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역부터 씹어먹는 천재배우님-111화 (111/237)

111화

라앺 첫 촬영 종료 이후.

“안녕하세요!”

유진이 나타난 곳은 바로 MBS의 보도국.

협찬받은 어린이 정장까지 차려입은 상태였다.

흰색 와이셔츠에 남청색 재킷과 바지.

“아빠. 왜 이렇게 긴장했어요?”

그리고 그 옆에서 박태종이 덜덜 떨고 있었다.

“아, 아니, 뉴스 하는 곳이라고 하니까. 뭔가 실수하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수많은 사람.

“와. 진짜 박유진이네.”

“조그마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크다.”

“와. 근데 진짜 인형 같다. 어쩜 저리 생겼어?”

아역배우와 보도국.

도통 인연이 없을 것 같은 조합.

그래서인지 보도국 사람들의 이목이 유진에게로 쏠렸다.

한창 바쁠 유진이, 어째서 보도국에 나타났는가?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아역배우 박유진입니다!”

유진이 꾸벅 고개를 숙이는 상대.

바로 MBS 소속 앵커 배정일이었다.

“오늘 녹화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 내가 할 말을 먼저 해주네요. 저도 잘 부탁합니다, 박유진 배우님.”

다름이 아닌 유진이 MBS의 심야뉴스 프로그램.

<굿나잇 뉴스>에 초대를 받았기 때문.

오늘 초대의 명분은 <데드맨>의 대흥행이었다.

그래서 타이틀도 ‘최연소 천만배우 박유진을 만나다’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고.

사실은 곧 방영할 예정인 <라이프 애프터 라이프>의 홍보 목적이 더 컸다.

“여기 사전 질문지입니다.”

곧 보도국 스탭이 종이를 건네주었다.

본녹화에선 대본을 보면 안 되기 때문.

물론 프롬포터가 있긴 하지만.

자연스럽게 보이려면 준비한 문답을 나누는 게 가장 이상적일 터.

“저기. 이거 먼저 녹화하고 이따 새벽에 내보내는 거죠?”

“네. 내일 오전 0시 30분에 곧장 송출될 겁니다.”

유진은 아역배우 보호법에 의해 밤 10시 이후로 촬영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미리 사전에 녹화하는 것.

“생방송이 아니니 너무 긴장하실 필요 없습니다. 크게 준비할 필요 없이 자연스레 대답해주시면 됩니다.”

배정일 앵커가 유진을 격려하듯 말했다.

“넵, 알겠습니다.”

사전질문 역시 간단했다.

<데드맨>의 흥행에 대한 소감.

어린나이에 배우의 길을 선택한 이유.

그리고 라앺에 관한 홍보성 이야기들 정도.

“역시 들어가있네.”

유진의 바로 옆에서 사전질문지를 살피던 박태종이 말했다.

[이번 촬영 현장에서 사고가 벌어지는 걸 막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대단하신데요. 혹시 당시의 일을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음, 우리 아들. 아무리 생각해도 장해! 네가 사람 목숨을 구한 거니까.”

박태종은 새삼 감격하며 유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한국대학교에서 밤씬을 촬영하는 도중 벌어질 뻔한 감전사고.

그에 대해 스탭들이 얘기하는 걸 구경꾼들이 들었고.

이것이 인터넷을 통해 퍼진 모양.

“좋은 일이니까 겸손하지 않아도 돼. 자랑스러워해야할 일이야. 그러니까 부끄러워하지 말고 자세히 얘기하는 게 좋아. 알았지?”

박태종의 말에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아주 상세하게 설명할 거예요.”

사실.

이럴 줄 알고 유진은 이미 답변을 준비해왔다.

*

얼마 뒤, <라이프 애프터 라이프>의 팬카페.

‘라라라’에서는.

[한국대학교 놀러갔다가 라앺 촬영하는 거 봄ㅋㅋ]

인터넷에는 관련 썰이 나돌기 시작했다.

