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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화. 단 한발이 겨눌 곳 (157/199)


157화. 단 한발이 겨눌 곳
2022.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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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을 이런 식으로 기만해!”

아젠의 말에 메사리나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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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어요. 제가 무슨 짓을 했다고…… 기만은 언니가 했잖아요. 그 괴물에게 속아서…… 아니. 속은 것도 아니에요. 언니는 애초에 다 알고 있었어요. 그 괴물의 힘으로 부정하게 피오레를 차지한 거니까!”

치미는 감정을 자제하지 못한 채, 메사리나는 경솔한 말까지 뱉어버리고 말았다.

아젠은 그 모습에 더욱 싸늘한 표정을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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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넌 다 알고 있었던 모양이구나. 그 뱀 같은 여자가 알려주더냐?”

아젠의 한마디에 메사리나는 곧장 키르케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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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어떻게 키르케, 그 여자를 알…….”

메사리나는 순간 흠칫하며 입을 다물었으나, 아젠은 이름까지 알고 있는 메사리나를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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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하하하하. 정말 다 사실인 모양이군. 네가 중앙청에서 안전하게 나올 수 있었던 이유. 아리나 숲에서 반인반수를 처리해서 평판을 뒤집을 수 있었던 이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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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버지. 그게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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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그 여자가 함께 다 꾸민 일이었지. 반인반수를 이용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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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에요. 전 그냥 그 여자가 시키는 대로 했어요! 반인반수를 이용하다니. 그렇지 않아요!”

메사리나가 마구 부정하면서 아젠을 붙잡으려고 했으나, 아젠은 그런 메사리나를 거칠게 밀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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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실이 알려지면 체자렛은 끝장이다. 네가 저지른 짓이니, 누굴 원망하진 않겠지. 난 체자렛 백작으로서 네가 아닌 가문을 지켜야 하고!”

메사리나는 하얗게 질린 손가락을 연신 그를 향해 뻗으며 바싹 마른 목소리로 애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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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아니에요…… 오해에요. 믿어주세요. 저는, 저는 아무것도 몰랐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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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도 내가 말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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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계속 체자렛의 이름이 더럽혀진다면, 영원히 너에게서 그 이름을 빼앗을 거다. 굳이 같이 오물을 묻힐 필요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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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이미 넌 이 가문과 상관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당장 나가.”

아젠에 냉정한 한마디에 메사리나는 곧장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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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절 버리지 마세요. 저도 아버지 딸이에요. 아니, 제가 유일하잖아요. 언니도 그 괴물 때문에 명예를 잃었잖아요. 이름도 더럽혔잖아요. 전 밝혀지지 않았어요. 계속 숨길 수 있다고요! 아버지가 도와주시면, 제가 체자렛 백작가를 지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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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왜?”

단칼에 그어지는 아젠의 말에 메사리나는 숨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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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착각하는 모양이구나. 나는 너에게 체자렛을 줄 생각이 없었다. 단 한 번도. 당연한 것이 아니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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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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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같은 거에게 물려주다니. 네 어미가 누구와 몸을 섞고 널 낳았는지도 모르는데?”

몸 안 가득 치미는 치욕스러움에 메사리나는 한마디도 내뱉을 수가 없었다.

한마디라도 하는 순간, 구역질이 올라올 것 같았다.

도통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그저 구석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던 후지아는 아젠의 말에 창백해진 낯빛으로 핏기 가신 입술을 달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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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여보.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절 이렇게 모욕하시다니…….”

아젠은 차게 식은 표정으로 후지아를 향해 입술을 비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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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 자리에서 밝혀보겠나? 메사리나, 당신 딸이 대체 누구 피를 이었는지. 내 피를 이은 건 절대 아니고. 그렇다고 그대의 전남편인 남작의 피를 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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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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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누구의 천박한 피를 이었기에 이토록 숨기는 거지? 내가 끝까지 모를 거라고 생각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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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그, 그걸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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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모녀가 정말이지 한심하군. 아주 치가 떨릴 정도로 멍청해. 애초에 백작가의 영애도 가당치 않았는데, 후계자라니.”

아젠은 여전히 굳어 있는 메사리나를 향해 한마디를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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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멜리아, 그 아이에게 이 백작가를 상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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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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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말대로 들키기 전에, 조용히 나가.”

아젠은 더 볼 필요 없다는 듯, 칼같이 메사리나를 끊어내고서 걸음을 돌렸다.

