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강우는 이 팀장을 굉장히 여유롭게 이겼다. 공격을 할 때마다 힘 조절을 하며, 죽이지 않도록 노력해야 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이보다 훨씬 강한 예거와 맞붙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었다.
강우는 자신의 손을 들여다봤다.
‘나도 힘을… 빛을… 제대로 다룰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당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강우는 걸음을 옮기며 건물의 폭발을 떠올렸다.
‘그나저나 안 실장… 그 미친놈은 신호를 보낸다더니 건물을 폭발시킬 줄이야. 진작 말이나 해주던가….’
강우는 김현태를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그나저나… 이 개새끼… 뭐? 겨우 일성? 이성 하급이 세 명에 이 팀장이란 놈은 이성 중급 중에서도 가장 센 놈이었어. 내가 거기서 죽길 바란 건가? 분명히 나한테 놈들이 덤벼들면 나는 반항을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내가 죽거나… 적어도 뭐가 어떻게 되긴 되겠다고 계산했겠지.’
강우는 발걸음을 옮기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내일 오후 1시까지 회장실로 오랬었지….’
강우는 집으로 향했다.
강우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샤워를 했다.
‘생각할수록 열 받네… 어쩐지… 조건이 너무 좋더라니….’
강우는 샤워를 하고 나와 컴퓨터 앞에 앉았다. 예거 커뮤니티와 블랙마켓 커뮤니티에 들어갔지만 특별한 소식은 없었다.
‘오랜만에 오락이나 몇 판 할까….’
강우는 즐겨하던 게임을 켰다. 검은색 옷을 입고, 검은색 가면을 쓴 채 적들을 쳐부수는 주인공, 강우는 게임의 주인공에 몰입해있었다. 캐릭터 자체에 여운이 깊게 남았다. 아니, 이 게임을 처음 접했던 순간부터 좋아한 캐릭터였다. 결코 선(善)이 아니지만, 악(惡)도 아닌 주인공, 언제나 절대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
‘나는 저렇게 되고 싶었던 걸지도….’
강우는 게임 자체는 몇 분도 하지 않은 채 꺼버렸다.
‘에휴…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난….’
강우는 손을 턱에 괸 채 인터넷을 켰다. 강우는 이메일들을 확인했다. 대부분이 스팸이나 광고성 메일이었다. 그 중 삭제를 하려다가 강우의 손을 멈추게 한 메일이 있었다. 예전 채팅에서 알게 됐던 ‘소아’란 닉네임의 유저에게 온 답장이었다.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이렇게 메일이 와서 정말 반갑네요. 당연히 기억하고 있죠. 제 생일이었기도 하고, 예거의 자질을 갖추게 된 날이어서 전부 기억해요. 잘 지내셨나요? 그 이후로는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능력을 활용하고는 있지만, 예거로 활동하고 있지는 않아요. 예거 등록은 하셨나요? 여러 가지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네요. 그때는 서울에 살고 계시다고 했는데… 만약 지금도 서울에 살고 계시다면 만나서 얘기를 나눠보실 생각이 있으실까요? 제 연락처는 8210-xxxx-xxxx입니다. 메일 회신주시거나 제 번호로 연락주세요. 아, 참. 잊지 않고 연락주셔서 감사해요.-
강우는 소아란 유저의 번호를 저장했다.
‘다짜고짜 만나자네? 뭐 이상한 종교단체 같은 건 아니겠지? 그나저나 능력을 활용하고는 있지만, 예거로 활동하고 있지는 않다고? 이 사람도 블랙마켓에서 활동하나?’
강우는 휴대폰을 책상 위에 올려놨다.
‘이 사람은 나중에 연락하고… 일단 김현태 건부터 처리해야지….’
강우는 휴대폰을 다시 집어 들어 한소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소영은 여전히 전화를 받지 않았다. 강우는 한소영에게 ‘물어볼 것이 있으니 확인하면 전화요망’이라고 문자를 남겼다. 강우는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3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강우는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강우가 잠에서 깼다. 시간은 오전 9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강우는 일어나자마자 세면을 하고 옷을 입었다. 강우는 복면을 뒤집어쓰고 바로 집을 나섰다.
강우는 곧바로 진실생명보험 본사로 향했다. 강우는 꼭대기 층으로 가 회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회장실 앞에는 김현태의 측근들이 모여 있었다. 남자 하나가 강우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아직 약속시간이 안 된 걸로 아는데요.”
“약속을 제대로 안 지킨 건 그쪽이 먼저야. 그리고 늦은 게 아니라 좀 일찍 온 건데 뭐가 문제야?”
“그럼 약속시간까지 기다려주시죠.”
강우는 남자를 밀쳐내며 발을 내딛었다.
“그럴 생각 없어.”
