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화
일본 도쿄에 위치한 최고급 호텔.
그곳에는 일본 투어 중인 빅터 멤버들이 숙박 중이었다.
그중에서도 재오가 머물고 있는 방.
그 방문을 조실장이 두드렸다.
“어. 들어와.”
안으로 들어가는 조실장.
안에선 재오가 의자에 앉아 가만히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할 말이 있다는 게 뭐야? 내일 콘서트 있는데 푹 쉬어야지.”
“형.”
갑자기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드는 재오.
“이번 아시아 투어 끝나면 뭐 또 하는 거 없지?”
“투어 끝나면? 아직 한참 남았잖아.”
이번 빅터의 앨범이 워낙 히트를 쳤기 때문에.
아시아 투어 이후에 다른 나라들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다.
아마 몇 개월 동안은 ‘첫사랑’을 비롯한 앨범 수록곡만 주구장창 부를 예정.
“아무튼. 계획 잡힌 거 있어?”
“아마 유닛이나 개인 활동 돌 거다.”
“그럼 나 투어 끝나고, 나 연기해도 되지?”
조실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첫사랑’ 뮤비 주연 이후 연기 갈증을 좀 해소시켰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다시 쿨타임이 돈 모양이다.
“갑자기 왜 그래?”
“이제 약속을 지킬 때 됐잖아. 나 연기 시켜준다며.”
조실장은 대답하는 대신 흘끗 재오의 스마트폰 화면을 훔쳐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와 주변인 미쳤다... 그냥 홀린 듯이 봤음.
등불에서 주로 하던 극이 아니라서 엄청 신선했다 거기다 결말까지 생각할 여지도 많고
박유진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날라다니더라. 애가 눈빛이며 연기력이 ㅋㅋ 그냥 돌았던데
진짜 그 어린애가 나오고부터 극의 흐름이 달라짐 거기다 통수까지 때리고 ㅋㅋㅋ 관객들을 가지고 놀더라
연극무대 자주 섰으면 좋겠던데]
유진이 참여했던 연극, <주변인>의 반응을 살펴보고 있던 중인 모양이다.
그것도 유진의 팬들이 모인 공간이 아닌, 연극 매니아들이 모인 커뮤니티 반응이었다.
거기다 재오가 틀어놓은 TV에선.
[믿겨지십니까? 이게 8살, 그리고 9살때 박유진이 보여준 연기입니다.]
[와우. 한국 연예계는 정말 엄청난 보물을 가지고 있네요!]
[한국 드라마 <호구>는 검도라는 소재로 이목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어린 남매의 성장기죠. 한국의 어린 두 배우는 그 역할을 완벽히 수행해냈습니다]
[그중에서도 박유진의 귀여움은 일본 열도를 뒤흔들어놓았죠! 중년 여성들을 중심으로 박유진의 인기가 장난 아닙니다!]
일본 프로그램에서 유진의 인기 요인을 설명하고 있었다.
“나 예능이든 앨범이든 어떻게 돌려도 상관없는데, 작품은 꼭 하나 들어가고 싶어.”
아무래도 최근 유진의 행보에 제대로 자극을 받은 모양.
‘예전 같았으면, 이 녀석이 연기한다고 했을 때 뜯어말렸겠지.’
배우 지망생으로 뽑혔던 재오.
그러나 그를 느닷없이 아이돌 데뷔조로 바꿔야만 했을 정도의 파멸적 발연기.
‘하지만 이 녀석 연기력이 몰라보게 좋아졌지.’
공익광고 이후 재오의 연기력은 확실히 진일보했다.
그걸 ‘첫사랑’ 뮤비에서 증명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번 앨범 활동 와중에도 연기 트레이닝을 꾸준히 받을 정도로 열의가 남달랐다.
콘서트로 피곤한 와중 틈틈이 혼자 연기 연습까지 하고 있으니.
