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최현아는 전신에서 붉은빛을 뿜어내며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와 전투를 벌였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가 전진하며 양 앞발을 휘둘러댔고, 최현아는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해냈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가 앞으로 뛰며 양 앞발을 최현아를 향해 내리찍었다. 최현아는 뒤로 몸을 날려 또다시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해냈고, 뒤로 덤블링을 한 다음 자리에 섰다.
“제길… 저렇게 크면서 이렇게 빠르다니… 할 수 없지.”
최현아는 양 주먹을 꽉 쥐며 자세를 바꿨고, 눈빛도 바뀌어있었다. 전신은 물론, 두 눈에서도 붉은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최현아가 호흡을 멈추며 두 눈에 힘을 주며 번쩍 떴다. 최현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빛이 멎었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가 최현아를 향해 양 앞발을 마구 휘둘러댔다. 최현아는 모든 공격을 피해내는 와중에 조금씩 전진했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는 멈추지 않고 앞발을 휘둘러댔고, 어느새 최현아가 코앞에 다가가 있었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는
“크허어어엉!”
포효하며 입을 크게 벌렸다. 그때 최현아가 왼쪽 검치를 향해 오른쪽 주먹으로 정권지르기를 했다.
빠악!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의 왼쪽 검치의 절반가량이 부러져 날아갔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는 검치가 부러졌음에도 멈추지 않고, 입질을 했다.
취이이익.
최현아의 발이 지면을 스쳤다. 최현아는 순식간에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에게서 네 발자국 이상 떨어져있었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는 허공을 깨문 뒤, 혀를 낼름거리며 최현아를 노려봤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가 최현아에게 정면으로 뛰어왔다.
취이이익.
최현아의 발이 지면을 스치는 소리가 울렸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는 시야에서 최현아를 놓치고, 자리에 멈춰서서 두리번거렸다. 최현아는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의 옆에 가있었다. 최현아는 왼손을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의 옆구리에 얹었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가 자신의 옆에 와있는 최현아에게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이었다.
퍼엉!
최현아가 얹었던 왼손을 치우며 오른쪽 주먹으로 정권지르기를 날렸다. 750kg이상 나가는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의 몸이 옆으로 튕겨나갔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는 바닥을 나뒹굴었고, 최현아는 그제야 참아왔던 숨을 천천히 내뱉었다. 최현아의 호흡은 붉은 담배연기처럼 뿜어져 나왔다.
강우와 다른 클랜원들은 스밀로돈들을 거의 다 물리친 상태였다. 스밀로돈 그라킬리스와 스킬로돈 파탈리스는 합쳐서 다섯 마리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클랜원들은 스밀로돈들을 둘러싸고 있었고, 스밀로돈들은 등 털을 세우며 위협했다.
큰 피해를 입은 것은 김동준과 어깨를 꿰뚫린 클랜원 말고는 크게 피해를 입은 사람은 없었다. 강우는 부상을 입은 김동준과 클랜원을 보며 말했다.
“이 사람들은 얼른 병원에 가야 될 것 같은데….”
다른 클랜원 두 명이 와서 김동준과 부상을 입은 클랜원을 업으며 말했다.
“이 두 명은 저희가 병원으로 데려갈게요. 뒷일 좀 부탁드립니다. 당신이 저희보다 강한 것 같으니….”
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동준이 강우 쪽으로 손을 뻗으며 힙겹게 입을 뗐다.
“자… 잠깐….”
김동준을 업고 있는 클랜원이 말했다.
“뭐야? 너 지금 말하면 안 돼.”
“하, 한마디만… 저 분한테 할 말이….”
김동준은 강우를 가리키고 있었다. 강우는 김동준을 바라보며 얘기를 들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김동준이 말했다.
“처, 처음에… 죄송했습니다. 당신한테 악감정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외부에서 들어오는 사람과 같이 일하면… 저희 클랜원들의 몫이 그만큼 줄어들어서… 그랬… 크윽!”
김동준을 업고 있는 클랜원이 말했다.
“너 이러다 죽는다. 가자!”
김동준은 애처로운 눈빛으로 강우를 쳐다봤다. 강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뒷일은 내게 맡겨. 죽지 말라고.”
김동준은 이내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이형철은 바닥에 몸을 납작하게 엎드리고 있는 스밀로돈 포풀라토르를 향해 무차별로 주먹질을 해댔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형철의 주먹 한 방 한 방은 일반 사람이 맞는다면 전신복합골절로 사망에 이를 정도로 강력했다.
