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화
유이치라는 대형 게스트의 등장에 시청자는 9천까지 치솟았다.
[????
갑자기 여기서 유이치가 왜 나와?]
현재 난리난 유진의 라이브 방송 채팅창.
재오는 그걸 숙소에서 휴대폰으로 시청 중이었다.
“오. 반응 죽이네?”
그 옆에선 다른 빅터 멤버.
민혁과 은호가 붙어있고 말이다.
“유이치랑 유진이 조합이라니 무슨 일.”
“완전 소년미 넘치는 조합 오졌다······크크. 하긴, 재오 형은 이제 유진이랑 붙어다니긴 좀 삭긴 했어.”
“게다가 하도 많이 봐서 좀 질리지?”
“유이치랑 유진이 조합은 신선하잖아. 유유조합. 캬, 벌써 별명 나왔다.”
깐족대는 두 사람.
그러자 곧 재오가 살인미소를 선보였다.
“얘들아. 혹시 죽고 싶니?”
“아뇨, 살고 싶습니다.”
“죄송합니다.”
고분고분해지는 민혁과 은호.
재오가 보여주고 있는 건 진정한 의미에서의 살인미소였다.
그러는 사이.
[유이치가 거기서 왜 나와······라는 채팅이 보이네요. 실은 저랑 유이치 형은 특별한 인연이 있거든요.]
[맞아요. 저도 팬분들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제가 유진이의 스승님이라는 점.]
[물론이죠, 스승님! 실은 얼마 전부터 저한테 노래를 가르쳐준 게 바로 유이치 형이거든요.]
[재오 형, 보고 있나? 형의 스승이 나의 제자야.]
카메라를 향해 장난스레 도발을 시전하는 유이치.
그를 보고 재오는 눈깔이 돌아갈 뻔했다.
[유이치>박유진>재오 ㄷㄷㄷ
서열정리 완료 ㅋㅋㅋㅋ
빅터 리더님의 위엄이 ㅋㅋ큐ㅠㅠ]
채팅창에선 벌써 재오의 서열이 최하위로 밀려난 상태.
“유진이가 나보다 위에 있는 건 납득할 수 있어. 그런데 유이치 저놈이 내 위에 있다니.”
부들부들 떠는 재오.
하지만 유진이 계획한 일이라 태클을 걸지도 못했다.
“유이치 녀석 라이브 방송 잘하고 있냐?”
그때 숙소 안으로 들어오는 정장의 남자.
빅터를 담당하고 있는 조실장이었다.
“형! 형도 와서 볼래?”
“완전 골때려.”
“뭐 어떤데?”
민혁과 은호가 손짓했다.
그러자 조실장이 어기적거리며 다가왔다.
“저, 저놈 저거!”
잠시 후.
그러자 조실장이 휴대폰을 움켜쥐며 당황했다.
“내가 이미지 관리하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유이치의 대외적 이미지는 그야말로 순둥이, 강아지.
그리고 서툰 한국말로 귀여운 이미지를 획득한 유이치다.
그런데 지금 유이치의 모습은.
[재오 형, 보고 있지?]
[아니, 형. 노래 부르다 말고 왜 이리 재오 형을 찾아요.]
정말 뜬금없이 재오를 도발하고.
[저 다음 노래 예약했습니다.]
[오, 뭔데요? 김관중의 ‘사랑했을 뿐야’······이거 90년대 노래 아니에요? 형이 어떻게 알아요?]
[너는 어떻게 알아요? 유진이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노래인데.]
한국에서 90년대에 유행했던 노래를 부르질 않나.
[채팅 좀 읽어볼게요. 아, 유이치형한테 좋아하는 간식이 뭐냐고 물어보시네요.
[육포요.]
[육포! 맛있죠. 갑자기 궁금하다. 땅콩이 일본어로 뭐예요?]
[육포? 육포. 육포. 비프. 음, 어, 음. 몰라요.]
[아니, 형. 일본사람이잖아요.]
[그렇긴 한데. 잠깐만요. 메이버에 검색해봐야지.]