“그래서. 뭐 어떤 작품 하고 싶은데?”
못 이기는 척 답한 조실장.
그러자 재오가 곧장 대답했다.
“뭐야. 내가 말하면 그런 작품에 꽂아주려고?”
“들어나보자는 거지.”
“솔직히 장르는 뭐든 상관없어. 액션, 멜로, 공포, 코미디. 다 좋다고. 대신에 무조건 좋은 배우님들이 참여해야해.”
“너무 막연하잖아. 네가 가장 원하는 배우가 누군데? 딱 말해봐. 남녀 한 명씩.”
“으음. 여배우 쪽에서 한 명 뽑자면 강사랑 요즘 연기 엄청 잘하던데. 호평도 많고. 남자 쪽은 주인경. 저번에 <적색 바다>에서 장난 아니더라고.”
유진과의 연기 호흡을 통해 성장할 수 있던 재오다.
그렇기에 훌륭한 배우들과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있으니, 최대한 그들에게서 배울 생각이다.
“보는 눈은 높아가지고. 강사랑이랑 주인경 정도면 이미 내년까지 차기작 스케줄 꽉 차 있을 거다. 차기작 기사도 났잖아? 너 하루라도 빨리 연기하고 싶은 거 아니냐?”
“그렇긴 한데.”
“그런데 의외다. 난 당연히 네가 박유진 이름 댈 줄 알았는데.”
“유진이는 <환혹> 컨택 받았다며. <데드맨> 끝나면 당연히 그거 하겠지.”
“너, 스윗터는 보면서 인터넷 기사는 안 봤냐? 박유진 <환혹> 깠어.”
“뭐? 진짜?”
재오는 곧장 휴대폰으로 검색해, 기사가 뜬 것을 확인했다.
“하아. 부럽다. 그런 대작도 깔 수 있고.”
“차기작이 확정되었거나, 해외 진출은 꺼리거나. 둘 중 하나겠지.”
곧 축 늘어지는 재오.
지금 이 시간에도 유진은 연기자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더욱 성장하고 있을 터였다.
“유진이 차기작에서 같이 작업하는 것도 좋긴 한데. 작품 보는 눈이 엄청 좋거든, 걔.”
“나쁘지 않지.”
처음엔 유진과 엮이는 것을 꺼림직하게 여겼던 조실장조차.
2년간 유진이 걸어온 성공가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유진이 참여하는 작품=흥행보증이라는 공식이 있었으니.
“아무튼, 이번에도 연기 안 시켜주면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알지? 나 한다면 하는 거. 광고, 뮤비. 이런 거 안 돼. 무조건 장편 드라마나 영화. 호흡 긴 걸로.”
“알았다. 투어 끝나면 같이 작품 좀 살펴보자.”
“어?”
예상 외로 조실장이 시원하게 대답하자.
오히려 말을 꺼낸 재오 쪽에서 당황한 모습이었다.
“지, 진짜야? 나중가서 또 무슨 이상한 핑계 대는 거 아니지?”
“안 시켜주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며? 그리고 너도 언제까지 예능만 돌 수는 없잖냐. 이번 '첫사랑' 뮤비 덕분에 연기 데뷔 기대하는 여론도 생겼고.”
재오가 보기에도 조실장의 태도가 달라졌다.
예전엔 연기 얘기만 꺼내면 어떻게든 넘어가려 했었는데.
이젠 제법 진지하게 함께 작품까지 살펴봐 준다고 하지 않나?
“오, 오케이! 나 휴식기 필요 없어. 끝나고 바로 작품 들어가도 돼.”
“쓸데없이 무리하진 말고. 알았으니까 일단은 아시아 투어에 집중하자고. 박유진 새 작품 들어가면 그때 알려줄 테니까.”
“당연하지!”
조실장이 물러간 뒤.
재오는 재차 동력을 얻은 것처럼 온몸에 피가 돌았다.