갑자기 들이닥친 상황에 멍해졌던 후지아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아젠의 뒤를 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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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제 말을 좀 들어주세요. 제발, 여보! 여보!”

홀로 버려진 메사리나는 온몸으로 파고드는 오한에 양팔을 붙들며, 허한 숨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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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애초에 나는 아니었다고. 왜? 아멜리아, 그 계집이랑 뭐가 다른데? 뭐가 다르다는 거야? 나는 정말 몰랐어. 몰랐다고. 하지만 아멜리아는 아니잖아. 다 알고 이용한 거라고!”

왜 모두가 자신은 아니라고 하는 걸까.

왜 다 아멜리아, 그 계집이라는 거야!

순간, 텅 빈 메사리나의 발밑으로 뱀 그림자가 스르르 드리워졌다.

뱀 그림자를 보는 순간, 메사리나의 눈동자가 선득하게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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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 될 이유가 없잖아.”

어느새 뱀 그림자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메사리나는 홀린 듯이 그 뱀을 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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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작가에서 멀지 않은 숲속.

뱀이 멈춘 그곳에 키르케가 있었다.

메사리나는 놀라지도 않고 키르케를 바라보았다.

이미, 그녀가 있을 걸 알고 따라온 거니까.

키르케는 메사리나를 향해 웃으며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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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네요, 레이디 메사리나. 세상에. 뺨이 부었네요? 무슨 일 있었나요?”

키르케의 거친 손길이 메사리나의 뺨을 스쳤다.

그녀는 슬쩍 고개를 돌리고서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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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니야.”

키르케는 짐짓 모른 척,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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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메사리나께서 제게 말씀해주신 정보 덕분에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답니다. 클리오 대공이 추락했으니, 이로써 바스티얀 대공 전하께서 솔라에 유일한 황위 계승자가 되셨지요.”

에드조프의 이름이 나오자, 메사리나의 눈동자가 나직이 반짝였다.

키르케는 그런 메사리나의 낯빛을 끊임없이 훑어 내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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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공작가의 심판은 분명 만장일치로 바스티얀 대공 전하를 황제로 세울 겁니다. 레이디 메사리나의 공이 크지요. 피오레 공에 대한 건 유감입니다. 황제 폐하께서 그리 감싸실 줄 몰랐는데. 사실 그분도…… 아니, 아니에요.”

뭔가 불길한 말에 메사리나의 날 선 목소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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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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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쓰지 마세요. 폐하께선 그저 다섯 공작가 중 한 사람이니까, 감싸신 겁니다. 다른 이유는 뭐, 없습니다.”

하지만 자꾸 뭔가 숨기는 듯한 키르케의 말에 메사리나는 불안에 뒤틀린 눈빛으로 그녀에게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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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기지 말고 다 말해. 폐하의 뜻이 아닌 건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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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메사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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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말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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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사실, 바스티얀 대공 전하께서도 옛정이 남으셨던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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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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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레 공을 지키신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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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 전하께서 그러셨을 리 없어. 그 계집이 이제 와 대공 전하를 다시 흔든 거야!”

속을 헤집으며 속삭이는 거짓말에 메사리나는 조금의 의심도 없이 넘어가고 말았다.

끊임없이, 그녀를 괴롭히고 불안하게 만들었던 상상이었으니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고.

이미 단정 짓고 있던 두려움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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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 전하께서 그 계집을 특별하게 여기는 건 공작이기 때문이야. 하지만 그것도 그 계집의 힘이 아니잖아. 클리오 대공을 이용한 거잖아. 그게 아니었으면 내가 피오레 공작이었어. 나였다고. 다 죽어가던 그 심장으로 날 이겼을 리 없다고!”

그런데 왜. 왜 아멜리아가 무너지지 않는 거지?

왜 내가 이렇게 비참해져야 하는 거야?

왜 다들 아멜리아냐고!

열등감이 덕지덕지 붙은 감정에 휘말린 채, 그렇게 무너지는 메사리나를 키르케는 냉랭한 시선으로 응시하며 짧게 달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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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레 공작이 될 수 없다면, 체자렛 백작이라도 가져야 하지 않나요? 이대로 다 빼앗길 수는 없잖아요.”

메사리나는 엉망이 된 눈빛으로 키르케를 올려다보았다.

