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예거-96화 (96/195)

96화

남자는 웃는 강우를 보며 물었다.

“저기…. 왜 그렇게 웃으시는지…….”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나저나 사인은 처음 해보네요.”

남자는 화색을 띠며 말했다.

“정말요? 영광입니다!”

강우는 남자에게 수첩과 볼펜을 건네받아 사인을 했다. 다른 두 남자에게도 사인을 해줬다. 세 남자는 강우와 기념촬영까지 마치고 나서야 만족스러운 듯 보였다.

강우는 남자들을 뒤로하고 걸음을 옮겼다. 강우는 휴대폰을 꺼내 한소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소영은 강우의 전화를 반갑게 받았다.

“오랜만이에요!

“그러게. 잘 지냈나?”

“저야 그렇죠. 일본에서 활약하신 건 기사로 봤어요.”

“응, 지금 마켓에 있지?”

“그럼요.”

“할 얘기가 있으니까, 일단 거기로 갈게.”

강우는 가방을 든 채 가평으로 걸음을 옮겼다.

강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가평에 있는 블랙마켓에 도착했다. 한소영은 강우를 반갑게 맞이했다. 한소영은 언제나처럼 강우의 앞에 커피를 내왔다.

강우는 자리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며 주위를 둘러봤다. 몬스터에 관련된 물품들이 부쩍 많아져있었다. 강우는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물건이 제법 많아졌는데?”

“덕분에요.”

한소영은 들고 있단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그나저나 하실 말씀이란 게…?”

강우는 F.N.C에서 김태호와 붙는 것 그리고 이근수의 제안까지 모두 설명했다. 한소영은 눈도 제대로 깜빡이지 않으며 강우의 말에 집중했다.

강우가 말했다.

“우리 수수료도 챙겨야 되잖아?”

“그렇죠. 일단 그 부분은 바로 해결하죠.”

한소영은 표정을 굳히며 이근수에게 전화했다. 몇 번의 언쟁이 오간 뒤, 결국 이근수는 한소영에게 수수료를 내주기로 했다. 한소영은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끊은 뒤,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얘기가 잘 됐네요.”

한소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금고로 향했다. 한소영은 흰 봉투에 지폐를 꽉 채워 강우에게로 돌아왔다. 한소영이 돈봉투를 건네며 말했다.

“5,000만 겔드에요.”

강우는 돈봉투를 받아들며 씩 웃었다.

“나쁘지 않네.”

한소영은 곰곰이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이내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그런데…. 져주기로 하셨다고요? 그럼 배당…….”

강우가 한소영의 말허리를 잘랐다.

“무슨 말하려는지 알아. 나한테 걸린 돈에서 어느 정도는 먹겠지만, 그리 큰 금액은 아니겠지.”

“그렇죠. 그리고 F.N.C 경기는 몬스터 사냥 쪽에도 영향을 미치게 돼있어요. 김태호에게 진다면 그 정도 능력자로 인식이 박힐 거예요.”

한소영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말을 이었다.

“이쪽도 이미지 메이킹이 굉장히 중요해요. 삼성 이상이면 꽤나 관심을 받게 되거든요. 게다가 당신은 독특한 차림새에 몬스터 사냥과 F.N.C 경기까지 모두 하기 때문에…….”

“나도 전부 염두에 두고 있어. 뭐, 어쨌든 걱정해줘서 고맙네.”

강우는 남은 커피를 한 번에 모두 들이켰다. 강우는 돈봉투를 챙기고, 가방 두 개를 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서로 수수료도 챙기고, 커피나 한 잔 마시려고 온 거야. 그럼 다음에 보자고.”

“솔직히 말씀드려서 앞으로 자주 뵐 일은 없을 것 같네요.”

몸을 돌리려던 강우는 한소영을 보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한소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은 뜻으로 말한 거예요. 당신은 벌써 삼성 하급이에요. 앞으로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활동할 일이 많으시지 않겠어요? 한국은 삼성 하급 몬스터도 나오는 경우도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그거야 그렇지.”

“언제든 뭔가 필요한 게 있으면 말씀하세요. 웬만한 건 다 구해드릴 수 있으니까요.”

