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예거-99화 (99/195)

99화

강우는 하얀 늑대에 관한 기사를 찬찬히 읽어봤다.

<하얀 늑대! 최연소 사성 상급 달성!>

『하얀 늑대가 사성 상급으로 승급돼 화제다. 예거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하얀 늑대는 미국 출신으로 본명 대신 닉네임을 사용해 처음부터 관심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이제 겨우 예거의 자질을 갖춘 풋내기가 닉네임을 사용하며 히어로 흉내를 낸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하얀 늑대의 행보는 화려했다. 그는 예거 등록을 할 때부터 눈에 띠었다. 필기, 실기, 특기 시험까지 모두 만점을 받아 천재성을 입증했다. 또한 희소성으로 인한 가산점이 붙어 이례적으로 이성 상급부터 그의 예거 생활이 시작됐다.

이성 상급인 예거들은 수도 없이 많다. 하얀 늑대의 경우 시작점부터 이성 상급이란 점이 특별하다고 할 수 있었다.

전 세계 곳곳에는 하얀 늑대 말고도 이성 상급으로 예거 생활을 시작한 능력자들이 있었다. 여기서 대부분의 능력자들은 이성 상급을 벗어나는 경우가 적었고, 발전해도 삼성 하급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처음 예거 등록을 할 때 등급이 높게 나온 경우 ‘용두사미(龍頭蛇尾)’라는 선입견이 강하게 박혔다. 하얀 늑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얀 늑대가 예거 등록을 할 때 심사를 봤던 예거 파티의 한 관계자는 “처음으로 그를 봤을 때 범상치 않음은 느꼈죠. 하지만 크게 발전을 하지는 못할 거라 생각했어요. 상위 등급까지 올라가는 예거들은 대부분 일성 중급에서 이성 하급 정도가 많습니다.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자질이 뛰어난 사람들이죠. 하얀 늑대는 처음부터 너무 완성된 모습이었습니다. 희소성을 더하긴 했지만, 치유와 같은 소중한 능력은 아니었죠. 때문에 삼성 중급 정도가 한계일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들 그랬죠. 하지만 그는 모두의 예상을 멋지게 깨부쉈습니다. 이제는 전 세계에 몇 안 되는 사성 상급 예거니까요.”라고 전했다.

하얀 늑대는 현재 전 세계 곳곳에 투입돼 사성급 이상의 몬스터들을 사냥하거나, 혹은 그에 버금가는 어려운 일들만을 처리하며 활약 중이다. 예거 파티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하얀 늑대의 행보가 기대된다. 현재 전 세계에 오성급 예거는 여덟 명인데, 하얀 늑대가 아홉 번째 오성급 예거가 될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또한 하얀 늑대는 독특한 파트너가 있어서 화제를 끌고 있다. 하얀 늑대의 파트너는 다름 아닌 몬스터 ‘다이어 울프’다. 이로써 하얀 늑대는 사성 하급의 몬스터를 길들인 것이 더해져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만 두 개다.

한편, 하얀 늑대의 파트너 다이어 울프는 몸길이 4m 이상, 체중 400kg 이상의 몬스터로 사성 하급이다.』

강우는 휴대폰을 침대맡에 올려놓고, 양손을 베개 삼아 뒤통수에 가져다 댔다. 강우는 기사의 주 내용에는 관심이 없었다. 기사 말미의 내용에만 관심이 있었다.

‘나 말고도 몬스터를 키우는 녀석이 있었잖아? 게다가 파트너라고? 같이 사냥을 다닌다는 건가? 나도 핫도그랑 사냥 좀 나가볼까?’

강우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그나저나 잘 됐네. 하얀 늑대란 놈이 기사에 나올 정도로 몬스터를 데리고 다니는 게 유명해졌으니…. 나도 핫도그를 데리고 다니는 게 좀 편해지겠어.’

강우는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아침이었다. 잠에서 깨어난 강우는 일어나자마자 핫도그의 집으로 향했다. 핫도그는 강우가 문을 여는 순간부터 귀를 쫑긋 세운 채 기다리고 있었다. 강우는 핫도그에게로 바로 달려들었다.

“잘 잤냐!”

강우는 핫도그의 목을 감싸며 껴안았다. 핫도그는 얼굴을 강우에게 부비적거렸다. 강우는 핫도그의 눈에 낀 눈곱을 떼어주면서 말했다.

“덩치는 커다란 게 눈곱이나 붙이고 다니고…. 밥은 먹었냐?”

강우는 구덩이로 들어가 핫도그의 식사를 확인했다. 아직 고기는 충분했다. 아니, 늘어나있었다.

