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화
며칠 뒤.
놀이터에는 김상헌을 비롯, 유진의 넙튜브 팀이 투입되었다.
“우와. 너희 회사 짱이다.”
그를 보며 정기열이 감탄을 터뜨렸다.
그러자 기가 사는지, 김선미가 대놓고 으스대기 시작했다.
“좀 쩔지? 이게 바로 우리 회사야.”
“네 회사 칭찬하는 거 아니거든? 유진이네 회사 칭찬하는 거야.”
“너 멍청이야? 나랑 유진이 같은 회사거든?”
확실히 과거 유진이 넙튜브를 막 시작할 때보다 장비며 인력도 확실히 발전한 것이 느껴졌다.
장비는 해외에서 수백만 원 하는 제품들에.
인력도 유진 넙튜브 담당 김상헌과 웹드라마팀 신현중과 손호철 외에도 꽤 확충되었으니.
“근데 정기열, 너희 회사 엄청 대형엔터라며? 이런 지원 안 해줘?”
“······해주긴 해주는데.”
뒷말을 흐리는 정기열.
그때 유진이 눈치 좋게 치고 들어왔다.
“그것보다 선미 너, 대본 다 외웠지?”
아무리 그래도 회사 비교를 하는 건 서로 자존심 싸움이 될 수 있으니.
다행히 선미 역시도 그를 눈치 채고 유진을 향해 몸을 틀었다.
“몇 번을 물어. 다 외웠다니까.”
“정말이지?”
“너 나 못 믿어?”
“저번에도 다 외웠다면서 2페이지 5번째 대사 계속 틀렸잖아.”
“넌 그것마저 다 외운 거니? 진짜······.”
“응? 진짜 뭐?”
“아니, 대단하다고. 응.”
DV엔터가 확실히 대형엔터지만.
아역팀 자체가 큰 건 아니다.
특히 차동석의 퇴사 이후 내리막길이었으니.
회사 차원에서도 해체를 검토 중이고.
본래 김주현의 아들이라며 특별대우를 받았으나.
정기열도 아역배우로서가 아닌 어린이 성우로 활동하며 위치가 애매해졌다.
아직 소속배우가 세 명 뿐인 주역 매니지먼트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배우 세 명을 위해 팔을 걷어붙일 수 있는 것이다.
‘기열이도 우리 회사로 데려오면 좋을 텐데.’
하지만 유진은 섣불리 제의하지 못했다.
정기열의 어머니, 김주현이 DV엔터에 속해있으니까.
게다가 대형엔터에서 나와 주역 매니지먼트로 오라는 건 상당한 부담일 테니.
“어? 그 고양이다!”
그때.
유신애가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멀리서 턱시도 고양이가 저벅저벅 걸어오고 있었다.
턱시도 고양이라는 이름답게, 마치 레드카펫이라도 걸어오는 것처럼 위풍당당해보였다.
“뭐야. 쟤가 왜 여깄어?"
“도망가야 하나?"
모두가 화들짝 놀랐다.
그 귀여운 외모와 달리, 사나운 하악질을 경험해봤으니.
하지만 유진만큼은 달랐다.
“헐. 냐옹아. 너 거기서 나온 거야?”
정글짐 아래서 나온 고양이가 신기했을 뿐.
그런데.
녀석은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타났음에도 경계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선을 똑바로 하고, 꼬리를 쭉 편 채 저벅저벅 한 곳으로 걸어가고 있었으니.
“어?”
바로 유진의 발밑이었다.
그런데 녀석의 상태가 조금 이상했다.
“뭐야. 입에 뭔가 물고 있는데?”
고양이의 입가가 무언가로 번쩍이고 있던 것.
그건 바로.
“동전?”
뒷면에 학이 그려진, 500원짜리 동전이었다.
고양이는 그걸 유진의 발치에 턱, 하고 내려놓았다.
“······.”
그리곤 얌전히 앉아 유진을 올려다보는 게 아닌가?
그 사나웠던 고양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
‘설마, 이게 말로만 듣던 고양이의 보은이라는 걸까?’
고양이는 은혜를 갚기 위해 쥐나 자잘한 물건 따위를 가져다준다고 하지 않던가.
보은이라고 동전을 주워오는 고양이는 또 처음 듣는 경우였지만 말이다.
