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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98화 (98/195)

98화

코스요리가 거의 끝나가고, 강우와 이소아의 앞에는 디저트가 놓였다. 디저트로는 사과파이와 크레페가 나왔다.

이소아는 사과파이를 작게 썰어 한 조각 입에 넣어 오물거리다가 말했다.

“너무 맛있네요.

강우도 사과파이의 맛을 본 뒤 말했다.

“맛있네요.”

이소아는 디저트에 흠뻑 취한 채 말했다.

“그나저나 강우 씨 일해보실 생각 있어요?”

“무슨 일이요?”

“저희 몬스터보호협회가 이번에 시위를 하거든요.”

강우는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물었다.

“시위요?”

“네, 예거 파티 중앙지점 앞에서 있을 예정이에요.”

“소아 씨도 시위를 하시는 건가요?”

“물론이죠.”

강우는 물을 한 모금 마시 뒤 물었다.

“위험한 거 아닌가요?”

이소아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

“위험하긴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그저 무작정 몬스터들 죽이고 보는 행위를 그만두라고 시위를 하는 것뿐이에요. 비폭력시위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럼 저한테 부탁하실 일이란 건…?”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모이니까 안전사고 같은 게 일어날 수 있잖아요? 만일의 경우란 것도 있고요. 그런 경우는 거의 없지만, 혹시나 있을 수 있는 일들에 대비하는 거죠. 강우 씨께서 안전요원 역할을 해주셨으면 해서요.”

이소아는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말을 이었다.

“시위는 약 네 시간 정도 이뤄질 예정이고요. 페이는 2,000만 겔드에요. 어때요?”

강우에게 네 시간, 이래저래 이동 및 준비시간까지 합하면 족히 여섯 시간 이상을 투자해 2,000만 겔드면 턱없이 작은 돈이었다. 하지만 강우는 이소아의 안전이 우려됐다.

“하겠습니다.”

강우는 이소아와 시간을 더 보내기도 하고, 만일의 경우에 지켜줄 수 있도록 일을 하기로 결정했다. 강우의 결정에 이소아는 함박미소를 지으며 즐거워했다.

“강우 씨가 큰 힘이 될 거예요. 특별히 힘드신 일은 없을 거예요. 저와 함께 안전요원 역할로 자리만 지키면 되거든요.”

강우는 그 순간에도 합리화를 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의 이유는 있었다. 핫도그였다. 핫도그는 몬스터였다. 강우가 훈련도 시키고 있고, 인적이 드문 곳에서 키우고 있지만, 다른 예거나 능력자에게 발견됐을 경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었다.

‘몬스터보호협회의 뜻에 완전히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도 있어. 모든 몬스터를 지키는 건 아니어도…. 몇몇 몬스터와 인간은 공생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져야 돼. 뜻이 받아들여져야 돼.’

“네, 잘 부탁드릴게요. 일정은 언제죠?”

“일정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가 될 거예요. 자세한 건 확실하게 잡히면 말씀드릴게요. 뭐, 일이 있기 전에도 우리 또 볼 거잖아요?”

이소아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강우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물론이죠.”

이소아는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물었다.

“디저트도 다 먹었는데 나갈까요?”

“네, 그러죠.”

강우와 이소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우가 카운터로 가서 계산을 하려고 할 때였다. 이소아가 레스토랑 직원에게 휴대폰을 내밀며 말했다.

“이걸로 계산해주세요.”

강우가 말했다.

“제가 살게요.”

이소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제가 이곳으로 오자고 했는데 제가 사야죠.”

“여기 비싸던데…. 제가 살게요.”

이소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 이래봬도 제법 벌어요.”

“아니, 그래도…….”

이소아는 휴대폰 화면을 강우에게 보였다. 휴대폰 화면에는 레스토랑 식사권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소아는 휴대폰을 레스토랑 직원에게 건네고, 강우를 돌아보며 말했다.

“사실 협회에서 식사권이 나왔거든요. 이 레스토랑에 전에 와본 것도 항상 협회에서 왔던 거예요. 제가 계산하는 척하면서 생색 좀 내려고 했더니 안 되겠네.”

“안 되긴요. 식사권도 소아 씨가 받은 거잖아요. 덕분에 너무 잘 먹었습니다. 그럼 커피는 제가 살게요.”

이소아는 레스토랑 직원에게 휴대폰을 돌려받으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아주 비싼 커피로 얻어 마실 거니까.”