“어? 뭐지?”

가죽이 벗겨져있어 확신하기는 어려웠지만, 겜칵의 고기였다. 강우는 핫도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새벽에 겜칵 잡은 거야?”

핫도그는 그렇다는 듯 “컹!”하고 짖었다. 강우는 씩 웃으며 “잘했어.”라고 말했다. 강우는 핫도그의 집에서 뛰쳐나가며 소리쳤다.

“아침운동하자!”

핫도그도 강우의 뒤를 따라 뛰어나왔다.

강우와 핫도그는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놀이 혹은 운동을 빙자한 훈련 및 전투를 치렀다. 둘 모두 배가 고파질 무렵, 훈련을 마쳤다. 강우와 핫도그 둘 모두 바닥에 드러누워 숨을 헐떡였다.

강우는 누워있다가 고개를 들어 핫도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핫도그는 바닥에 벌러덩 누워 배를 드러내고 있었다. 강우는 몸을 일으켜 웃으면서 핫도그의 배를 만졌다.

“사람이냐? 뭐 이렇게 누워있냐….”

강우는 핫도그의 엉덩이를 팡팡 치며 말했다.

“들어가서 밥 먹어. 나는 씻고 나갈 준비해야겠다.”

핫도그는 몸을 일으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강우는 집으로 들어가 거울을 들여다봤다. 옷은 더러워졌을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가 찢어져 엉망이 돼있었다. 강우는 옷을 쓰레기통에 넣은 뒤, 샤워를 했다.

강우가 샤워를 마치고, 점심식사를 시작한 시간은 오후 2시였다. 강우는 식사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으며 시계를 쳐다봤다.

‘오후 6시까지 오랬으니까….’

강우는 옷을 입고, T.C.C를 켰다. 강우는 몸을 이리저리 돌리며 스트레칭을 했다.

‘조금 뻐근하긴 하지만…. 오히려 몸이 좀 풀리는 거 같네.’

강우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힘도 더 들어가는 거 같고.’

강우는 핫도그와 훈련을 할 때는 극소량의 검은 힘 말고는 사용하지 않았다. 그마저도 검은 힘을 극소량이라도 이용할 때면 너무나 강한 위력 때문에 훈련이 불가능했다. 강우는 맨몸으로 핫도그와 맞부딪쳤고, 그 결과는 좋았다. 핫도그가 강해짐은 물론, 검은 힘을 안 쓴 강우의 힘 역시 강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강우는 자기 스스로도 모르고 있는 게 있었다. 오랜 기간 스스로 힘 조절을 하다 보니, 자신의 한계점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몸에서 자체적으로 한 방에 모든 걸 파괴하지 않기 위해 언제나 힘 조절이 되고 있는 것이었다. 그 시점은 강우가 몬스터를 한 방에 터트려버리지 않던, 그때부터였다.

강우는 강원카지노를 갈 채비를 마쳤다. 강우는 핫도그에게 인사를 한 뒤, 걸음을 옮겼다.

강우는 강원카지노를 가는 길에 음식을 사먹기도 하고, 천천히 주변 풍경을 구경하며 이동했다. 이따금씩 강우에게 사인이나 사진촬영을 요청하는 사람도 있었다.

강우가 강원카지노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 30분이었다. 강우가 강원카지노 입구에 다가섰다. 언제나처럼 이성훈이 나와 강우를 안내했다.

“안녕하세요. 들어오시죠.”

강우는 이성훈의 안내에 따라 대기실로 이동했다. 강우는 이성훈을 보며 물었다.

“8시까지 그냥 기다려야 돼?”

이성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몸도 좀 푸시고, 8시 전까지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모니터링하실 수도 있습니다. 또한 오늘 함께 경기를 치를 김태호 선수의 경기를 보실 수도 있습니다.”

“아, 뭐. 알았어. 알아서 시간 때우고 있을게.”

이성훈은 평소처럼 “필요한 게 있으시면 불러주십쇼.”라고 말하지 않았다. 이성훈은 대기실을 떠나지 않은 채 강우를 응시하고 있었다. 강우는 이성훈을 보며 물었다.

“왜? 뭐 필요한 거 있어?”

이성훈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저는…. 그저 이곳의 직원이고, 당신이 필요한 게 있으면 갖다 주는…. 강원카지노에서는 당신에게 일종의 비서 같은 존재입니다.”

“나도 알고 있어.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그리고 당신의 팬이기도 합니다.”

강우는 ‘이 새끼가 갑자기 뭔 소리를 하는 거야?’라고 생각했다. 강우는 이성훈과 눈을 마주치다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랬어? 사인 해줄까? 너하고는 사진도 여러 장 찍어줄게.”

