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화
<열다섯, 서른다섯>.
그 대망의 시즌 1 마지막화.
시종일관 설렜던 분위기와는 전반부와 달리.
마지막화의 분위기는 급변하기 시작한다.
민유라도 정은호에게 점차 호감을 품기 시작하고.
이는 리딩 라이브 때도 보여주었던, 일명 손가락씬에서 상징적으로 보여진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은 대강 짐작하지만.
정작 누구도 고백을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추측만 할 뿐, 확신하지는 못해 불안감을 가진 상태.
연애경험이 없어 쑥맥이 되어버린 정은호도.
마음의 벽이 높아 표현하는 것에 서투른 민유라도.
밀어내지도, 당기지도 못하는 답답한 나날이 이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정은호는 한 가지 충격적 사실을 듣게 된다.
[뭐? 유라가 전학을 간다고?]
[응. 내가 들었는데, 부모님 때문에 좀 멀리 이사간다고 하더라고.]
정은호로선 처음 듣는 얘기.
왜냐면 민유라는 자신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니.
[왜 나한텐 한 마디도 없는 거지?]
그렇게 정은호는 불안감을 느끼지만.
민유라가 제게 모든 걸 말해주기를 기다린다.
민유라는 이사 가는 것은 맞지만.
정은호를 위해서라도 먼 거리라도 통학할 생각.
그렇기에 굳이 이사한다는 사실을 정은호에게 알리지 않았다.
[갑자기 왜 저러지? 내가 싫어진 건가? 그렇게 다가올 때는 언제고.]
한편 민유라 역시.
[네? 은호가 제 얘기를 선생님한테요?]
[그래. 널 좀 도와주라고 하던데.]
서류상으론 문제없는 일반 가정이지만.
사실 부모님의 별거, 수입 부족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민유라.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정은호가, 담임선생님께 민유라의 얘기를 한 것.
[······.]
자신의 치부이자, 정은호와 둘 사이만의 비밀을 다른 사람에게 발설했다.
그런 생각 때문에 민유라는 엄청난 상처를 받는다.
민유라가 마음에 문을 연 상대.
그건 선생님이 아니라 오로지 정은호뿐이었으니까.
정은호 입장에선 그게 최선이라 여겼다.
그는 책임감이 강한 부반장이었고.
민유라와의 비밀을 지키는 것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게 더 나을 것이라 판단한 것.
그렇게 대화는 나누지 못하고.
서로에 대한 오해만 쌓여가던 어느 날.
[잠깐 얘기 좀 해.]
[할 얘기 없어.]
[야, 민유라.]
뒤돌아서는 민유라를 돌아 세우려 손을 뻗은 정은호.
그런데.
뚜둑-!
무언가 뜯겨져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바로 민유라가 소중히 아끼는, 가방에 달아둔 열쇠고리가 뜯겨져 나간 것.
[야, 너. 이게 뭐하는 짓이야!]
민유라가 버럭 화를 내며 주저앉았다.
안 좋은 집안 사정에도, 민유라의 부모님이 제 딸에게 준 생일선물이었으니.
그 사실을 정은호도 알고 있기에 미안해졌으나, 동시에 억울해졌다.
[나, 나는. 그러니까 잠깐 얘기하자고 했잖아. 그런데 네가.]
[다 너 때문이야.]
[뭐?]
[그냥 가. 너랑 할 얘기 없으니까 가!]
[넌 매번 나를 밀어내기만 하네. 아직도.]
[안 들려? 가라고 말했잖아.]
그 말에 정은호의 얼굴이 분노로 가득 찼다.
[넌 매번 그런 식이야. 내가 묻는 말엔 대답해주지도 않고, 매번 밀어내기만 하고! 나랑 말 한 마디 하는 게 그리 어려워?]
정은호가 그리 화를 내는 건 처음이었기에.
민유라는 화들짝 놀라 정은호를 바라보았다.
[그래, 평생 그렇게 살아. 그렇게 남을 밀어내기만 하면서, 본심은 하나도 말하지 않고! 그렇게 남이 다가오기만을 바라고, 다가오면 밀어내고. 그렇게 답답하게 살라고!]