강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그래? 뭐든지?”

“돈으로 구할 수 있는 것들은 다 연결시켜드릴 수 있어요. 제가 약간의 수수료는 챙기겠지만요.”

“알았어. 필요한 게 있으면 또 연락하지.”

“조심히 들어가세요. 이번 경기에 대해 잘 생각해보시고요.”

강우는 몸을 돌리며 말했다.

“걱정하지 말라니까. 다음에 봐.”

강우는 한소영의 블랙마켓을 빠져나왔다.

강우는 곧바로 핫도그가 있는 남양주 집으로 향했다.

강우가 남양주 집에 도착하자 핫도그의 집이 조금씩 흔들렸다. 강우가 핫도그의 집으로 들어간 순간이었다.

쿠웅!

핫도그가 또다시 강우에게 달려들었다. 강우는 뒤로 쓰러졌고, 핫도그는 맛있는 사탕이라도 먹는 것처럼 마구 핥아댔다. 강우는 웃으면서 말했다.

“이렇게 뛰어들면 안 된다니까….”

핫도그는 강우를 몇 년 만에 보는 것처럼 반겼다. 강우는 몸을 일으켜 핫도그의 콧잔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래서 사람들이 개를 키우는구만.”

강우는 핫도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중얼거렸다.

“개라고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강우는 어느새 핫도그에게 정이 들고 있었다. 철이 들 무렵부터 항상 혼자 살아왔던 강우에게 유일한 가족 같은 느낌이었다.

강우는 문득 핫도그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핫도그를 이길 수 있는 능력자는 거의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야.’

강우는 서울에 있는 집을 떠올렸다.

‘거기도 완전히 정리해야 되는데.’

강우는 핫도그의 콧잔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일단 짐정리 좀 하고 올게. 그리고 오늘부터 단련하자. 나도 능력에 대해 좀 더 알아봐야 되기도 하고.”

핫도그는 강우의 말을 전부 알아들었다는 듯 “컹!”하고 짖었다. 핫도그는 앉은 자세에서 헥헥거리며 강우를 내려다봤다. 강우는 씩 웃으며 “귀여운 새끼.”라고 중얼거렸다.

강우는 집안으로 들어가 금고에 돈다발을 모두 쑤셔 넣었다. 10억이 넘는 돈이 들어가자 금고는 가득 찼다.

“금고를 하나 더 사야겠는데?”

강우는 곧바로 금고를 하나 더 주문했다. 금고 두 개는 안방에 나란히 배치했고, 누군가 가까이 접근만 해도 강우에게 알림이 가도록 방범장치도 설치를 했다.

‘인적도 드물고, 핫도그가 집을 지키니 걱정은 없겠지만…. 그래도 확실히 해둬야지. 돈 좀 더 벌어서 나중에 집도 개조를 해야겠어.’

강우는 T.C.C를 끄고, 서울에서 살던 집의 건물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월세는 방이 나갈 때까지 비는 걸 감안해 강우가 한 달치를 더 내는 것으로 했다.

강우가 챙겨야 할 짐은 많지 않았다. 강우는 집주인에게 운송료와 수고비를 더 지불하고, 짐을 모두 용달로 받기로 했다.

강우는 전화를 끊은 뒤, 다시 T.C.C를 키고 밖으로 나왔다.

‘이제 좀 마음이 편하네.’

강우에게 남은 고민거리는 딱 세 가지였다. 하나는 핫도그를 어떻게 훈련시킬 것인지에 대해서였다. 강우는 핫도그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몬스터를 훈련시켜 더욱 강하게 만든 경우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어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몬스터 보호협회에 있는 것들은 전부 일성 하급 몬스터와 사람이 친해진 요령 정도가 전부였다.

‘쓸모없네…. 같이 좀 싸우듯이 놀면 되려나?’

강우의 두 번째 고민은 자신의 능력에 관한 것이었다.

‘여러 가지 시도를 더 해봐야지.’

강우는 자신의 손아귀에 검은색 구를 만들어냈다. 강우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대 크기는 탁구공 정도가 한계였다.

