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역부터 씹어먹는 천재배우님-149화 (149/237)

149화

쉼없이 달려온 유진이 오랜만에 한가함을 즐기고 있는 주말.

유진은 태블릿PC로 넙튜브를 보고 있었다.

바로 얼마 전에 업로드한 넥스트의 컨텐츠, 소나기 말이다.

[컨텐츠 제작소 N.E.X.T

동영상 – 1개, 구독자 – 15,256명]

“오. 구독자 만 명 돌파했네.”

유진을 전면에 내세운 컨텐츠가 아니었음에도.

유진이 참여한다는 이유로 구독자가 몰려간 것.

게다가 아역배우 초등학생들이 모여서 만드는 컨텐츠라는 신선함이 이목을 끈 모양이다.

[소중한 나의 기억(소나기) 1화 – 저기, 손잡아도 돼?

조회수 – 107,523]

조회수도 무난히 10만을 넘어갔다.

[저, 저기. 손 잡아도 돼?]

[으응? 어, 응.]

그렇게 틱틱대던 두 사람이지만.

막상 화면 속에서는 소심한 소년 소녀를 완벽히 소화해내고 있었다.

유진을 통해 자극받은 두 사람이 제대로 몰입한 것이다.

[선미 진짜 너무 이쁘다 ㅠㅠㅠ 첫사랑 뮤비 때부터 진짜 눈을 못떼겠네

영상 속 애기들 둘이 케미가 너무 좋다 ㅠㅠ 내가 다 설렘

정기열 저 친구도 잘 생겼네... 역시 김주현 아들램

ㄴ ?? 쟤가 그 김주현 아들임?? 헐 대박

어디서 봤나 했더니 그 아역배우였구나 ㅎㅎ 요즘 성우로 활동한다더니 응원함!

박유진은 안 나와요??]

적어도 시청자들은 두 사람이 견원지간이라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한 모양.

“두 사람 놀려먹을 때 써먹어야지.”

유진은 짓궂게 웃으며 댓글들을 캡쳐했다.

[이거 보니까 강제로 첫사랑 기억 생긴 듯 ㅋㅋ 아무튼 나도 저렇게 설렜었다고 ㅋㅋ

놀이터 감성 크으... 취한다

하 나도 저렇게 순수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나도 분명 애기였는데...지금은 쓸애기네...ㅎㅎ

저 애들도 연애를 하는데 나는 왜...

ㄴ 왜 텍스트에 습기가 가득하냐 ㅋㅋ]

아무튼 댓글 반응도 좋고.

앞으로 충분히 성장할 여지가 보였다.

그리고 영상 말미에 유진이 화면에 나왔다.

물론 지나가다 한 마디 하는 역할로 나오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팬들은 충분히 기뻐하는 모양.

“냐아!”

그 순간.

유진의 품 안에 있던 백룡이가 액정에 얼굴을 부비는 게 아닌가?

그러자 순간 정지되어, 유진의 얼굴이 화면에 꽉 찼다.

“뭐야, 백룡아. 지금 화면 속 나한테 애교부리는 거야?”

그러자 갑자기 유진을 올려다보는 백룡이.

곧 액정과 유진을 번갈아 바라보며 매우 혼란스러워했다.

화면 속에도 유진이 있고.

지금 제 곁에도 유진이 있고.

똑똑한 백룡이지만, 이런 초유의 상황엔 적잖이 당황한 모양.

“흐음. 그럼 우리 똑똑한 백룡이가 맞춰볼까? 누가 진짜게?”

유진도 그에 장난기가 발동.

일부러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우으응······.”

미묘한 소리를 내던 백룡이.

뚝-

그때 유진이 태블릿PC 화면을 꺼버리자.

“냐앗!”

백룡이는 화들짝 놀라며 액정을 솜방망이로 꾹꾹 눌러댔다.

그러나 화면이 켜지 않았고.

구슬픈 울음소리를 내다, 곧장 현실 속 유진을 확인하곤 가슴에 머리를 부벼댔다.

“아하하! 뭐야. 화면 속의 내가 진짜라고 생각한 거야?”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그제야 진정하는 백룡이.

