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화
얼마 뒤.
날씨가 그리 쌀쌀하지 않은 어느 날.
“싫어. 내가 어떻게 저런 애랑 친구가 되냐? 못생겼는데.”
“뭐? 못 생겨? 지금 나더러 못 생겼다고 한 거야? 엄마를 쏙 빼닮은 나를? 지금 우리 엄마 욕하는 거야?”
“그건 취소할게. 그래, 못 생기진 않았어. 근데 잘 생기지도 않았어.”
“와. 너 진짜 싸가지 없다. 밥맛이야.”
“그럼 넌 꿀맛이냐?”
“진짜 말하는 것 좀 봐. 지도 못생긴 주제에.”
“허. 너 눈 삐었니? 난 키즈모델이거든? 못생긴 키즈 모델 봤어?”
“여기 있네. 내 눈 앞에.”
공원에서 말싸움을 벌이는 초등학생이 두 사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유, 유진아. 쟤네들 안 말려도 될까?”
유신애가 안절부절 못하며 물었다.
그러나 유진은 허허 웃을 뿐이었다.
“괜찮아, 괜찮아. 원래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법이거든.”
지금 한바탕 말싸움을 벌이고 있는 두 사람.
그건 바로 정기열과 김선미였다.
유신애, 정기열, 김선미, 그리고 유진.
유진의 주도로 이렇게 동갑내기 4명이 한 자리에 모인 것.
앞으로 성인이 되기까지 서로에게 든든한 인맥이 되어줄 동갑내기 친구들.
일찌감치 사모임을 조직했다고 봐도 될 정도다.
재능이야 확실한 친구들이니, 서로 도와주면 훨씬 더 훌륭하게 재능을 꽃피우리라.
그런데 유진의 원대한 계획에 벌써부터 차질이 생겼다.
“야, 유진아! 나 집에 갈래. 뭐 저런 애가 다 있어?”
김선미가 으르렁대며 말했다.
“누가 할 소리? 진짜 재수없네.”
정기열도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정기열과 김선미의 케미가 상상 이상으로 좋지 않았으니.
서로 자존심이 강하다 보니 굽힐 줄을 몰랐던 것.
“에이. 뭘 벌써 가? 같이 놀다 가자. 겨우 시간 낸 거잖아.”
그러거나 말거나.
유진은 흐뭇하게 웃으며 두 사람을 관전할 뿐이었지만.
마치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그러게 왜 바쁜 사람을 오라 가라야. 난 지금 더빙 준비하고 있단 말이야. 녹음일이 곧인데. 저런 한가한 애랑 비교하지 마라.”
“허. 누군 노는 줄 알아? 난 드라마 촬영 중이란 말이야.”
다시 말싸움이 번져가려는 그때.
“여기서 나보다 바쁜 사람 손!”
유진이 끼어들었다.
그러자 정기열과 김선미가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라앺 촬영, 광고 촬영, 넙튜브 관리, 각종 미팅들까지.
유진은 정기열과 김선미, 두 사람을 합친 것보다 바쁜 스케줄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 너 잘났다. 아마 네가 전세계 11살 중에 제일 바쁠 걸?”
“진짜. 박유진 진짜.”
차마 반박은 못하고 유진을 흘겨보는 두 사람.
그 모습을 보며 유진이 키득댔다.
그러자 정기열과 김선미는 타깃을 바꿨다.
“야. 신애야. 네가 보기에도 저 선미라는 애가 문제지?”
“신애라고 했어? 너 저런 애랑 놀지 마. 너도 성격 나빠진다. 나랑 놀자.”
넌 누구 편이야?
선택을 강요하는 정기열과 김선미.
“나, 나, 나는. 유진이 편이야.”
유신애가 나름 요령을 부려 빠져나갔다.
그러자 두 사람은 타깃을 아예 유진 쪽으로 바꾸었다.
“유진아! 너 쟤보다 나랑 오래 알았잖아.”
“야, 박유진. 남자끼리의 우정을 저버릴 셈이야?”
‘확실히 이번 생에는 선미와의 인연이 더 오래 됐지. 하지만 회귀 전에 선미랑 나는 인연이 없어.’
유진으로서도 어느 한 쪽을 선택하기 어려운 입장.
아니, 애초에 선택할 이유가 없다.
“선미야. 넌 내 편이지?”
갑작스레 묻는 질문.
그러자 김선미가 당황해 얼굴을 붉혔다.
“응? 그, 그럼.”
“기열이도 내 편이고.”
“당연한 거 아니냐? 난 네 편이지.”
김선미에 비하면 꽤 당당하게 말하는 정기열.
