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화
“흐음.”
다큐PD 장은영은 몇 시간 째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특징 중 하나는 무언가에 열중하면 눈조차 깜빡이지 않는다는 것.
“아, 눈이야.”
그래서인지 눈이 자주 건조해진다.
“이제 나도 나이가 먹었나봐. 젊었을 땐 안 이랬는데.”
잠시 안약을 넣은 뒤.
장은영은 다시 모니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와. 근데 진짜 대단한 애네.”
그녀가 이토록 유심히 보고 있는 것.
그건 바로 데뷔 이후 유진의 행적이었다.
“케이블 드라마로 데뷔 후, 인터넷에서 얼짱 아역으로 주목받고. 이후 뮤지컬 애니메이션 영화 <날개>로 차트인, 흥행돌풍. 거기에 독립영화 <리플레이>로 한양독립영화제에서 신인상 급을 수상. 거기에 CF에 뭐에······.”
혼잣말로 중얼거렸으나 현실성이 없었다.
이걸 8살부터 차근차근 이뤄왔다니.
이외에도 박유진이 가지고 있는 타이틀은 다양했다.
보건복지부 아동폭력 방지 캠페인 홍보대사.
서울연극제 전석매진.
영화 <데드맨>으로 일찌감치 천만배우.
“마냥 귀여울 거 같은데, 또 야무진 면도 있고.”
특히 넙튜브 속 아버지, 박태종과의 케미가 좋았다.
잔뜩 긴장한데다 박유진과 관련된 일이면 눈물을 자주 보이는 박태종.
그런 아버지를 보듬어주고, 오히려 이끄는 모습도 보여주는 박유진.
“선배도 이거 보고 섭외했던 거겠지.”
장은영은 그리 짐작했다.
그 짐작대로, 유진은 <별을 보러 떠나요> 파일럿 방송에 출연한다.
거기서도 유진은 리더십을 발휘했고, 이지혜에게 노래를 불러주며 위로해주기까지.
이후 그것이 아역배우 혹사사건 공론화로 이어지게 된다.
“이 직후 이지혜가 주역 매니지먼트로 회사를 옮겼다고 나와있네. 분명 박유진 때문이겠지.”
거기다.
[<연년생>의 인연이 회사까지? 빅터 ‘첫사랑’ 뮤비의 소녀 김선미, 주역 매니지먼트 들어갔다]
최근엔 이런 기사까지 났다.
“주역 매니지먼트. 여기가 그렇게 대단한 회사인가?”
찾아보니, 다른 기획사들에 비해 설립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규모도 작고, 박유진이 합류하기 전까진 거의 기록조차 없는 수준.
지금도 그리 잘나가는 곳이라 하긴 어렵다.
소속 배우도 박유진, 이지혜, 최근에 합류한 김선미.
이렇게 셋이 끝이다.
배우 기획사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수준.
“회사가 아니라 박유진의 힘인 건가? 이지혜도, 김선미도 분명 대형 엔터에서 탐냈을 텐데 굳이 저길 갔단 말이야. 그 애가 그만큼 사람을 끌어들이는 능력이 있는 건가?”
박유진 개인의 성공가도는 물론이요.
관련된 인물들도 모두 승승장구하고 있다.
“타고난 건가. 운이 좋은 건가.”
한국의 모든 배우를 통틀어 이런 성공가도를 걸어온 사람이 또 있을까.
아역이라는 타이틀을 떼고 봐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궁금하네, 이 애.”
그 이면에 숨겨진 게 없을까.
여러 애로사항이 있진 않을까.
다큐 감독으로서, 한 명의 어른으로서.
그녀는 호기심이 멈추지 않았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점은.
[박유진 라면 먹방 수준...GIF]
지금 이 순간에도, 박유진은 꾸준히 새로운 화젯거리를 생성해낸다는 점이었다.
"먹방?"
장은영은 그 게시글을 클릭했다.