떨어지기 싫다는 듯 이리저리 몸을 치댔다.

“우리 백룡이는 형을 너무 좋아하네. 아이구, 백룡이는 나를 형이 아니라 아빠나 엄마쯤으로 생각하는 거 아닌지 몰라.”

그런 백룡이를 쓰다듬으며 허허 웃는 유진.

그러다 제 품에 안긴 백룡이와 함께 셀카를 찍은 후.

곧장 스윗터에 업로드했다.

[박유진의 스윗 : 우리 똑똑이 백룡이랑 셀카!

형을 너무 좋아해서 탈이네요 ㅎㅎㅎ

형아 껌딱지라 안 떨어짐 =^._.^=∫

#셀카 #고양이 #백룡이]

그러자 우수수 달리는 답글들.

[cuteeeeee T_T

사진 올릴 때 심장주의 이런 것 좀 달아줘 유지나 ㅠㅠㅠ

그거 알아 유진아? 너무 귀여운 걸 보면 사람은 기억을 잃는데 참나 ㅋㅋ 근데 그거 알아 유진아? 너무 귀여운 걸 보면 사람은 기억을 잃는데 참나 ㅋㅋ 근데 그거 알아 유진아? 너무 귀여운 걸 보면 사람은

우리 백룡이 악몽이라도 꿨어? 표정이 왜저래 ㅋㅋ]

저번 라이브 방송에서 백룡이의 예상치 못한 데뷔 직후.

백룡이는 적잖은 화제가 되었다.

[아역배우 박유진, ‘냥줍’했다? 고양이 공개한 라이브 방송 화제]

[강아지보다 더 강아지 같은 고양이······박유진 고양이 백룡이, 손은 물론이고 죽은 척까지! 네티즌들 “진짜 고양이 맞아?” 경악+폭소]

[배우 박유진, 고양이 한 마리로 벌어들인 수익이 하루 천만원?!]

그러나 곧장 의심 어린 시선이 날아오기도 했는데.

[“펫샵에서 데려온 거 아니야?” 일부 네티즌들, 배우 박유진의 고양이 ‘백룡이’를 향한 의심의 시선]

하필 턱시도 고양이에, 귀여운 개냥이 성격.

이에 조작이다, 펫샵에서 데려온 것이다 등등.

온갖 루머가 흘러나왔으나.

[박유진 넙튜브 채널, 백룡이의 간택 순간 업로드! ‘동전 물어다주는 고양이’ 화제]

[백룡이에게 이런 모습이? 하악질에 경계심······이를 녹인 박유진의 노력!]

[“천사에게 복덩이가 갔네” 네티즌들, 박유진+백룡이 조합에 흐뭇한 미소를 짓다!]

유진은 발빠르게 대응했다.

백룡이와 친해지기 전 찍은 사진들과 동영상.

그리고 넥스트의 컨텐츠 촬영을 위해 대기하고 있던 인원들이 찍은 영상 백룡이의 보은 영상까지.

이를 차례차례 공개하자, 그 루머는 2시간도 되지 않아 사그라들었다.

“흐아암. 어, 유진아. 일찍 일어났네.”

박태종이 눈을 부비며 안방에서 나왔다.

그러자.

“샤아아악!”

백룡이가 하악질을 해댔다.

“으.”

“떽! 백룡이. 아빠한텐 하악질하지 말랬지?”

“먀? 냐아.”

유진의 경고에 곧 얌전해지는 백룡이.

아무래도 이 집의 서열은 1위 유진, 2위 백룡이, 3위는 박태종으로 정해진 모양이다.

“너한텐 그렇게 애교만점인데, 나한텐 왜 그럴까?”

“잘생긴 사람을 좋아하는 거 아닐까요?”

“······아빠 상처받아.”

“헤헤, 농담이에요. 아빠. 그거 알아요? 고양이는 사람 말을 못 알아듣는게 아니라 일부러 무시하는 거래요.”

“그럼, 백룡이는 유진이 말만 따르는 건가? 다른 사람 말은 다 무시하고?”

“아마 그렇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저한텐 마음을 활짝 연 것 같은데. 백룡아. 형아 말만 따르는 거야?”

“웅냥?”