[푸흡. 아니, 형! 검색까지 할 건 없고요.]
이젠 일본말보다 한국어를 더 잘하는 경지에 이르기까지.
은은한 또라이, 은또로서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유이치.
“뭐 어때요? 팬들 다 좋아하는 것 같은데.”
민혁이 말했다.
그 말처럼.
[유이치 한국 최적화 완료 ㅋㅋㅋ
유이치 원래 저런 성격이었음? ㅋㅋㅋㅋ
빅토린데 유이치 저런 모습 처음본다...
박유진이랑 같이 있어서 그런지 뭔가 애샛기같고 더 귀여움ㅋㅋ]
유이치의 새로운 모습에 대한 채팅창 반응은 호평일색.
“유진이가 적당히 잘 컨트롤해주고 있는 것 같아요.”
[유이치 형보고 대체 어디 유씨냐고 물어보시네요. 아마 버들 유씨 아닐까요? 네? 11살이 그런 걸 아냐고요? 에이, 여러분. 11살이면 인생 다 알 나이죠!]
유이치의 저 알 수 없는 은은한 또라이 성향.
그게 유진과 함께하니 적당히 독특한 매력으로 승화되는 중이었다.
유진도 범상치 않은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으니.
“어휴. 난 모르겠다. 알아서들 해라.”
절레절레 고개를 내젓는 조실장.
그러는 사이 노래에 토크에, 즐길 거 다 즐기는 유진과 유이치.
[아휴, 헥. 오늘 원없이 놀았네요.]
[캐힘들어.]
[아, 맞다. 여러분. 깜빡하고 말 안 한 게 있어요.]
방송종료가 다가올 시점.
두 사람이 숨을 헥헥 내쉬고 있을 때.
유진이 손등으로 이마를 닦으며 말했다.
[저 블루컬쳐 스튜디오 신작에 참여해요. 어떤 배역을 맡을지는 기대해주세요! 아마 깜짝 놀라실 것 같아요.]
[그리고 전 OST 참여합니다. 일본어 버전도 나올 거예요.]
무심하게 툭.
두 사람이 던진 말들.
[????
엥?????
아니 이걸 이렇게 갑자기???
이렇게 훅들어온다고???]
채팅창이 물음표로 폭발하기 시작했다.
“진짜 골때리네, 저 둘.”
그를 끝까지 지켜본 재오.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
*
라이브 방송은 끝났지만.
그들이 투척해놓은 떡밥은 활활 불타고 있었다.
[거봐 내가 박유진 참여한다고 했지!!!
유진이 노래랑 목소리 들을 생각에 벌써 뻐렁친다
요즘 유진이 성대 장난 없는데ㅠㅠㅠㅠ 떡밥 천국에 행복하다
거기에 유이치 OST 무엇 ㅁㅊ
나오기만 해봐라 무한스밍 간다!!]
온통 관련 얘기로 도배가 된 커뮤니티.
“라이브 방송 대박났네요.”
그리고 그 반응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
블루컬쳐 스튜디오 소속, 사운드 디자이너 곽용재가 말했다.
“설마 유이치가 OST를 맡겠다고 먼저 나서줄 줄이야.”
흥행이라고는 기대도 안 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 무려 빅터의 유이치가 커버 OST로 참여해주다니.
거기에 일본어 버전까지.
해외 진출 가능성을 시작부터 열어놓은 셈.
“갑자기 또 왜 그러세요?”
그런데.
감독인 이선화는 기뻐하지 않고, 어딘지 뚱한 얼굴이었다.
“유이치랑 연결해준 것도 유진이고, 라이브 방송으로 홍보해준 것도 유진이고. 우리가 너무 유진이 덕만 보고 있는 거 아닌가 해서.”
<날개> 개봉 당시만 해도 그랬다.
‘날아가’ 선공개 역시 유진 측이 제안한 홍보방식.
그를 발판으로 예상외의 대흥행을 기록할 수 있었다.
저번부터 너무 유진에게 도움만 받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하아.”
손가락을 꼼지락대는 이선화.