[······뭐?]
결국 그 불안감은 유리처럼 깨져버리고.
민유라의 멘탈도 박살나버린다.
[너처럼 남의 얘기를 막 하는 애한테 듣고 싶지 않아!]
[갑자기 그건 또 무슨 소리인데?]
[내 얘기, 왜 선생님한테 한 거야? 그거, 내가 우리 둘만의 비밀이라고 했잖아. 약속 지킨다며. 비밀 지킨다며.]
[유라야. 난 널 도와주려고······.]
[내가 언제 도와달래?! 그냥, 그냥 비밀을 지키면서······곁에 있어 달라고 했잖아!]
뚝뚝.
민유라의 얼굴에서 흐르는 눈물.
[넌 다 제멋대로야. 멋대로 비밀을 나불대고, 멋대로 선을 넘고, 멋대로 나한테 다가오고. 다 제멋대로인 이기적인 새끼! 넌 내가 우스워? 그냥 마냥 불쌍한 애일 뿐이지? 값싼 동정이나 던져주니 마음 편했니?]
악에 받쳐 소리지르는 민유라.
서로 쌓인 오해가 불안을 만들고.
어린 마음에 그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고 폭발해버린 것이다.
남은 것은 서로의 상처뿐.
누군가 먼저 미안하다 얘기를 하기엔, 둘 다 너무 어렸다.
[······그래. 꺼져줄게.]
폭발해버리는 어린 감정들.
그 속에 감도는 어마어마한 긴장감 속.
[다 내 잘못이라고. 그렇게 믿으며 살아. 그렇게 가시 세우고, 이기적이게.]
싸늘한 목소리로 비수를 꽂은 뒤 자리를 떠나버리는 정은호.
얼마 뒤.
민유라는 진짜로 전학을 가버리게 된다.
그렇게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 두 사람.
하늘을 올려다보며 걷는 정은호와.
방구석에서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쏟는 민유라.
두 사람의 장면이 교차하며 씁쓸함을 배가시켰다.
[우리의 열다섯은 설렘으로 시작해 아픔으로 끝났다.]
시즌 1의 시작을 유진의 나레이션으로 열었듯.
[아무것도 몰랐기에 설렜고, 아무것도 몰랐기에 아팠다. 서로를 사랑할 줄은 알아도, 보듬어주기엔 너무 어렸던 열다섯. 아마 평생 지워지지 않을, 처음이라는 이름 아래서.
우리는 우리의 열다섯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다. 하지만 그렇게 발버둥 친 끝에······우리가 도달한 곳은.]
시즌1의 마지막 장면도 유진의 나레이션이 끝냈다.
[결국 막다른 길이었다.]
시즌2를 암시하며 말이다.
*
[순수한 사랑이 순수한 파경을 맞이하기까지의 이야기. <열다섯 서른다섯>, 웰메이드 하이틴 드라마]
[박유진X김선미 케미에 쏟아지는 찬사······“찐 중딩들은 다르다” 네티즌들 호평일색]
[문화사설) 아역배우들이 만들어낸 그들만의 드라마, <열다섯, 서른다섯>은 한국 드라마계에 변곡점이 될 것이다]
[<열다섯, 서른다섯> 효과? 해외에서 한국 중학생 교복이 유행 중! ‘1535 챌린지’라며 한국 교복을 입고 셀카 찍는 것이 유행]
[<단독보도> 최고의 아역배우 박유진, 김선미와 열애 중! ‘1535’ 커플, 현실로 이루어지다!]
[주역 매니지먼트, 박유진과 김선미 열애설 보도 10분 만에 입장 표명······“둘은 좋은 친구 사이일 뿐, 연애설 결코 사실 아니다. 미성년자들의 열애설 기사가 터진다는 것에 대해 강한 유감. 법적 조치 강구할 것” 강경대응 시사하다!]