모르는 체하는 건지 뭔지.

동그란 눈으로 가만히 유진을 올려다보는 백룡이.

그엔 유진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아. 유진아. 그 소식 들었지? 실장님 무사히 출산하셨대.”

박태종이 유진의 옆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아, 역시 그렇죠? 실은 사장님한테 갑자기 전화가 왔거든요. 그런데 아무 말 없이 펑펑 우시더라고요.”

“펑펑 우셨다고? 유진이 너도 엄청 놀랐겠는데?”

“처음엔 그랬어요. 근데 슬퍼서 우는 것보단 기뻐서, 북받쳐서 우는 것 같아서 잘 끝났나보다 했어요. 그것보단 사장님이 뭐라 웅얼거리시긴 했는데, 도통 못 알아듣겠더라고요. 30분 동안요.”

그 울음 섞인 전화를, 유진은 30분 동안 뭔 소린지도 모르고 듣고만 있어야 했다.

아무튼 차동석은 적잖이 기뻐했고.

지금은 산후조리원에 들어간 장미소의 곁을 착실히 지키는 중이었다.

“아, 근데 그 기분 알 것 같아.”

“아빠도 저 태어났을 때 엄청 울었죠? 안 봐도 비디오야.”

“······크흠! 아무튼. 자식이 생긴다는 건 정말 특별한 기분이지.”

그때를 떠올리는지.

박태종의 얼굴에 아련함이 엿보였다.

“어떤 기분인데요?”

“말로 설명할 수가 없어. 1차로는 초음파 사진을 처음 봤을 때. 2차로는 아이가 엄마 뱃속에서 꾸물꾸물 움직이는 게 느껴질 때. 3차로는 실제로 아이를 처음 봤을 때. 그 벅참, 감동, 그리고······.”

“어어. 아빠. 왜 또 울어요?”

“안, 우는. 흐읏, 데에? 아빠가하······왜 울허어······흐으윽!”

갑자기 코를 훌쩍이기 시작하는 박태종.

“우리 유진이히······그 조그맣던 애가 언제 이렇게 커서느흔, 크, 크흡. 한국 최고의 영화제에서 상도 받고호······매번 엄마 생각도 해주고, 크흡! 아빠는 유지니가 자랑스러허어······.”

“아니. 당일엔 잘 참아놓고 왜 지금 울어요? 이젠 눈물도 모았다가 터뜨리는 거예요? 에네르기파도 아니고.”

“유진아하아······으허어엉······.”

곧 참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냈다.

역시, 눈물이 없어진 게 아니라.

여태 억지로 참아온 모양이다.

유진은 그런 박태종을 토닥여주었다.

“어휴. 다 아빠 덕분에 잘 큰 거죠. 그러니까 뚝!”

“으헝헝······.”

여러모로.

많은 사람의 추억이 깊어지는 날이었다.

*

한국대학교 교수동에 위치한 교수실.

문밖에는 [이승조 교수 연구실]이라는 명패가 걸려 있었다.

“배우 박유진, 냥줍 이후 구독자수 폭발적 증가 중······허. 이젠 고양이로도 화제가 되는군.”

컴퓨터 속 뉴스를 보며 헛웃음을 터뜨리는 남자.

매우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쓴 중년의 남성, 이승조 교수였다.

잠시 후.

똑똑!

교수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

이승조 교수는 들어오라 말했고, 곧 두 명의 학생이 안으로 들어왔다.

<스마트 좀비> 팀, 이새아와 김도희였다.

“그래. 방송 잘 봤다.”

그는 한국대 영화과 교수이자, 졸업작품 <스마트 좀비> 팀 지도교수였다.

“뭐, 우리 영화과에 지도교수가 큰 의미는 없다지만. 그래도 교수는 교수니까 확인은 제대로 해야 할 거 같아서. 너희 <스마트 좀비>에 박유진이 출연하는 거, 맞아?”

이승조 교수가 그리 묻는 이유는 간단했다.

<식스 타임> 이후 <스마트 좀비> 팀에게 접근해 재능기부 형식 출연을 요청한 유진.

그게 다큐 <나는 아역배우입니다>에서 다룬 내용이니까.

“네. 맞습니다.”