그런 이선화를 보며 곽용재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감독님.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뻔하잖아요?”
“뭔데?”
“작품을 제대로 만드는 거. 그렇게 꽁해있을 시간에, 작품이나 더 열심히 만들자고요.”
그리 말하며 자진해서 작업실로 들어가는 곽용재.
그를 지켜보던 이선화도 곧 벌떡 일어서서 홍삼 스틱을 하나 쭈욱 흡입했다.
“그래. 그래야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참여 소식을 전하겠다고 유진이 전해왔을 때.
유진은 분명 그리 말했다.
‘이 작품, 메시지도 그렇고 진짜 좋은 거 같아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노력해볼게요!’
그렇다면.
유진이 나서서 홍보해주는 만큼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게 이선화가 할 수 있는 최선이리라.
그게 스튜디오와 감독이 할 일.
“야. 용재야. 너만 멋있는 척하면 다야? 까불기는. 안 그래도 열심히 하려고 그랬거든?”
아무튼.
블루컬쳐 스튜디오는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
한편 3화 방영 이후.
주역 4인방이 모두 등장한 라앺.
이후 드라마는 본격적인 내용 전개에 들어갔다.
그에 따라 각 캐릭터들의 케미도 중요진 상황.
[아 수진이랑 단 키차이 왤케 설레냐 진짜...]
[와꾸합은 하이드랑 잘 맞는 듯??]
메인은 단연 여주인 수진을 두고 벌어지는 두 남자의 사랑싸움.
말수가 적고 고지식하지만, 말없이 다정한 저승사자인 단.
화려하고 실없어 보이지만, 내면의 외로움과 고독 때문에 대형견 같은 매력을 가진 뱀파이어 하이드.
각자의 매력이 다르기 때문에, 둘의 인기는 비등비등하다.
그 때문인지 팬덤 간의 기싸움이 꽤 치열할 정도.
그런데.
최근 새로 떡상한 케미가 있으니.
[단이고 하이드고 다 필요없다...대세는 수진이랑 염라 남매케미임]
바로 수진과 염라의 남매케미.
무덤덤해 보이면서도, 그런 염라를 살뜰하게 챙기는 수진.
이 둘의 유사남매 케미는 원작에서부터 매니악한 인기를 끌고 있었다.
이 여론에 불을 붙인 것은 바로 라앺 6화.
수진이 염라를 데리고 함께 쇼핑을 가는 에피소드가 방영된 것.
“나 장보러 갈 건데. 같이 갈래?”
“뭐? 나는 저승의 왕이야. 이승의 법도 따위 알 필요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아.”
수진을 저승에 데리러 왔으나, 결국 인간세계에 눌러앉게 된 염라.
저승에선 왕으로 군림하고, 모든 율법에 통달한 염라였으나.
이승에서 인간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해선 무지하다.
[정민백화점 미아찾기센터에서 알립니다. 염라라는 이름의 남자아이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보호자분께선, 백화점 10층 미아찾기센터로 찾아와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알립니다. 염라라는 이름의 남자아이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보호자분께선······]
심지어 외출 도중 미아가 되어버리기까지.
“난 길을 잃은 게 아니야.”
자신을 찾으러 온 수진에게 툴툴대는 염라.
그러나 막상 불안했는지 눈빛이 영 불안하다.
“그래, 그래. 자.”
아무렇지 않게 염라에게 손을 내미는 수진.
그러자 염라가 흠칫 놀라 수진을 올려다본다.
“뭐, 뭐야?”
“또 길 잃으면 안 되잖아. 손잡고 가자.”
“난 길을 잃은 게 아니라니까?”
“알았어, 알았어.”
그렇게 손을 잡고 걸어가는 두 사람.
인간과 손을 잡고 있다는 것이 창피한지 염라의 얼굴이 꽤 새빨갰다.
그러던 도중.
염라의 발걸음이 멈추고, 시선이 한 군데 꽂혔으니.
“붕어빵? 먹고 싶어?”
“아니.”
“한 번 먹어볼래?”
