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역부터 씹어먹는 천재배우님-67화 (67/237)

67화

나은주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걸렸다.

그녀는 자신의 휴대폰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유진과의 셀카를 띄워놓고 말이다.

‘이상해. 나이를 먹어간다는 증거인가? 요즘 왜이리 귀여운 거에 끌리지.’

혜성처럼 등장한 박유진이라는 존재는 나은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우연찮게 넙튜브 영상을 접한 게 시작이었다.

정신을 차렸을 땐.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틈틈이 컴퓨터로 유진의 넙튜브 영상들을 정주행하고 있었다.

‘마냥 귀여운 것 같으면서도 자기주관이 확실하고, 당돌한 면도 있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해지는 존재가 있다니!

나은주 인생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덕분에 나은주는 소위 말하는 ‘랜선 이모’가 되어버린 것.

‘그 애가 진승우를 제치고 캐스팅됐다고 했을 땐 정말 놀랐지.’

나은주에겐 ‘배우 박유진’보다 ‘넙튜브 채널 속 박유진’이 익숙했으니까.

그래서 단합대회 전까지 그저 귀여운 남동생처럼 여기고 있었는데.

‘그 아이, 확실히 대단한 배우야.’

직접 마주한 ‘배우 박유진’은 무척 흥미로웠다.

특히.

단합대회에서 리딩 때 보여준 유진의 애드리브.

러프한 리딩이었음에도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보여준 것이다.

‘영서 역할을 할 때가 훨씬 더 기대되기 시작했어.’

그러다보니.

한 번 같이 연기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데드맨>에서 두 사람이 같이 등장하는 장면은 없다.

그게 못내 아쉽게 느껴지던 도중.

‘웹드라마라.’

유진은 나은주에게 빚진 걸로 할 테니, 자신이 갚겠다고 말했다.

‘진짜. 재밌고 귀여운 애야.’

그렇게 다시 피식 미소 짓는데.

“뭘 그리 보십니까, 누님?”

운전석에 탑승하는 덩치 큰 남자.

나은주의 로드 매니저, 이상진이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나은주는 휴대폰을 가방에 집어넣으며 모르는 척했다.

“아, 맞다. 누님 넙튜브 채널 조만간 개설할 거라던데, 혹시 들으셨슴까?”

이상진이 안전벨트를 매며 말했다.

그러자 나은주는 아까와 달리 헛웃음을 터뜨렸다.

“어. 들었어. 얼음공주니 뭐니, 그 오그라드는 별명에 집착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친근한 이미지 좀 다져보라니.”

나은주 역시 최근 범람하는 넙튜브 대란에 합류할 예정이었다.

용도는 바로 이미지 변신.

대중들이 어렵게 느끼는 냉미녀가 아닌, 인간 나은주의 모습을 보여주라나.

“그래서 넙튜브용 콘텐츠는. 정했대?”

“초대석 토크라고, 게스트 불러서 토크하는 게 메인이라 들었슴다. 누님 연예계 지인들과의 편안한 모습을 통해, 자연스러운 모습을 이끌어낸다······뭐 그런 취지라고 함다.”

“게스트빨로 조회수 빨아먹겠다는 거네.”

제 회사 방침에도 신랄한 평가를 내리는 나은주.

그때.

나은주의 머릿속을 스치는 한 가지 아이디어.

“야. 상진아.”

“네, 누님.”

“너 유진이 넙튜브 채널 알아?”

“그 아역배우 박유진 채널 말씀이심까? 가끔 봄다. 넙튜브 채널 중에선 거의 제일 잘 나가지 않슴까. 누님 채널 개설하기 전에 참고용으로 모니터링 중임다.”

“그럼 웹드라마 티저 올라온 것도 봤겠네?”

“물론 봤슴다. 생각보다 퀄이 좋아서 놀랐슴다.”

“거기에 내가 출연하면 어떨 것 같아?”

그러자 이상진은 음, 하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음, 일단 회사분들은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슴다. 그거 완전 코미디물 같던데 아님까?”

“회사 사람들 말고. 너는 어떨 거 같냐고. 그냥 넙튜브 이용자로서.”

나은주가 다그치자 이상진은 눈치를 보다 슬쩍 말했다.

“솔직히 궁금하긴 함다. 누님 코미디물 같은 건 한 번도 안해보셨잖슴까.”

그 대답에 만족한 듯.

나은주는 편안하게 차 시트에 몸을 기댔다.

“하긴. 나도 궁금해. 내가 어떻게 나올지.”