[유유연의 스윗 : 우리 염라 라면 먹는 모습 보실분? ㅋㅋㅋ
참고로 식판 두 그릇째 해치운 상태
#라앺 #염라 #유지니 #대식가]
커뮤니티엔 배우 유유연이 올린 스윗이 캡쳐되어 있었고.
그 밑으론 한 동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아닠ㅋㅋㅋㅋㅋ 박유진 저러고 라면 먹는거 뭔데 ㅋㅋㅋㅋㅋ
??? 근데 유진이 먹는 양의 상태가??
그래그래 많이 먹고 열일해주라
햄스터도 아니고 볼 빵빵해진거봐 ㅋㅋㅋ
와 박유진은 저러고도 굴욕이 없네...]
말 그대로 박유진이 라면을 먹고 있는 모습.
다만 그 모습이 조금 특이했다.
새하얗게 만들어놓은 피부, 스모키 화장에 검은 정장을 입고 있는 상태였으니까.
그런 으스스하고 시크한 비주얼에 라면을 흡입하고 있으니.
“푸흡!”
장은영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뭐야. 진짜 웃겨.”
하지만 묘한 매력이 있는 영상이었다.
그냥 라면을 먹는 것 뿐인데, 계속 재탕을 하게 된달까?
[근데 라면을 뭐 저리 맛있게 먹어?
나 방금 물올리고 옴... 아 밥먹은지 얼마 안 됐는데
와 근데 국물 안 튀기고 되게 깔끔하게 먹네 ㅋㅋ
그러게 염라 복장 정장인데 하나도 안 튄듯?? 저것도 기술이다 ㄷㄷ
ㄴ 그러게 분명 허겁지겁 먹는 거 같은데 또 막상 보면 엄청 깔끔함ㅋㅋ
아 나 방금 편의점 갔는데 다들 컵라면 들고 줄서있더라 ㅋㅋ 설마 유진이 때문인가?
ㄴ ㅋㅋㅋㅋㅋ 라앺 보냐고 물어보지 그랬어 ㅋㅋ]
인터넷에서의 반응도 좋다.
11살짜리 어린애가 라면 먹는 걸 이렇게들 좋아하다니.
“허.”
배우는 연기만 잘 하면 될 수 있다.
그러나 스타는 연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촬영장, 무대 뒤에서의 모습.
오프 더 레코드에서 어떤 매력을 발산하는가.
그리고 다큐멘터리 감독은 바로 그 ‘오프 더 레코드’에 관심을 갖기 마련.
"진짜 궁금해지네."
반쯤 억지로 맡았던 다큐였으나.
장은영은 하루빨리 박유진을 만나보고 싶어졌다.
*
쌀쌀한 날씨.
홀로 놀이터에 서 있는 유신애는 후우, 하고 입김을 뱉어보았다.
“으음.”
유신애는 주차된 차의 창문을 보고 괜히 머리를 매만졌다.
외출을 극도로 꺼리는 유신애.
거기다 어머니인 최희숙도 없이 혼자 외출이다.
이런 추운 날에 외출이라니, 도무지 흔치 않은 일.
대체 무슨 일인고 하니.
우웅-!
[유진이 : 나 곧 도착해!]
유진으로부터 도착한 톡.
겨울방학 시즌.
오랜만에 유진과 만나서 놀기로 한 것이다.
사실 학교에서 매일 마주치지만.
오히려 학교에서 만나는 것보다, 이렇게 따로 만나는 것이 더 기분 좋다.
‘학교에선 너무 눈에 띄니까.’
학교에서 둘이 얘기한다는 것만으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아이들이 다수.
말도 없고 소심한 유신애와 초특급 아역으로 부상한 유진.
다른 아이들의 눈에는 이 둘의 접점이 전혀 없어 보이는 모양.
‘나랑 유진이가 1학년 때부터 친구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어.’
유진 덕분에 제대로 된 출판사와 계약할 수 있었고.