이성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뒤 말했습니다.

“아니요. 저는 당신에게 실망했습니다.”

강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프로모터님이 통화하고 계시는 걸 우연히 듣게 됐습니다.”

강우는 팔짱을 낀 채 의자에 기대며 말했다.

“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일부러 져주는 경기라니…….”

강우는 미간을 잔뜩 찡그린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성훈은 실망감이 가득한 눈으로 강우를 보며 말했다.

“제가 주제넘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정말 실망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김태호 선수 또한 좋아합니다. 당신이 일부러 져주지 않아도 김태호 선수가 쉽게 질 거란 생각도 안 합니다. 당신이 질 수도 있는 경기입니다. 당신은 욕심만 많고, 오만합니다.”

강우는 인상을 일그러트리며 이성훈을 노려봤다. 이성훈은 강우의 기세에 압도돼 흠칫 놀랐다. 이성훈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말했다.

“저는……. 매번 당신의 경기를 기다려왔는데…. 이번 경기는 저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게 되겠죠. 이만 가보겠습니다. 필요한 게 있으면 인터폰으로 말씀하세요.”

이성훈은 강우를 향해 고개를 숙여 정중히 인사를 한 뒤, 대기실을 빠져나갔다. 강우는 여전히 팔짱을 끼고 의자에 몸을 기댄 채 가만히 있었다.

‘에이, 씨팔……. 간만에 기분 진짜 더럽네…….’

이성훈에게 분노한 것은 아니었다. 묘한 기분이었다. 강우는 스스로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따라 기뻐하기도, 상처를 받기도 하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다. 강우는 사람들에게 물리적으로는 물론, 감정적으로도 영향을 미쳤다.

그것은 강우가 가진 힘 때문이었다. 강우는 자신을 위해 몬스터를 사냥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사람들을 구하는 행위였다.

F.N.C 경기도 관중들이 있어야 성사되는 것이었다. 몇 경기 치르지 않았지만, 강우의 팬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생겨있었다.

강우는 복잡한 심정으로 손을 이마에 가져다 댔다.

‘어쩔까나…….’

강우가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대기실 문이 열렸다. 강우가 시선을 돌렸다. 대기실에 들어선 사람은 쿠라마였다.

쿠라마가 씩 웃으며 말했다.

“뭐하고 있어?”

강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쿠라마를 반겼다.

“어, 진짜 왔네.”

“당연하지. 맨 앞에서 네 경기를 볼 거라고.”

“진짜?”

쿠라마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럼 진짜지, 거짓말이겠어? 티켓 값도 더럽게 비싸더라.”

강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고맙네.”

“난 자리에 가있어야겠다.”

쿠라마는 주먹을 내밀며 말을 이었다.

“꼭 이겨야 돼.”

강우는 복잡한 마음으로 쿠라마의 주먹을 내려다봤다. 쿠라마는 주먹을 살짝 흔들며 물었다.

“뭐해?”

강우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쿠라마와 주먹을 가볍게 맞부딪쳤다.

“아, 고맙다.”

“경기 기대할게.”

쿠라마는 대기실에서 빠져나갔다. 강우는 닫혀있는 문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김태호와의 경기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대기실에서 방송이 흘러나왔다.

“네, 기다리고 기다리시던 집행자 선수와 김태호 선수의 경기가 있겠습니다!”

이성훈이 대기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가시죠.”

강우는 휴대폰들을 사물함에 넣은 뒤, 이성훈의 뒤를 따랐다. 이성훈이 경기장 입구에서 멈춰서며 고개를 숙였다. 강우는 성큼성큼 경기장으로 입장했다.

강우의 모습이 드러나자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 집행자!”

“오늘 너한테 올인이다! 꼭 이겨줘!”

“솔직하게 말할게! 돈은 김태호한테 걸었어! 그래도 난 네가 좋다!”

“오늘도 화끈한 경기 기대해요!”

“집행자! 집행자! 집행자! 집행자!”

강우는 천천히 투명케이지 안으로 들어섰다. 강우는 고개를 좌우로 까딱이며 몸을 풀었다. 이어서 김태호가 반대편 출입구로 경기장에 들어섰다.

사람들의 우레와 같은 함성소리가 터져 나왔다. 김태호는 여유가 가득한 미소를 머금은 채 투명케이지 안으로 들어섰다.

이근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김태호 선수의 국내무대 은퇴경기! 초신성 집행자 선수와 김태호 선수의 경기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 경기! 시작합니다!”

강우와 김태호가 눈을 마주쳤다. 김태호가 강우를 향해 주먹을 들어 보였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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