[박유진 팬카페 대박유진, 주역 매니지먼트의 입장 표명에 대해 “빠른 대응 무척 감사하다”며 해당 일간지에 “기사 삭제와 사과문 게시하라” 요구하다]
[박유진X김선미 열애설 단독보도 일간지, 박유진 팬들에 의해 서버 다운······끝내 사과문 내놔 “확인되지 않은 사실 보도해 죄송······법적 책임지겠다”]
[아역배우 박유진, “내 사랑은 오직 대박이들뿐. 이 마음 변함없을 것” 화난 팬들을 단숨에 녹여버리는 감동 메시지!]
[박유진과 김선미 열애설, 오히려 넷플러스에는 호재? 열애설 보도 이후 <열다섯, 서른다섯> 검색량과 넷플러스 가입자 급증!]
[박유진의 국내 복귀작이 넷플러스였던 이유, 제대로 증명했다! 한국을 뛰어넘어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아역배우가 되다]
[전세계를 휩쓴 K-하이틴! 다시 증명된 박유진의 작품 선구안]
[<열다섯, 서른다섯> 효과? 박유진 출연했던 작품들 순위 상승! <메모라이즈>, <라이프 애프터 라이프> 등 다시 톱텐으로!]
[뉴욕 타임즈, 전세계에 부는 <열다섯, 서른다섯> 시즌1 열풍에 주목하다! 성공의 이유 3가지로 “아역배우들의 연기력, 흔치 않은 한국의 하이틴 드라마, 영화와 같은 연출과 각 에피소드 완성도” 뽑았다]
[할리우드 영화감독 존 조그, 최근 인상깊게 본 작품이 있느냔 질문에 “난 <열다섯, 서른다섯>의 팬이다. 그리고 배우 박유진의 광팬이다”라고 대답해 화제]
[박유진 스윗터에 달린 수천 개의 해외 답글들! “우리나라에 와달라”, “우리는 당신의 팬이다” 박유진,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하나?]
[영국 이코노미스트 “이제 16세가 된 아역배우 박유진은 한국은 물론이고, 이웃 국가인 일본마저 접수했다. 이제 그는 미국, 더 나아가 전세계에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고자 한다”며 ‘한국 내 박유진 열풍’에 대해 조명하다]
*
“그럼 다시 한번, 우리 드라마의 성공적 마무리를 기념하며. 건배!”
“건배!”
짠-
부딪치는 유리잔들.
넘쳐나는 먹을거리와 시종일관 웃는 사람들.
바로 시즌 1의 성공적 종료를 기념하는 축하파티.
예상보다도 더한 성공에, 넷플러스 측에서 마련한 자리였다.
등장인물들 대다수가 미성년자인 시즌 1 답게.
잔에 담긴 것은 술이 아니라 탄산음료였다.
하지만 배우며 스탭들 모두 술이라도 취한 것처럼 모두 활짝 웃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무려 미국에서 1위를 거두고 있지 않은가!
“고생했네, 둘 다.”
이 자리는 정기열과 유신애도 함께했다.
정기열은 유진, 김선미와 친구라는 이유로.
그리고 유신애는 감독인 최희숙의 딸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야, 기열아. 너 시즌 1 다 봤어?”
유진의 물음에 정기열은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한 번 했다.
“다 봤지, 당연히.”
“아, 그래?”
“흥. 내가 ”
이제 와서 쿨한 척하는 정기열.
그러나 유진은 알고 있다.
김선미에게 듣기론, 유진과 김선미가 스킨십하는 장면만 후딱 넘겨버렸다지.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박수 소리.
“정말 대단합니다. 박유진 배우, 그리고 김선미 배우.”
데니스 윤이 손뼉을 치며 다가오고 있었다.
“두 사람은 내 꿈을 이뤄주었어요. 우리 대한민국의 컨텐츠가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끝내 1위라는 영광을 누리다니!”
그는 진심으로 감격한 것처럼 보였다.
“그것도 두 사람은 15살에 이룬 겁니다.”
곧 데니스 윤의 옆에 있던 최희숙이 다가와, 김선미와 짧게 포옹했다.
“특히 선미야. 정말 잘해줬어.”
그런데.
“흑, 흐윽.”
갑자기 김선미가 눈물을 보이는 게 아닌가.
“왜 그래 선미야?”