“그리고 신애는 이미 내 편이라고 했고. 그럼 다 내 편이라는 거고, 결국 선미도 기열이도 다 같은 편이라는 거네. 자. 어때. 깔끔하지?”
뭔가 엉망진창인 논리지만.
또 나름 그럴 듯해서 다들 뭐라 말하지 못했다.
“자, 자. 두 사람 다 친하게 지내. 앞으로 서로를 밀어주고 당겨줘야 하는데.”
“누가 밀어?”
“누가 당겨준대?”
발끈하는 김선미와 정기열.
그러거나 말거나.
유진은 철저히 무시하고서 이야기를 속행했다.
“자, 그럼 이제 우리 모임 이름부터 정하자.”
“모임 안 한다고!”
“음, 내가 고민해봤는데. 건곤감리 어때?”
“······야. 박유진.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건곤감리라니. 태극기에 있는 그거 말하는 거야? 너무 좀 아저씨 같지 않아?”
저도 모르게 반응해버린 김선미.
그러자 유진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왜. 애국심 있고 좋은데. 내가 건 할게. 선미 네가 곤 할래?”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초딩 네 명 모임에 어울리는 이름은 아닌 거 같아.”
그러자 정기열 역시 저도 모르게 반응해버렸다.
“왜? 아주 4대보험이라고 짓지 그러냐.”
그러자 유진이 옳다구나 하며 손가락을 퉁겼다.
“어? 그거 좋은데? 우리가 평생 서로의 보험이 되어주는 거야. 아플 땐 건강보험, 돈 없을 땐 국민연금······아니다. 우리끼리 돈 거래는 하지 말자. 절대.”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는 유진.
그러자 김선미가 질색을 했다.
“야. 뭘 또 진지하게 받아들이냐?”
“가끔 저러잖아. 박유진 쟤도 정상은 아니라니까.”
“그니까. 가끔은 진짜 얼굴이 여러 개 있는 거 같다니까?”
“얼굴만 여러 개야? 쟤 목소리도 여러 개야. 가끔 성대 갈아끼우는 거 같아.”
“사실 로봇 아니야?”
“헐.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갑자기 또 유진의 앞담화(?)로 대화의 물꼬를 튼 정기열과 김선미.
아깐 서로 물어뜯을 것처럼 으르렁대더니.
지금은 또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거봐. 내가 저럴 줄 알았다니까. 쟤네 참 잘 어울려.”
유진은 앞으로 이 모임이 순항할 거란 생각에 흡족한 미소를 띄웠다.
“······나 집에 갈래.”
그리고 결국 대화하길 포기해버린 유신애까지.
여러모로 험난할 거 같긴 하지만.
“그래서 우리 모임 이름은 뭐로 하는데?”
“또 건곤감리 같은 거 말하면 한 대 쥐어박을 거야.”
두 사람은 이젠 먼저 모임 이름을 물어보기까지 했다.
그러자 유진이 음, 하고 고심하기 시작했다.
“그럼 이건 어때? 이제 다음 세대, 우리가 다 씹어먹을 거란 뜻으로 ‘넥스트’. 멋지지?”“그래. 건곤감리보단 낫네.”
그렇게 미래 문화계를 이끌 네 명의 초딩모임.
그 이름은 넥스트로 정해졌다.
제법 얼렁뚱땅 정해졌지만, 네 사람 다 나름 마음에 드는 모양.
“그래서. 넥스트인지 뭐시긴지, 모임이름까지 정하고. 앞으로 뭐할 건데? 모여서 PC방이나 가자고 이런 거창한 이름을 짓진 않았을 거 아니야.”
정기열이 말했다.
그 말대로다.
미래만을 생각했다면 유진이 벌써부터 이런 모임을 구상할 이유가 없으니.
“당연하지. 얘들아. 넥스트로서, 우리 같이 컨텐츠 안 만들래?”
“컨텐츠?”
컨텐츠라는 말에 어안이 벙벙해지는 나머지 세 사람.
특히 정기열은 박유진 이 녀석이 또 무슨 꿍꿍인가 하는 얼굴이었다.
“응. 어른들이 할 수 있는 거 말고. 우리 나이대에서만, 우리들의 감성으로 만들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 거 같아서.”
아역 연기자로 활동 중인 유진과 김선미, 정기열.
거기다 정기열과 유진은 더빙 및 나레이션 작업이 가능하고.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유신애까지 있다.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그게 뭔데?”
김선미가 물었다.
“음, 글쎄. 예를 들면······.”
그러자 유진이 턱을 매만지며 고민했다.
그런 유진의 머릿속에 스치는 것.
바로 한권주의 아들, 한혜성의 사연이었다.