키르케는 그런 그녀를 향해 다정한 듯, 날카로운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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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자렛 백작은 되어줘야, 바스티얀 대공 전하께 레이디 메사리나도 특별해질 거고. 황후라는 자리에도 어울릴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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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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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가져다주길 기다리지 말아요. 레이디 메사리나에겐 힘이 있는데. 그걸 휘둘러서 가질 수 있는데. 뭘 망설이시나요?”

메사리나는 흔들리는 시선으로 자신에게 내민 키르케의 손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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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처럼 도와드릴게요. 전 언제나 레이디 메사리나의 편이랍니다. 그때도 당신을 영웅으로 만들었잖아요? 절 믿으세요. 저는 절대로 당신을 배신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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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처럼 도와줄 생각인가?”

메사리나는 차마 제 입으로 담기도 싫은 말을 삼켰다.

키르케는 그 모습에 선득하게 눈을 접으며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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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반인반수를 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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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키르케의 말이 끝나자마자 숲속에서 늑대 무리와 함께 세인트가 나타났다.

메사리나는 창백해진 낯빛으로 늑대를 바라보다가 깨달았다.

너무 낯익은 저 늑대들은…….

키르케는 태연하게 늑대들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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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알아보시는군요. 맞습니다. 이들이 레이디 메사리나를 그때 도와줬잖아요? 이번에도 똑같이 도울 거랍니다. 이들을 이용하면, 뭐든 다 사고로 만들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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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인반수가. 당신의 말을 듣는다고?”

물론 그때도 서로 무슨 관계인지 궁금하긴 했지만.

역시, 그때 나타난 반인반수는 우연이 아니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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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무기랍니다. 오직 저와 바스티얀 대공 전하의 말만 듣지요.”

메사리나는 그 말에 눈을 크게 떴다.

무기라니.

반인반수를 이용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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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건 너무 위험하잖아. 들키게 되면 정말로 끝이야. 아멜리아와 다를 게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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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미 레이디 메사리나는 이들로 사람들을 해쳤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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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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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반인반수로 당신의 사교계 평판을 뒤집었잖아요? 그러니 이미 한배를 탄 거죠. 아니면 모두에게 말해보세요. 당신이 한 게 아니라고, 다들 이해해줄지.”

키르케는 늑대들을 이끌고서 겁에 질린 메사리나에게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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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실을 이미 아젠 백작은 아신답니다. 그분도 당신이 이용했다고 생각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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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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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다들 아젠 백작과 똑같은 반응일 텐데. 끝까지 비밀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당신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지 않나요? 게다가 요즘처럼 반인반수의 배후가 클리오 대공이라고 알려진 마당에. 함정을 파기 쉽고 간편하잖아요.”

메사리나의 눈앞에 선 키르케는 품에서 리볼버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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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이대로 추락할 건가요? 당신은 전부를 잃고, 아멜리아는 전부를 가지고.”

키르케의 한마디에 흔들리던 메사리나의 눈빛이 차갑게 멎었다.

두려움과 불안이 섞여 뜨겁게 올라갔던 호흡이 리볼버의 차가운 온도에 감겨 식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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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탓이 아니야. 원래. 원래 내 것이었으니까. 아멜리아도 마찬가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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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걸 위해서, 전부 이용했잖아.’

결국, 메사리나는 키르케에게서 받은 리볼버를 품에 넣었다.

자신의 실력으론 아마 단 한발뿐.

충분했다.

이 한발이 겨눌 곳은 한 곳이었으니까.

메사리나는 말없이 체자렛 백작가로 걸음을 옮겼다.

키르케는 멀어지는 메사리나를 보면서, 세인트에게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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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에 있는 그들 전부를 죽이고 싶지 않다면, 허튼짓하지 마라.”

뜬금없는 키르케의 말에 세인트는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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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계속 속을 것 같니?”

지난날, 에드조프의 작전이 엉망이 될 수 있었던 건 전부, 세인트가 일부러 이클리트에게 속아 넘어갔기 때문이었다.

세인트는 이를 악물고서 늑대들을 이끌고서 체자렛 백작가로 향했다.

그녀의 주변으로 뱀들이 스르르 나타나, 그녀의 몸을 휘감았다.

키르케는 더없이 잔인한 미소를 띠며 살며시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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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한 가족끼리 잘 지내보자니까. 어쩔 수 없네요, 백작님. 부디 편안하게 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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