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화
병실에 누워있던 하진무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바로 연출인 신대종으로부터의 연락.
“박유진이 직접 오디션을 보러왔어.”
“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잠시 놀랐던 하진무이지만.
곧 피식 웃고 말았다.
“허. 참 유진이답네요.”
<리플레이> 리딩 때부터 메소드 연기를 보여주던 유진의 모습이 떠올랐다.
항상 예상을 빗나가는 아이였고, 배우였다.
“그래서, 결과는요?”
“당연히 합격. 그 자리에 네가 있었어야 했는데. 설마 번개 오디션에서 그런 느낌을 받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그렇게 말하니 더 궁금해지네요.”
“박유진 그 애, 아예 캐릭터와 서사를 재창조 해왔더라고.”
신대종은 그날 오디션에서 유진이 보여준 연기와 해석을 하진무에게 전해주었다.
“그 아이라면 또 다른 캐릭터를 보여줄 거라 생각하긴 했는데.”
<리플레이>에서도 자신만의 해석으로 대본을 바꿔놓은 유진이다.
그런데 이번엔 아예 극의 결말까지 바꾸어놓았다.
그리고 그 모든 걸, 자신의 연기력으로 설득하는데 성공했고.
“이제야 알겠어. 네가 박유진을 추천한 이유를.”
“근데 그렇게 서사가 바뀌었으면, 제가 돌아갈 자리는 없겠네요.”
민주라는 캐릭터가 유진에 맞게 변화되었다.
추후 다시 공연한다 하더라도, 하진무가 민주 역할을 맡기는 어려워진 것.
“미안하다.”
“아니에요. 오히려 피가 끓는데요.”
유진의 무용담을 듣고 나니, 얼른 복귀해 연기하고 싶다는 느낌이 간절해졌다.
하진무에게 강렬한 동기부여가 된 셈.
“덕분에 재활에 의욕이 더 붙었어요.”
“너, 정말 많이 바뀌었네. 예전의 하진무였으면 9살짜리 배우를 대타로 추천하지도 않았을 거고, 멋대로 대본을 바꿔버렸다면서 노발대발했을 텐데.”
“······크흠.”
민망한지 헛기침을 내뱉는 하진무.
그러자 신대종이 크게 웃었다.
“하하! 찔리긴 하나보네. 뭐, 비단 너 뿐만 아니라 우리 극단의 특징이었지. 경험, 전통, 질서. 이런 걸 추구하는 극단이잖아, 우리.”
창작극인 <주변인>을 올리기 전까진.
주로 고전 작품에 매진했던 ‘등불’이다.
“확실히 이번 작품은, 여러모로 우리 극단이 변할 시발점이 될 것 같다.”
하진무도 그에 동의했다.
그리고 박유진이라는 존재가, 그 변화를 더욱 촉진시켜줄 터.
“아, 맞다. 너 진승호 씨라고 알아?”
“네, 알죠. 위니필름에서 일하시는 분. 가끔 뵌 적이 있어요.”
“어디서 들었는지, 갑자기 초대권 요청이 들어오더라.”
"초대권이요? 진승호 씨가?"
“어. 자기가 볼 건 아니고, 다른 사람이 보고싶다고 요청했다는데. 아이자와, 였던가? 헷갈리네. 아무튼 일본 감독이라더라. 갑자기 일본 감독이 왜 한국 창작 연극에 관심을 갖나 몰라.”
두 사람은 시시콜콜한 얘기를 몇 개 더 주고받다 전화를 끊었다.
*
연극을 즐기는 팬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
대극장은 물론, 소극장 연극도 보러 다니는 매니아들이 많았다.
최근 그곳의 핫이슈는 얼마 남지 않은 서울연극제였다.
연극 매니아들 사이에서 ‘믿고 보는 배우’로 통하는 하진무.
그런 그가 서울연극제 참가작을 통해 오랜만에 무대로 돌아오니까.
하지만.
[야 근데 하진무 캐슷 대체 어케 되는 거임??]
그 하진무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이 기사화되었다.
그러나 그 부상 정도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
때문에 연극 커뮤니티 사람들은 이후 극단의 대처를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진무햄 연기는 믿고 보니까.... 간만에 무대 복귀작이라 기대 중인데 교통사고라니 ㅠ]
[개막까지 얼마 안 남아서 ]
[아니 극단 쪽에서 빨리 공지를 내줘야 취소를 하든 말든 할 거 아냐...지방에서 올라가는데 빡치네]
[ㄱㄴㄲ 하진무 나온대서 예매한건데 ㅡㅡ]
잠시 후.
그곳엔 한 가지 속보가 올라왔다.
[헐 야 하진무 나오는 연극 캐슷 바꼈는데??