[진짜?? 한국대에서 찍은 거임?

ㄴ ㅇㅇ 스탭들 때문에 멀리서 구경하긴 했는데 그래도 꿀잼ㅋ

유유연 연기 개잘하더라]

당시 현장을 지켜보던 인파들이 서둘러 소식을 나르기 시작한 것.

거기다가.

[박유진도 왔던데??

염라 분량 촬영을 벌써 하는 건가?? 원작에선 조금 늦게 등장하는데

ㄴ 근데 한국대에선 박유진 찍는 거 한 번도 못봄

맞아 계속 스탭들이랑 얘기하고 있던데 ㅋㅋ 기엽더라

그냥 놀러온 건가? ㅋㅋㅋ

ㅠㅠㅠㅠ 상상만으로도 심쿵]

유진이 왔다는 소식에 팬들은 더욱 불타올랐다.

원작 기반이라면 염라의 등장이 조금 늦는데, 그런 유진이 동행했다?

자신들 예상보다 촬영 분량이 더 많은 것일 수도 있으니.

[라앺 촬영장 직찍 떴다...JPG]

곧 사진까지 올라왔으니 말이다.

현장 스탭들이 통제를 한다고 해도.

그 많은 사람의 휴대폰을 일일이 감시할 수도 없는 노릇.

결국 사진 몇 장이 인터넷에 유포되었다.

[와 드라마 이제야 찍는구나 오래도 기다렸다

근데 사진 화질 너무 구림ㅋㅋ 알아보기도 힘드네

저 픽셀덩어리는 뭐임? 저게 유유연이라고??]

개중에는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조악한 화질의 사진들도 있었지만.

[새 거 뜸 링크 첨부함 ㄱㄱ]

배우들의 얼굴이 모두 보일 정도로 제법 좋은 화질의 사진도 있었다.

그 사진 속에는 한창 촬영에 임하고 있는 유유연.

그리고 단으로 분장한 정성진이 찍혀있었다.

[와 유유연 완전 내 상상 속 수진 ㅠㅠㅠ

저승사자 복장 막상 실사로 보니까 웃기네 ㅋㅋㅋ

ㄴ 그래? 난 잘 어울리는 거 같은데

흠...난 다 비줠은 별루...애매...

사진 보고 뭘 알겠냐 얼른 방영이나 해줬으면]

라앺의 방영 소식만 기다리는 팬들에겐 흥미로운 떡밥이었다.

그러던 중.

[근데 썰 들어보니까 촬영장에서 사고날 뻔했다더라

??? 사고?? 촬영장에서?

무슨 사고??

감전사고랬나 암튼 머 기계 잘못 만질 뻔했다던데

ㄴ ㅁㅈ 갑자기 학교 관리자 오고 그랬음

헐 거의 첫촬영 아닌가... 별 일 없었대?

ㄴ ㅇㅇ 별 일 없었나봄

어휴 액땜 크게 할 뻔;;; 다행이다]

이제 떡밥은 현장에서 벌어질 뻔한 사고로 넘어갔다.

[근데 그거 박유진이 막았대

아니 그 어린애가 어케??

몰름?? 나도 거기 현장에 있다가 사람들이 말하는 거 주워들어서

학교 관리자 부른 게 박유진이랬나? 암튼 그랬을걸]

사고를 막은 유진에 대한 찬양여론이 들끓기 시작할 무렵.

[어휴 박유진빠들ㅋㅋㅋ 또 올려치기하고 있네

그냥 연기 잘하는 어린애면 되는데 왜 자꾸 애를 진짜 천사로 만들려고 함

박유진이 슈퍼맨이냐 좀 냅둬라 ㅋㅋ

하여튼 빠가 까를 만든다니까]

유진의 안티들이 활동을 개시했다.

그들의 논지는 두 가지.

10살짜리가 사고를 막은 게 말이 되냐는 것.

그리고 증거도 없이 어떻게 믿냐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길게 가지 못했는데.