“뭐야, 이 물고기처럼 생긴 건.”
“붕어빵. 팥이랑 슈크림이 들어있어서 달고 맛있어.”
“으. 저 팥이라는 건 시커매서 싫어.”
“······너 저승의 왕이라며. 검은 게 싫은 거야?”
아무튼.
그렇게 붕어빵을 구입한 수진.
곧 슈크림이 든 붕어빵 하나를 염라에게 내민다.
“어때. 맛있지?”
“크, 크흠. 나쁘지 않네.”
게눈 감추듯 단숨에 붕어빵을 먹어치우는 염라.
“인간들은 이해를 못하겠네. 이런 걸 먹고 다니다니.”
그러면서도 입으론 여전히 강한 척이다.
그 모습이 웃긴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마는 수진.
“왜, 왜 웃어?”
“나 안 웃었는데.”
“방금 웃고 있었어.”
“그래? 그럼 그렇다고 치자.”
원체 어두운 성격이라 웃음이 없는 수진.
그런 수진마저 웃게할 정도로, 염라가 보여주는 갭이 컸던 것.
해당 에피소드 방영 이후.
이에 대한 반응은.
[아 벽뿌셔 지구뿌셔!!!!
진짜 ㄱㄴㅁ이ᅟᅡᆷ어ㅣㅏ 귀여워 미치뮤ㅠㅠㅠ
이 남매 뭐야... 원래 오빠가 무뚝뚝다정이고 여동생이 칭얼귀욤인데 여긴 왜 반대임??
나도 수진이 같은 언니 있었으면... 염라 같은 동생 있었으면...
두 사람 케미 존좋 ㅠㅠㅠㅠ
아니 우리 염라 멋지고 귀엽고 다하는데요 ㅠㅠㅠㅠ]
그야말로 폭발 중.
[단이고 하이드고 다 뭐냐... 그냥 염라랑 오손도손 살자...
ㄹㅇ 연애를 왜 하냐 그냥 염라 보는 것만으로도 광대 폭발할텐데 ㅋㅋ]
심지어 러브라인을 거부하는 팬들까지 등장했다.
귀찮게 사랑싸움 하지 말고 그냥 친동생 같은 염라랑 오손도손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 팬들까지 등장했다.
[원찢남매 오늘도 제대로 찢었다
ㄹㅇ 솔찌 원초남매라고 해야하는거 아니냐... 원작초월 남매...
ㄴ ? 그건 선넘지 ㅋㅋ
ㄴ 뭘 선넘어 둘이 연기력으로 서사 채우는 건 사실인데]
유유연과 유진.
두 사람에게 새로 붙은 별명.
바로 원찢남매다.
원작을 찢고 나온 듯한 비주얼과 연기력, 케미를 두루 보여줬다고 해서 붙은 별명.
원작초월이네 아니네.
그와 관련된 키배가 매일 같이 벌어질 정도.
하지만 둘의 연기력과 케미가 좋다는 건 누구도 부정 못할 사실이었다.
[아 근데 박유진 진짜 누나들이랑 케미 개사기야
ㄴ ㄹㅇ 어떤 누나들이랑 붙여놔도 미쳤어 ㅋㅋ
그 호구였나 거기서도 진짜 귀여웠는데...하
진짜 남동생상 워너비 아니냐...
저런 동생 있으면 매일 아침 볼 때마다 유진이 있는 쪽으로 절한다]
유독 누나들과의 시너지가 빛나는 유진.
그러나 이번에는 또다른 케미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근데 단이랑 염라 케미도 좋지 않음??
거긴 성대맛집 페어임ㅋㅋㅋ 목소리가 꿀발라놓음
둘이 말할 때마다 동굴소리 나는 거 신기하고 개발려...
나 그냥 저승갈래 ㅠㅠㅠ 저승가면 단이랑 염라랑 평생 살 수 있는거자나 ㅠㅠㅠ
영생이 다 무어냐...]
염라와 단.