다른 남자들이 강우의 앞을 막아섰다. 강우는 남자들을 무시한 채 걸음을 옮겼다. 두 남자가 강우의 양팔을 붙들었다. 강우는 양팔에 남자 둘을 매단 채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른 남자들이 더 달라붙어 강우를 막아섰다. 강우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열 명 이상의 남자들이 강우에게 매달렸다. 강우는 열 명 이상의 남자들이 매달려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볍게 걸음을 옮겼다.
회장실 바로 앞에 앉아있던 김민지가 그 광경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지금 뭐하는 거야?”
“지금 네 년은 좆나게 마음에 안 드니까 뒈지기 전에 얌전히 의자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어라.”
김민지가 강우 쪽으로 한 걸음 내딛었다. 강우는 김민지를 노려봤다. 강우의 복면은 여태까지 한 번도 없었던 매서운 표정으로 변해있었다. 김민지는 걸음을 멈추고 멈춰 서서 강우의 눈치를 살폈다. 강우는 남자들을 매단 채로 회장실 문을 열었다.
김현태와 안 실장이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남자들은 일제히 김현태를 향해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저희로서는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등의 말을 했다. 김현태는 소파에 앉은 채로 태연하게 강우를 맞이했다.
“오, 이게 누구야. 우리 집행자 아닌가?”
안 실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김현태의 옆에 서서 강우를 노려봤다. 김현태는 강우에게 매달려있는 자신의 측근들을 보며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만 하구만.”
김현태는 시계를 슬쩍 본 다음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우리 약속시간까진 좀 남지 않았던가?”
강우는 먼지를 털어내듯 남자들을 사방으로 떨쳐낸 다음 말했다.
“일성급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음? 그게 무슨 말인가?”
“날아 붙게 될 놈들은 일성급이라고 하지 않았냐고.”
안 실장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이 새끼가 말을 어디서 그 따구로…….”
김현태는 나서지 말라는 듯 안 실장의 앞으로 팔을 뻗었다. 김현태가 강우를 보며 말했다.
“맞아, 그랬었지.”
“이성 하급만 세 명이었어. 게다가 이성 중급이란 새끼는 내가 여태까지 붙어본 놈들 중에서 가장 셌어.”
김현태는 미소를 잔뜩 머금은 채 말했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랬나? 미처 몰랐구만. 하하하하하하!”
“웃어?”
“무슨 심각한 일에 대해서 말하나 했더니 고작 그런 얘기니 웃음이 나오는구만.”
강우는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충분히 심각한 이야기야. 죽을 수도 있었다고. 일부러 날 함정에 빠트린 건가? 놈들과 싸우다 뒤지라고?”
김현태는 이를 드러내며 웃으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인가? 내가 뭐하러 그러겠나? 난 정말로 일성급만 있는 줄 알았네. 그리고 어쨌든 무사히 돌아왔으니 된 거 아닌가?”
“되긴 뭐가 돼?”
김현태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무슨 이득을 얻자고 자네를 함정에 빠트리겠나?”
“많지.”
강우는 다른 남자들과 문밖에 서있는 김민지를 한 번 쳐다본 뒤 말을 이었다.
“계약한 게 있으니까.”
김현태는 남자들과 김민지에게 눈짓을 했다. 남자들은 일제히 회장실을 나간 뒤 문을 닫았다. 김현태는 자신의 건너편에 있는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
“앉지.”
강우는 여전히 가만히 서서 김현태를 노려봤다. 김현태가 말했다.
“앉으라니까? 계속 서있을 텐가?”
강우는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김현태의 건너편에 털썩 앉았다.
“변명은 끝인가?”
“변명할 게 있나? 난 정말 모르는 일이었다니까? 어쨌든 무사히 모든 게 마무리 됐으니 된 거 아닌가?”
김현태는 안 실장을 향해 손을 까딱이며 말했다.
“가져오게.”
안 실장은 아니꼬운 듯 강우를 잠시 노려보다가 발걸음을 옮겼다. 안 실장은 김현태의 커다란 책상 뒤에서 잠시 뭔가를 어루만졌다.
틱, 철컥.
안 실장이 하드케이스로 된 일명 007가방을 들고 왔다. 안 실장은 가방을 강우의 앞에 놨다. 김현태는 씩 웃으며 말했다.
“내가 고작 5,000만 겔드가 아까워서 자네를 사지에 몰아넣었겠나? 스위스은행 계좌 건도 내겐 아무것도 아닌 일이야. 선물로 하나 더 얹어주겠단 것도 내겐 푼돈이고 말이야.”
안 실장이 가방을 열었다. 가방 안의 절반을 10만 겔드권 지폐가 채우고 있었다. 옆에는 검은색 케이스 하나가 들어있었다.