‘그런데 여태 가만히 있다가······내 말을 알아 듣기라도 한 건가?’
오늘을 끝으로 만날 일이 없을 거라던 그 말.
그를 듣고 마지막으로 선물이라도 주려는 건 아닐까 싶었다.
‘설마. 그건 아니겠지.’
유진은 곧 몸을 숙여, 고양이를 가까이서 관찰했다.
그래도 유진이 밥을 먹인 보람이 있는지, 처음 봤을 때보다 조금 더 건강해보였다.
“고마워.”
유진은 그 동전을 주워들었다.
“조, 조, 조심해, 유진아.”
“맞아. 널 할퀴거나 깨물지도 몰라!”
유신애와 김선미가 소리쳤다.
하지만 유진은 이 녀석에게서 공격성을 읽을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자신에게 호의를 표하는 것만 같았다.
“자, 착하지.”
유진은 그 고양이에게 손을 뻗었다.
소심한 남자아이를 연기할 때처럼 매우 느리고, 조심스레.
혹시나 스킨십을 싫어할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고양이는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힘겹게 닿은 손.
유진은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보드라운 털이 손에 닿으니 기분이 좋았다.
“그릉!”
거기에 기분 좋은 울음소리까지.
하악질을 하던 목소리와는 전혀 딴판인.
그야말로 애교 넘치는 귀여운 울음소리였다.
“헐.”
“완전 귀여워!”
그건 넥스트의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
심지어 넙튜브 팀들도 주위에서 그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냐아-”
“음?”
“냥!”
턱시도 고양이는 열심히 울어대더니, 곧 아까처럼 유진의 발치에 머리를 열심히 비벼댔다.
뭔가를 요구하는 것 같은데, 그 행동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 의미를 알지 못해, 유진은 휴대폰을 들어 검색해보았다.
“어디 보자. 고양이가 머리를 비빈다는 건, 어리광을 부리는 것이거나 마킹을 하는 것이다······뭐야. 너 나 찜한 거야?”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소심해보이지만, 한 번 발동이 걸리니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여러모로 내 예전 모습을 보는 것 같네.’
“고마워.”
이제 넙튜브도 촬영해야하고.
고양이에게 보은도 받았겠다, 기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음?”
이 턱시도 고양이.
계속 유진을 졸졸 쫓아오는 것이 아닌가.
그에 그치지 않고 아예 유진을 앞지르기까지 했다.
그러더니.
투욱-
느닷없이 벌러덩 누워버린다.
마치.
“뭐야. 아무래도 너가 마음에 든 거 같은데?”
“인터넷에서 봤어. 이런 걸 간택이라고 한다며? 고양이가 자기를 모셔줄 집사를 선택한다고.”
정기열과 김선미가 내놓은 해석이었다.
유진은 쪼그려 앉아 고양이에게 물었다.
“뭐야. 너 나랑 같이 살고 싶어?”
마치 그 질문을 알아들은 듯.
“냐아앙!”
그런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그러자 유진은 시원하게 대답했다.
“좋아. 우리 집으로 가자!”
단칸방에서 살던 시절이면 반려동물은 상상도 못했겠지만.
지금 유진에겐 심적, 물적 여유도 넘치는 상황이었으니까.
‘계속 정글짐 아래 모래사장에만 있던 녀석이 나를 따른다는 건.’
누군가 기다리길 포기하고, 자신을 따르기로 결정했다는 뜻.
적어도 유진이 해석하기엔 그런 것처럼 보였다.
그 마음을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나?
*
얼마 뒤.
유진의 집에선.
“샤아아악!”
사나운 짐승(?)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유진이 데려온 턱시도 고양이.
녀석이 박태종에 하악질을 시전하고 있었으니.
“괜찮아, 괜찮아. 우리 아빠야. 착하지?”
그러나 유진의 손길 한 번에 얌전해졌다.
오히려 갸릉거리며 애교를 피우기까지.
곧 유진에게 꼭 달라붙는 것 아닌가.
“그, 그, 그 아이는 대체 뭐니?”
그런데 달래줘야하는 건 고양이가 아닌 박태종 쪽인 모양이다.
잔뜩 겁을 집어먹은 얼굴이었으니.
“전화로 말했던 그 고양이에요. 상헌이 형이랑 동물병원에 데려갔더니 이 녀석 수컷이고, 태어난지는 5개월쯤 지났다고 하더라고요.”
