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두 검치가 부러진 스밀로돈 그라킬리스는 힘이 쭉 빠진 듯 바닥에 몸을 납작하게 엎드렸다. 이형철이 말했다.
“스밀로돈은 저 검치들만 부러트리면 쉽게 제압이 가능합니다. 힘을 잃거든요.”
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또다른 스밀로돈 그라킬리스는 클랜원들과 대치 중이었다. 한 클랜원이 다른 클랜원에게 돌아서 습격하라고 말할 때였다. 스밀로돈 그라킬리스가 말을 하고 있는 클랜원에게 달려들었다.
강우는 위험한 순간을 보곤 이형철의 눈치를 살폈다. 이형철은 조금도 당황하는 기색 없이 여유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스밀로돈 그라킬리스가 클랜원을 물어뜯기 직전이었다.
“하아!”
기합소리와 함께 누군가 끼어들었다. 김동준이었다. 스밀로돈 그라킬리스는 김동준의 상체를 사선으로 물었지만, 이빨은 몸을 꿰뚫지 못했다. 김동준의 몸에서는 노란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김동준은 양팔로 스밀로돈 그라킬리스의 위턱을 감싸며 자세를 낮췄다. 스밀로돈 그라킬리스는 고개를 흔들어댔지만, 김동준은 양팔로 꽉 잡은 채 놔주지 않았다.
스밀로돈 그라킬리스는 오른쪽 앞발을 들어 김동준을 향해 내려치려 했지만, 다른 클랜원이 앞발을 붙들었다. 왼쪽 앞발 역시 다른 클랜원이 붙들어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스밀로돈 그라킬리스는 뒷발을 굴러대며 몸부림을 쳤지만 벗어날 수 없었다.
한 클랜원이 김동준의 뒤로 다가섰다. 클랜원은 전신에서 주황색 빛을 뿜어내며 스밀로돈 그라킬리스의 두 검치를 꽉 잡았다. 클랜원은 “끄아!”하고 기합을 외치며 두 검치를 부러트렸다.
스밀로돈 그라킬리스는 “크흥….”거리며 물고 있던 김동준을 놓았다. 클랜원들이 몸에서 손을 떼도 바닥에 몸을 납작하게 붙이며 눈치를 살폈다.
이형철이 말했다.
“묶어둬라.”
클랜원들은 바닥에 엎드려 있는 스밀로돈 그라킬리스 두 마리를 굵은 밧줄로 네 다리를 묶어놨다.
강우가 다리 쪽에 시선을 두며 말했다.
“이제 시작인 것 같네요.”
이형철은 강우가 보고 있는 방향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스밀로돈 무리들이 위협하는 소리를 내며 슬금슬금 걸어오고 있었다. 스밀로돈 그라킬리스와 스밀로돈 파탈리스의 수는 약 스무 마리였고, 가장 뒤에는 거대한 몸집의 스밀로돈 포풀라토르 두 마리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이형철이 크게 소리쳤다.
“다들 진형을 갖춰라!”
클랜원들은 반(反)부채꼴로 서서 자세를 잡았다. 이형철과 최현아는 선두로 앞에 섰다. 강우는 진형을 갖추고 있는 클랜원들의 끝자락에 섰다.
이형철이 말했다.
“놈들은 어제 이곳에 와서 이미 사람고기 맛을 본 녀석들이다. 지금쯤 배가 고파졌을 테니, 잡아먹히지 않도록 한다. 알겠나?”
클랜원들이 동시에 대답했다.
“네!”
이형철이 앞으로 뛰어나가며 소리쳤다.
“돌격!”
이형철의 말에 모든 클랜원들이 스밀로돈 무리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스밀로돈들 역시 강우와 무투 클랜을 향해 뛰어왔다.
이형철과 최현아에게 스밀로돈 파탈리스 한 마리가 뛰어들었다. 스밀로돈 파탈리스는 뛰어올라 양발로 이형철과 최현아를 찍어 누르려 했다. 이형철과 최현아는 서로 거리를 벌리며 피했고, 양발은 땅바닥을 찍었다. 스밀로돈 파탈리스는 몸을 돌려 이형철과 최현아의 뒤를 쫓으려 했다.
