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화
강남 돗대시네마 영화관.
최근 히트작이 없어 비교적 한산했던 영화관.
그곳에 관객들이 북적이기 시작한 것.
바로 근래 최고 기대작, <데드맨>을 보기 위함이다.
그 중에서도 다소 튀는 행색을 한 사람이 한 명 있었으니.
“······.”
눌러 쓴 후드티.
커다란 선글라스.
코와 입을 모두 가리는 마스크.
누가봐도 수상해보이는 모습.
'누가 알아보진 않겠지?'
그 정체는 바로 빅터의 재오였다.
아시아 투어가 끝난 이후, 줄곧 한국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다 몰래 숙소를 빠져나와 영화를 보러가는 중.
바로 <데드맨>을 보기 위해서 말이다.
'뭐? 지금 <데드맨> 매진 행렬이야. 사람 미어터진다고! 그런데 영화를 보러가? 미쳤어?'
얼마 전.
그리 말하던 조실장의 목소리가 재오의 귀에 울리는 듯 했다.
<데드맨>을 보러 영화관에 가고 싶다던 재오의 말에 대한 대답이었다.
'좀 기다려. 어차피 VOD 풀릴 거 아니야.'
'스케줄 때문에 시사회도 못 갔는데, 그때까지 또 기다리라고?'
'왜 이리 어린애처럼 구냐? 알았어, 알았다고. 비교적 쾌적하게 볼 수 있게 표를 구해다주든 할 테니까. 그때까진 제발 얌전히 있어라. 알겠어?'
그러나.
재오는 도무지 얌전히 있을 수 없었다.
‘미안해, 형. 이것만 보고 금방 돌아갈 테니까.’
미리 꺼놓은 휴대폰을 재차 확인하며, 재오는 영화 티켓을 꺼내들었다.
참여진만 봐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초특급 기대작.
심지어 거기에 유진까지 참여를 한다니!
'이걸 어떻게 VOD 풀릴 때까지 참아? 이건 못 참지.'
게다가 앨범 준비에 컴백 활동, 아시아 투어까지.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낸 터라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지 너무 오래됐다.
가장 최근이 <날개>였으니 말 다 했다.
"영화 <데드맨> 8관입니다. 즐거운 관람 되세요."
구석자리에 자리잡은 재오.
자리에 앉아 주위를 살펴보았다.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극장은 관객들로 꽉 찼다.
'이야.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영화를 보기 위해 모여있다니. 다른 극장도 꽉 찼을 거고.'
이들 틈에 섞여.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볼 수 있다면?
그 상상만으로도 재오는 짜릿함을 느꼈다.
'<주변인> 오디션 준비,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
그렇게 새로이 동기부여를 하고 있을 무렵.
영화 <데드맨>이 시작되었다.
끼이이익-!
시작하자마자 화려한 차량 추격씬이 눈을 사로잡았다.
도로를 달리는 한 대의 검은 차량.
그 뒤를 쫓는 여러 대의 회색차량이 에워싸고.
잡힐까 말까.
그 긴장감이 내내 펼쳐졌으나, 결국 검은 차량이 붙잡히고 만다.
[아이고, 누님. 그니까 얌전히 잡히시면 좀 좋습니까. 제가 에스코트해드리겠습니다.]
[입 닥쳐. 됐으니까 너희 보스한테 안내나 해.]
쫄깃하게 대사를 치는 고석태와.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모습을 통해 긴장감을 선사하는 나은주.
그 이후에도.
[예의도 없는 새끼 같으니! 네 보스가 직접 오라고 해.]
[보스께서 직접 오실 때는, 흑범파를 박살낼 때뿐일 겁니다.]
거기에 흑범파 보스 역을 맡은 성주열과.
김비서 역을 맡은 장무하 역시 이 긴박한 분위기를 제대로 돋궈주었다.
그리고.
[보고해. 일목요연하게.]
주인공 한권주, 윤재하가 등장하는 순간.
어마어마한 카리스마를 내뿜었다.
머리를 올백으로 넘기고, 정장을 입은 모습에 몇몇 관객은 탄성을 내지르기도.
눈과 귀가 즐거운 순간들.
그렇게 모두가 한참 영화에 빠져있을 때.
[아빠?]
박유진, 아니. 윤빈이 등장했다.
“헐.”
“완전 귀엽다.”
잔뜩 겁을 먹고 울먹거리는 윤빈의 모습.
그를 앓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영화가 진행되며 점차 윤재하의 조직에 전운이 감돌기 시작하고.
윤재하는 가족들을 별장에 옮기기로 결정한다.