퍼퍼퍼퍼퍼퍼퍼퍽!
이형철은 쉬지 않고 주먹을 날렸고, 스밀로돈 포풀라토르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계속 얻어맞았다.
약 10초.
이형철이 주먹을 휘두르는 것을 멈추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스밀로돈 포풀라토르를 내려다봤다. 이형철이 휘두른 주먹의 충격에 사방의 땅은 파헤쳐져 있었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는 두 눈을 감고, 몸을 납작하게 엎드린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후….”
이형철은 한숨을 내쉰 뒤, 천천히 몸을 굽혀 양손을 두 검치를 향해 뻗었다. 그때였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가 두 눈을 번쩍 떴다. 이형철은 곧바로 구부렸던 상체를 피며 양 주먹을 쥐고 자세를 취했다.
“크허어어엉!”
스밀로돈 포풀라토르가 펄쩍 뛰어올라 이형철의 뒤로 넘어가버렸다. 이형철은 고개를 돌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의 꽁무니를 쳐다봤다.
“이런!”
이형철은 곧장 몸을 돌렸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가 향한 곳은 강우와 다른 클랜원들이 있는 곳이었다. 이형철과 최현아가 맡고 있는 스밀로돈 포풀라토르 두 마리를 제외하고 모든 스밀로돈을 처리한 상태였다. 강우가 소리쳤다.
“뒤!”
클랜원들이 고개를 돌렸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의 그림자가 클랜원 네 명의 위를 덮었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는 양 앞발로 클랜원 두 명을 찍어 눌렀다.
우두둑!
짓눌린 가슴뼈, 갈비뼈 등이 으스러지는 소리가 울렸다.
“커헉.”
스밀로돈 포풀라토르는 곧바로 눈앞에 있는 클랜원을 향해 오른쪽 앞발을 휘둘렀다. 클랜원은 양팔을 들어 몸을 감싸 방어했다.
퍼억.
앞발에 맞은 클랜원의 몸이 붕 떠 맞은 방향으로 10m 이상 날아갔다. 날아간 클랜원은 몸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난 괜찮아! 죽여!”
하지만 앞발에 맞은 클랜원은 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왼팔은 축 늘어트렸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가 다른 클랜원에게 시선을 돌리며 눈을 번뜩였다. 클랜원들은 반부채꼴로 진형을 짜고 대치했다.
뒤에서 이형철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 새끼!”
이형철이 높이 뛰어올라 양 주먹을 높이 치켜들었다. 이형철은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의 뒤통수를 노렸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가 이형철이 날아오고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이런.”
스밀로돈 포풀라토르가 이형철의 몸통으로 오른쪽 앞발을 뻗었다.
쩡!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의 앞발은 대종(大鐘)을 울리는 커다란 기둥처럼 이형철의 가슴팍과 복부를 밀어 쳤다. 하나하나가 식칼과 같은 발톱은 이형철의 쇄골 밑을 찔렀다. 이형철은 뒤로 날아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이 고양이 새끼가!”
이형철은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이형철은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에게 받은 데미지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목을 좌우로 까딱였다.
그때 뒤에서 반부채꼴로 진형을 피고 있던 클랜원들이 스밀로돈 포풀라토르를 덮쳤다.
“죽여!”
이형철이 소리쳤다.
“안 돼! 물러나!”
가장 앞선 클랜원이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의 앞다리를 노렸다. 클랜원은 앞다리를 양팔로 감싸는데 성공했다. 앞다리를 감싼 클랜원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렀다. 클랜원이 감싼 앞다리는 땅 아래로 깊게 뿌리내린 고목을 감싸 안은 것 같았다. 클랜원의 근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클랜원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는 검치를 내세워 클랜원을 향해 입을 크게 벌렸다. 클랜원은 두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죽는구나.’
클랜원은 두 눈을 질끈 감고 있었지만,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클랜원은 눈을 슬며시 떴다. 강우가 양손으로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의 위턱과 아래턱을 붙잡고 있었다. 왼손은 아래턱을, 오른손은 위턱을 잡고 펴서 깨물지 못하게 했다. 강우가 소리쳤다.
“여긴 우리가 맡도록 하죠!”
이형철은 강우를 쳐다봤다. 강우는 어디론가 고갯짓을 했다. 이형철은 강우의 고갯짓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서는 최현아가 스밀로돈 포풀라토르를 상대로 고전하고 있었다.