박태종은 조심스레 유진에게 다가왔다.
고양이는 유진의 무릎에서 골골대며 손길을 즐기고 있었다.
“귀엽긴 한데.”
박태종이 손을 뻗으려 했으나.
“샤아아악!”
역시나 돌아오는 건 하악질 뿐.
“히익! 아무래도 너만 따르는 모양인데?”
“그런가요? 아무래도 낯가림이 심한 고양이 같아요. 음, 그래도 착한 아이 같으니 아빠랑 금방 친해질 수 있을 거예요! 그치, 냥이야?”
“먀아!”
유진 앞에선 얌전한 척 내숭을 피우는 고양이.
덕분에 박태종의 심장만 철렁해졌다.
“아, 맞다. 아빠. 혹시 지금 몇 시인지 알아요?”
“지금? 오후 8시 되기 5분 전인데.”
“앗. 오늘 8시에 라이브 방송하기로 했는데! 고양이랑 놀다가 시간 다 보냈네.”
오늘 아침.
유진이 올렸던 스윗 하나.
[박유진의 스윗 : 보내주신 정성과 선물 모두 감사합니다!
그래서!
언박싱 겸 감사인사를 전하는 라이브 방송을 오늘 할까 해요
이따 오후 8시에 만나요~]
바로 선물 감사 라이브 방송 공지였다.
그를 위해 유진은 일찌감치 마련한 고양이 밥그릇에 식수, 그리고 적당량의 고양이 사료를 담아주었다.
아무래도 고양이가 곁에 있으면 방송에 집중하기 어려울지 모르니까.
그리고 언젠간 따로 정식 소개할 할 예정이었다.
“그럼 밥 먹고 있어, 냥이야. 형아는 일 좀 하고 올게!”
고양이갸 얌전히 사료 먹는 것을 확인한 유진.
곧 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유진의 책상에는 고가의 마이크와 캠이 설치되어 있었다.
유진이 팬들과의 소통 공간, 라이브 방송을 위해 마련한 것.
기계치인 유진을 위해, 손쉽게 진행할 수 있도록 김상헌이 세팅해주고 갔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라이브 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라이브 공지를 미리 해뒀기 때문인지.
시작하자마자 시청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잠시 후.
[실시간 시청자 : 10,213명]
만 명을 돌파하기까지.
백룡영화제 수상 이후 첫 라이브 방송이라 그런지 관심이 높았다.
“모두 안녕하세요! 유진이에요! 영화제 이후 많은 분이 축하해주셔서 감사인사 전해드리려 방송 켰어요. 선물 보내주신 분들, 축하 보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려요.”
[유지니 ㅠㅠㅠㅠㅠ 축하해 ㅠㅠㅠㅠ
오늘도...잘생겼구나...할미는...유진이만 봐도 배불러...^^
와! 최연소 백룡 수상자!
캠 밝기 좀 줄여주세요...화면에 빛 밖에 안 보여요...]
각종 주접들이 채팅창을 점령했고.
유진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언박싱을 시작해볼게요. 어우, 이 상자 묵직한데요? 그럼 어디 열어보······엥?”
그런데 박스 내용물이 이상했다.
분명 선물이 들어있어야 하는데, 뜻밖의 것이 튀어나온 것.
“!”
박스 안에서 나온 것.
다름 아닌 턱시도 고양이였다.
“어어? 뭐야. 너 언제 들어왔어? 잠깐. 어? 야. 안 돼. 형 지금 방송 중이란 말이야!”
당황한 유진의 모습에 채팅창 역시 혼란에 빠졌다.
[?? 누구 있음?
친구??
형이라고 하는 거 보면...유진이한테 동생도 있었나?
ㅁㅇㅁㅇ 방송사고야???
이참에 방송 참여 가즈아]
그 순간.
“냥!”
모두의 귀에 울리는 활기찬 울음소리.
곧 고양이가 폴짝 책상 위로 뛰어올랐고.
그 모습이 캠에 꽉 차게 잡혔다.
[????
고양이??
헐 뭐야 졸귀;;;
방송사고인가?? 갑자기 못 보던 고양이가
방금 울음 소리 들음? 미쳤다 ㅠㅠㅠㅠㅠ]
유진이 여태 고양이를 보여준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
시청자들이 당황하는 것도 당연하다.