‘남들은 전신에서 빛을 뿜어내고 하던데…. 난 이게 전분가?’

강우의 세 번째 고민은 김태호와 대결하는 F.N.C 경기 때문이었다. 계약대로면 강우가 져주는 것이 맞다. 하지만 강우는 고민했다. 이미 챙길 돈은 전부 챙겼고, 배당금이 많이 떨어질 것 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경기 결과는 분명히 앞으로 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했다.

‘어떻게 해야 되나…….’

강우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핫도그의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고민은 나중에 하고, 일단 핫도그랑 같이 훈련이나 좀 해볼까나….’

강우는 주변을 둘러봤다. 가까운 곳에 산, 쭉 뻗어진 들판과 사용하지 않는 밭 등이 전부였다. 사람은커녕, 차 한 대 지나가지 않았다.

강우는 핫도그의 집 입구에서 말했다.

“핫도그, 이리와.”

강우가 말을 마치자마자 핫도그가 집에서 뛰어나왔다. 핫도그는 강우의 앞에 앉아 헥헥거리며 꼬리를 흔들었다. 강우가 손을 뻗자 핫도그는 얼굴을 들이밀었다. 강우는 핫도그의 뺨을 만지며 말했다.

“자, 이제부터 훈련을 좀 할 거야. 넌 더 강해져야 돼. 알았어?”

핫도그는 알았다는 듯 “컹.”하고 작게 짖었다.

강우는 양손을 핫도그의 뺨에 가져다 댔다. 강우가 부드럽게 쓰다듬자 핫도그는 눈을 감았다.

‘볼수록 귀엽네.’

강우는 서서히 손에 힘을 가했다. 핫도그도 두 눈을 뜨고 강우를 쳐다봤다. 강우는 왼손을 떼고, 오른손으로 핫도그의 얼굴을 세게 밀었다. 핫도그의 얼굴이 홱 돌아갔다. 핫도그는 다시 강우에게 주둥이를 들이밀었다. 강우는 반대편으로 핫도그의 얼굴을 밀었다.

핫도그는 세게 깨물 생각은 아니었지만, 장난을 치듯 입을 벌려 강우의 팔을 깨물려고 했다. 강우는 핫도그에게 팔을 물려줬다. 핫도그는 나름 장난을 친답시고 힘 조절을 하며 강우의 팔을 잘근잘근 씹었다. 핫도그는 장난으로 깨무는 강도였지만, 일반 사람이었다면 이미 팔이 너덜너덜해진 채 떨어져나갔을 것이다.

강우는 핫도그의 입에서 팔을 빼내며 생각했다.

‘놀아주듯이 하면 되겠구만.’

강우가 핫도그의 옆쪽으로 돌아가며 뛰어올랐다. 강우는 손바닥으로 핫도그의 몸통을 밀어 쳤다. 핫도그의 몸 균형이 무너지며 옆으로 기울었다. 강우는 양손으로 핫도그를 옆에서 밀어 넘어트렸다.

쿠웅.

핫도그는 곧바로 몸을 일으켜 강우에게 달려들었다. 핫도그의 앞발이 강우를 향해 날아들었다. 강우는 재빨리 몸을 뒤로 날려 피해냈고, 핫도그의 앞발은 땅을 내리찍었다.

핫도그는 곧바로 강우를 향해 뛰어들었다.

터엉.

강우는 앞으로 뛰어 공중에서 드러눕듯 양발로 핫도그의 가슴 부위를 걷어찼다. 핫도그는 강우가 걷어찼음에도 아랑곳 않았다. 핫도그는 그대로 강우를 밀어붙였다.

강우가 바닥에서 굴렀고, 핫도그는 앞발로 강우를 찍어 누르려 했다. 강우는 몸을 이리저리 굴려 핫도그의 앞발을 모두 피해냈다. 강우는 몸을 굴려 핫도그의 몸 밑으로 들어갔다.

터엉!

강우가 뛰어오르며 핫도그를 아래서부터 받쳐들었다. 핫도그의 몸이 공중에 붕 떴다. 강우는 핫도그를 든 채 1m 정도만 뛰어올랐다. 강우는 그대로 핫도그를 옆으로 넘어트렸다.