*

다시, 오디션 현장.

"바, 바, 박유진 배우?! 어떻게 여기에.“

예기치 못한 유진의 등장에 술렁거리는 극단 ‘등불’ 사람들.

박유진에 대한 섭외 의지를 접은 판국에.

설마 박유진이 직접 오디션을 보러 올 줄이야.

‘그것도 정식 오디션도 아니고, 날림식으로 하는 번개 오디션에 온다고?’

대체 왜? 라는 질문만 떠올랐다.

"현장 접수도 받으신다고 들었는데. 괜찮을까요? 오디션 보고 싶습니다!"

혼란으로 가득 찬 극단 사람들과는 달리.

두 손을 모으고 매우 공손히 묻는 유진.

신대종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 물론입니다. 그런데 박유진 배우. 오디션 대본은 다 숙지한 건가요?”

“넵! 다 외웠습니다!”

유진은 손에 들려있는 대본을 무대 위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이번 오디션은 번개이긴 하지만 분량이 적지 않았다.

민주가 진상을 드러낸 뒤 원맨쇼를 하는 장면이니까.

‘그걸 받자마자 다 외워버렸다고? 어린애의 허세인가? 아니야. 그렇다기엔 박유진이라는 명성이 있지.’

신대종은 손수건을 꺼내 제 이마를 닦았다.

저도 모르게 식은땀이 나고 있던 것.

“그, 그럼 준비되면 바로 시작해주세요.”

“넵!”

힘차게 대답한 유진.

그 이후 마치 무대를 가늠하듯, 그 위를 한 바퀴를 빙 돌았다.

‘그런데 이 오디션에 참가했다는 건, 출연료 욕심은 없다는 건가? 큰 돈 벌겠다고 여길 올 리는 없으니까. 아무튼 여기서 박유진이 좋은 모습을 보여줘도 난감한데.’

그러는 사이 난감한 기분에 빠진 신대종.

유진이 정말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캐스팅하지 않을 수 없다.

본인이 오디션에 직접 지원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극단 사람들의 우려가 있듯.

유진을 민주 역에 캐스팅하면 후폭풍이 따를 것이다.

‘아이 씨, 모르겠다! 일단 집중하자. 지금은 오디션 진행 중이야. 배우의 연기를 보는 게 우선이니까.’

신대종은 곧장 정신을 차리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돌변했다.

'카메라 앞에서 하는 연기와 무대 연기는 엄연히 달라.'

영화, 드라마 등에선 디테일이 꽤 강력한 무기가 된다.

각 인물들의 얼굴은 물론이요, 몸짓 등을 클로즈업해서 찍을 수 있으니까.

그러나 무대는 다르다.

관객 입장에선 객석 어느 쪽에 앉느냐에 따라 시야도 다르다.

아무리 소극장이라 하더라도, 맨 뒷줄에선 잘 보이지 않는 경우도 수두룩.

'필모그래피를 쭉 훑어봤을 때, 배우로서 박유진이 가진 강점은 디테일이었어.'

의젓한 키즈모델 아들.

태어나길 사이코패스인, 느릿하고 섬뜩한 연쇄살인마 아역.

순진무구한 성장형 캐릭터.

모두 폭발적으로 감정을 드러내기보단.

바스트 숏 등 클로즈업된 화면에서의 디테일한 표현을 보여주었다.

‘그것도 정말 대단한 능력이지만, 무대에서는 조금 달라.’

모든 관객이 알아차릴 수 있도록.

좀 더 커다란 액션과 직관적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미디어 연기보다는 다소 과장되고 확실한 액션이 필요하다.

‘그래서 연극 하다가 미디어 연기로 넘어가서 죽 쑤는 경우도 많고, 그 반대도 흔하지.’

요즘 가장 핫한 아역배우, 박유진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자, 박유진. 너는 대체 어떤 캐릭터를 보여줄 거지?’

이윽고 무대 중앙에 선 유진.

곧 심호흡을 한 번하고는.

연기를 시작했다.

“제가, 제가 그랬습니다.”

숨이 찬 것처럼 고르지 못한 호흡.

떨리는 목소리.

“저, 적이 형을 죽인 것도, 수란 누나를 사, 사, 사라지게 한 것도! 모두 제가 한 짓이라고요.”

그 몇 마디를 듣자마자 신대종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이게 무슨 발연기야?’

본래 하진무가 구축한 민주 캐릭터는 매우 담담하고 서글프게 범행 사실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유진은 긴장이라도 한 듯 덜덜 떨며 자백을 이어나갔다.