강우와 이소아는 얼굴에 미소를 잔뜩 머금은 채 레스토랑을 나섰다. 이소아는 손으로 강우의 팔뚝을 꼭 잡고 있었다.

강우와 이소아는 근처의 커피전문점으로 향했다. 커피전문점은 각 손님마다 프라이버시를 지켜줄 수 있도록 룸 형태로 이뤄져있었다. 앤틱(antique)한 느낌의 테이블과 의자 등 고급스런 분위기였다. 테이블 위로는 샹들리에가 빛을 밝혔다.

입장료가 4만 겔드로 비싼 편이었지만, 모든 음료와 다과가 무한으로 제공된다는 점과 고급스러운 분위기, 룸 형식으로 이뤄진 것 등을 감안한다면 나쁘지 않은 가격이었다.

강우와 이소아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서로를 바라봤다. 잔잔한 재즈 음악이 귓속을 간질이며 분위기를 한층 무르익게 만들었다. 커다란 창밖으론 아름다운 야경이 비췄다.

이소아는 양손으로 커피잔을 감싼 채 말했다.

“여기 꼭 한 번 와보고 싶었거든요.”

“저는 이런 곳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네요. 분위기 좋네요.”

“근데 좀 비싸서…. 사실 커피 마시러 오기엔 좀 부담스러운 가격이잖아요?”

강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까 먹은 밥값이 몇 배는 비싸잖아요. 오늘 소아 씨 덕분에 호화로운 데이트를 하네요.”

이소아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우리 데이트 중이군요?”

강우는 일순 당황하며 말했다.

“아, 일 때문에 만났던 건가요? 저도 모르게 주책을…….”

이소아가 손을 한 번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농담이에요. 당연히 데이트죠. 일 얘기는 그냥 전화로도 할 수 있잖아요. 보기보다 은근히 순진하셔.”

강우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뇨, 뭐…. 하하.”

강우와 이소아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흐르고, 강우는 다과와 커피를 세 번이나 리필했을 즈음이었다. 어느새 저녁이었고, 둘은 이만 일어나기로 했다.

강우와 이소아는 커피전문점을 빠져나와 걸음을 옮겼다. 이소아는 팔짱을 꼭 끼고, 강우에게 찰싹 달라붙어 걸었다. 팔짱을 끼고 걸을 뿐인데도 강우의 마음속은 설렘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강우와 이소아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이었다. 이소아가 고개를 들어 강우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참, 예전에 그 하얀 늑대란 분, 기억나시죠?”

“아, 네. 미국에서 예거 활동을 하는…….”

“네, 그 사람이 지금 엄청 화제더라고요. 나중에 시간되면 예거 커뮤니티 사이트 들어가서 한 번 보세요. 그 사람 기사는 인터넷 어디서 검색을 해도 나오겠지만요.”

“네, 그럴게요.”

어느덧 강우와 이소아가 헤어질 곳에 다다랐다. 강우와 이소아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 서로의 눈에는 즐거웠음을, 그리고 아쉬움이 드러났다. 강우는 집까지 바래다주겠다고 했지만, 이소아는 한사코 거절했다.

“저를 집까지 바래다주시면, 강우 씨는 더 먼 거리를 혼자 가셔야 되잖아요. 정말 괜찮아요.”

강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겠어요. 그럼 어쩔 수 없죠. 조심히 들어가요.”

“네, 강우 씨도요. 조만간 또 봐요.”

강우가 천천히 뒤로 걸음을 옮기려 할 때였다.

쪽, 이소아가 강우의 뺨에 뽀뽀를 했다. 이소아는 부끄러운 듯 얼른 몸을 돌려 총총걸음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강우는 뽀뽀를 받은 부위에 손을 가져다 대며 이소아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강우는 이소아의 뒤에다 대고 소리쳤다.

“조심히 들어가요! 조만간 봐요!”

이소아는 뒤로 손을 흔들며 말했다.

“네! 다음에 봐요!”

이소아는 양손을 자신의 뺨으로 가져가며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강우는 천천히 뒤로 걸으며 이소아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봤다. 강우는 이소아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강우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시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뺨에는 입술의 온기가 남아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일 경기도 있고 하니 얼른 집에 가서 푹 쉬어야지. 아직도 핫도그랑 훈련한 거 때문에 몸이 쑤시네.’