“아하하. 이렇게 소개시켜드릴 생각 없었는데.”
유진이 민망하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 고양이를 품에 안아 캠에 보여주었다.
“이번에 제가 모시게 된 고양이 님입니다. 며칠 동안 놀이터에 홀로 있던 아이인데, 저를 잘 따라서 데리고 왔어요. 그래서 제가 책임지고! 끝까지 돌보기로 했습니다. 자, 냥이야. 시청자분들한테 인사해.”
유진이 고양이의 발을 들고 이리저리 흔들었다.
그러자 채팅창은 곧 눈물바다가 되었다.
[헐 유지니 고양이 키워?????
아아아아악 심쿵 ㅠㅠㅠ
화면 속에 귀여운 아기고양이가 둘이나 있네
귀여움X귀여움은 진리 ㅠㅠㅠㅠ
ㅁㄴㅇㅁㄹㅁㄴㅊ 졸귀탱ㅠㅠㅠㅠ
아구 우리 유진이 마음도 이뻐 ㅠㅠ
근데 냥이 이름이 뭐예요??]
그 채팅을 확인한 유진은 턱을 괬다.
“이름이요? 음. 사실 아직 이름을 못 정했네요. 아, 우리 시청자분들이랑 같이 지어볼까요? 이름 추천해주세요!”
그러자 채팅창으로 우수수 많은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무난하게 나비. 검은색이랑 하얀색이 섞였으니 쿠앤크. 오, 쿠앤크. 뭔가 맛있는 이름 같네요? 하지만 전 단 걸 싫어해서 패스! 까망이, 시루떡······오. 시루떡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어떻게 또 턱시도 고양이에게 간택당했는지 ㄷㄷ
글게요 백룡영화제 떠오르네 ㅋㅋ 정장 입은 유지니 멋졌는데
그니까요 ㅠㅠㅠ 아직도 수상소감 제 눈물버튼 ㅠㅠ]
정장을 입은 듯한 고양이의 색 배합.
그 때문인지 주제는 갑자기 백룡영화제 당시로 넘어갔다.
“그러네요. 꼭 정장 입은 거 같기도 하고. 마치 백룡영화제 시상식 갔을 때처럼······잠깐만. 시상식이라.”
유진의 머릿속 불현듯 떠오른 이름 하나.
“백룡이? 오. 백룡이는 어때요 여러분? 턱시도 고양이기도 하고, 꼭 시상식 참석하는 것 같잖아요.”
백룡영화제가 끝난 직후 제게 찾아온 새 가족.
그런 의미에서 붙이는 이름.
“이 아이 이름은 백룡이에요! 어때, 백룡아. 너 이름 마음에 들어?”
“먀!”
꼬리를 바짝 세우며 대답하는 고양이 백룡이.
아무래도 마음에 든 모양이다.
“자. 백룡아. 이리와!”
탁탁.
이름이 생긴 기념.
확인도 할 겸 유진이 제 무릎을 두드리자.
“냥!”
백룡이는 펄쩍 뛰어올라 유진의 무릎에 안착했다.
그러더니 마치 암모나이트처럼 몸을 말고는.
세상 편안하게 자리를 잡는 게 아닌가.
“그르릉-”
그러더니 유진의 배에 얼굴을 부비며 눈을 감았다.
[하 내 심장...
고양이와 미소년은 세상을 구한다...
어디서 저런 천사를 ㅠㅠㅠㅠㅠ
천사 곁엔 천사가 모여드나봐 ㅠㅠㅠㅠ
와 백룡이가 완전 잘 따르네요 ㅋㅋㅋ 넘 귀엽 ㅎㅎ
저게 3대가 덕을 쌓아야만 만날 수 있다는 개냥이인가?]
시청자들은 유진에게만 개냥이이고.
남들에겐 하악질만 하는 이 고양이의 본성(?)을 눈치채지 못했다.
유진 앞에서 백룡이는 그야말로 애교쟁이 그 자체였으니.
[진짜 쟤 고양이 아닐지도 몰라
손 하면 손 줄지도 모름ㅋㅋㅋ
그럼 앉으라고 하면 앉나? ㅋㅋㅋ
왜 아주 프리스비도 같이 하자고 하지 ㅋㅋ]
그 채팅을 본 유진이 하하 웃었다.