[아빠! 아빠아. 나 아빠랑 있을래요. 이거 놔. 아빠. 아빠!]
윤빈이 윤재하를 떠날 때에 떨어진 곰인형.
그에 눈물을 훔치는 사람도 다수.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여느 영화에서든 흔히 볼 수 있는, 희생당하는 아이 역할.
물론 아역배우로선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고.
유진의 연기는 훌륭했다.
그러나 다른 배우와 비교해서는 분량도, 존재감도 희미한 것이 사실.
‘라이브 방송에서 대부분이 유진이를 지목한 것도, 그냥 아역배우 띄워주기일 뿐이었던 건가?’
유진의 능력을 그 누구보다 믿고, 높이 사는 재오조차 그리 생각했다.
극 초중반부에 죽었으니, 앞으론 등장할 일도 없을 터.
극장 안의 모두가 그렇게 여기고 있을 때.
“······흡!”
“헉!”
“뭐야?”
잠시 후.
화면에 다시 윤빈이 다시 등장했다.
과거회상 따위가 아니라, 진짜로.
술에 잔뜩 취한 윤재하의 앞에 말이다.
그러나.
분명 윤빈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눈빛 탓인지 분위기가 달랐다.
아까 전엔 분명 순수하고 소심한 아이처럼 보였거늘.
지금은 마치 귀신과 같은 싸늘함을 품고 있었으니.
그 미묘한 분위기는 곧 관객들에게 긴장을 불러일으켰다.
영화관의 공기마저 싹 멈춰버리는 느낌.
[······빈아. 빈이 너, 맞아?]
혼란스런 관객의 심정을 대변하듯.
[너, 뭐야. 빈이 맞아? 응? 뭐라고 말 좀 해봐. 뭐야. 너 대체 뭐냐고!!]
술에 취해 소리를 내지르는 윤재하.
그러자 윤빈의 모습을 한 그 존재가 서서히 미소 지었다.
그러더니 그 존재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그게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곧 아까 전, 윤빈이 오열하며 아버지에게 매달리던 모습이 오버랩되고.
[그만. 그만해, 제발······.]
이에 무너지는 윤재하.
[내가 누군지 정말 몰라? 넌 내 이름을 알잖아.]
천진하면서 싸늘한 목소리가 미스테리함을 더했다.
“뭐야.”
“대체 뭐야 이거.”
아직 윤빈의 재등장에 제대로 감을 잡지 못한 관객들이었으나.
그 압도적 존재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윤빈의 모습을 한 이질적인 존재라는 것은 충분히 눈치챌 수 있었다.
잠시 후.
윤재하가 휘하 조직들의 우두머리들을 모두 소집한다.
최근 벌어진 쿠데타에 대한 뒤처리와 대책방지를 위함.
조직의 아지트에 마련된 거대한 회의실.
거기에 자리한 것들은 모두 한 때 지역을 장악했던 조직의 우두머리들.
[오셨습니까, 형님!]
그런 그들이.
윤재하가 등장하자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윤재하가 현재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것을 보여주는 연출.
그런데.
[······어?]
오직 한 사람. 아니, 한 존재.
영서만이 우뚝 서서 윤재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를 바라보는 윤재하의 복잡미묘한 표정이 클로즈업 되고.
점점 윤재하의 표정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쿵쿵쿵쿵쿵-
긴박한 음악까지 더해져 어마어마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두 배우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을 뿐인데.
그 어떤 장면보다 긴장감과 몰입감이 넘쳤다.
“와이, 씨.”
보는 사람의 털을 쭈뼛 서게 만들 정도의 서늘함.
화면이 암전된 이후.
겨우 한숨을 돌린 재오는 저도 모르게 제 팔뚝을 매만졌다.
“진짜 개쩐다······.”
나오는 것은.
그저 감탄사뿐이었다.
*
모두의 예상대로.
영화 <데드맨>은 개봉하자마자 예매율 1위를 달성했다.
현재 경쟁자가 모두 지지부진한 상태이기도 하고.
개봉 전부터 여러모로 화제가 된 작품이기에 기대치가 아주 하늘을 뚫은 모습.
[Today 영화 일일 관람 인원
<데드맨> : 340,332명
<장길동 – 도망간 시체> : 10,483명
<그는 그녀가 싫다> : 9,115명]
그래서일까.
첫날부터 관객수가 30만명을 넘겼다.
그러나 놀라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초반의 기세는 모두가 예상하던 대로니까.
중요한 것은 개봉 이후의 평가.
그게 관객 유지가 얼마나 되느냐를 결정지을 중요한 요소였다.