“초딩들의 연애 고민 같은 거?”
그러자.
“뭐?”
나머지 세 사람의 목소리가 동시에 올라갔다.
*
얼마 후.
“와.”
“미쳤다.”
“실물로 보니까 느낌이 또 다르네.”
맵라면 광고 촬영 현장.
사람들이 웅성대며 감탄을 터뜨리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누군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 주인공은 단연 유진이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촬영 잘 부탁드립니다!”
웃으며 스탭 한 명 한 명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는 유진.
그런데 그 모습이 평소와 좀 달랐다.
맵라면과 드라마 <라이프 애프터 라이프>의 콜라보 제품이니 만큼.
유진이 염라로 분장한 것도 당연한 일이다.
스모키 화장에 창백한 피부, 거기에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정장 차림.
TV에서나 보던 염라가 현장에 강림했으니.
여러 톱스타들과 작업해본 미도 측 광고대행사 사람들도 놀랄 수밖에.
“화면발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11살짜리가 뭐 얼마나 대단하겠나 싶었는데, 실제로 보니까 배우 포스 장난 아니네요?”
“진짜로요. 보는데 그냥 홀린다고 해야하나. 그냥 눈을 뗄 수가 없더라고요.”
쑥덕대는 목소리는 모두 감탄 뿐이었다.
“진짜 왔다.”
“헐. 대박.”
“여기서 원찢 남매를 다 보네.”
곧 술렁거림은 다른 곳으로 번져갔는데.
“어? 유연 누나!”
광고 촬영 현장에 놀러온 유유연 때문이었다.
“누나 진짜 왔네요?”
“그럼 가짜로 올까 봐? 우리 염라께서 라면을 드신다는데, 내가 직접 와서 봐야지.”
유유연은 본의 아니게 염라 챌린지를 유행시킨 장본인이었으니.
그녀가 올린 스윗터 동영상 하나가 이런 파급효과를 불러온 것이다.
“고마워요, 누나.”
“고맙기는. 다 우리 지니가 잘나서 그런 거 아니겠어?”
“제가 나중에 밥 사줄게요.”
“오. 뭐 사줄건데?”
“라면이요! 덕분에 라면 광고 찍었으니까.”
“헐, 뭐야. 근데 뭐 나쁘진 않네?”
“에이. 농담이에요. 먹고 싶은 거 말해요! 뭐든 사줄게요.”
유유연 덕분에 역대급 개런티로 광고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밥 한 끼가 아까우랴.
“근데 여기 현장 사진 찍고 싶은데, 안 되겠죠?”
현장 스탭에게 묻는 유유연.
그러자 스탭이 난색을 표했다.
“네. 아무래도 사전에 유출되면 마케팅에 큰 타격이 가서.”
물론 유유연이라면 절대 유출하지 않겠지만.
애초에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제일이니까.
“그럼 그냥 눈으로 많이 봐둬야겠다. 근데 지니 너, 누나 왔다고 긴장하고 그러는 건 아니지?”
“그럴 리가요. 누나 덕분에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말도 참 예쁘게 해, 우리 지니.”
그렇게 두 사람이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무렵.
“······크흠.”
멀찌감치 서 있는 한 사람.
마케팅본부장으로서 광고 촬영 현장에 참석한 이승희였다.
그녀는 감히 유진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었다.
‘세상에, 세상에!’
이건 일이다.
일이야.
하지만 이희승 본부장은 팬심을 주체하기가 어려웠다.
염라 분장을 하고 라면을 먹는다.
이건 물론 기획 단계에서부터 염두되었던 컨셉이고, 이희승이 적극적으로 추진한 일이긴 했다.
그러나 막상 염라 분장을 한 유진을 보니 심장이 벌렁거렸다.
순수한 팬심으로서, 좋아하는 캐릭터가 눈앞에 있는 두근거림이었다.
마치 어릴 적 뒤지몬에서 좋아했던 아귀몬을 만나는 느낌이랄까.
제법 오랜 시간 유진의 팬이었던 이희승.
그런 그녀의 최애캐가 바로 염라였으니까.
‘안 돼. 정신 차리자.’
이희승 본부장은 제 뺨을 살짝 때리며 집중하기 위해 애썼다.
“아휴, 본부장님. 반갑습니다.”
그러는 사이, 광고대행사에서 나온 감독이 이희승 본부장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네. 오늘 광고 촬영 잘 부탁드립니다.”
광고 컨셉은 ‘염라조차 땀을 뻘뻘 흘려가며 먹는 라면’이라는 것.
물론 염라 챌린지처럼 한 방울도 튀기지 않고 깔끔하게 먹는 게 전제다.
