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역부터 씹어먹는 천재배우님-128화 (128/237)

128화

복도에서 잠시 얘기를 나누던 그들.

곧 자리를 옮겨 회의실로 들어갔다.

‘와.’

유진의 실물을 직접 마주한 장은영.

그녀는 속으로 감탄을 토해냈다.

‘화면발을 잘 받는 건 줄 알았는데.’

그런 배우들이 있다.

유독 화면발, 카메라발을 잘 받아 실물보다 잘 나오는 배우들.

모니터 속 유진의 모습도 그런 게 아닐까.

내심 그리 생각하던 장은영이다.

‘실물은 또 다른 느낌이네. 그렇다고 화면발을 못 받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유진의 얼굴은 참 오묘했다.

실물깡패라고 말할 수 있으면서도.

그렇다고 화면에 나오는 게 나쁜 것도 아니다.

‘실물은 실물대로, 화면은 화면대로 다른 느낌이 있네.’

마치 상황에 맞게 얼굴을 갈아 끼우는 것처럼.

아무튼 어느 쪽이든,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었으니.

‘뭐가 됐든 더럽게 잘생겼네, 진짜.’

최근 조사하며 지겹도록 유진의 얼굴을 본 장은영이다.

그러나 한 번도 질린 적이 없었다.

잘생김은 매일 새롭다더니, 그 진리가 사실이었던 것.

‘이 어린애가 역변 없이 그대로 큰다면······.’

그야말로 대한민국을 뒤집을 역대급 비주얼이 나오리라.

“장은영 PD님이요?”

잠시 후, 유진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마치 장은영에 대해 알고 있다는 말투였다.

“네. 혹시 저를 알아요?”

“그럼요. <로드 투 로드> 다큐 제작진 명단에서 봤거든요.”

그 말에 장은영은 흠칫 놀랐다.

<로드 투 로드>.

장은영이 다큐팀과 함께 2년간 해외에서 찍었고.

최근 MBS에서 방영된 다큐다.

‘이번에 한 게 꽤 잘 되긴 했지.’

2년간의 노력이 헛되진 않았는지, <로드 투 로드>는 다큐치곤 이례적으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방영 직후엔 메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등장했을 정도.

‘그래. 다큐야 누구든지 볼 수 있어.’

“그거 말고도 여러 개 봤어요. <스콜라>랑, <얼리버드>도 봤고.”

“그, 그걸 다 봤다고요?”

“넵. 이번에 다큐 찍으신 거 보고 팬이 됐거든요.”

그런데.

<로드 투 로드> 이전에 장은영이 맡았던 다큐들.

그를 줄줄 읊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다큐를 본 뒤 보통 PD 이름까지는 잘 확인하지 않을 텐데.

심지어 오늘 장은영을 마주친 것도 예정에 없던 일 아닌가?

‘이러니까 잘 나가는 거구나.’

장은영은 새삼 깨달았다.

박유진은 언제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말씀 고마워요.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아역배우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되어서요.”

“아하.”

그 말을 듣자 유진이 김오태 쪽을 싱긋 웃으며 바라보앗다.

김오태가 가교 역할을 했다는 걸 눈치 챈 것처럼.

‘진짜 눈치챈 건가? 아니면 내 착각인가?’

박유진에 대해 어마무시한 이야기들을 전해들은 장은영이다.

유진의 행동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말을 이어가자면, 박유진 배우를 저희 다큐에서 다루고 싶습니다.”

“어떤 내용을 다룬다는 거죠?”

차동석이 끼어들었다.

혹여 부정적 내용이 있진 않을까 우려하는 것.

“최근 박유진 배우의 성공으로 인해, 아역배우를 지망하는 학부모와 아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이에 한국에서 아역배우들의 실태와 현황, 미래 전망 등······그런 내용을 찍을 생각이었습니다만.”

잠시 말을 멈추는 장은영.

곧 그녀는 유진을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다.

“기획이 바뀌었습니다. 저는 박유진 배우, 그 자체를 조명하는 다큐를 찍어볼 생각이에요.”

그러자 유진의 토끼처럼 눈이 동그래졌다.

“저 그 자체라고요?”

“네. 박유진 배우만을 집중적으로 다뤄보고 싶어요.”

어차피 프로그램 전권은 장은영에게 넘어왔기에 가능한 일.

그간 유진에 대해 조사하며 장은영의 생각은 점점 달라졌다.

처음엔 그저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둔, 잘난 비주얼의 아역배우일 뿐이었다.

그러나 필모그래피를 쭉 훑고.

유진에 대해 취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점점 호기심이 생겼다.

지금에 이르러선 박유진, 그 자체가 궁금해진 것.

