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화
“내 다리…. 내 다리가…….”
안석훈이 상황을 인지, 고통의 밀물이 몰려들어왔다.
“아아아아악!”
퉁!
잘려나간 안석훈의 다리가 터졌다. 강우의 손가락 튕김, 단순한 힘으로 공기를 튕긴 것, 그 풍압으로 안석훈의 육체가 터져버렸다.
안석훈은 삼성 중급, 자유자재로 폭발을 시키는, 한 분야에 특화 그리고 희소성으로 다다른 등급이었다. 같은 삼성 중급과 일대일 대결에 강하진 않지만, 조건이 갖춰졌을 땐 삼성 상급의 능력자도 잡을 수 있었다. 자신보다 등급이 낮은 능력자들이라면 상성에 따라서는 수천 명이라도 한 번에 죽일 수 있었다.
안석훈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자신의 특기에 특화돼있긴 하지만, 신체능력을 아무리 낮게 쳐도 이성급 랭커에는 버금갔다.
강우는 그런 안석훈은 검지와 중지를 튕겨 만들어내는 풍압만으로 찢어발기고 있었다.
퉁! 퉁!
강우가 손가락을 튕겼다. 풍압이 안석훈의 오른쪽 종아리 부분을 터트렸다. 안석훈의 비명이 하늘에 울려 퍼졌다.
강우가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편하게는 안 죽여.”
후웅- 퍼, 펑!
강우가 오른손을 크게 휘저었고, 안석훈의 두 다리가 완전히 터져버렸다. 안석훈은 눈물까지 흘리며 울부짖었다.
펑! 펑!
강우가 안석훈의 양팔마저 날려버렸다. 안석훈은 몸통과 머리만 남은 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안석훈은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난…. 좀 더 큰일을….”
후드득, 툭, 투툭.
강우가 검지를 안석훈의 입 안쪽에 넣고 저었다. 안석훈의 윗니가 전부 힘없이 빠져버렸다. 몇 개는 바닥에 떨어졌고, 몇 개는 안석훈의 목구멍에 들어갔다. 안석훈은 컥컥거리며 괴로워했다. 강우가 검지를 안석훈의 아랫니에 가져다대며 나지막이 말했다.
“시끄러워….”
후드득, 투툭, 툭.
안석훈의 아랫니마저 모두 빠져버렸다.
“허으그-! 어으…….”
안석훈은 이가 몽땅 빠진 채 알 수 없는 비명을 질러댔다. 강우는 무표정하게 안석훈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시끄럽네….”
강우는 엄지와 검지로 안석훈의 혓바닥을 붙잡았다. 강우가 엄지와 검지로 너무 세게 누른 탓에 안석훈의 혓바닥 가운데가 뜯어졌다. 안석훈의 혀끝은 반으로 갈라지고, 피범벅이 돼 뱀의 것처럼 새빨간 두 갈래의 혓바닥이었다.
강우는 안석훈의 혓바닥을 보며 말했다.
“그 뱀 같은 혓바닥을…. 잘도 놀리더라. 뱀 같은 새끼…….”
따닥!
강우가 손을 안석훈의 입으로 깊숙이 집어넣었다. 안석훈의 턱관절이 빠지며 입이 쩍 벌어졌다. 강우는 안석훈의 혓바닥 안쪽을 잡았다.
“이번에는 실수 안 해.”
뚜둑-!
강우가 안석훈의 혓바닥을 통째로 뽑아버렸다.
“허으으-! 그으으으-!”
안석훈은 두 눈을 부릅뜨고 합죽이가 된채 알 수 없는 소리를 냈다. 강우는 안석훈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말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네…. 그냥 네 목소리만 들어도 짜증난다.”
강우는 왼손으로 안석훈의 멱살을 잡아 머리 위로 높이 치켜들었다. 강우는 손에 들린 안석훈을 올려다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너…. 폭발…. 불꽃놀이…. 이런 거 좋아했지?”
“거으어-! 허으어우아!”
강우가 오른쪽 주먹을 꽉 쥐었다.
“하가으-!”
후우웅-
강우의 오른쪽 주먹이 안석훈을 향해 날아갔다. 오른쪽 주먹이 닿기 전, 이미 풍압으로 안석훈의 몸이 찢겨나가기 시작했다.
퍼엉-!
강우의 주먹이 안석훈을 뚫고 지나갔다. 강우의 주먹에는 피 한 방울도 닿지 않았다. 안석훈의 몸은 공중에서 완전히 분해돼 사방으로 흩어졌다. 작은 핏방울들이 서리처럼 주변에 내려앉았다.
강우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내가 하는 불꽃놀이가 낫지…?”