[MBS 측, “박유진 덕에 사고 예방한 것 맞다······진심으로 감사”]

방송국인 MBS 측에서 유진 띄우기에 나섰다.

곧 편성 및 방영을 앞둔 라앺에 도움이 될 거라 판단한 모양.

[10살 애한테 열등감 가지던 ㅅㄲ들 어디감?

다 버로우 ㅋㅋㅋ 인생 알만하다

ㅉㅉ 지들 인생이 어린애보다 못하니까 열폭쩔ㅋㅋ]

덕분에 안티들은 단숨에 버로우했고.

[진짜... 갓기천사 유진이..

ㅠㅠㅠㅠ 이런 애가 라앺에 참여해주다니 감사...또 감사...

이 정도면 진짜 옷장에 날개 숨기고 사는지 의심해봐야함 ㅇㅇ

유진이 같은 애들만 있으면 세상이 훨씬 평화로워질텐데...]

모두가 유진을 찬양하기 시작했다.

이미 이미지가 흠잡을데 없이 좋은 유진에게 미담이 하나 더 추가된 것.

그런데 그와 별개로.

[근데 대학교에서 뭘 했으면 사고가 날 뻔했냐?]

한구석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한 이야기가 있었으니.

[아니 근데 대체 촬영을 어떻게 했으면 사고가 발생할 뻔했냐

ㄹㅇ 스탭들은 대체 뭐한 거임??

어른들은 뭐했기에 10살짜리가 사고를 막음?

근데 이건 학교 시설 문제 아님??

나 한국대 다니는데 학교 건물 진짜 때깔만 좋고 안에 있는 시설들 개구림ㅋㅋ]

자칫 잘못하면 벌어졌을 사고.

이에 대해 라앺 스탭과 한국대학교 측에 책임을 묻는 여론이 생겨났다.

정작 타이트하고 혹독한 스케줄을 강요한 MBS에 대한 비난 여론은 없었다.

대중들은 그 내막을 모르니까.

[뭔 이런 늦은 밤까지 달리고 있냐 다들 셧업하고 굿나잇뉴스나 보자

박유진 지금 굿나잇뉴스 나온다!

오오오오오옹 라앺 얘기 하려나???

타이틀은 데드맨 얘기할 삘인뎅

그래도 MBS인데 안할 리가 없지 ㅋㅋ 홍보 정도는 좀 할 듯??]

“오늘의 굿나잇뉴스. 최근 엄청난 화제를 몰고다니는 배우죠? 아역배우 박유진 님 모셨습니다.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아역배우 박유진입니다!”

정장을 입은 유진이 배정일 앵커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먼저 <데드맨> 1300만 관객 돌파를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박유진 배우에게 <데드맨>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을 것 같습니다. 소감을 한 마디 듣고 싶은데요.”

“좋은 감독님, 그리고 좋은 배우님들이랑 같이 해서 영광이었어요. 같이 단합대회까지 했던 건 처음이라서요. 꼭 다시 함께 작업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안 그래도 <데드맨>을 통해 출연배우들과 무척 돈독한 사이가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인터넷에선 ‘죽음조’라고 불리는 친목모임이 있다고요?”

“넵. 그런데 요즘 삼촌들이랑 누나가 바빠서 자주 만나고 있진 못해요. 그래도 단체톡방이 있는데, 매일 거기서 얘길 나누고 있습니다.”

“배우들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친해졌는지 궁금한데요?”

“나이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배우라는 직업이 저희를 하나로 묶어주거든요. 모두 멋진 배우님들이라 제가 많이 배우고 있어요. 다들 작품에 대해선 항상 진지하게 접근한다는 점이 정말 멋있습니다.”

곧 배정일 앵커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 얘기를 빼놓을 수 없죠. 곧 MBS에서 방영될 드라마, <라이프 애프터 라이프>에 참여하신다고 들었는데요.”