“음. 하나만 여쭤 봐도 될까요?”

유진이 장은영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장은영이 자료조사를 하며 보던, 3년 전 박유진의 순진무구해 보이던 눈망울.

그때처럼 여전히 맑고 투명하지만.

이제 소년이 되어가는 덕인지 조금 날카로워진 느낌이 있었다.

“왜 하필 저인지 여쭤보고 싶어요. 배우 하나를 집중조명하자면 다른 훌륭하신 분들도 많잖아요.”

“일단 이 다큐의 시작이 아역배우였거든요. 전 2년 간 해외에 있었어요. 한국 연예계 소식은 거의 듣지 못했죠. 그런데 그 사이 박유진 배우가 데뷔하고 줄곧 성공가도를 달렸고, 지금도 달리고 있죠.

하지만 전 박유진 배우의 성공보다, 그 이면에 있을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싶어요. 무엇보다 배우가 아닌, 보통의 11살로서의 박유진도 궁금하고요.”

장은영은 최대한 솔직하게 부딪쳤다.

성공의 이유에 대해 분석하려거든 다큐를 찍을 필요가 없다.

그 성공에 이르기까지 박유진이란 어린아이는 어떤 기분인가.

성공을 이룬 뒤 박유진의 일상은 어떻게 달라졌는가.

장은영은 그를 다루고 싶은 것.

“아아, 그러시구나.”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은영은 유진이 제법 고민할 거라 생각했다.

다큐멘터리를 찍는다는 게 제법 생소할 테고.

일상 속에서도 카메라가 붙어 자신을 촬영한다는 건 꽤 스트레스가 될 테니까.

‘아역배우가 아닌 박유진 그 자체를 다룬다니, 오히려 부담감을 느낄 지도 몰라.’

그런데 장은영에게 돌아온 건.

“네. 좋아요!”

매우 호탕한 대답이었다.

“사장님, 괜찮죠?”

“다큐 찍고 싶은 거야?”

“네. 장은영 PD님이니까요.”

“좋아. 우리 배우님 의견에 따라야지.”

사장인 차동석도 매우 흔쾌히 대답했다.

지금 박유진은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프로그램 하나를 출연한대도 이것저것 재고, 빼며 밀당을 해도 이상할 게 없다.

다급한 쪽이야 박유진을 쓰고 싶은 PD들 쪽이니까.

‘그런데 프로그램 출연 결정을 이렇게 손쉽게 한다고? 즉석에서?’

장은영은 혼란스러워졌다.

박유진이 대체 어떻게 성공가도를 달리는지, 점점 더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

‘다큐라.’

김오태를 만나러 와서, 예상치 못한 제의를 받았다.

그러나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이런 사람이 다큐를 찍어준다면 땡큐지.’

유진은 이미 김선미, 이지혜 등으로부터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유진에 대해 취재하고 있는, 장은영이란 다큐멘터리 감독이 있다고.

‘경력도 좋고, 최근 방영된 다큐도 시청률이 꽤 좋았지.’

다큐멘터리 쪽에는 그닥 관심이 없지만.

이후 참여작들을 쭉 찾아보니 장은영 PD는 확실히 실력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장은영이 참여한 <스콜라>와 <얼리버드>, 그리고 최근작 <로드 투 로드>까지.

이 다큐들의 특징은 바로 다큐 주제에 대해 높은 관찰력과 이해를 보여주고.

대상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한꺼풀 벗겨준다.

그리고 그를 지루하지 않게 풀어내는 연출력까지 갖췄다.

‘다큐 하나를 위해 2년 동안 해외에 나갔다고 했지? 무언가 하나를 진득하게 찍는 다큐에 최적화된 PD라는 소리야.’

중세 유럽 철학을 다룬 <스콜라>.

새와 함께한 인류의 역사, 그리고 현대의 새에 대해 알려준 <얼리버드>.

그리고 현대 사회의 도보, ‘길’의 의미에 대해 소개한 <로드 투 로드>까지.

장은영의 다큐는 대상을 정밀하게 바라보고 그를 다층적으로 담아낸다.

그것이 동물이든 사물, 일종의 관념이든 상관없이.

그리고 그런 장은영이 다룰 첫 번째 인간.

그게 바로 배우 박유진인 것이다.

‘게다가 아역배우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온전히 나를 다루는 다큐라니 더 의미가 있어.’

유진은 슬슬 아역배우라는 타이틀을 벗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데드맨>이 천만영화가 된 시점에서부터 이미 유진은 아역배우라는 규격을 벗어났다.

라앺의 성공은 거기에 쐐기를 박았고.

‘그렇다고 어른 취급을 받아서도 곤란하지.’

나이가 깡패라는 말이 괜히 있겠는가.