그를 가장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역시 관람객 평점.
[관람객 평점 9.29/10]
[절대 스포 당하지 말고 봐라 개미쳤음 10/10
연기파티가 미쳤다. 그냥 거를 타선이 없다. 근데 한권주는 미쳤고, XXX는 더 미쳤다. 10/10
이 영화를 제일 재밌게 즐기는 방법 : 당장 인터넷을 켠다. 예매한다. 10/10
권성택의 말처럼 이건 한 남자의 이야기다. 힘과 권력의 허망과 죄책감을 다룬 수작. 9/10
내년 백룡영화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그리고 남우조연상은 이미 결정난 듯. 10/10
형이 딱 말해준다 그냥 봐 ㅅㄲ들아 10/10]
매우 높은 스코어를 기록했다.
심지어 <데드맨>에 재미를 결정지을 아주 중요한 스포일러가 있다!
그 사실만으로 사람들의 호기심이 증폭됐다.
그 덕택에.
[Today 영화 일일 관람 인원
<데드맨> : 600,332명
<장길동 – 도망간 시체> : 3,331명
<그는 그녀가 싫다> : 1,048명]
주말 일일 관객수가 60만을 돌파할 정도.
[대체 스포가 뭐길래 그럼?
ㄴ (신고 누적으로 삭제된 댓글입니다)
ㄴ 그냥 영화관 가서 봐 보면 알아
ㄴ ㄹㅇ 제발 가서 봐...부탁이야...]
심지어 네티즌들은 스포일러 댓글에 신고를 먹여 자체검열까지 하고 있었다.
[필독! 데드맨 스포 금지, 스포 댓글 적극 신고, 빠른 차단 요망]
특히 그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영화 커뮤니티, 무비스타넷이었다.
왜냐?
영화 <데드맨>의 흥행과 작품성은 가뭄 그 자체였던 영화계에 단비와도 같았으니.
이를 최대한 지키고 싶다는 결의인 것.
[근데 스포 진짜 개쩔지 않았냐
ㄹㅇ 진짜 대가리 박음
스탭좌...당신이 옳았어...
ㄴ ㄹㅇ 내년 백룡은 확실히 먹을듯
ㄴ 이렇게 스포 짐작할 수 있는 댓글도 쓰지 마라
ㄴ 댓글 내려 학생~^^]
어느 정도인고 하니.
유진의 이름을 ‘스포’라 부를 정도.
개봉 전, 유진을 거품이라 칭하던 여론이 제법 있던 곳이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전혀 달랐다.
유진이 기대를 뛰어넘는 것으로도 모자라.
말 그대로 미친 연기력을 선보였기 때문.
게다가 비중과 분량 역시 엄청 많았다.
도무지 깔 거리가 없는 것.
[오늘부로 절필합니다. 이유는 다들 알 거라고 생각함.]
유진에 대한 비판적 칼럼을 썼던 닉네임 클래식.
심지어 그는 스스로 절필을 선언하기까지.
그렇게 유진에 대한 여론이 변해가는 와중.
[안녕하세요!
아역배우 박유진입니다.]
무비스타넷에 하나의 글이 올라왔다.
[영화 <데드맨>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애써주시고 계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사실 무비스타넷은 저도 잘 아는 곳이었는데요
누구보다 한국영화를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모여계시죠!
변함없는 사랑을 주시는 여러분 덕분에
저도 배우로서 활동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칭찬도, 비판도 저에겐 모두 쑥쑥 자라날 수 있는 양분이 된답니다!
부디 여지껏처럼 가감없는 말씀 부탁드립니다.
언제나 노력하겠습니다.
모두 행복하고 건강하세요!
아역배우 박유진이]
본인인증을 위해 유진은 셀카, 사인까지 함께 남겼다.
최근 유진에게 가장 비판적이었던 무비스타넷.
거기에 직접 찾아와 감사의 말을 전한 것이다.
[와 진짜 박유진??? ㄷㄷㄷ
아니 이런 귀한 분이 누추한 곳에....
아 부끄럽다 ㅠㅠㅠ 이런 곳 오지 마세요...
가감없이 말해달라네...10살 맞냐? 대인배 그 자체다 진짜
와...진짜...배우로서도 한 명의 인간으로서도 너무 대단하네요
갓유진! 갓유진! 갓유진!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진짜 평생 팬할게요...
충성충성충성!!]
배우 박유진은 물론.
인간 박유진에게 빠져들기 시작한 무비스타넷 사람들.
안티가 팬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날.