이래서야 진상이 드러났을 때의 충격이 덜해질 수밖에.

‘대본을 외우는데 급급해서 저러는 건가? 전혀 범인의 행동이 아니야. 아니, 오히려 범인이 아닌데 억지로 자기가 범인이라고 하는 것 같다고.’

진실을 폭로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이게 진실이라고 믿어달라는 것만 같은 말투와 몸짓.

들으면 들을수록 밀려드는 실망감.

동시에 떠오르는 의아함.

‘혹시, 첫 무대라고 긴장한 건가?’

그러자 나름 이해가 갔다.

역시 카메라 앞에서 날고 기어도.

무대라는 공간이 주는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베테랑 배우들도 실수하는 곳이 바로 무대니까.

‘안타깝네. 역시 무대에 익숙해지기엔 너무 어렸어.’

아무튼.

배우는 오디션으로 증명하는 사람들.

무대 위에 선 이상, 나이와 개인 사정은 고려할 사안이 아니었다.

남아있던 일말의 기대감조차 내려놓으려던 신대종이었다.

“형이. 우리 가족을 망가뜨렸잖아요.”

그런데.

“형이 한 거짓말. 그것 때문에 우리 가족은 다 망가졌어. 다 형 때문에!”

주인공에게 분노를 표하는 연기는 또 확 다가왔다.

‘뭐야? 갑자기 확 감정이 실렸는데? 지금은 또 진심을 얘기하는 것 같아.’

하다 보니 긴장이 풀린 것일까?

아니면 그냥 배우가 감정적으로 연기하는 것일까?

도무지 신대종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결국 탈락이야. 저런 연기를 보고 뽑을 순 없지.’

유진이 잘 해도 걱정이었던 신대종으로선 차라리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오디션 대본 분량이 다 끝났을 때.

‘요즘 엄청 잘 나가서 이런 실패가 익숙지 않겠지. 그래도 고작 9살이니까.’

신대종은 박유진에게 뭐라고 위로해줘야 하나 고심하기 시작했다.

“······네? 뭐라고요? 안 믿겨?”

유진이 갑자기 새로운 대사를 치기 전까지.

“아니, 아니에요! 제가 한 거라고요. 내가 죽였어. 내가 사라지게 했어! 진짜라니까요? 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

갑자기 유진이 오디션 대본에도 없는 대사를 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게, 그러니까. 기, 기억 안 나요! 몰라, 그딴 거! 내가 한 거라고요. 내가!”

갑자기 자기가 한 일이 맞다고, 떼스며 우기듯 말하는 유진.

마치 제 말을 믿지 않는 주인공을 설득하듯 말이다.

‘이게 대체 무슨······잠깐. 설마?’

그러자.

신대종의 머릿속에서 유진이 오디션 내내 보여줬던 연기의 흐름.

그게 재구성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입니다!”

유진이 연기를 끝내고 평소대로 돌아왔을 때.

심사위원들은 모두 혼란스러운 눈빛이었다.

‘뭐야, 대체?’

‘그렇게 멋대로 연기해놓고, 심지어 대사까지 막 만들어내?’

‘장난하자는 거야 뭐야?’

단, 신대종만을 빼고.

“박유진 배우.”

신대종은 유진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후반부 대사는 모두 대본에 없는 대사인데. 스스로 만들어낸 건가요?”

“넵! 맞습니다.”

“어째서 그런 대사를 추가한 거죠?”

“제가 표현한 민주는 범인이 아니었으니까요.”

그 말에 더욱 커지는 혼란.

당연한 일이었다.

모든 일의 원흉이며, 작품의 핵심인 민주가 범인이 아니라니?

“조금 더 설명해주세요.”

신대종은 여전히 침착함을 유지한 채 물었다.

유진 역시 차분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음, 제가 생각하기에는요. 만약 제가 민주라면, 그 모든 일들의 범인이 될 수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민주가 만약 제 나이 또래라면, 어른들에게 그런 나쁜 짓이 가능할 것 같지 않거든요.”

그건 유진의 캐스팅을 고려했던 신대종조차 놓친 부분.

‘어린아이 범죄자’라는 금기, 이미지에 취해.

그에 뒤따르는 개연성을 생각하지 않았다.

어떻게 그 어린아이가 어른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는지.

그런데 배우 박유진은 그것을 캐치해냈고.