유진과 정성진의 케미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염라가 수진이랑 붙을 때와는 달리 위엄넘쳐서 존멋
저 어린애의 모습으로 저승의 왕이라는 게 너무 발린다 진짜 ㅠㅠ
솔찌 유진이 수트핏 미쳤... 저게 11살이라니...(이마팍팍]
염라와 단, 두 사람은 엄연히 상하관계.
염라는 단에게 위엄을 보여야하고, 단은 염라에게 존중을 보여야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목에 더 힘을 주게 되는 것.
여주 수진에게는 남동생 같은 면모를.
단에게는 상급자로서의 위엄을 내보이는 염라.
[유진이 매력 개미지옥이다 진짜...]
그 모든 걸 소화하고 있는 유진.
그야말로 단짠의 매력을 제대로 과시하는 중이었다.
*
‘라앺 반응은 뒤로 갈수록 좋네.’
슬쩍 휴대폰으로 라앺을 검색해보던 유진.
곧 흐뭇한 미소와 함께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도착했어.”
차동석의 말에 차에서 내렸다.
곧 유진의 앞에 보이는 커다란 빌딩.
바로 맵라면을 만든 회사, 미도의 사옥이었다.
라면CF 건으론 이미 다른 두 브랜드와의 미팅은 마친 상태.
마지막으로 맵라면 측과의 미팅 차례였다.
“안녕하세요. 저는 미도에서 마케팅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희승입니다.”
본부장 이희승은 매우 젊어 보이는, 포니테일 머리의 여성이었다.
‘나랑 계약하는 것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네.’
다른 두 브랜드는 팀장급이었는데.
미도 측에선 무려 본부장을 내보낸 것.
“어쩌다 저희 박유진 배우를 원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차동석의 질문에 이희승 본부장이 곧장 대답했다.
“아무래도 저희 맵라면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 올드하게 잡힌 것 같습니다. 이에 박유진 배우를 통해 세련되고, 젊은 층에게도 친근한 이미지를 주는 방향으로 기획 중입니다.
만약 박유진 배우께서 함께 해주신다면, MBS 측과 이야기하여 드라마 라앺 관련 콜라보 제품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콜라보 제품? 새 라면을 만든다고요?”
유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유진이 원하는 건 맵라면으로 광고 계약을 맺고, 장기적으로 모델로서 활동하는 것.
새로운 콜라보 제품 광고 모델은 예상 밖이니까.
‘이럴 거면 차라리 초닭볶음면이나 스파게티 쪽이 낫지.’
그러나 곧 이희승 본부장이 손을 내저었다.
“아뇨. 맵라면의 이름만 바꾼 이벤트 상품을 계획 중입니다. 맛은 지키되, 마케팅을 다각도하는 방향을 설정 중입니다.”
그 대답에 유진은 곧장 안심할 수 있었다.
‘다행히 뭘 좀 아는 사람이네.’
미도는 맵라면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맵라면은 젊은층에게 박혀버린 ‘아재라면’이라는 이미지가 진입장벽이다.
거꾸로 말하면, 중장년층에선 매니아층이 탄탄하다는 말이다.
맛에는 따로 문제가 없다는 뜻.
‘어줍잖게 다른 시도를 하는 것보다, 마케팅에만 변화를 주는 것. 딱 핵심을 파악했어.’
덕분에 유진도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제 선택이 틀리지 않은 셈이니.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맵라면 맛있으니까, 굳이 다른 제품을 낼 필요는 없을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유진의 대답에 이희승 본부장이 미소지었다.
“광고모델에 관한 계약서 조항입니다. 한 번 검토해주시고,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얼마든지 질문해주셔도 괜찮습니다.”
유진이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바로 개런티.
세부조항은 어차피 차동석이 봐줄 테니까.
‘솔직히 기대는 별로 안 해.’
자신에 대한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이미 유진은 이미 앞선 두 차례의 미팅을 통해 알고 있었다.
‘어차피 미도 쪽에서 줄 수 있는 금액이라봐야······.’
그런데.
금액을 확인한 유진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응? 금액의 상태가?’
앞선 두 업체와 비교해도.
훨씬 많은 양의 금액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