이새아는 순순히 인정했다.

“미리 말 좀 해주지 그랬어. 명목상이긴 해도 너희 졸업작품 지도교수인데.”

“죄송해요. 저희도 도무지 믿기질 않아서요. 솔직히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요.”

“네. 그리고 여러가지 일도 많았고요.”

변명은 아니었다.

이새아와 김도희, 두 사람 모두 최근 거의 멘붕 상태였으니.

물론 부정적인 의미는 아니었다.

다만 ‘우리에게 왜 이런 일이?’ 싶은 일들이 연달아 벌어졌으니.

<식스 타임> 출연부터 시작해.

최근 <스마트 좀비> 캐스팅에 관한 일들까지 전부.

“진짜 이상한 애긴 해. 어떻게 <데드맨> 이후 바로 대학생 졸업작품에 참여하는 걸까.”

이승조 교수는 나름 교직 생활을 오래 했다.

강의를 하기 전에는 영화판에서 영화도 만들어봤고.

적지 않은 영화감독과 스탭, 배우들을 키워냈다.

그러나 그가 보기에도 박유진이란 어린 배우는 규격 외였다.

“혹시 그 박유진 말이야. 이미지 관리하는 것처럼 보였나?”

“아뇨. 그런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어요.”

“하긴, 그렇겠지. 그런 식으로 이미지 관리 안 해도 이미 대중들의 호감도가 최상인 상황인데.”

이승조 교수 역시 유진의 본심을 좀처럼 캐치해내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우물쭈물, 이승조 교수의 눈치를 보던 김도희가 슬쩍 운을 띄웠다.

“사실, 교수님.”

“왜?”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는데요.”

“더 놀라운 일? 50년 백룡 역사상 처음으로 상을 받은 11살짜리가 내 제자들의 영화에 출연하는 것보다 더 놀라운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그게, 네. 절대라는 건 없더라고요.”

곧 김도희가 종이 한 장을 이승조에게 내밀었다.

“이게 저희 <스마트 좀비> 캐스팅 명단입니다, 교수님.”

“벌써 확정이야? 이번에 졸작 찍는 애들 스케일이 모두 크던데. 어떤 애들은 출연 배우만 15명이더라고. 학교에 있는 연기전공자들은 씨가 말랐을 텐데, 배우는 어떻게 구했는지 몰라.”

중얼거리듯 말하며 캐스팅 명단을 확인하는 이승조 교수.

곧 그의 얼굴이 확 굳었다.

자신이 보고 있는 게 맞는지 믿기지 않아 몇 번이고 다시 확인하는 모양새.

그러더니.

“아하하하!”

갑자기 빵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요즘 애들이 참 발칙해. 교수를 상대로 이런 장난도 치고 말이야.”

“진짜에요, 교수님.”

김도희는 그 증거를 내밀었다.

바로 죽음조 사람들과 연락을 나눈 기록들이었다.

그러자 이승조 교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진짜라고? 진짜 한권주, 나은주, 고석태가 너희 영화에 출연한다고? 아니, 박유진까지 포함해서 그 친목모임이 되게 두터운 건 아는데. 출연료는 어쩌고?”

“그게, 다 재능기부 형식으로 출연해주신다고 했어요.”

영화과 교수인 그조차 저 세 사람 중 한 명과도 영화를 찍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제 제자들의 출연 배우가 무려 한권주, 고석태, 나은주, 박유진이다.

이번 백룡영화제를 휩쓴 장본인들 말이다.

한 명도 아니고, 이들 모두가 재능기부랍시고 참여한다고?

“혹시, 그쪽에서 요구사항은 없었고?”

“네. 전혀요.”

“허어.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진짜 없었다고? 영화에 간섭한다거나, 대본을 바꾸라거나, 그런 요구조차 일체 없었어?”

“네. 저희 디렉팅을 최대한 존중한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들은 이승조 교수는 진지한 얼굴로 턱을 괬다.

한참동안 생각을 하더니, 이내 나지막이 물었다.

“너희, 그 사람들한테 대본 보여준 적 있어?”

“<식스 타임> 찍을 때, 박유진 배우에게 보여준 적은 있어요. 그때 이후로 대본 파일을 요구해서 보내준 적도 있고.”