그게 어느 정도 성과로 이어졌다.
유신애가 출간한 소설은 대박이라고 부르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망한 수준도 아니었다.
10살에 쓴 소설이라곤 믿기 어려울 정도.
출판사 측에서도 계약서를 쓸 때 유신애를 보고 깜짝 놀랐으니 말 다했다.
‘제대로 고마움을 전해야지.’
유신애가 그렇게 마음먹고 있을 때.
[유진이 : 아 근데 신애야
유진이 : 미안
유진이 : 짐 하나 달고 가는 중ㅠ]
짐이라니.
그게 뭔지 짐작이 가질 않아, 유신애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무렵.
“신애야!”
곧 멀리서 유진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그를 바라보는 유신애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기다렸어? 미안해. 내가 더 일찍 올걸.”
"아, 아냐. 그, 근데 쟤가 왜 여기 있어?"
유진의 옆에 누군가 있었으니.
바로 정기열이었다.
전학생인데다 말이 없고 다소 신경질적인 모습.
유신애와는 상극 그 자체인 성격이었다.
여태 접점도 딱히 없고, 친해질 수 있을 리가 만무한 사이.
“내가 어떻게든 떼어놓고 오려고 했는데. 얘가 완전 찰거머리야.”
유진이 정말 미안해하며 말했다.
그러자 정기열이 발끈했다.
“야. 누가 찰거머리야?”
“너 말이야, 너.”
“내가 언제 달라붙었냐?”
“나 오늘 약속 있다고 하니까 따라왔잖아.”
다만, 최근 정기열이 유진과 단둘이 다니는 일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다.
방과 후마다 연기연습 같은 걸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미안해. 사실 얘 요즘. 오디션을 봤는데 여태 연락이 안 와서 말이야.”
“야! 뭐 그런 얘기를 해?”
“사정 설명을 해야지. 나 오늘 신애랑 둘이 놀기로 했는데, 네가 갑자기 따라온 거잖아? 그러니까 너도 사과해.”
“뭐?”
“얼른.”
정기열은 유진을 계속 흘겨보았으나.
결국 반박은 못하고 유신애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미안. 내가 갑자기 너희 약속에 끼어들어서.”
“아, 아냐. 난 괜찮아.”
유신애는 손을 내저었다.
유진과 단둘이 못 노는 게 아쉽긴 하지만.
정기열도 생각보단 나쁜 애는 아닌 것 같았으니.
“잘했어. 아, 이참에 너희 둘도 친구하면 되겠다. 친구의 친구는 친구라는 말도 있잖아.”
유진이 격려하듯 두 사람의 어깨를 힘껏 두드렸다.
그러자 정기열이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뭔 친구야? 난 쟤 잘 몰라.”
“너 친구 없잖아. 이참에 친구 하나 사귀는거지.”
“뭐래? 나 친구 많거든?”
“누구 있는데?”
“너 있고.”
“나 말고.”
“······.”
“거봐. 너 나밖에 친구 없잖아.”
“이, 이씨!”
씩씩대는 정기열.
그러나 딱히 반박은 하지 못했다.
유신애가 보기에 정기열은 화는 많은 거 같은데.
아무래도 유진에겐 못 당하는 것처럼 보였다.
“혹시 또 알아? 나중에 크면 우리 세 사람이 한국 문화계를 씹어 먹을지.”
유진이 척 엄지를 치켜세웠다.
최고의 아역배우 박유진.
샤샤토끼라는 필명으로, 훗날 로맨스 소설계의 거장이 되는 유신애.
김주현의 아들로, 성우 업계에 대한 포텐셜을 가진 정기열.
죽음조가 현재 유진을 지지해주는 든든한 어른들이라면.
정기열과 유신애는 미래 유진과 함께 커나갈 친구, 동료들이었다.
‘나중에 선미도 데려와서 소개해줘야겠다.’