김현태가 말했다.
“5,000만 겔드일세. 옆에 있는 케이스는 내가 말했던 자네의 복면과 복장을 해결해줄 물건이네. 사실 별건 아니야. 미국에서 발매됐던 일종의 장난감 같은 건데. 제작사에서 의도했던 디자인으로 안 나오고, 버그가 일어나서 모두 제각각이었다는군. 그래서 결국 망한 상품이지. 괴짜들이나 수집하는 비싼 장난감이랄까? 당시에 대부분 폐기처분돼서 지금은 거의 구할 수 없는 제품이지. 나한테는 거래처 사람 중 아들래미에게 선물하라며 줬는데, 성의를 봐서 받아는 뒀지만, 내가 귀한 아들한테 불량품을 줄 리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 때마침 자네한테는 이 물건이 용이할 거 같더라고.”
강우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장난감? 지금 장난감으로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그것도 불량품이라고?”
“그건 자네가 나중에 확인해보면 될 일이고, 인터넷에 팔아도 수백만은 받을 수 있을 거야. 일종의 보너스라고 생각해. 그리고 지금 자네한테 중요한 건 5,000만 겔드와 스위스은행 계좌 아니던가?”
강우는 가방을 닫으며 말했다.
“좋아. 그럼 스위스은행 계좌는?”
“안 그래도 오늘 스위스로 갈 거야. 전용기로 갈 거니까 자네도 따라오게나. 바로 계좌를 만들어주도록 하지. 간 김에 관광도 좀 하고 말이야. 돌아올 때는 따로 돌아와야겠지만, 자네한테 돈은 충분하지 않은가? 지금 집으로 가서 여권만 가져오게나.”
강우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난 여권이 없어.”
김현태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
“뭐? 여권이 없다고?”
“해외에 나갈 일이 없었으니까.”
김현태는 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이런… 여권은 아무리 빨리 발급 받아도 이틀은 걸릴 텐데.”
“당신이 내 앞으로 계좌를 만들어서 갖다줄 수는 없는 건가?”
“그건 말이 안 되지. 자네랑 나랑 가족도 아닌데 말이야. 당연히 본인이 가야 되는 거 아니겠나?”
“그거야 그렇지….”
김현태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번에 스위스를 가도 1주일 안에는 돌아올 거야. 그리고 아마 늦어도 다음 달에는 스위스에 재방문할걸세. 그때 만들어주도록 하지.”
“난 지금 바로 줬으면 좋겠는데.”
“이건 내 탓이 아니라, 자네 탓이지 않은가? 여권도 없을 줄 누가 알았겠나? 그리고 당분간은 현금만으로 거래하면 되잖아.”
“난 더 이상 당신의 말을 못 믿겠어. 난 최대한 빨리 내가 받아낼 것을 받아낸 다음, 당신과 완전히 인연을 끊고 싶다고.”
김현태는 헛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 친구 참… 허허… 그렇게까지 말하니까 섭섭하구만. 어쨌든 걱정할 게 있나? 내 회사는 여기, 이 자리에 있네. 내가 어디로 도망칠 리가 없지 않은가? 고작 계좌 하나 때문에 말이야. 조금만 기다리면 되지 않겠나? 일주일만 지나고, 아무 때나 찾아오게. 그럼 최대한 스위스 재방문을 가장 빠른 일정으로 잡아서 자네 계좌를 만들어주지. 그 동안 자네는 여권만 만들어놔. 어때, 이제 만족하나?”
강우는 잠시 김현태를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현금도 바로 건네줬고 하니… 그럼 일 다 봤으니까 난 가보겠어.”
“그래, 어쨌든 고생했네.”
강우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김현태도 따라 일어났다. 김현태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강우는 김현태의 손을 한 번 쳐다보고,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김현태는 손을 살짝 흔들면서 말했다.
“손 민망하게 이럴 텐가? 어쨌든 일은 성공적으로 끝나지 않았는가? 그리고 각서도 갖고 있으니 어떤 걱정도 할 필요가 없고. 깔끔하게 마무리 하세.”
강우는 잠시 김현태의 손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
“됐어. 다음에 스위스은행 계좌를 만들 때… 그때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보자고. 그리고 다신 볼일 없었으면 좋겠네.”
안 실장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끝까지 마음에 안 드는군.”
강우는 안 실장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나도 니 새끼 존나 마음에 안 들어. 아래 있는 새끼들 입단속이나 잘 시켜라. 각서에 기재된 내용에서 조금이라도 위반하면 100억 겔드는 반드시 받아낼 테니까.”
강우는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을 이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강우가 회장실을 빠져나갔고, 안 실장은 여전히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서있었다. 김현태는 이 상황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듯 평정심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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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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