“아뇨, 그냥. 흐윽. 이제야 안심이 돼서.”
주연배우만 해도 주인경 강사랑, 거기에 제 파트너는 유진이다.
그에 비하면 김선미는 급이 낮다는 평가가 있었다.
왜 하필 쟤냐, 네임밸류가 떨어진다는 악플도 달렸을 정도.
그런 소수여론에 흔들리지 않고, 여태 의연하게 연기해온 김선미다.
하지만 내심 속으로는 부담감이 심했던 모양.
“제가, 민폐를 끼치면 어떡하나······그런 생각 진짜, 진짜 많이 했는데. 흐윽.”
“잘했어. 너 진짜 잘했어. 울지 마. 응?”
그때, 정기열이 대신 나서서 김선미를 다독여주었다.
<열다섯, 서른다섯>이 공개된 이후로 줄곧 질투심을 표출했던 정기열이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어른스럽게 김선미를 챙기고 있었다.
“고마워, 유진아.”
그러는 사이.
유신애가 다가와 유진의 귓가에 속삭였다.
“우리 엄마가 집에 오면 네 칭찬만 하는데, 오늘은 좀 아껴두시려나 봐. 혹여 네가 오만해지면 어쩌나 엄청 걱정하고 있어. 그런 자만심 때문에 훌륭한 배우를 잃고 싶진 않댔어.”
아무래도 유진이 혹여 마음에 담아둘까, 최희숙의 딸로서 배려하는 모양이었다.
“응. 나도 알지. 감독님이 나 많이 아끼시는 거. 그리고 선미도 정말 잘 해줬잖아.”
유진도 인정했다.
김선미의 부담감이 상당이 컸을 텐데, 그를 이겨내고 자신과 매우 멋진 케미를 보여주었으니.
“선미는 깡이 있으니까. 분명 잘 해낼 거라 생각했어.”
그러니 키즈모델에서 배우로 전향한 이후에도 잘 나갈 수 있는 것.
“아, 신애야. 감독님한테 한 마디만 전해줄 수 있어?”
“뭔데?”
“오만해질 일 없으니까 걱정 마시라고.”
사실 오만해질려면 타이밍은 차고 넘쳤다.
8살에 데뷔한 이래로 지금까지 삐끗한 적 없이 꽃길만을 걸어왔다.
그러나 회귀 전, 처절했던 밑바닥의 기억은 유진의 중심을 잡아주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오만해지겠나?
“응, 알았어. 그리고 유진아. 네 연기, 진짜 내 머릿속의 정은호 그 자체였어. 이 작품을 처음 쓸 때부터 상상했던 그림이 전부 이뤄진 것 같아.”
손준영이 자신을 바라볼 때의 눈빛과 비슷했다.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뤄나가는 사람의 얼굴.
그러자 유진의 입가에도 자연스러운 미소가 번져갔다.
그래.
이런 아이들이 있는데, 어떻게 오만해지겠나?
“나도 고마워. 연기하면서 정말 재밌었어. 이번 1등, 네 작품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어.”
유진이 되레 칭찬하자 유신애는 쑥스럽다는 듯 웃었다.
유진은 이 성공의 자리에.
자신은 물론이고, 친구들이 함께 이 영광을 누린다는 사실이 기뻤다.
‘이걸로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훨씬 더 높은 레벨에 올라섰어.’
김선미와 유신애는 물론이요.
최희숙도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연출에도 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해냈다.
드라마 입봉작인데도 말이다.
유진과 관련된 인물들이, 이 드라마로 제각기 스텝업을 한 것.
그야말로 축제.
기분이 안 좋을 수가 없다.
“축하해. 꼬마야.”
그러나, 마냥 이런 축제를 즐길 수 없는 사람들도 존재했으니.
유진의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
화들짝 놀라 돌아보니 강사랑이 서 있었다.
“감사합니다, 사랑 이모.”
“그 호칭은 들어도 들어도 적응 안 되네.”
“저도 마찬가지예요. 저 내년이면 고등학생이거든요.”
“그래, 그래. 하긴, 넌 여러모로 정말 대단해. 네 덕분에 아주 부담이 잔뜩 늘어났어. 안 그래?”