“으랴아아아아!”
한 클랜원이 이형철과 최현아의 뒤를 보고 있는 스밀로돈 파탈리스의 꼬리를 잡아끌었다. 클랜원은 그대로 스밀로돈 파탈리스를 뒤로 던져버렸다.
“고양이 새끼!”
다른 클랜원이 뛰어올라 공중에 뜬 스밀로돈 파탈리스의 복부를 주먹으로 가격했다. 400kg은 나가는 스밀로돈 파탈리스의 몸이 튕겨 공중으로 더 높게 떠올랐다. 어느새 또 다른 클랜원이 공중에 떠있는 스밀로돈 파탈리스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있었다. 클랜원은 양 주먹을 모아 스밀로돈 파탈리스의 등뼈를 후려쳤다. 스밀로돈 파탈리스는 새우꺾기를 당한 듯 등이 크게 휘며 바닥에 처박혔다. 클랜원 두 명이 바닥에 처박힌 스밀로돈 파탈리스에게로 달려들어 검치를 하나씩 잡고 부러트렸다.
다른 스밀로돈들이 달려들었고, 클랜원들은 계속해서 전투를 펼쳤다.
강우는 달려드는 스밀로돈을 하나씩 상대했다. 스밀로돈 그라킬리스가 입을 쩍 벌리고 강우에게 뛰어들었다. 강우는 달려드는 스밀로돈 그라킬리스에게 손을 뻗어 두 검치를 잡아 순식간에 뽑아버렸다. 스밀로든 그라킬리스는 바닥에 고꾸라졌고, 강우는 곧바로 옆구리를 걷어찼다.
뒤에서 스밀로돈 파탈리스가 강우에게 달려들었다. 스밀로돈 파탈리스가 강우의 머리를 물어뜯으려 입질을 했다. 강우는 주먹으로 스밀로돈 파탈리스의 앞니가 있는 부분을 올려쳤다. 강우는 올려치면서 중얼거렸다.
“아차, 너무 셌군.”
스밀로돈 파탈리스의 이빨이 다 부서지며 위턱이 통째로 날아갔다. 아래턱만 남은 스밀로돈 파탈리스는 입안을 훤히 드러낸 채 쓰러져 즉사했다. 강우는 산산조각 나버린 검치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분명 검치가 비싼 걸 텐데….”
강우는 이형철과 최현아가 있는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형철과 최현아는 거대한 몸집의 스밀로돈 포풀라토르 두 마리와 대치를 하고 있었다. 서로 섣불리 다가서지 않고, 전력을 가늠하듯 노려보고 있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악! 도와… 커헉! 크으….”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강우는 비명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스밀로돈 파탈리스가 김동준의 몸통을 개가 뼈다귀를 문 것처럼 입에 물고 있었다. 스밀로돈 파탈리스의 커다란 두 검치는 김동준의 몸을 꿰뚫고 있었다. 김동준은 양손으로 스밀로돈 파탈리스의 주둥이 옆을 마구 때리기도, 잡아당기기도 했지만 놓아주지 않았다. 김동준은 이내 양손을 파탈리스의 주둥이에 얹어만 놨을 뿐, 두 눈을 질끈 감으며 고통스러워했다.
클랜원 두 명이 김동준을 물고 있는 스밀로돈 파탈리스에게 달려들었다. 한 클랜원의 전신에서 주황색 빛을 뿜어내며 오른쪽 주먹을 뒤로 젖혔다. 클랜원의 몸에서 이글거리던 주황색 빛은 차츰 잦아들며 주먹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다른 클랜원이 먼저 스밀로돈 파탈리스에게 뛰어들었다. 클랜원은 전신에서 붉은빛을 뿜어내며 스밀로돈 파탈리스의 왼쪽 앞발에 전신으로 태클을 걸었다. 스밀로돈 파탈리스는 몸의 균형이 무너져 잠시 왼쪽으로 기우뚱거렸다.