“에이, 설마. 진짜 강아지도 아니고, 손! 한다고 손을 줄 리가······.”
그런데.
턱-
유진은 제 손바닥을 통해 뭔가 보드랍고 말랑말랑한 감촉을 느꼈다.
이 고양이.
정말로 유진의 손바닥 위에 제 발을 올려놓은 것이다.
“엥?”
유진도 놀라고.
[?
?
????
머야 방금??
진짜 해준 거임??
우연 아님??]
채팅창엔 갈고리가 가득했다.
순간 당황한 유진이지만.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어때요? 우리 냥이 완전 천재죠?”
그는 천상 배우였다.
당황한 모습 대신, 마치 당연하다는 듯 연기를 시작하 ㄴ것.
[?????
??
뭐야 저거 실화야? ㅋㅋㅋㅋ
아니 진짜 강아지 아니에요??
ㅋㅋㅋㅋㅋㅋㅋ 졸귀 ㅋㅋㅋ]
흔치 않은 광경을 본 시청자들은 매우 즐거워했고.
[yujinlove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후원 메시지 : 공짜로 보기 아까워서 돈 보냅니다 백룡아... 랜선집사 시켜줘 ㅠ]
[냥이천국 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후원 메시지 : 대학생이라 천원이 한계네요 ㅠ 대신 와이파이 끄고 데이터로 방송 볼게요...]
곧 후원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백룡이츄르재단설립자 님이 50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후원 메시지 : 백룡이 츄르값 보탭니다]
심지어는 고가의 후원까지 이어졌다.
“헉!”
유진의 눈이 커졌다.
“음. 음! 이거 어떡하지? 50만원급 리액션을 해드려야 하는데. 백룡아! 얼른 리액션 해봐!”
그러나 백룡이는 눈을 똘망똘망 뜰 뿐.
리액션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모양이다.
[방송천재 백룡이 개인기 가즈아
여기서 이제 백룡이가 말하면 대박ㅋㅋㅋ
ㄴ 그건 아예 불가능하잖아 ㅋㅋㅋ]
“그래. 백룡아, 말해봐!”
하지만 아무리 천재 고양이라도 말을 하는 건 불가능했다.
대신 흐암, 하고 크게 하품을 하는 백룡이.
[아니 유진이도 해보란다고 진짜 하네 ㅋㅋㅋ
백룡이보다 유지니가 더 귀여워 ㅠㅠㅠㅠ
그래도 말하는 건 잘 듣는 거 같지 않아요?
맞아 손 달라면 손도 주는데]
그 채팅 내용을 본 뒤, 유진은 백룡이를 빤히 바라보았다.
생각해보니 이 녀석이 제게 마음을 연 이후.
자신이 한 말은 잘 따르는 것 같았으니까.
‘손, 하니까 손도 줬잖아. 지능이 매우 뛰어나고, 말도 잘 알아듣는 것 같아. 그렇다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유진은 백룡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음, 그럼 죽은 척해볼까? 자, 백룡아. 형이 빵, 하면 드러눕는 거야. 알았지?”
“냐아?”
순진무구한 얼굴의 백룡이.
유진은 멈추지 않았다.
실패하면 실패하는 대로 귀여운 그림일 테니까.
“빵!”
유진이 손가락으로 권총을 만들어 쏘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냣!”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풀썩 쓰러지는 백룡이.
강아지 못지 않은, 아니.
강아지보다도 훌륭한 리액션이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백룡이 뭐야 ㅋㅋㅋㅋㅋ
내가 지금 뭘 본거임???
고양이의 죽은 척?? 이게 가능한 일인가??
완전 귀엽네 ㅋㅋㅋㅋㅋ]
채팅창이 폭발했고.
[고양이가세상을구함 님이 50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유진사랑나라사랑 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대박이라행복해 님이 5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asdkqw12 님이 3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그에 비례해 마치 장맛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한 후원.
“와우.”
유진은 놀라서 백룡이를 바라보았다.
백룡이는 여전히 죽은 척을 하고 있었다.
“일어나!”
그러자 벌떡 일어서는 백룡이.
“먀아옹.”
“요거요거, 아주 똑똑이네?”
보은으로 동전을 가져다주더니.
아무래도 복덩이가 굴러온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