쿠구궁.

핫도그는 몸으로 바닥을 쓸며 넘어졌다. 핫도그는 용수철이 튕기듯 벌떡 일어나 헥헥거리며 강우를 바라봤다. 핫도그의 얼굴은 ‘즐거워서 견딜 수 없어.’라고 말하고 있는 듯 했다. 강우는 씩 웃으며 핫도그를 바라봤다.

“그나저나 너무 무거운데? 다이어트 좀 해야겠다.”

핫도그는 꼬리를 흔들며

“컹! 컹!”

짖어댔다.

강우가 핫도그를 향해 튀어나갔다. 강우가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여태까지 이성 상급 정도의 힘으로 핫도그와 부딪쳤다면, 그 순간 강우의 힘은 삼성 하급 수준이었다.

터엉!

강우는 핫도그의 몸 옆을 밀어 쳤다. 핫도그의 몸이 옆으로 크게 밀려났다. 강우는 곧바로 다시 따라붙어 오른발로 핫도그를 걷어찼다. 핫도그는 바닥에서 옆으로 한 바퀴 구른 뒤 벌떡 일어나 입에 불을 머금었다. 핫도그는 강우를 향해 불을 뿜으려다가 멈췄다.

강우는 입에 불을 머금은 채 멈춰 있는 핫도그를 향해 손을 까딱거렸다.

“괜찮아! 쏴!

핫도그는 여전히 강우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강우는 들어오라는 듯 양손을 자신의 방향으로 저었다. 그제야 핫도그는 밝은 표정으로 강우를 향해 불을 뿜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

불기둥이 강우를 향해 날아들었다. 강우는 주먹을 꽉 쥐었다.

퍼어어엉!

강우는 주먹질로 핫도그가 뿜어낸 불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양 옆으로 갈라진 불이 주변에 옮겨 붙었다. 강우는 황급히 번진 불을 향해 뛰어갔다.

“이거 어떡하지?”

강우가 허둥대고 있을 때였다.

스으으으으으으으으읍-

주변의 불길이 핫도그의 입으로 빨려 들어갔다. 강우는 핫도그를 쳐다보며 “대단한데!”라고 말했다. 핫도그는 강우의 칭찬을 알아들은 듯 “컹! 컹!”하며 즐겁게 짖었다.

강우는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이번엔 좀 더 세게 간다.”

강우와 핫도그의 두 눈이 마주쳤다. 핫도그는 귀를 뒤로 젖히며 납작하게 엎드렸다. 핫도그는 강우를 애처롭게 바라봤다. 커다란 몬스터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슬픈 강아지 눈이었다. 강우는 피식 웃으며 자세를 풀었다.

“이 정도까지는 안 되는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강우는 핫도그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핫도그는 눈을 감고 강우의 손길을 느꼈다. 강우는 핫도그의 머리를 강하게 문지르며 말했다.

“귀여운 놈!”

강우는 핫도그를 보면서 말했다.

“뭐, 훈련은 천천히 차차 늘려가면 되는 거니까. 이렇게 노는 기분으로 하자고.”

강우는 핫도그의 등을 팡팡 치며 말을 이었다.

“자, 이제 들어가. 밥이라도 먹어.”

핫도그는 강우를 한 번 핥아준 뒤,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감기몸살에 위염이 왔네요. 대장 쪽도 상태가 별로라고 하고요.

아침에 일단 감기몸살을 이겨보고자 감기약 + 아스피린을 먹었는데, 그게 화근이 돼서 위장 찢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몸 안쪽에서 손이 돋아나 위장을 주무르는 것 같더라고요.

병원 갔다오니 일단 위부터 치료하라고.

그래서 오늘은 금식, 내일 식사는 죽입니다.

지금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네요.

몸 좀 나으면 운동도 하고, 영양제도 꼬박꼬박 잘 챙겨먹어야겠습니다.

내년부터는 건강검진(피검사로 암검진)도 받고요.

독자님들도 항상 건강 잘 챙기세요!

건강이 최고입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