그때 오른쪽 주먹에 붉은빛을 모았던 클랜원이 주먹을 전방으로 뻗으며 소리쳤다.
“이거나 처먹어라!”
클랜원의 주먹에 모여 있던 붉은빛이 주먹만 한 구(具) 형태로 빠르게 날아갔다. 하지만 김동준을 물고 있는 스밀로돈 파탈리스는 왼쪽 앞발에 다른 클랜원이 매달려있는 채로 높게 점프를 해 피해버렸다.
클랜원이 날린 붉은빛 덩어리는 뒤에서 한 클랜원과 싸우고 있던 스밀로돈 그라킬리스의 옆구리에 직격했다.
퍼엉!
폭탄이 터지듯 폭발음과 함께 붉은빛 덩어리를 맞은 스밀로돈 그라킬리스의 몸이 튕기며 바닥에 처박혔다. 붉은빛의 덩어리를 맞은 부위는 살가죽이 터져나가 갈비뼈와 내장이 드러났다.
공중으로 뛰어올랐던 스밀로돈 파탈리스가 바닥에 착지를 할 때, 왼쪽 앞발에 매달려있던 클랜원은 얼른 몸을 떼어내 바닥을 굴렀다. 클랜원이 상체를 일으키고, 다시 뛰어들려 할 때였다.
콰작!
뒤에서 또 다른 스밀로돈 파탈리스가 클랜원을 뒤에서 깨물었다. 커다란 두 검치는 클랜원의 양쪽 어깨 위쪽부터 꿰뚫어 겨드랑이 아래로 튀어나왔다.
“아아아아아아악!”
양쪽 어깨를 관통당한 클랜원은 양팔을 축 늘어트리며 고통스러워했고, 거친 호흡을 내뱉었다.
붉은빛 덩어리를 날렸던 클랜원에게는 스밀로돈 그라킬리스 두 마리가 덤벼들어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다른 클랜원들 모두 각자 다른 스밀로돈들과 전투를 펼치고 있어 몸통을 물린 김동준과 양쪽 어깨를 관통당한 클랜원을 도울 길이 없었다.
찌익!
가죽을 잡아 찢는 소리였다.
김동준을 물고 있는 스밀로돈 파탈리스의 턱 힘이 약해졌다. 물리고 있던 김동준은 느슨해졌음을 느끼고, 질끈 감고 있던 눈을 슬며시 떴다.
강우가 김동준을 물고 있는 스밀로돈 파탈리스의 머리 가죽을 양손으로 움켜쥐어 확 찢어버렸고, 누르스름한 두개골이 그대로 드러났다. 강우는 왼손으로는 너덜거리는 머리 가죽을 움켜쥔 채 오른쪽 주먹으로 두개골을 끊어 쳤다.
“크윽!”
스밀로돈 파탈리스의 머리가 흔들리며 두 검치도 흔들렸고, 김동준은 고통에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스밀로돈의 아래턱은 완전히 열렸고, 김동준의 몸이 천천히 두 검치에서 빠져나갔다. 김동준은 바닥에 툭 떨어져 양손을 몸으로 가져가며 고통에 신음했다.
김동준은 고개를 들었다. 김동준을 물고 있던 스밀로돈 파탈리스의 머리 가죽은 양옆으로 쫙 찢어져 너덜거리고 있었고, 두개골 가운데는 움푹 들어가 뇌수가 스멀스멀 새어나오고 있었다.
김동준은 고개를 더 치켜들었다. 강우가 다른 곳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강우는 클랜원의 양쪽 어깨를 물고 있는 스밀로돈 파탈리스에게로 달려갔다. 스밀로돈 파탈리스는 뒤로 물러서며 강우를 경계했다. 스밀로돈 파탈리스는 클랜원을 인질로 삼듯, 혹은 장난감이라도 되는 것처럼 가지고 놀듯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고, 클랜원은 “아아아악!”하며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푸욱.