그를 토대로 대본을 해석했고, 아예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주인공, 정호에 대한 민주의 분노는 진짜였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라도 누군가 가족을 망가뜨렸다면 꼭 복수할 것 같아요. 하지만 어린아이인 민주가 할 수 있는 일은 딱히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어린 마음에, 정호에게 자기가 복수한 거라고 거짓말을 한 거라 생각했습니다.”

조금도 떨지 않고 또박또박 말하는 유진.

‘초반에 그렇게 덜덜 떨면서 했던 것도, 주인공에게 적의를 드러낼 때만 감정이 담긴 것도······모두 계산된 연기였다고?’

상황이 역전됐다.

오히려 신대종의 손끝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으니.

“그럼, 그럼 박유진 배우는 진짜 범인이 누구라고 생각하나요?”

대본상 범인이라고 정해져 있던 민주.

그런 그가 범인이 아닌, 범인인 척했던 것이라면, 누가 범인이란 소리인가?

“모르겠습니다!”

유진은 뻔뻔해 보일 정도로 당당히 대답했다.

“음, 그래도 꼽자면······전 이 작품의 범인은 ‘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소문?”

“넵. 소문이라는 건 대부분 누가 처음으로 퍼뜨렸는지 모르잖아요. 되게 무책임하게요. 저희 학교에서도 그래요. 안 좋은 소문이 나면 누가 가장 먼저 퍼뜨렸는지 알 수 없더라고요. 그러니까, 범인의 정체는 끝까지 누구도 알지 못하고 소문처럼만 전해지는 거죠. 아마 범인에겐 그게 최고의 복수 아닐까요?”

주인공이 내뱉은 가벼운 말 한 마디가 소문을 만들어냈고.

그게 어떤 사람들을 나락으로 빠뜨렸듯.

이 모든 일의 범인에 대해서 소문만 무성하고, 정작 범인은 누군지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이 극이 가진 미스테리는 더욱 증폭되고.

‘생각없이 던진 한 마디가 소문이 되어, 누군가에게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극의 메시지.

그게 더욱 상징적으로 기능할 수 있을 터였다.

‘거기다 박유진을 민주 역으로 캐스팅한다 해도, 이런 식의 스토리텔링이라면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어.‘

저 유진의 해석을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매우 교묘하게 말이다.

“이 작품 해석······박유진 배우 혼자만의 생각입니까? 아니면 누가 도와줬습니까?”

“저 혼자 생각했습니다. 아. 하진무 삼촌이 대본을 어제 보내주셔서, 그걸 토대로 생각해보긴 했어요!”

신대종의 질문에 볼을 긁으며 수줍게 대답하는 유진.

‘정말······정말 믿기지가 않는군. 미쳤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아. 저게 정말 9살짜리의 발상인가?’

어린아이라는 자신의 특성에 맞게 해석한 캐릭터.

그를 설득시키는 연기력과 작품의 깊이까지 더해주는 반짝이는 아이디어까지.

연습기간 동안 봐왔던 하진무의 민주는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고, 새로운 캐릭터였다.

짝짝짝!

벌떡 자리에서 일어선 신대종.

연출이기 이전에 한 명의 관객으로서.

유진에게 기꺼이 박수를 보냈다.

“고맙습니다. 박유진 배우. 오늘 참여해줘서, 그런 연기를 보여줘서. 정말 고마워요.”

갑작스런 박수에 흠칫 놀란 유진이었으나.

곧 만면에 웃음이 피어났다.

“감사합니다!”

정말 진심에서 우러나온 미소처럼 보였다.

그렇게 유진이 총총 사라진 이후.

“이거 또······고민이 늘었군요.”

한데 모인 심사위원들.

유진의 연기는 그들에게 새로운 고민거리를 던져준 셈이었다.

“저 해석을 받아들이면, 대본이나 연출에도 어느 정도 수정이 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시간이 촉박한 와중에 작품 결말이 바뀐다니.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닐 겁니다.”

몇몇 심사위원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었으나.

정작 그들의 표정은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보였다.

이미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는 느낌.

“정말 당돌하죠. 개막까지 몇주 남지 않은 연극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결말을 들고 나오다니.”

신대종이 말했다.

“하지만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감수해야죠. 수정은 최소한으로 하고, 저 해석이 주는 메시지와 여운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가봅시다.”

신대종의 손끝에서부터 시작된 떨림.

그게 온몸으로 퍼져가는 중이었다.

그가 항상 추구하는 새로움.

그걸 찾았다는 희열에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난 이미, 박유진 배우에게 설득당했어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