강우는 가만히 서서 이소아의 시체가 있던 곳을 쳐다봤다. 강우는 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허무하다….’
걸음소리와 목소리, 무언가를 옮기는 소리 등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우는 걸음을 옮겨 난간으로 다가서 거리를 내려다봤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구급차, 구급인원들이 부상자와 사망자를 옮겼다. 예거 파티 측도, 몬스터보호협회 측에서도 자신들의 동료 내지는 친구, 연인, 가족을 보며 울음을 터트리고, 고개를 떨궜다.
‘귀찮아지기 전에 떠야겠군.’
강우는 다시 옥상 난간 아래로 시선을 옮겼다.
‘쿠라마는 무사히 갔겠지?’
터엉!
강우는 길게 뛰어 다른 건물의 옥상으로 옮겨갔다. 강우는 그대로 집을 향해 뛰었다.
강우가 뛰어서 집을 향해 가는 중이었다. 강우가 갑작스레 뛰는 것을 멈췄다. 강우는 천천히 뒤로 걸음을 옮겼다.
강우는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처음 보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강우는 검은색 힘이 얇은 막처럼 자신을 감싸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탁구공 크기 정도가 한계였는데…….’
강우는 다시 몸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언제나처럼 핫도그는 강우가 도착하기 한참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강우가 집에 다다르자 핫도그가 꼬리를 치며 반겼다 강우는 씁쓸한 미소를 머금은 채 핫도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핫도그는 강우의 감정을 알고 있듯이 천천히 얼굴을 들이밀었다. 핫도그는 꼬리치는 것을 멈추고, 강우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강우는 양손으로 핫도그의 얼굴을 만지고,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핫도그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고, 강우도 바닥에 앉아 몸을 기댔다.
“나한테는 너밖에 없구나….”
강우는 그날 한참 동안 핫도그와 자리에 앉아있었다.
전 세계 예거 커뮤니티 사이트와 블랙마켓 사이트에는 몬스터보호협회 한국지부와 한국 예거 파티의 전쟁으로 난리였다. 모든 기사들은 이에 관한 것들이었다.
기사들의 주 내용은 이랬다.
시위를 벌이던 몬스터보호협회 쪽에서 식사 중 독극물로 인한 사고가 발생.
몬스터보호협회 측은 이를 예거 파티 측에서 꾸민 일이라 오인.
몬스터보호협회 측의 사람들이 폭동 일으켜.
몬스터보호협회 측, 몬스터가드들이 대다수.
예거 파티 측 예거들 물러서지 않아.
사상 초유의 능력자 전쟁, 예거 파티 중앙지점 앞에서 벌어져.
몬스터가드들에 비해 예거들은 수적 열세에 고전.
예거 파티 측 지원군 합세, 몬스터보호협회 후퇴해.
부상자 천 명 이상, 사망자 이백여 명에 달해.
몬스터보호협회와 예거 파티의 갈등 더욱 심화돼.
한국에서만의 일 아니야, 세계적인 문제.
이 와중에 블랙마켓 내 과격파 신흥세력 등장.
예거 파티 측 曰
“블랙마켓과 몬스터보호협회 통제 안 된다.”
예거 클랜 56%
“중립을 지킬 것이다.”
예거 클랜 22%
“잘 모르겠다.”
예거 클랜 12%
“예거 파티를 도울 것이다.”
예거 클랜 8%
“이익에 따라 움직일 것이다.”
예거 클랜 2%
“블랙마켓 또는 몬스터보호협회 측에 가담할 것이다.”
세상에 ‘예거’가 등장한 이래로 사상 최악.
종말론자들 늘어나.
강우는 기사를 대충 훑어보곤,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쿠라마에게 몇 번이나 연락이 왔다. 쿠라마는 고마움을 표시했고, 기사 내용에 대해 분통을 터트렸다.
사실상 전쟁을 막은 것은 강우였지만, 어느 기사에도 강우에 관한 내용은 실리지 않았다. 강우에 관한 기사라곤 헬하운드와 함께 사는 능력자라는 것, 그리고 해외 F.N.C에 출전을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담긴 기사만이 있었다.
쿠라마는 사비를 들여 기사를 내려 했지만, 강우가 만류했다. 쿠라마는 답답해했지만, 강우는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았다.
강우는 쿠라마와 나중에 보자고 했다. 쿠라마는 식사라도 함께 하자고 했지만, 강우는 사양했다.
며칠이 지나도 강우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알코올중독자의 방 안에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술병과 장판 사이에 끼어있는 머리카락처럼 정리가 되지 않았다. 알코올중독자가 새로운 술병만큼은 귀신같이 찾아내 집어 드는 것처럼 강우도 한 가지만큼은 정리하고, 이해하고 있었다.