초등학교 때부터 이어지는 인연이라면.
추후 다 자라서도 강력한 지원군이 되어줄 테니까.
“뭐래. 씹어먹기는.”
“나, 나, 난 그런 거 못하는데.”
물론.
지금 두 사람은 그런 미래를 감히 상상도 못하고 있지만.
“근데 쟤도 연기해? 처음 보는데.”
정기열이 유신애를 가리키며 물었다.
유신애가 소설을 쓴다는 사실은 유진만 알고 있으니.
유진이 회귀하기 전에도 로맨스 소설가, 샤샤토끼의 정체는 비밀이었다.
수많은 히트작을 쏟아냈으나, 그 누구도 샤샤토끼의 정체에 대해 알아낸 사람이 없다.
아마 극도로 조심하는 유신애의 성격 때문이겠지.
“아니. 신애 어머니가 최희숙 감독님이잖아. 나랑 <리플레이> 같이 작업한 감독님.”
마침 좋은 변명거리가 있었다.
“헐.”
아니나 다를까.
유신애를 보는 정기열의 눈빛이 달라졌다.
“잘 부탁해. 너희 엄마가 만드신 영화 잘 봤어.”
급속도로 태세전환을 시전하는 정기열.
정기열 역시 어머니 김주현과 함께 <리플레이>를 봤으니까.
독립영화로서 <리플레이>가 얼마나 신드롬을 일으켰는지 잘 알고 있는 것.
그런 최희숙의 딸과 인연을 맺어서 나쁠 게 뭐가 있겠는가?
“응? 어, 응. 고마워.”
유신애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정기열의 악수를 받았다.
“근데 이제 우리 뭐하지?”
정기열이 말했다.
유진이 흐음, 하고 턱을 괴었다.
“대학로 갈까? 거기 연극 많이 하잖아.”
“야. 무슨 초딩들끼리 연극을 보러 가. 그리고 넌 무슨 쉬는 날에도 연기를 보려고 하냐?”
“왜? 연극 재밌잖아. 그치, 신애야?”
“응? 으응.”
“신애는 나 연극할 때 보러 왔었다고.”
“아무튼 오늘은 연기 생각하지 말고 그냥 좀 놀자고. 가뜩이나 오디션 연락 안 와서 죽겠는데.”
“그럼 뭐하고 놀 건데? 기열이 너 평소에 뭐하고 놀아?”
“나도 몰라. 난 맨날 레슨 받았단 말이야.”
정기열의 대답에 유진은 할 말을 잃었다.
타겟을 바꿔 유진은 유신애에게 싱긋 웃으며 물었다.
“신애야. 넌 뭐 하고 싶은 거 없어?”
“응? 으음, 그게. 딱히 없는데.”
초등학생 세 명이 모였는데.
저마다 노는 법을 모른다.
유진이야 계속 연기 한 우물만 팠고.
정기열은 어려서부터 연기, 노래 레슨을 받느라 열심이었다.
유신애는 애초에 나가서 노는 타입이 아니고, 글 쓰는 게 취미였다.
“우리 10살, 아니. 11살 맞아?”
미래에는 문화계를 씹어먹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냥 노는 법을 모르는 초딩 세 명일 뿐이었다.
“안 되겠네. 그럼 피씨방이라도 갈까? 내가 게임 가르쳐줄게.”
유진이 나서서 말했다.
그나마 친구들이랑 가는 곳이 피씨방 밖에 없으니까.
“요즘 완전 인기 쩌는 게임 있지? 그거 내가 가르쳐줄게.”
“그, 그거 엄청 무서운 게임이라던데.”
유신애가 지레 겁을 먹었으나.
유진이 어깨를 두드리며 다독여주었다.
“괜찮아. 멘탈이 강해지면 상관없어. 나처럼 지옥의 탑라이너가 되면 돼.”
“지, 지옥의 탑라이너?”
그게 뭐지.