ㄴ ㄹㅇ임? 아 ㅠㅠ 엄청 기대했는데
ㄴ 건강이 먼저니까...
근데 공지 어디있음?? 나만 안보임?
ㄴ 극단 등불 홈피 ㄱㄱ 거기 공지사항 가면 있음
ㄴ 내가 공지 퍼옴 잠만 ㄱㄷ]
곧 커뮤니티에 올라온 극단 ‘등불’의 공지사항.
[안녕하세요.
극단 ‘등불’입니다.
이번 서울연극제에서 공연될 연극 <주변인>에서 민주 역으로 참여할 예정이었던 하진무 배우가, 교통사고로 인한 건강상의 이유로 하차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캐스팅 변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민주 役 하진무 -> 박유진
캐스팅 변경으로 인한 티켓 환불을 원하시는 고객님께선
예매처로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진무 배우에겐 쾌유의 응원을,
새롭게 참여할 박유진 배우에게 격려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공지사항이 담고 있는 것은 두 가지.
하진무의 하차.
그리고 박유진이라는 배우가 그 대타로 참여한다는 것.
[결국 캐슷 변경되는구나
아 진무햄 ㅠㅠㅠㅠ 쾌유하시길
부디 큰 부상 아니길 빕니다...
근데 박유진?? 박유진이 누구임?
연극하는 애 중에 박유진이 있나]
하진무의 쾌유를 빌던 커뮤니티 사람들.
그들의 관심은 ‘박유진’이라는 배우에게로 향했다.
적어도 연극판에선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으니.
[설마 그 아역배우 박유진 아님?
ㄴ 나도 그 생각하긴 했는데...흠
ㄴ 야 설마 ㅋㅋ 하진무 대타를 박유진이 뛴다고?
ㄴ 말도 안 되지 둘 나이 차이만 몇 살이냐 같은 배역 맡기엔 좀;
상식적으로 하진무 대체 캐슷이 박유진이라니 ㅋㅋ 말도 안되지
하진무를 대신해 박유진이 들어올리 만무하다.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게다가 박유진은 무대경험조차 없지 않은가.
그러니 자연스레 아역배우 박유진은 후보군에서 제외됐다.
[그냥 극단에서 데리고 있는 신인인가?? 검색해도 딱히 짐작 가는 사람이 없네
아마 그런듯? 하긴 개막까지 얼마 안 남았는데 어케 하진무 대타를 구하겠냐]
때문에 커뮤니티 사람들은 이 ‘박유진’에 대해 열심히 조사하기 시작했다.
대체 하진무를 대체할 이 박유진이란 배우가 누구인지 궁금했으니.
그때.
[야 방금 극단 쪽에 전화해봤음 미친 걔 맞대 하진무랑 같이 리플레이 나온 아역배우]
누군가 올린 글.
제목부터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ㅋㅋㅋㅋ 저급 어그로
구라 ㄴ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어그로도 이딴 어그로를 끄네 ㅋㅋㅋ
아 ㅅㅂ 진짜라고
전화내역 첨부해서 글 수정할 테니 꼬우면 니들이 전화해보든가]
곧 게시물 작성자가 통화내역 캡쳐 이미지를 첨부했다.
극단 전화번호와 함께, 2분 가량 통화했다는 것이 기록되어 있었다.
[ㅁㅊ 진짜인가??
아니 말이 안 되잖아]
그리고 잠시 후.
[아역배우 박유진, 서울연극제 무대 오른다!]
그 사실을 확정짓는 기사 하나가 터졌고.
[??? ㄹㅇ??
????????????
엥????]
커뮤니티는 대혼돈에 빠졌다.
[이게 대체 뭔 일이냐?]
*
“역시 반응들 재밌네.”
유진의 <주변인> 출연 소식.
그에 대한 인터넷 반응을 보던 차동석이 중얼거렸다.
“하긴. 설마 하진무 배우의 대타가 우리 유진이일 줄 누가 알았겠어?”
그만큼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그러나 극단 ‘등불’ 입장에서도.
작품을 엎거나, 어중간한 배우가 민주 역을 맡는 것보다 이쪽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
참여 사실, 그 자체만으로 이미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유진아. 뭐 필요한 거 없어? 갖고 싶은 거라던가. 이 사장님이 다 사주마!”
차동석이 호기롭게 말했다.
사무실 소파에 앉아 <주변인>의 수정된 대본을 보고 있던 유진.
이미 유진은 극단 사람들과 연습을 시작한 상태.
오늘도 막 연습을 끝마치고 온 참이다.
“저! 내장탕 먹고 싶어요.”
금괴라도 한 덩이 사줄 것 같던 기세의 차동석이었으나.
유진의 말에 질색하기 시작했다.