강우가 속도를 높여 집으로 향하려 할 때였다. 강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평소 사용하는 것이 아닌, 블랙마켓용이었다. 강우는 휴대폰을 들어 확인했다. 일본에서 걸려온 국제전화였다. 강우가 전화를 받자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전화를 왜 이렇게 늦게 받아?”

쿠라마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강우는 의외라는 듯 말했다.

“웬일이야?”

쿠라마는 심통이 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전화를 받자마자 할 소리야?”

“아, 미안. 그냥 갑자기 전화가 오니까 한 소리지.”

“너 내일 F.N.C 경기에 나가지?”

강우는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

“어떻게 알았어?”

“블랙마켓 커뮤니티에 떴으니까.”

“아, 그렇겠구나.”

쿠라마가 말했다.

“내일 경기 보러 갈게.”

“경기 보러 온다고?”

“그래, 내일 조금 일찍 도착할 거 같으니까 대기실에서 보자고.”

강우는 얼떨떨하면서도 반가웠다. 그리고 의문이 들었다.

“내 경기 보러 한국까지 오는 거야?”

“그럴 리가 있냐? 일 때문에 한국 갈 일이 생겼는데, 네 경기도 볼 겸 가는 거야.”

“그래. 어쨌든 경기 봐주러 온다니까…….”

강우는 순간 내일 경기에서 져주기로 했다는 것이 새삼 떠올랐다.

‘조작경기를 보여줘야 되는 건가….’

쿠라마가 약간 짜증이 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야? 왜 말을 하다 말아? 온다니까 뭐?”

“아, 고맙다고. 내일 보자.”

“그래. 나도 이제 곧 비행기 타러 가야 돼. 그럼 내일을 위해 푹 쉬어둬.”

강우는 전화를 끊고 복잡한 마음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일 쿠라마가 온다고? 무슨 일 때문에 오는 거지?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왠지 그 녀석 앞에서 조작경기를 보여주는 건 좀 그런데…. 일부러 보러 온다는데…….’

강우는 복잡한 마음을 안은 채 집으로 향했다.

강우는 집에 들어가기 전, 핫도그의 집을 먼저 들여다봤다. 핫도그는 강우가 집에 도착하기 1km 이상 떨어진 곳에서부터 알아차리고 있었다. 핫도그는 그때부터 입구에서 강우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강우는 양손으로 핫도그의 얼굴을 잡으며 말했다.

“나 기다리고 있었어?”

핫도그는 거세게 꼬리를 흔들었다. 꼬리가 움직일 때마다 바닥을 쳐 탁, 탁, 소리가 울렸다. 강우는 핫도그의 머리를 강하게 문지르며 말했다.

“잘 자.”

핫도그는 강우를 가볍게 핥아줬다. 강우가 한 번 더 핫도그를 쓰다듬고 몸을 돌렸다. 핫도그는 강우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봤다. 핫도그는 강우가 집에 들어가는 소리가 들 때까지 기다렸다. 핫도그는 강우가 집에 들어가고 나서야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엎드려 잠을 청했다.

집에 들어선 강우는 옷을 벗어던지고 샤워를 했다. 강우는 샤워를 하면서도 조작경기에 대한 고민을 했다. 강우는 샤워를 마칠 쯤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에이, 몰라. 내일 경기하면서 생각하지 뭐.”

강우는 불을 끄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몸은 제법 피곤했지만, 아직 잠이 오지는 않았다. 강우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강우는 이소아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즐거웠어요. 잘 자고 좋은 꿈꿔요.-이소아는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답장을 했다.

-저도 오늘 너무 즐거웠어요! 강우 씨도 잘 자고 행복한 꿈꿔요!--고마워요. 내일 또 연락해요. 잘 자요.-강우의 입가에는 미소가 잔뜩 머금어져있었다. 강우는 그래도 잠이 오지 않아 인터넷을 접속했다. 이소아가 하얀 늑대에 대해서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강우는 예거 커뮤니티 사이트에 들어갔다. 단순히 웹서핑 수준의 접속이기에 따로 예거 등록증은 필요치 않았다. 이전부터 강우에겐 예거 등록증은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하얀 늑대에 관한 기사는 메인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건강에 대해 염려를 표해주시기도 하고, 항상 읽어주시는 것에 대한 감사하기도 해서 열심히 했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생각보다 내용이 더디게 진행된 부분도 있어서...^^;

진도도 쭉쭉 빼고, 연참도 자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염려해주신 덕분인지 오후부터는 몸이 많이 나아졌네요. ^^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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