배우 지망생부터 오래도록 꿈꿔오지 않았나.
자신이 드라마나 영화 속에 인물이 되어 연기하는 모습을.
“좋아. 연습하자, 연습.”
이제 그 꿈을 이룰 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
"하아."
"너무 그리 낙심하지 마세요. 아이자와 감독님."
아이자와를 위로하는 진승호.
그러나 아이자와의 얼굴은 좀처럼 펴질 생각이 없었다.
"그냥 박유진 쪽이 작품을 하나 거절한 것 뿐입니다. 모든 걸 벌써부터 예단할 필요는 없지요."
바로 유진이 일본 대형 기대작 <환혹>을 거절했다는 소식을 접한 탓.
"아닙니다. <환혹>이나 되는 작품을 거절했는데. 제 작품에 참여할 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박유진 배우는 연극 <주변인>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했습니다. 번개 오디션을 지원할 정도로 욕심도 냈지 않습니까."
그 말에 아이자와는 후우, 하고 한숨을 내뱉었다.
"물론 그럴지도 모릅니다."
작년부터 꾸준히 나왔던 유진의 일본진출설.
이에 대해 유진의 소속사 측에선 묵묵부답이었다.
굳이 부정하지 않는 것을 보면 분명 어느 정도 욕심은 있을 것이다.
게다가 최근 <호구> 등을 통해 일본 내 유진의 주가가 상승 중이지 않은가?
이 기회를 유진 측에서 놓칠 리가 없다.
아이자와는 그리 생각했다.
"하지만 대형 기대작인 <환혹>을 거절했다는 건, 일본 진출 자체에 부정적일 확률이 높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박유진이 애초에 일본 진출을 노렸다면.
그런 대형작품을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다.
"하긴. 박유진 배우는 아직 10살이니까요. 학교도 다녀야 하고, 여러모로 부정적일 수밖에 없겠죠."
그리 중얼거리며 애써 납득해보려는 아이자와.
그러나 여전히 그의 표정은 밝아지지 않았다.
연극 연출가인 신대종도 인정했듯.
민주라는 역할에 유진을 대신할 배우는 없다고 생각했으니.
'정말로 박유진 배우가 참여하지 않는다면, 대체 누굴 민주 역할로 세워야 하지?'
벌써 눈앞이 깜깜해졌다.
곧 일본에서 스튜디오 직원들이 입국해, 계약을 마무리할 예정이라 기분이 좋았거늘.
시작부터 일이 크게 꼬여버린 기분.
"그런데 정말 희한한 일입니다. 이순철 배우 역시 <환혹> 캐스팅 제의를 거절했다고 하더군요."
그 말에 아이자와가 이상한 소리를 냈다.
"예? <호구>에서 박유진 배우와 호흡을 맞춘, 한국의 원로배우 이순철 말입니까?"
"맞습니다. 심사숙고하다 결국 거절했다고 들었습니다."
"이해가 안 가는군요. 혹시 한국에선 소설 <환혹>의 평가가 안 좋은 편인가요?"
"아뇨.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잘 나가는 작품을 유진에 이어 이순철까지 거절했다니.
아이자와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 역시 <환혹> 원작을 읽어본 사람으로서 작품을 고평가 하고 있었으니.
"아무튼, 포기하긴 이릅니다. 아직 판권 계약이 끝나지도 않았고, 정식으로 캐스팅 작업이 이뤄지려면 아직 시간이 꽤 남았죠."
진승호가 말한 것처럼.
영화 제작을 준비하는 동안 유진의 입장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진승호 대표님. 전에 말씀하셨죠. 박유진이란 배우는 매순간 제 몸값을 올리는 중이라고."
무엇보다 거장 권성택의 작품, <데드맨>에도 참여한 유진이다.
앞으로도 내노라 하는 감독들이 유진을 탐낼 것이다.
그런 그가, 일본인 감독이 제작하는 <주변인>에 참여해줄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해 아이자와는 답변을 내놓을 수 없었다.