“으, 왜 그 많은 음식 중 내장탕이야. 차라리 장난감을 사달라고 하던가, 아니면 맛있고 달콤한 케이크 같은 것도 있잖아.”
“제가 갖고 싶은 거 다 사준다고 하셨잖아요.”
결국 내장탕을 사러나가는 차동석을 보며 킥킥 웃는 유진.
곧 차동석이 보던 컴퓨터 앞으로 다가갔다.
유진의 해석으로 인해 <주변인>의 결말부 대본이 수정되었다.
물론 개막까지 얼마 남지 않았기에 여러모로 위험했으나.
‘그냥 캐스팅 되어 들어갔다면, 연습 환경이 그리 좋지 못했겠지.’
모든 논란을 차치하고서, 만약 유진이 그대로 작품에 참여했다면?
결국 하진무의 대타이자, 극단 밖 이방인일 수밖에 없다.
그것도 무대 경험이 없는 9살짜리 아역배우.
‘하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캐릭터를 재창조했고, 당당히 오디션으로 뽑혔어.’
거기다 유진으로 인해 민주라는 캐릭터의 역할, 그리고 결말이 바뀌었다.
그건 곧 기존 배우들도 새로 익히고 합을 맞춰야 한다는 이야기.
그만큼 배우들도 더 똘똘 뭉쳐 연극제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나도 그 흐름 속에 훨씬 녹아들기 쉬워지니까.’
그리고 그 의도대로.
유진은 꽤 자연스레 연습에 녹아들 수 있었다.
“그래서, 연극 연습은 어때?”
잠시 후.
차동석이 사들고 온 내장탕을 먹기 시작한 유진.
그런 유진을 멀찍이서 바라보며 차동석이 물었다.
“엄청 재밌었어요!”
“혹시 텃세 부리고, 그런 사람은 없었지?”
“넵. 오히려 연출님이랑 배우님들이랑 얘기 많이 했는걸요. 여러 아이디어를 내주셨어요. 그거 뭐라고 하지? 브레인 스토밍? 그거 하는 것 같았어요.”
덕분에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소소한 변화가 많은 편.
‘내가 알던 <주변인>과는 확실히 다른 작품이 되어가고 있어.’
유진이 바꿔놓은 <주변인>이라는 연극.
20주년 공연을 올릴 정도로 흥행하고, 롱런했던 작품.
어쩌면 유진의 참여와 개입으로 인해 평가가 달라질지도 모른다.
‘그래. 변할 거야. 더 좋은 쪽으로.’
유진은 그리 확신하고 있었다.
“으아, 잘 먹었습니다!”
그렇게 한 그릇을 싹싹 비운 유진.
곧장 쉴틈 없이 대본 연습에 들어가려 했는데.
“어?”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잠시 후.
“사장님!”
유진은 휴대폰을 쥐고 차동석 앞으로 달려갔다.
내장탕을 먹은 유진과 달리, 차동석은 혼자 조각 케이크를 먹는 중이었다.
“은주 누나가 저 좀 만나고 싶다는데요?”
“은주 누나?”
“넵. 나은주 누나요!”
“아, 그렇구만······잠깐. 뭐? 나은주 배우가 왜?!”
그러나 케이크는 놀란 차동석에 의해 뭉개져버리고 말았다.
*
잠시 후.
주역 매니지먼트 사무실에선 두 덩치가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누가 보면 싸움이라도 날 것 같은 비주얼 조합이었으나.
“반갑슴다. 매니저 이상진임다.”
“주역 매니지먼트의 차동석입니다.”
두 사람은 공손하게 악수했다.
예의 바르게 서로 명함까지 교환하면서.
“저, 혹시.”
악수 직후, 이상진이 차동석에게 물었다.
“3대 몇 치심까?”
“······예?”
차동석이 당황하며 되물었다.
진성 헬스꾼인 이상진.
그가 보기에 차동석의 풍채가 보통이 아니었으니.
“3대? 그게 뭡니까?”
하지만 차동석은 보기와 달리 운동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냥 타고나길 강골인 체격.
두 덩치가 그러고 있을 때.
“갑자기 만나자고 해서 미안해.”
“아뇨, 괜찮아요! 그리고 누나가 우리 쪽으로 와줬잖아요.”
그 말에 흐뭇한 미소를 짓는 나은주.
“와. 누님이 요즘 자주 웃으시더니, 이유가 있었네.”
그러자 그걸 본 이상진이 혼자 중얼거렸다.
아무튼.
“넙튜브에 웹드라마 올라온 거 봤어. 1화 반응 좋더라.”
나은주의 말대로.
<연년생> 1화는 업로드 된지 얼마 되지 않아 벌써 조회수도 15만을 찍었다.
빅터 ‘첫사랑’ 뮤비의 영향인지, 해외팬들의 유입이 많았으니까.