“네. 원작 소설을 무척 좋아했는데, 출연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전 염라라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군요. 그럼 원작팬으로서, 박유진 배우가 작품을 소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드라마와 맡은 역할에 대해 짧게 소개해주신다면요?”

“넵. 드라마 <라이프 애프터 라이프>는······.”

주르륵 이어지는 유진의 설명이 끝난 직후.

“아, 그리고 이번 촬영 도중 아찔한 사고가 벌어질 뻔했는데, 그걸 박유진 배우 덕분에 방지할 수 있었다고요.”

지금 ‘라라라’를 달구고 있는 그 화제가 언급되었다.

“운이 좋았어요. 어쩌다 우연히 발견한 거였으니까요. 그런데 그날 내내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까, 조금 걱정하고 있긴 했어요. 다들 엄청 피곤해하셨거든요. 사고가 날뻔 한 것도, 사실 기계 만지던 스탭분 몸이 엄청 안 좋았던 거라서요.”

“사실 드라마 촬영이 많이 고되고 타이트하다고 듣긴 했습니다.”

“네. 이번에 촬영장에 놀러갔는데, 새삼 스탭분들이 엄청 고생하신다는 걸 느꼈어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몸이 아파도 꿋꿋이 참고 일하시더라고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품을 위해 너무 힘써주고 계세요.”

약 10분 남짓한 짧은 인터뷰 영상.

그러나 그 파장은 적지 않았다.

“혹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사실 이렇게 타이트한 드라마 촬영은 처음 해봐요. 그만큼 배우들도, 스탭분들도 밤낮 없이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까 시청자분들도 많은 기대해주시고, 부디 응원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유진의 발언 덕분에.

덕분에 여태까지 스탭을 비난하던 여론이 잠잠해진 것.

[아 내가 계속 말했잖아 ㅡㅡ 스탭들 표정 완전 썩었다고 개피곤해보이고;;

와 지금 직찍들 보니까 스탭들 모습이 완전 좀비네 그냥

나 방송국 관계잔데 오전에 한국대에서 찍고 또 세트장까서 찍다가 다시 밤에 한국대에서 찍은 거임... 진짜 미친 스케줄;;

ㄴ 헐 ㄹㅇ? 잠은 언제 자냐...

사진 찍지 말라고 말리는 사람들 얼굴 봐... 기절하기 직전임

현장에 있었는데 다들 막 꾸벅꾸벅 졸기도 하던데;; 보는데 개불쌍하더라...]

이 모든 원흉 살인적 촬영 스케줄 때문이고.

이는 곧 방송사인 MBS가 짰을 거라는 흐름.

단숨에 비난 여론이 MBS 쪽으로 흘러갔다.

[아니 그런 빡센 스케줄이라고?? 박유진을 데리고??

스케줄 짜는 거 누가 하는 거임?? 스튜디오 포르테야?

ㄴㄴ 편성은 방송국에서 함 MBS겠지

이것들이 돌았나 설마 유진이도 혹사시키려는 거 아니지?? 10살짜리를?]

그리고 그건, 유진의 팬들을 분노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

유유연에게 걸려온 전화.

그를 통해 유진은 공식적 루트보다 먼저 라앺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촬영 스케줄 조정이요?”

“응. 지금 방송국이 난리가 났거든.”

스케줄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유진의 인터뷰 이후.

인터넷 여론의 화살은 MBS 측으로 향했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역시 유진의 팬카페 ‘대박유진’이었다.

가입자수가 6만명을 훨씬 넘겼고, 팬들 사이의 단결력도 뛰어나다.

이제 화력을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

덕분에 일이 커지는 것을 우려한 MBS측이 발빠르게 진화에 나섰다.

[MBS 측, “관련 우려 송구스럽다······드라마 <라이프 애프터 라이프>, 서두르지 않고 퀄리티에 집중해 선보일 것”]

거기에.