어린아이로서 누릴 수 있는 이점은 다 누리는 게 좋다.

즉, 유진이 노리는 것은.

‘아역배우라는 틀을 벗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지만, 여전히 11살에 불과하다는 점.’

그 갭으로 인해 매력을 느낄 대중들도 많을 것이다.

장은영의 다큐는 그를 보여줄 좋은 무대가 될 것이다.

‘확실히 지금 배우로서의 내 이미지가 너무 빨리 소비되고 있어. 한 번쯤 이런 프로그램이 필요하긴 하지.’

영화 <데드맨>의 유례없는 대성공.

거기에 라앺으로 인한 엄청난 인기까지.

‘배우 박유진’으로서의 이미지 소모가 매우 빨랐다.

그 때문에 팬도 엄청 늘었지만, 좋든 싫든 안티도 느는 상황.

넙튜브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일상 모습을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팬들을 위한 컨텐츠일 뿐.

유진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쯤에서 한 번 나에 대한 이미지를 환기해도 괜찮을 거야.’

장은영의 다큐라면 분명 가능할 터.

그뿐만이 아니다.

‘게다가 잘하면 <찬란>까지 다큐 덕을 볼 수 있겠어.’

이순철과의 이야기, 거기에 영화 <찬란> 특별출연까지.

제법 좋은 스토리텔링이 될 것이다.

벌써 유진의 머릿속에서 퍼즐이 짜맞춰지고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저는 예능국 작가 유용주라고 합니다.”

장은영과의 이야기가 대강 마무리되어갈 때쯤.

한 여자가 쭈뼛대며 나섰다.

“현재 런칭 준비 중인 예능 <식스타임>의 메인작가 유용주라고 합니다. 만나서 영광이에요!”

꾸벅 고개를 숙이며 자신을 소개한 작가 유용주.

그녀는 특기처럼 우다다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저희 <식스타임>은 말이죠. 스타의 여섯 시간을 경매로 내놓고······.”

그를 모두 듣고 있는 유진.

그냥 일반적 예능이었다면 대충 맞장구나 쳐주다 출연제의를 하면 정중히 거절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런 컨셉의 예능이라면 구미가 당기는데.’

스타의 시간을 판매하고, 이를 프로그램들이 경매로 구입해 활용한다.

이 신선한 기획이 유진의 마음을 끌었다.

<별을 보러 떠나요>처럼 통으로 스케줄을 비워야하는 것도 아니고.

유진이 넙튜브에서 보여주는 컨텐츠들과 포맷이 겹치는 것도 아니다.

‘예상치 못한 새로운 작품을 만날 기회이기도 해.’

하지만.

“우와. 진짜 재미있을 거 같아요.”

“저, 정말인가요?”

유용주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런데 경매 참가하시는 분들 명단이 있을까요? 그거 보고 결정하고 싶은데.”

그러나 이어지는 말에 다시 조금 어두워지기도.

하지만 유진은 다큐와 달리, 이 식스타임 쪽은 신중하게 접근하기로 했다.

배우로서 자신의 6시간을 경매에 맡기는 입장.

즉, 상황을 유진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없다.

만약 논란에 휩싸이는 영화나 드라마 쪽에서 유진을 최고금액으로 입찰한다면?

‘괜히 내 커리어에 똥물 튀기는 셈이야.’

그런 불상사는 막아야만 한다.

물론 6시간 밖에 안 된다.

영화나 드라마에 들어간다고 해도 특별출연 분량이겠지.

‘하지만.’

“네, 물론입니다. 명단이 어느 정도 추려지면 곧장 알려드리겠습니다.”

다행히 유용주 쪽에서 눈치껏 행동했다.

유진의 참여소식을 듣고 출연 의사를 밝힐 프로그램, 영화들이 적지 않을 테니.

적어도 입찰하려는 프로그램, 영화 정도는 알아야 하니까.

“넵. 감사합니다!”

그 뒤로 김오태와 짧게 안부를 나눈 뒤.

두 사람은 먼저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이야. 순식간에 일거리를 두 개나 얻었네.”

차동석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

방송국이 워낙 일거리를 얻기 좋은 곳이라곤 하지만.

설마 이런 식으로 두 개나 생길 줄이야.

“나중에 김오태 PD님한테 고맙다고 말씀드려야겠어요.”

“자. 그럼 이제 또 움직이자고, 배우님.”

“넵!”

그들은 또 금방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태종과 합류해, 미도와의 맵라면 광고 계약에 도장을 찍어야 하니까.

*

식품회사 미도.

맵라면의 광고모델로 유진이 낙점되기까지.