'그래서 연극 <주변인>이 끝난 직후. 구두로라도 출연 약속을 받아내고 싶었던 건데.'
"잠시 전화 좀 받겠습니다."
"네. 그러시죠."
휴대폰을 들고 일어서는 진승호.
혼자 남은 아이자와는 물만 들이켤 뿐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아이자와 감독님."
진승호가 씨익 웃으며 나타났다.
"좋은 소식입니다. 박유진 배우 측에서 감독님을 만나고 싶다고 합니다."
"네?"
전혀 뜻밖의 소식에 아이자와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
이동 중인 차 안.
유진은 유심히 휴대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휴대폰에선 영상이 하나 재생 중이었다.
[뭘 그만해? 그딴 표정 짓지 마. 역겨우니까.]
영상 속에는 재오가 화면을 응시하며 대사를 뱉고 있었다.
바로 재오가 독백 연기를 하는 영상인 것.
아무래도 연기 트레이닝을 받는 도중 모니터링용으로 찍어놓은 모양이었다.
[발신자 : 빅터 재오
유진아
형 연기 어떤 것 같아??]
영상이 끝나기 무섭게.
재오로부터 문자가 날아왔다.
유진은 곧장 답장을 보내주었다.
[오 형 잘하네요 ㅎㅎㅎ
감정전달이 특히 좋아요
이제 하산하셔도 될 듯]
[ㅎㅎㅎㅎㅎㅋㅋㅋ에이 띄워주기는
그 정도는 아니지ㅎㅎㅎ]
[ㅋㅋ 맞아요
아직 하산하기엔 이르죠]
[ㅋㅋ...]
ㅋㅋ이긴 하지만 뒤의 점 세 개가 여러모로 의미심장했다.
덕분에 유진은 재오의 표정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유진은 키득키득 웃으며 자판을 눌렀다.
[농담이에요 형ㅋㅋㅋ
근데 진짜 많이 는 것 같아요 이건 진심!]
빈말이 아니었다.
공익광고 촬영 때와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라 할만 했다.
2년 동안 꾸준히 트레이닝을 받은 모양.
'첫사랑' 뮤비에서도 꽤 좋은 모습을 보여준 재오가 아닌가.
[기다려라 세상아...
천.재.배.우. 재오가 세상을 놀라게할 테니까...]
[바람소리와 스산한 빗소리가 사무실 창밖을 때린다...
폭풍전야...
모든 것은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
갑자기 뭔소리야]
[암것도 아니에요 ㅎㅎ]
"흐음."
재오와 호흡을 맞춰 연기하는 것.
유진으로서도 나쁠 게 없었다.
'재오 형의 정극연기 데뷔작은 여러모로 화제가 될 테니까.'
유재콤비로 불리는 두 사람이 함께 한다면.
그게 어떤 작품이든 분명 주목을 받을 것이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시장에서도.
“다 왔어.”
차동석의 목소리에 유진은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잠시 후.
약속 장소에서 아이자와와 마주한 유진은 꾸벅 고개를 숙였다.
“반갑습니다, 아이자와 감독님! 팬이에요!”
"제, 제 팬? 정말요?"
아이자와는 얼떨떨한 얼굴로 유진과 악수했다.
"오, 한국말 되게 잘 하신다! <중독>이랑 <그날은 너무도 맑았다> 모두 다 재미있게 봤어요."
"네? 제 작품은 관람등급이..."
"걱정 마세요. 아빠랑 같이 봤거든요."
여러모로 아이자와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설마 10살인 유진이 제 필모그래피를 줄줄 꿰고 있을 줄은 몰랐던 모양.
"저 역시 영광입니다. 전 계속 박유진 배우를 만나고 싶었어요. 그런데 박유진 배우가 절 먼저 만나자고 할 줄은 몰랐어요"
“네. 실은 감독님께서 <주변인>을 영화로 만든다고 들었거든요. 그거 진짜인가요?”