이형철은 다시 강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강우는 걱정 말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형철은 몸을 돌려 최현아가 있는 곳을 향해 뛰었다.
최현아의 몸은 상처투성이였다. 여기저기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최현아와 싸우고 있는 스밀로돈 포풀라토르도 여기저기 상처가 나있었고, 특히 정권지르기를 무방비로 맞은 옆구리는 대포를 맞은 듯 가죽이 완전히 터져 검붉은 피가 꿀럭꿀럭 흘러나오고 있었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가 입을 쩍 벌리며 최현아에게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최현아는 손바닥을 핀 채 양손을 가슴팍으로 모았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의 입이 코앞에 왔을 때, 최현아는 양손을 모아 오른쪽 검치로 뻗었다.
하지만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의 오른쪽 검치는 부러지지 않았다. 최현아의 양팔이 접히며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에게 밀렸다. 최현아는 급히 양손을 치워버리고 뒤로 몸을 날렸다.
푸욱.
“아악!”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의 오른쪽 검치가 최현아의 왼쪽 허벅지 앞쪽을 꿰뚫었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는 자신의 오른쪽 검치를 말뚝처럼 최현아의 허벅지에 밀어 넣었다.
“아아아악!”
오른쪽 검치가 최현아의 허벅지를 완전히 관통했고, 대못처럼 땅바닥까지 파고들었다. 최현아의 다리가 오른쪽 검치에 의해 완전히 고정됐다. 최현아는 힘껏 오른발로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의 얼굴을 걷어찼지만, 데미지는 전혀 줄 수가 없었고, 자신의 허벅지에 전해지는 고통만 커졌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는 최현아를 바닥에 고정시켜놓은 채 발톱을 세운 오른쪽 앞발을 치켜들었다. 최현아는 끝까지 눈을 번뜩였고, 호흡을 멈춘 채 양팔을 들어 방어를 취했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의 앞발이 최현아를 내려찍기 직전이었다.
텅.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의 앞발은 최현아에게 닿지 못했다. 앞발을 막아낸 것은 이형철이었다. 이형철은 다리 사이 아래에 최현아를 두고, 양팔을 교차해 위로 들어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의 앞발을 막아냈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는 짜증난다는 듯 오른쪽 앞발을 수차례 내리쳤다. 이형철은 같은 자세로 계속 앞발을 막아냈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는 오른쪽 앞발을 내리고, 왼쪽 앞발을 이형철의 옆구리를 노리고 휘둘렀다.
이형철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양손을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의 위턱으로 가져갔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의 왼쪽 앞발이 이형철의 옆을 후려칠 때, 이형철은 온 힘을 다해 밥상을 뒤집어엎듯이 위턱을 힘껏 올렸다.
이형철은 맞은 방향으로 날아가 바닥을 굴렀고,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의 오른쪽 검치는 최현아의 허벅지에서 빠져있었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는 고개가 완전히 들려 뒤로 넘어졌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는 곧바로 몸을 일으켜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눈을 번뜩였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의 시선은 쓰러져 있는 최현아에게 향해있었다.
최현아는 오른쪽 허벅지에 커다란 구멍이 나있었고, 제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는 몸을 웅크렸다가 길게 피며 양 앞발을 내세워 최현아를 향해 뛰어들었다.
터엉.
이형철이 옆에서 뛰어들어 전신으로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의 옆구리에 부딪쳤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의 몸이 구부러지며 옆으로 튕겨나갔다.
이형철은 전신에 노란빛을 뿜어내며 나지막이 말했다.
“고양이 새끼, 끝내주마.”
이형철이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에게 곧장 뛰어갔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는 몸을 일으켜 왼쪽 앞발을 휘둘렀다. 이형철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앞발을 오른쪽 주먹으로 후려쳤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의 앞발이 튕겨나갔다. 이형철은 왼쪽 주먹으로 오른쪽 검치를 후려쳤다.
쩌적.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의 오른쪽 검치에 금이 갔다. 이형철은 곧바로 이어서 오른쪽 주먹을 뒤로 크게 당겼다.
“뒈져버려.”
이형철은 오른쪽 주먹으로 아래서부터 반원을 그리며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의 아래턱을 올려쳤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의 오른쪽 검치가 완전히 박살이 났고, 아래턱과 위턱이 맞물리며 따닥! 소리가 울렸다. 이형철의 어퍼컷에 750kg이상 나가는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의 몸이 공중에 붕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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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