“뭐가요?”
“우린 이제 1위가 본전이야. 만약 순위가 떨어지면 욕먹는 건 우리잖아?”
이미 시즌 1이 이룩한 흥행은 어마어마하다.
더는 올라갈 곳이 없어 보일 정도.
“저만 잘해서 그런 것도 아닌데요, 뭐. 시즌2에 감독님이나 스탭분들이 바뀌는 것도 아닌데 그럴 일이 있을까요?”
“겸손 떨기는. 이 드라마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게 정은호라는 건 너도 잘 알 텐데?”
강사랑의 말대로.
이번 시즌 1 흥행의 최고 수훈갑은 유진의 정은호였다.
“인터넷을 보면 정은호 얘기로 아주 난리야. 여우와 곰을 오가는 그 매력에 누나들이 정신을 못 차리더라? 남자들도 귀엽다고 난리고.”
유독 민유라 앞에서만 숙맥처럼 구는 것에 공감하는 남자들도 많았다.
과거 자신의 모습이 생각난다나.
“네가 이렇게 캐릭터를 잘 구축해놨으니, 주인경의 부담이 장난 아니겠어.”
“설마요. 사랑 이모랑 호흡을 맞추는데 걱정할 필요가 있을까요?”
“이미 더 올라갈 자리가 없잖아? 모두 네 덕분이지. 그래서인지 심지어 저 녀석은 재촬영까지 요구하고 있고.”
흘끗 옆을 보는 강사랑.
그 시선의 끝에는 주인경이 있었다.
“시즌2 런칭일이 코앞인데 재촬영이요?”
“스케줄 맞추기도 어렵고, 당연히 기각되긴 했는데. 그만큼 인경이가 승부욕에 불이 붙은 모양이야. 다 네가 그렇게 만든 거지.”
순간 주인경과 눈이 마주쳤다.
눈인사를 건네는 주인경.
그 눈에선 전보다 더 뚜렷해진 감정이 보였다.
그건 바로 승부욕.
반드시 시즌 1보다 높을 성적을 내겠다는 야망이 그의 눈에서 아른거리는 듯 했다.
“이모는 어떤데요?”
“뭐? 나?”
“네. 부담을 느끼세요?”
“별로 관심 없어. 그냥 내 마음대로 연기하고, 즐기면 그만이지.”
강사랑이 그런 것에 얽매이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랬다면 그렇게 많은 스캔들이 터지지 않았겠지.
“누나의 그 멘탈만큼은 인정해요.”
“어? 너 방금 누나라고 한 거야?”
“제가요? 언제요?”
“방금 누나라며.”
“잘못 말했나 봐요.”
“그래, 그래. 우리 동생. 누나랑 같이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와. 정말 기대되지만, 제가 좀 바빠서요.”
“밥 한 끼 먹을 시간도 없니? 너 그러다 키 안 큰다?”
“저 이미 많이 컸거든요?”
투닥거리는 두 사람.
강사랑이 계속 유진 쪽에 치대고.
유진이 조금 질색하며 밀어내는 구도가 반복되었다.
그리고.
“······.”
주인경은 말없이 그를 주시했다.
잠시 후.
“자, 그럼 시즌2의 성공적 시작을 위해 주인경 배우가 건배사를 외쳐주시죠.”
데니스 윤이 말했다.
그에 이끌려 사람들 앞에 나서게 된 주인경.
“시즌 1에 참여하신 분들,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 기세를 이어, 시즌 2는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가 보겠습니다.”
주인경이 잔을 들고 말했다.
“시즌 2를 위하여.”
“위하여!”
다시 부딪치는 유리잔들.
그렇게 얼마 뒤.
<열다섯, 서른다섯>의 시즌2의 공개일이 성큼 다가왔다.
하지만.
[벌써 시즌 1 그리운 거 정상?
ㄴ 222 쌉정상
ㄴ 33333333
ㅠㅠㅠㅠ 울 애기들 다시 데려와 ㅠㅠㅠㅠ]
오히려 시즌 1이 재평가받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