그 말에 흠칫 놀라는 아이자와.
그러나 곧 그의 얼굴에 기대감이 깃들기 시작했다.
“아직 계약절차가 진행 중입니다만, 거의 확정입니다.”
"민주 역할. 제가 맡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아니면 오디션 기회라도 받고 싶어요.“
그리고.
유진의 대답에 그 기대감은 환희가 되어 폭발했다.
“오, 물론이죠! 당연합니다! 민주 역할은 오로지 박유진. 당신을 위한 거예요.”
뛸 듯이 기뻐하는 아이자와.
마치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이었다.
괜히 유진이 다 민망해질 정도였다.
“그런데 일본어를 배워야 할 겁니다. 괜찮겠어요?”
"언어는 그다지 장벽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앞으로 열심히 배우면 되죠."
아직 시간은 많다.
여러 의미에서 말이다.
“저,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여태 아이자와의 통역을 도와주던 진승호.
그가 갑자기 나섰다.
“박유진 배우. 일본 쪽에서 <환혹>으로 캐스팅 제의를 받았다는 게 사실인가요?"
"넵. 사실이에요."
"그렇다면 <환혹>을 거절하고 <주변인>을 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아이자와 역시 궁금하다는 표정이었다.
엄청난 기대작 <환혹>을 거절하며 일본 진출에 부정적인 것처럼 보이던 유진이.
어째서 일본인 감독이 제작하는 영화 <주변인>은 흔쾌히 응한 것인지.
마치 이 기회를 기다렸다는 것처럼 말이다.
"음? 되게 간단해요. <환혹>은 별로고, <주변인>은 좋으니까요."
유진은 그리 대답했다.
정말 그것 뿐이라는 듯.
진승호로선 그 대답이 무척 신기했다.
엄청난 기대를 받는 영화의 캐스팅 제의는 까버리고.
한국에선 다소 낯선 일본인 감독을 찾아와 참여를 자청하다니.
'물론 자신이 참여했던 연극이 영화화하는 거라곤 하지만, 어느 쪽이 욕심나고 이득일지는 누가 봐도 확실한데.'
사업가인 진승호가 보기엔 그저 불합리한 결정으로 보이는 것.
그리고 그 결정을 지지해주는 소속사와 부모님까지.
'하지만, 박유진이기에 납득할 수 있어.'
무엇보다 영화 <주변인>에 유진이 참여해준다면.
배급을 맡을 예정인 위니필름 쪽으로선 크게 환영할 일이니까.
“그런데 감독님. 혹시 다른 캐스팅은 정해졌나요?”
“아뇨. 계약을 마무리하고 차근차근 검토해보려 합니다.”
아이자와의 최우선 목표는 유진을 미리 잡아두는 것이었으니.
그 외에는 아직 고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유진만으론 부족해.’
그것이 진승호의 판단이었다.
유진이 일본에서 인기몰이중이라곤 하나, 아직 검증되진 않았다.
게다가 원작 자체가 인지도가 많이 떨어진다.
아이자와도 매니아층이 있으나, 대중적으로 흥행했다고 보기엔 어려운 감독이고.
‘확실한 스타 캐스팅이 있으면 금상첨화일 텐데.’
“음. 주인공은 일본이랑 한국에서 둘 다 인기 있는 사람이 맡으면 좋겠다. 그죠?”
그런 진승우의 속내를 간파하는 듯한 유진의 말.
“······혹시 추천할만한 배우가 있나요?”
진승우가 흠칫 놀라며 물었다.
“음. 추천이라기보다, 오디션 기회를 줬으면 하는 배우가 한 명 있어요.”
가장 최적의 조건은 20대의 나이이면서.
일본과 한국에서 두루 인기를 얻고 있는 연예인.
“연기 하고 싶어서 근질거리는 형이 한 명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