‘첫사랑’ 속 풋풋한 감정을 보여주던 두 사람.
이제는 서로 치고 박고 싸우는 현실남매가 되었다.
그 갭이 제대로 매력을 어필한 셈.
“나도 넙튜브 채널을 개설한대.”
“와, 축하해요. 누나!”
짝짝 손뼉을 치는 유진.
“그래서 첫 화 손님으로 널 초대하고 싶어.”
“저를요?”
“응. 넙튜브 선배잖아.”
이미 넙튜브에서 탄탄한 입지를 가진 유진이다.
나은주 쪽에선 그런 유진에게 빨대를 꽂겠다는 생각.
<데드맨> 홍보도 되니 명분도 충분했다.
“아하. 제가 이걸로 빚을 갚으면 되는 건가요?”
유진의 말에 나은주는 피식 웃고 말았다.
“역시 똑똑하네.”
“빚? 저게 무슨 소림까?”
“글쎄요.”
두 거구만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을 뿐.
“그럼 누나도 웹드라마 출연해주시는 거예요?”
“우선 내용과 캐릭터를 검토해보려고.”
정식 미팅이었으면 나은주 쪽에서도 실무자가 왔겠으나,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먼저 유진이 말한 ‘빚’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는 뜻.
그만큼 유진을 편하게 여기고 있다는 증거였다.
“아, 맞다. 누나 저 이번에 연극하는데 보러올래요? 초대권 몇 장 있는데.”
그러자 나은주는 정말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안. 그날 촬영이 있거든.”
“와. 누나 엄청 바쁜가보다.”
“너만 하겠니. 웹드라마에, 연극에, <데드맨>까지.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이제 곧 <데드맨> 촬영 시작하잖아.”
걱정 어린 표정으로 유진의 머리를 쓰다듬는 나은주.
유진은 강아지처럼 나은주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고마워요, 누나. 근데 괜찮아요! 다들 많이 배려해주시거든요.”
아역배우에 대한 보호가 강화된 지금.
유진은 더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변인> 연습도 충분한 휴식시간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고.
<데드맨> 쪽도 유진의 촬영일은 금요일이나 주말에 잡아주었다.
또한 유진 역시, 아역배우의 대표 급이라는 스스로의 위치를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보호조항을 지키지 않으면, 다른 아역배우들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
“그리고 <데드맨> 촬영 엄청 기대 중이에요. 첫 촬영이 한권주 배우님이랑 붙는 장면이거든요.”
한권주의 이름이 나오자 나은주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
“혹시 권주 오빠한테서 혹시 연락 안 왔니?”
“한권주 배우님이요? 안 왔는데.”
“그래. 그렇구나.”
“혹시 무슨 일 있어요?”
잠시 고민하는 나은주.
어린 유진에게 어른의 시시콜콜한 얘기를 들려줘도 되나, 싶은 모양.
그러나 곧 입을 열었다.
“그래, 너는 그 오빠랑 곧 합을 맞춰야하니까. 사실 그 오빠, 요즘 좀 정신 놓고 산다는 얘기가 들려서.”
“정신을 놓고 살아요?”
“무슨 일을 해도 잘 집중을 못한다고 하던데.”
나은주가 구체적으로 얘기하진 않았으나.
유진은 무슨 일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가족, 특히 아들 문제일 확률이 높네.’
한권주를 그리 흔들어놓을 수 있는 건 그쪽 뿐이니까.
‘곧 촬영이 코앞인데, 한권주가 헤매고 있다라.’
즉, 이 문제를 제대로 매듭짓지 않는다면.
<데드맨>에도 악영향이 갈 수 있다.
유진이 맡은 윤빈, 영서 모두 윤재하와 호흡을 맞추는 조연.
즉, 한권주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누나. 혹시 한권주 배우님이랑 친해요?”
“아니.”
칼같이 대답하는 나은주.
온몸으로 ‘나 안 친해’라고 말하는 듯 했다.
“음, 그럼 한권주 배우님이랑 친한 배우님 누구 있어요?”
“권주 오빠 친구라면 아마 석태 오빠 뿐일걸. 예전부터 친했다던데. 그런데 그건 왜?”
“음, 아무것도 아니에요!”
나은주가 돌아간 이후.
유진은 곧장 휴대폰을 꺼냈다.
“안녕하세요, 석태 삼촌! 저 유진이에요.”
“······이번엔 고석태 배우? 대단하네.”
그 모습을 지켜보며 감탄하는 차동석.
나은주에 이어 고석태와 곧장 통화하는 모습이 놀라운 모양이다.
단합대회 당시.
한권주를 제외한 모든 배우들과 번호교환을 했던 유진.
그 위력이 발휘되는 순간이었으니.
“저 삼촌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괜찮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