“지금 너희 대본 갖고 있어?”

“네, 여기요.”

대본을 건네받은 이승조는 심각한 얼굴로 캐스팅표와 대본을 번갈아 확인했다.

잠시 후.

“너희. 이거 언제 촬영하지?”

이승조의 질문에 김도희와 이새아가 대답했다.

“생각보다 좀 늦어졌어요. 톱배우들이라 그런지 스케줄 맞추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던데요. 그래도 곧 촬영 들어가요.”

“졸업작품 제출 기한까지는 맞출 수 있고?”

“네. 어떻게든 맞출 생각입니다.”

“흐음.”

잠시 침음을 흘리던 이승조 교수.

곧 그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 말이야. 혹시 칸 노려 볼 생각 없냐?”

“네?”

칸.

영화인들에겐 꿈의 이름.

‘국제영화제’의 대명사격인 곳 아닌가.

“뭘 그리들 놀라? 시네파운데이션 쪽은 다들 자주 내잖아. 아예 생각 없던 거야?”

“그, 고려하고 있긴 했어요. 못 먹어도 고라는 생각으로. 새아랑도 그거 가지고 자주 얘기했고요.”

시네파운데이션은 학생경쟁 부문.

낸다고 해서 손해는 없다.

혹시나, 하는 마음도 조금은 있고 말이다.

“아니, 그거 말고.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이 아니라.”

이승조 교수는 곧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단편영화 부문에 낼 생각은 없어?”

“네에?”

두 사람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저, 저희 이게 첫 영화인데요. 그런데 시네파운데이션도 아니고, 단편영화 부문이라니.”

“야. 지금 <데드맨> 해외에서도 꽤 평이 좋아. 해외에서도 이 네 명이 한국의 톱배우란 사실을 널리 알려졌지. 그런데 그런 배우들이 학생 작품에 출연했다? 좀 이상하게 보일 거 아니야?”

하긴.

박유진 한 명도 아니고, 죽음조 소속 네 명이 모두 <스마트 좀비>에 출연한다.

학생 작품이라기엔 스케일이 너무 커져버린 것.

“하지만, 교수님. 저희 작품이 그럴 정도의 수준이 될까요?”

“맞아요. 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거 같아요.”

걱정이 많은 성격인 김도희는 물론이요.

심지어 평소엔 자신감이 넘치는 이새아도 망설이는 모습.

그만큼 영화인들에게 칸이라는 무대는 만만히 볼 곳이 아니니까.

“뭐야. 자신 없어? 졸업까지 유예해가면서 확정한 대본이잖아. 이제 와서 약한 모습 보이는 거야?”

“그건 아니지만.”

“자신감 가져. 내가 허튼 소리는 잘 안 하는 거 알지? 내 촉이 말한다. 대본도 좋고, 소재도 좋아. 잘만 하면 큰 거 노릴 수 있을 법해.”

이승조 교수는 두 사람을 격려하듯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물론 너희들이 부족하기도 하지. 영화 장르의 문법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다소 투박한 면이 존재하기도 해.

하지만 출연하는 배우들이 이렇게까지 화려하다면, 분명 좋은 시너지가 날 거 같다. 신인답게 톡톡 튀는 연출진, 훌륭하게 연기를 보여줄 베테랑들. 거기다가 박유진까지 있잖아? 그 아역배우 특기가 역할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거야. 영화의 격을 한 단계 높여준다는 평가까지 받지.”

<리플레이> 속 주인공 아역도 그러했고.

<데드맨> 속 영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한 것도 그러했다.

그렇기에 박유진은 두 작품으로 각각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었던 것.

“이런 조합이면 단편영화 부문도 꿈은 아니야. 아니, 이렇게 판이 깔렸는데 당연히 도전해야지! 분명 경쟁력이 있을 거다.”

확신에 차서 말하는 이승조 교수.

이새아와 김도희는 곤란래하며 서로의 얼굴만을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 배우들이 너희 작품을 선택했다는 거. 이건 분명 뭔가를 느낀 게 분명해.”

어째.

박유진이 합류한 이후, 점점 판이 커져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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