긴 상처, 자상입니다. 검에 당한 거라고요.”

16553729655405.jpg“아니에요. 제가 분명히 짐승을. 짐승이 도망가는 걸 봤는데!”

그때, 에드조프가 묘한 시선으로 운을 띄웠다.

16553729880817.jpg“신관님이 본 건 짐승인데, 공격의 형태는 사람이라면. 혹시.”

그가 입술 가득 힘을 주어 한마디를 내뱉었다.

16553729880817.jpg“반인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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