유신애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야, 야, 야!!”
갑자기 정기열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자 두 사람의 시선이 단번에 정기열 쪽으로 향했다.
“왜 그래?”
“왔어. 왔어. 왔다고!”
“뭐가 왔는데?”
“전화! 모르는 번호로 전화 왔다고!”
갑자기 그 자리에서 방방 뛰는 정기열.
자세히 보니 그 손에는 휴대폰이 쥐여있었다.
“무슨 전화가지고 호들갑이야. 스팸 아니야?”
그리 말하며 전화번호를 슬쩍 확인한 유진.
곧 유진의 눈동자가 곧 커졌다.
“어? 이거 이선화 감독님 전화번호인데.”
그러자 정기열이 입까지 틀어막았다.
“지, 진짜?”
“뭐해. 얼른 전화 받아.”
“불합격 전화면 어떡해?”
“불합격인데 일부러 전화하겠어?”
후, 하, 후, 하.
그렇게 심호흡을 하던 정기열.
유진과 유신애는 저러다 전화가 끊어지진 않을까 걱정했다.
“여, 여보세요?”
다행히 정기열은 전화를 받는데 성공했다.
극도로 긴장했는지 목소리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
“네?······네. 네. 네에······.”
그리고 잠시 후.
정기열은 아무 말 없이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아무 말 없이 유진 쪽으로 걸어오는 정기열.
“왜 그래, 기열아.”
유진은 그런 정기열에게서 불길함을 느꼈다.
그런데.
“흐윽, 흑. 유, 유진아아.”
갑자기 펑펑 울기 시작하는 정기열.
곧 유진을 덥석 끌어안는 게 아닌가.
“나, 나 붙었어허어어어!”
눈물과 콧물을 터뜨리며 오열하는 정기열.
아무래도 부담감이 심했던 모양이다.
이번 오디션에서 떨어지면 더빙은 하지 말라는, 어머니 김주현의 엄포가 있었으니.
“그래. 잘했다, 잘했어.”
유진은 정기열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정기열이 ‘김주현의 아들’이라는 이름이란 그늘에서 한 걸음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추, 축하해.”
무슨 상황인지 잘 모르는 유신애도 박수와 함께 축하를 보냈다.
곧 유신애는 유진에게 귓속말로 물었다.
“유, 유진아. 기열이 쟤, 원래 저런 성격이었어?”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유진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도 그럴게, 유진도 정기열이 우는 모습은 처음 봤으니까.
어린 시절부터 부담감이 어지간히 큰 녀석이었구나, 싶었다.
“흐읍, 쓰읍. 흡. 근데, 너는.”
“응? 뭐가.”
“너한테는 연락 안 왔어?”
듣고 보니.
유진에겐 아직 연락이 오질 않았다.
“뭐, 곧 오지 않을까?”
“너, 너 떨어지면. 크흡! 안 되는데, 훌쩍.”
“그래. 일단 콧물 좀 닦고 말해.”
티슈를 꺼내 정기열의 얼굴을 닦아주는 유진.
잠시 후.
유진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왔다, 왔어! 역시, 크흡. 너도 붙는 게 당연하지!”
“좀 조용히 해, 기열아.”
유진은 번호를 확인하지 않고 곧장 전화를 받았다.
“넵, 여보세요?”
유진은 당연히 이선화로부터 온 전화라 생각했다.
정기열도, 그를 지켜보는 유신애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엥?”
그런데.
전화를 받은 유진의 리액션이 다소 이상했다.
합격 통보를 받은 사람이라기엔 굉장히 얼떨떨한 얼굴이었으니.
“무슨 일인데?”
“혹시 떨어진 거야?”
불안해하며 묻는 정기열과 유신애.
유진은 여전히 묘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면?”
“무슨 일인데?”
“나 라면 CF 제의 들어왔다는데?”
유진의 그 대답에.
“······뭐?”
유신애와 정기열이 동시에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