그것은 강우의 힘이었다. 완벽히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변한 부분은 깨닫고 있었다.
강우의 힘은 예전과는 달라져있었다. 우선 만들어낼 수 있는 검은색 힘의 크기부터 달라졌다. 이전에는 탁구공 크기가 전부였다면, 지금은 검은색 힘으로 전신을 뒤집어쓰고도, 농구공 크기 이상의 덩어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강우는 알 수 있었다.
‘힘을 더 쥐어짜내면 더 크게도 가능하겠는데?’
힘의 조절도 더욱 자유로웠다. 전신에 검은색 힘을 휘감는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파괴력이 더 강해지지는 않았다. 강우가 그곳에 집중해야만, 원해야만 그렇게 됐다. 다만, 방어력은 절대적이었다. 미세한 감각은 느낄 수 있으면서도, 공격적인 것에는, 어떠한 공격에도 절대적인 방어를 보였다. 핫도그가 전력을 다해 달려와 몸통으로 부딪쳐도 강우는 1mm도 밀려나지 않았다. 핫도그가 화염을 내뿜어도 머리카락 하나 타지 않았다.
검은색 힘은 몸을 둘러싸는 부위 또한 부분적으로 정할 수 있었다. 마스크처럼 얼굴만을 가리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그것만큼은 되지 않았다. 안석훈을 죽일 때, 이글이글 타오르는 듯했던 느낌은 돌아오지 않았다.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듯 휘몰아치는 것은 됐지만, 안석훈을 죽일 때 느꼈던 것과는 달랐다.
‘뭐, 별로 상관없겠지….’
강우는 벌써 며칠 째 자신의 힘을 확인하고만 있었다. 자신의 힘이 신기해서도, 힘에 자아도취해서도 아니었다. 단지 무언가에 집중해 생각을 정리하려 하는 것이었다. 아직도 이소아의 죽음이 생생했다. 그리고 이소아와 안석훈의 관계를 머릿속에서 털어낼 수 없었다.
강우는 며칠을 혼자서 생각하며, 검은색 힘을 만지작거리기만 했다. 핫도그는 강우의 옆에서 혼자 뛰어다니고, 구르고, 몸을 부딪치고, 허공에 화염을 뿜었다.
그제야 강우는 핫도그에게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핫도그는 강우와 함께 뛰놀던 때를 그리워하며, 그때를 상기시키려 혼자서 강우와 함께 하던 놀이를 하고 있었다. 강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미안하다. 내가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서….”
강우는 핫도그를 쓰다듬었다. 핫도그는 그저 기분이 좋은지 혀를 내밀고, 헥헥거리며 꼬리를 흔들었다.
강우는 핫도그와 놀았다. 훈련에 가까웠다. 전투라고 할 수 있었다. 강우와 핫도그의 얼굴은 누가 봐도 즐거워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둘은 하루 종일 놀고, 식사를 했다.
매일을 그렇게 놀고, 먹고, 자고를 반복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났다.
터엉-!
강우의 오른쪽 주먹이 핫도그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핫도그가 옆으로 멀리 튕겨져 나갔다.
치이익-
핫도그는 균형을 잡으며 넘어지지 않았다. 핫도그가 입을 쩍 벌렸다. 핫도그의 입 주변이 열기 때문에 아지랑이가 폈다.
쿠아아아아아아아.
거대한 화염이 강우를 향해 뻗어나갔다. 주변의 공기마저 뜨거워지고, 1m 이상 떨어져있는 풀 한 포기마저 바싹 말라버렸다.
후우우우욱.
화염이 강우를 덮쳤다.
화르륵, 화르륵, 후웅-!
강우가 팔을 젓는 방향으로 불길이 휘몰아쳤다. 강우가 하늘을 향해 양팔을 크게 휘두르자 화염이 위로 치솟았다.
화륵, 화르륵- 펑!
하늘로 치솟은 화염은 마치 하늘을 덮을 듯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화염은 이내 구름처럼 퍼지다가 폭발을 일으키며 사라졌다.
강우는 씩 웃으며 핫도그를 바라봤다. 핫도그는 왠지 모르게 늠름해져있었다.
강우와 핫도그의 전투는 30분 이상 이어져왔었다. 강우는 전투를 벌이는 내내 검은색 힘을 전신에 두르고 있었다. 공격을 할 때도 검은색 힘을 사용했다. 핫도그는 거대한 화염을 뿜어내면서도, 단 한 번도 몸이 붉게 달아오른 적이 없었다.
강우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제 됐어.”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시간이 참 빨리 갑니다.
벌써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모두들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시길 바랍니다.
항상 웃음이 가득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