강우는 어느새 스밀로돈 파탈리스의 뒤로 돌아가 있었다. 스밀로돈 파탈리스가 클랜원에게 고통을 안길 때 순간적으로 시속 300km에 달하는 속도로 움직였다. 강우의 주먹은 스밀로돈 파탈리스의 뒷목을 꿰뚫고 있었다. 주먹으로 가격한 것이 아니었다. 강우는 뒤에서 왼팔로 스밀로돈 파탈리스의 목을 감싸고, 오른쪽 주먹을 뒷목에 대고 밀어 넣었다. 마치 끝이 날카로운 말뚝처럼 스밀로돈 파탈리스의 뒷목을 꿰뚫은 것이다.
강우는 조심스럽게 스밀로돈 파탈리스와 어깨를 꿰뚫려 있는 클랜원을 그대로 눕히며 말했다.
“조금만 참아요.”
강우는 조심스럽게 스밀로돈 파탈리스의 커다란 검치를 하나씩 부러트렸다. 검치가 부러질 때마다 클랜원은 고통에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다른 클랜원들 중에서는 위기에 처한 이는 없었다. 고전하고 있었지만, 크게 위험하지도 않았다. 강우는 곧바로 다른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형철과 최현아, 두 마리의 스밀로돈 포풀라토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이형철은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하나는 750kg정도… 하나는 800kg은 나가겠어… 전에 스밀로돈을 상대해본 적이 있나?”
“아니요. 이번이 처음입니다.”
“내가 왼쪽의 큰 놈을 맡지. 자네가 작은 놈을 맡아.”
“네, 알겠습니다.”
이형철이 왼쪽에 있는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에게 달려들며 소리쳤다.
“명심해! 검치에 물리면 끝이다!”
최현아는 오른쪽에 있는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에게 달려들며 소리쳤다.
“네, 알겠습니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들도 포효를 하며 이형철과 최현아에게 달려들었다.
이형철이 전신에서 노란빛을 발산했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는 눈이 부신 듯 인상을 찌푸렸다. 이형철은 전방을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이형철은 왼손은 아래로, 오른손은 위로 넓게 벌려 양팔을 전방으로 뻗으며 소리쳤다.
“하아!”
이형철이 팔을 넓게 벌린 만큼 커다란 타원형의 노란빛 에너지파(Energy波)가 나갔다. 정면으로 달려오던 스밀로돈 포풀라토르는 이형철이 쏜 노란빛 에너지파를 직격으로 맞았다.
콰아앙!
스밀로돈 포풀라토르는 아무런 타격이 없는 듯 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는 발톱을 세워 양 앞발을 X자로 교차해 휘둘렀다.
터턱.
이형철은 양손으로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의 양 앞발을 막아냈다. 이형철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런 장풍으로 끝낼 수 있을 거라 생각은 안 했지. 내 전공은….”
이형철이 말을 마치기 전이었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는 커다란 검치를 내세워 이형철을 향해 입을 크게 벌렸다.
이형철은 얼른 잡고 있던 양 앞발을 놓으며 몸을 뒤로 굴렸고, 스밀로돈 포풀라토르는 허공을 깨물었다. 위턱과 아래턱이 맞물리며 딱! 소리가 울렸다.
이형철은 몸을 일으키며 중얼거렸다.
“고양이 새끼가 사람이 말하고 있는데….”
스밀로돈 포풀라토르는 몸을 웅크렸다가 이형철에게로 펄쩍 뛰어들었다. 이형철은 한 걸음 빠르게 뒤로 물러서며 오른쪽 주먹을 뒤로 당겼다. 이형철은 오른쪽 주먹을 뒤에서 앞으로 크게 반원을 그리며 휘둘렀다. 이형철이 휘두른 주먹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의 머리통을 오함마처럼 내리찍었다.
콰앙!
노란빛이 일어나며 폭발했고, 스밀로돈 포풀라토르는 아래턱부터 지면에 내리꽂혔다. 이형철은 양 주먹을 치켜들었다. 전신에는 노란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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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