그 과정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이희승 본부장. 아무리 그래도 아역배우한테 너무 많은 돈을 태우는 건 아닌지.’

유진을 모델로 쓰는데는 이견이 없으나.

그 개런티를 처음부터 너무 높게 부르는 게 아니냐는 것.

‘아침바람 못 보셨나요? 박유진 배우를 광고모델로 기용한 후 인터넷 언급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해당 분기 매출액이 가시적 성과를 거뒀습니다.’

유진이 계약을 맺었던 이온음료 아침바람.

광고 자체가 대박이 난데다.

유진의 팬들 사이에서 아침바람은 마치 공인음료처럼 취급받는 중.

유진을 처음으로 광고 모델로 기용해준 곳이니까.

때문에 유진의 팬미팅 당시에도 아침바람 측이 음료를 후원해주기도.

‘게다가 박유진이 협찬을 받은 아동복 브랜드, 벨레는 작년 한해 브랜드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고 합니다. 1위 업체였던 유키즈와의 점유율 싸움에서 역전하는데 성공했고요.’

유진이 아침바람과 전속모델 계약을 맺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할 수 있겠다.

‘그 광고 효과를 생각했을 때, 그리고 지금 2030 세대에게 박유진 배우가 가지는 영향력을 생각했을 때. 이 금액은 결코 과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염라 챌린지가 선풍적 인기를 끄는 이상, 이미 다른 라면 업체들도 박유진 배우를 원할 겁니다.’

그 강력한 주장이 받아들여져, 결국 유진에 대한 개런티에 반영된 것.

처음부터 유진을 밀었던 이희승 본부장의 선구안, 그리고 팬심이 거둔 승리였다.

팬심이 제일 대단하다던 차동석의 말.

그게 진짜였던 것이다.

“본부장님. 곧 박유진 배우 측이 도착한다고 합니다.”

이희승 본부장은 괜히 제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박유진과 마주하는데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 수는 없으니까.

팬미팅이 아니다. 일이다.

그렇게 자신을 다잡았다.

“이렇게 박유진 배우와 함께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도 좋아하는 라면 광고를 찍게 되어서 기뻐요.”

악수를 나누는 이희승 본부장과 유진.

이희승 본부장은 미소가 터져나오려는 걸 애써 참았다.

“안녕하십니까. 유진이 아버지인 박태종입니다.”

유진의 보호자로서 계약을 위해 동행한 박태종.

유진의 넙튜브도 매번 다 챙겨보는 이희승 본부장으로선 그에게 감사할 뿐이었다.

유진을 어쩜 이렇게 예쁘고 올바르게 키워줬는지.

“미도의 마케팅본부장 이희승입니다. 아드님을 훌륭하게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죄송합니다만, 방금 뭐라고 하신 건지······.”

저도 모르게 내뱉어버린 마음의 소리.

박태종은 잘 못 들었는지 곧장 되물었다.

“아, 아닙니다. 제가 실언을 했네요.”

이희승 본부장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유진이 끼어들었다.

“본부장님이 제 팬이래요, 아빠. 그래서 그런가봐요.”

어느새 얼굴이 새빨개졌다.

자신을 두둔하고 나서자 오히려 그게 더 부끄러웠다.

“이,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서둘러 화제를 바꾸는 이희승 본부장.

곧 양측은 속전속결로 광고모델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미도 측은 유진이라는 광고 모델을 얻게 되었고.

유진은 아역배우로서 유례 없는 막대한 개런티를 받게 되었다.

“아, 그리고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이희승 본부장이 관련 이야기를 꺼냈다.

“MBS 측이랑 이야기를 나눈 끝에, 맵라면과 드라마 <라이프 애프터 라이프>를 콜라보하기로 했습니다. 콜라보 기간 동안만 맵라면의 제품명이나 포장지를 다르게 해서 출시할 예정이죠.”

“오, 정말요? 잘 됐다! 혹시 콜라보 제품명 정해졌어요?”

“아뇨. 팬들에게 공모할 예정입니다.”

“뽑히면 경품도 있겠네요?”

“그렇죠.”

이희승 본부장의 대답을 들은 뒤.

유진은 잠시 팔짱을 끼고선 생각에 잠겼다.

그리곤 잠시 후.

“그럼 제가 지금 하나 제시해도 될까요?”

“네?”

“불꽃 염炎 자를 써서 염라면! 어때요?”

듣자마자 이희승 본부장도 이거다! 싶었다.

라앺의 염라와도 연관이 되고.

맵라면의 아이덴티티인 매운맛도 살릴 수 있는 절묘한 네이밍 센스였다.

“완전 찰떡이죠? 저 경품 주세요!”

확신에 찬 목소리.

두 손을 내밀며 유진이 해맑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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