[<라이프 애프터 라이프> 제작 스튜디오 포르테 측, “MBS 측과의 의사소통 문제였을 뿐, 스케줄 문제 없어······초반부 몰아서 촬영하다 생긴 문제” 해명]

촬영 스탭 당사자인 스튜디오 포르테도 직접 나섰다.

MBS 측도.

지금 촬영 중인 스튜디오 포르테 측도.

방영도 안 한 작품에 논란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았으니까.

하여 MBS와 스튜디오 포르테가 물밑에서 이야기를 나눈 결과.

라앺의 편성을 뒤로 미루고.

제작 일정도 지금보다 다소 여유롭게 가져가는 쪽으로 합의를 봤다.

대외적으론 의사소통 문제였다는 식으로 좋게 포장하면서.

‘하긴. 스튜디오 포르테 입장에서도 라앺에 모든 걸 걸었을 테니까.’

동정여론을 받던 스튜디오 포르테 측이 직접 나선 덕분에 논란도 빠르게 가라앉았다.

덕분에 이번 논란은 그리 큰 문제로 번지지 않았다.

물론, ‘대박유진’ 회원들은 계속 지켜보겠다며 벼르고 있는 상황이지만.

[유진아 혹시라도 방송국놈들이 힘들게 하면 우리한테 말해!!

맞아 우리 대박이들은 유진이 편이라는 거 잊지 마

유진이는 대박이들이 지킨다 다 덤벼 드루와 드루와]

팬카페에선 그런 글들이 심심찮게 보일 정도.

“유진아.”

“네, 누나.”

“고마워.”

유유연의 뜬금없는 사과에 유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엥? 뭐가요?”

“스케줄에 대한 걸 공론화해줘서. 나도 조금 우려가 됐지만 말하지 못했거든.”

어떤 주연배우가 공개적 자리에서 ‘참여하고 있는 작품 스케줄이 너무 빡세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유진만큼은 가능했던 건, 어린아이이기에 솔직함이 어느 정도 용인되기 때문이다.

아직 아역배우 혹사 논란의 상처가 아물지 않기도 했고 말이다.

어찌보면 유진은 이런 문제에 총대를 메기 가장 부적합하면서, 가장 적합하기도 한 위치였다.

“전 그냥 스탭분들이 피곤해보이셔서요. 그래서 말한 것 뿐인데?”

순진무구한 척하며 되묻는 유진.

“그래? 아무튼, 그래도 고마워.”

베시시 웃는 유유연.

유진은 그에 남몰래 뿌듯함을 느꼈다.

‘유연 누나의 멘탈도 챙긴 것 같고.’

사실 유유연도 상당히 마음을 졸이고 있었을 것이다.

라앺은 그녀가 그 무엇보다 아끼는 작품.

첫 촬영 직후 논란이 생겼다면 여러모로 멘탈이 타격이 갔을 터.

그런 일을 사전에 차단했으니, 나름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도 편성 시간표 뿌리기 전에 터져서 다행이다. 안 그랬으면 더 큰일이 났을텐데.”

“뭔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잘 됐다는 거죠?”

“그래, 맞아.”

그때 유진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유유연과의 전화 도중 다른 사람에게서 전화가 온 것.

“누나. 저 다른 사람한테 전화와서요.”

“그래. 그럼 끊을게. 다음 촬영 때 보자.”

유유연과의 전화를 끊고 액정을 확인하는 유진.

이번에 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이지혜였다.

“누나! 뭔가 오랜만이네요.”

유진이 밝게 인사하자, 이지혜가 걱정어린 목소리로 답했다.

"유진이 너 괜찮아? 뭐 사고에 휘말릴 뻔했다며. 다친 데는 없어?"

"넵. 전 멀쩡해요. 근데 무슨 일이예요?”

“아. 그게 있잖아, 실은. 그게······.”

이지혜에게서 무언가 소식을 전해들은 유진.

평소 잘 놀라지 않는 유진이지만.

이번만큼은 눈동자가 매우 커졌다.

“엥? 선미가 가출이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