유진의 팬카페 '대박유진' 회원수는 수천이 늘었다.
*
<데드맨> 개봉 10일차.
한권주는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위해 약속 장소로 나왔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권주의 맞은편에 앉은 것은 둥그런 안경을 쓴 기자 두 명.
한 명은 노트북을 열고 문답을 받아적고, 한 명은 질문을 하는 역할이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데드맨>이 엄청난 흥행기록을 세우고 있죠. 축하드립니다.”
“감사드립니다.”
“이번 <데드맨>에서 훌륭한 연기로 호평을 받고 계십니다. 기분이 어떠신가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호평해주시니 기분이 좋은 것은 사실입니다.”
“이전에 보여주던 연기력과는 달리, 특히 권성택 감독님께선 한권주 배우의 연기력에 대해 ‘알을 깨고 나왔다’라고 평하셨는데. 스스로 느끼기에 어떠신가요?
“그리 평가해주시니 기쁠 따름입니다. 확실히 <데드맨>을 촬영하며 느낀 경험은 제게도 특별했습니다. 그 전에 연기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았죠. 스스로도 연기하며 짜릿함을 느낀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한권주의 대답에 기자들은 흠칫 놀랐다.
어느 곳에서든 단답을 하기로 유명한 한권주가 이렇게 길게 말하다니.
확실히 최근 한권주에 대한 이미지가 변해가고 있었다.
“유독 <데드맨>에서 그런 느낌을 받은 이유가 있을까요?”
“역시 환경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작품, 배역, 그때의 상황. 특히 누구와 호흡을 맞추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하. ‘죽음조’ 이야기인가요?”
뜬금없는 단어에 한권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죽음조? 그게 뭐죠?”
“저번 <데드맨> 홍보 라이브 이후 붙은 별명인데, 모르셨나요?”
한권주, 나은주, 고석태, 그리고 유진.
이 네 명을 묶어 팬들이 부르는 이름이라고 한다.
<데드맨>에서 친해진 네 명이라 ‘죽음조’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아아. 그렇군요.”
요즘 그 세 명과 자주 어울렸던 한권주지만.
팬들이 모임 이름까지 붙여주니 괜히 새삼스레 느껴졌다.
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못했던 일이니까.
배우 한권주의 변화도.
인간 한권주의 변화도.
‘다 유진이, 그 애를 만난 이후인가.’
한권주는 또 다시 피식 웃고 말았다.
자신이 이렇게 웃음이 많은 사람인지 스스로도 처음 알았다.
“죽음조 중에서 특히 호흡이 잘 맞았던 배우가 있었는지 궁금해지네요. 혹시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있습니다.”
“오오, 궁금하네요. 그게 누구인지 여쭤 봐도 됩니까?”
유진의 이름을 말하려 입술을 움직이던 한권주.
‘권주 삼촌. 아셨죠? 어디서든 스포금지!’
그러나 곧 제게 신신당부하던 유진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한권주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역시 그건 비밀로 해두고 싶습니다.”
“아하. 아쉽네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답이 된 것 같습니다.”
기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스포일러 주의 때문에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지만.
이미 암암리에 유진의 연기력에 대한 극찬이 끊이지 않고 있으니까.
한권주와 유진의 호흡에 대해서도 말이다.
“그럼 다음 질문입니다. <데드맨>이 개봉 10일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조만간 500만 관객 돌파도 예상되는데요.”
그 질문을 하며 기자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홍보 라이브에서 500만 공약, 기억하시나요? 박유진 배우와 노래방에서 듀엣으로 부른 진도 아리랑 영상을 공개한다는 공약. 그거 정말 지켜지나요?”
“아아. 그 공약 말이죠.”
그 얘기에 한권주의 얼굴이 급속도로 굳었다.
고석태가 멋대로 내걸어버린 공약이 아닌가.
“······노 코멘트하겠습니다.”
“하하. 역시 한권주 배우님의 이미지가 있으신데, 그런 영상이 올라가는 건 좀 곤란하겠죠?”
노 코멘트의 의미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인 기자.
그러나 실은.
[유진이 : 삼촌!
우리 곧 500만 넘길 거 같아요
공약 기억하죠??
근데 영상 공개만 하면 노잼이니까
제 채널 라이브 방송에서 제대로 라이브로 함 불러요!
이참에 새 컨텐츠 런칭해야겠다 유진네 노래방으로다가 ㅎㅎ]
한권주는 최초 공약보다 더한 걸 하게 생겼다.
‘그래. 이게 다······유진이 때문이지.’
한권주는 여러 의미로 자포자기였다.
유진에게만큼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