“과한 리테이크는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아시다시피 아직 배우님이 어리셔서요.”
“그렇게 말씀하신 건 본부장님이 처음일 겁니다.”
기업의 제1목표는 이윤 추구다.
그래서 비싼 돈을 주고 광고모델을 기용하는 것이고.
때문에 광고모델을 꽤 빡세게 굴리더라도 최선의 결과를 뽑고 싶어할 텐데.
“박유진 배우라면 금방 결과물을 뽑아낼 거예요.”
“적당히 하겠습니다, 적당히.”
감독은 말 그대로 적당히 대답했다.
그는 식품 CF에서 연예인이 과식하는 건 흔한 일이라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이래놓고 광고 잘 못 뽑으면 우리 탓이나 하겠지.’
최선의 결과를 뽑아내는 것.
그게 광고대행사가 할 일 아닌가.
상대가 어린애라고 해서 특별히 달라질 건 없었다.
하지만 본부장이 저렇게 부탁을 하는 데다가.
상대가 워낙 핫한 아역배우라 눈치를 봐야하는 것도 사실.
“그럼 이제 곧 슛 들어가겠습니다. 모델 분 준비해주세요.”
“네엡!”
유진이 힘차게 대답했다.
곧 감독이 유진에게 광고 컨셉과 느낌을 전달한 뒤.
앵글 안으로 미리 끓여놓은 라면 한 그릇이 배달되었다.
“자, 하이. 큐!”
감독의 신호가 떨어진 뒤.
후룩, 후루룩-!
유진은 마치 넙튜브에 올린 염라 챌린지처럼 매우 깔끔하고 정갈하게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 가지 다른 게 있었는데.
후루룩-!
유진의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이었다.
그것도 줄줄 흘러내리는 것이 아닌, 느낌 있게 몇 줄기만 천천히.
‘와. 땀 흘리는 것까지 연기를 할 수 있는 건가?’
그를 클로즈업으로 잡아내며, 감독은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첫 테이크는 그냥 느낌 정도만 보려고
땀이 과했다면 분장을 지워버려 제법 보기 흉해졌을 텐데.
오히려 무엇에든 무감각해야할 염라가 땀까지 흘리며 먹는 라면.
그 개운함과 매콤함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컷! 조, 좋습니다! 지금 느낌 아주 좋아요!”
불과 첫 번째 테이크임에도 불구하고 완벽히 소화해냈다.
감독은 결과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단번에 OK 사인을 내고 촬영을 접고 싶을 정도.
그래도 혹시 몰라 몇 번 더 리테이크를 가기로 했다.
“한 번 더 가보겠습니다. 모델분, 방금 느낌 좋았습니다. 그 느낌 더 살려서 부탁드려요.”
“넵! 알겠습니다.”
파이팅 넘치게 대답하는 유진.
물론 그때마다 유진은 더욱 몰입한 연기로 보답했다.
‘······그냥 이대로 끝낼까?’
겨우 4번째 리테이크.
감독은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러는 사이.
“한 번만 다시 찍으면 안 돼요?”
오히려 유진 쪽에서 스스로 나섰다.
“너무 배고파서 좀 허겁지겁 먹은 거 같아서요. 이번엔 좀 절제하고 먹어볼게요.”
“네? 아, 네. 부탁드립니다.”
이후 유진은 몇 번이고 스스로 나서서 재촬영을 진행했다.
그를 보고 광고감독의 입이 떡 벌어지는 건 당연지사.
“저, 모델 분. 혹시 굶고 오신 건 아니죠?”
“저 굶으면 큰일나요. 배고프면 일도 못하고, 키 크는 데에도 별로 안 좋거든요.”
“그런데 그게 다 들어가요?”
“그럼요!”
유진은 제 배를 통통 때렸다.
그렇게 유진의 주도로 진행된 촬영.
“와우.”
화룡정점은 유진이 갑갑한 듯 넥타이를 풀었을 때였다.
그 모습을 보고 몇몇 사람들은 감탄을 터뜨렸다.
“드라마 촬영이 아니라 콜라보 광고인데도 캐릭터에 빙의한 것 같네요.”
라앺 출연자이자, 라앺 덕후인 유유연.
매번 촬영장에서 유진의 연기를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염라의 모습을 봐서 그런지 흠뻑 빠져든 얼굴이었다.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그렇게 염라 빙의가 끝난 이후.
본래의 박유진으로 돌아왔다.
눈웃음에 모두가 녹아내렸다.
“이번 맵라면, 아니. 염라면 광고. 분명 대박날 겁니다.”
이희승 본부장은 그리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