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예거-113화 (113/195)

113화

강우가 기다렸던 순간에 다다랐다. 핫도그가 충분히 강해지는 순간이었다. 강우에게 가족이랄 것은 핫도그밖에 없었다. 그런 핫도그마저 잃을 수는 없었다.

핫도그는 강우가 검은색 힘을 두른 채 싸워도 견딜 정도로 튼튼해져있었다. 전체적인 힘, 민첩성도 올라가있었다.

강우는 핫도그를 강하게 만들어야만 했다.

세상은 또다시 변해있었다. 능력자들의 전쟁, 몬스터들만큼 위협적이었다. 예거 파티는 몇몇 클랜들과 손을 잡고, 몬스터보호협회와 블랙마켓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몬스터보호협회나 블랙마켓 역시 덩치가 불어난 것은 마찬가지였다.

몬스터보호협회는 예거 파티나 예거 클랜들 이상으로 단합이 잘 됐다. 같은 뜻을 가진 자들이 모인 단체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반면에 블랙마켓은 단합이 안 됐다. 단순히 일거리를 위해 블랙마켓에서 일하는 이들이 있는가하면, 흉악한 범죄자들도 모여 있었다. 이중에서는 테러 단체에 가까운 집단도 있었고, 일부 예거 클랜들도 가담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 하나, 종말론자들이었다. 이들 단체 이름은 에스카토스(?σχατο?)에서 앞 글자를 딴 ‘에스카’로 불렸다. 아직까지 이들은 소규모로 이뤄져 크게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작은 단체일 때 놔뒀다가 골칫거리로 성장한 몬스터보호협회와 블랙마켓이란 선례가 있기에 초장에 뿌리를 뽑아야 된다는 일념으로 견제를 받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들은 강우와 핫도그에게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가장 큰 문제, 이러한 상황이 가열되고, 과열되며 예거 파티, 예거 클랜들 중 몬스터들의 씨를 말리겠다는 이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이미 사람의 손에 길들여진 일성 하급 중의 하급인 몬스터들도 모조리 죽이고 다녀 논란을 만들고 다녔다. 이들은 몬스터보호협회를 증오했고, ‘지킬 것이 없으면 단체도 자연히 사라지지 않겠냐’라는 생각에서부터 시작됐다.

몬스터보호협회도 강우와 핫도그에게 위협이 되긴 마찬가지였다. 몬스터보호협회는 닥치는 대로 몬스터들을 잡아들이기 시작했다. 당장 길들일 수 없어도 우선은 포획을 하는 것이었다. 몬스터보호협회 측에서는 “우리들은 이미 사성 중급 몬스터까지 포획에 성공했다. 완전한 제압만 가한다면, 사성 중급까지는 완벽하게 포획이 가능하다. 곧 사성 상급까지도 가능하리라 보고 있다. 오성급 몬스터일지라도, 완전한 제압만 가능하다면, 완벽한 포획도 가능한 날이 올 거라 생각한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몬스터보호협회도 몬스터들을 닥치고 죽이는 다니는 이들과 비슷한 행위를 했다. 이미 다른 사람이 키우고 있는 몬스터들도 포획을 하는 것이었다. 명분은 ‘예거 파티나 예거 클랜 측의 사람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게 보호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약탈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소유자가 격렬하게 저항하는 경우, 살인까지 일삼았다. 몬스터는 죽이지 않지만, 사람은 너무나 쉽게 죽였다.

강우와 핫도그의 입장에서는 적들이 생긴 셈이었다. 하지만 이는 강우의 목적과도 맞아 떨어졌다. 강우는 본격적으로 핫도그와의 훈련을 시작하며 결정했었다.

‘내가 몬스터보호협회를 없애겠어.’

강우의 타겟은 몬스터보호협회뿐만이 아니었다. 필요하다면 다른 사람들 혹은 단체를 붕괴시킬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강우는 이소아의 죽음은 금세 받아들일 수 있었다. 처음으로 푹 빠졌던 여자였지만, 만난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아서일까, 이겨낼 수 있었다. 이소아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게 된 탓도 있었다.

하지만 강우는 이소아를 미워하지는 않았다. 강우에게 보냈던 눈빛, 손짓, 따뜻한 목소리까지, 모든 것들이 거짓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저 조금은 유치한, 안석훈에게 작은 복수를 하고 싶었던, 그런 마음에 그랬을 거란 생각을 했다.

강우는 자신이 생각한 것이 아니어도 괜찮았다. 이소아가 단지 안석훈에게 질투를 일으키기 위해 이용한 것이라 해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지나간 일, 과거는 좋은 추억 몇 개면 충분하니까, 굳이 안 좋은 기억을 상기시키며 괴롭게 살 필요는 없으니까.

‘그리고…. 죽으면 끝이야…….’

강우가 몬스터보호협회를 무너트리려는 이유는 이소아 때문은 아니었다. 물론, 이소아의 죽음이 불씨가 되긴 했다. 하지만 지금은 핫도그를 위해서이기도 했고, 안석훈 같은 놈들이 세상에 더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강우가 바라는 것이 영화에 나오는 히어로, 정의의 용사 따위는 아니었다. 말 그대로 ‘집행자’였다. 나쁜 놈들, ‘나쁜 놈들’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강우의 마음에 안 드는 놈들’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했다. 강우가 처음 집행자라는 이름을 가졌을 때로 돌아가, ‘죽여야 될 놈들’의 사형집행인이 되기로 한 것이었다.

강우는 자신의 내면을 외면하고 있었다. 이러한 계획을 세우게 된 계기, 어떤 것이 진짜 동기인지, 왜 이렇게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외면하고 있었다.

여러 가지 이유들.

핫도그의 안전.

돈.

명예?

힘의 과시.

강우는 안석훈을 죽일 때를 몇 번이나 떠올렸다. 그때 느낀 기분은 처음 겪는 것이었다. ‘첫 살인’이었다. 그때까지 반병신은 여럿 만들었어도 완전히 숨통을 끊은 적은 없었다. 강우가 그 묘한 기분을 몇 번이나 떠올리고 내린 결론.

‘좋았다.’

단순히 즐거운 것과는 달랐다. 살인 자체가 즐거운 것도 아니었다. 아무나 죽이고 싶은 사이코패스도 아니었다. 자신의 이념과 맞지 않으면 무조건 죽이느냐, 그것도 아니었다.

강우가 현재 가장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핫도그와 돈이었다.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은 ‘집행자’로서 힘의 과시였다.

아무나 죽이고 싶은 것은 아니었지만, 죽어야 될 놈은 죽어야 하는, 죽일 필요가 있는 놈들은 있었다.

강우는 모든 이유들이 들어맞는 상대를 골랐다. 핫도그의 안전을 위협하고, 돈이 될 수 있는 것들, 처리하는 과정에서 힘의 과시는 자연스레 이어지는 부분.

몬스터보호협회는 모든 부분들이 맞아떨어졌다. 예거 파티 측에서도, 많은 예거 클랜들에서도, 블랙마켓의 능력자들, 심지어 일반인들 중에서도 몬스터보호협회의 붕괴를 원하고, 이에 대한 의뢰가 넘쳐났다.

모두가, 서로가 서로에게 적인 지금 세상에서, 몬스터보호협회는 ‘공공의 적’이었다. 게다가 강우의 여러 가지를 변하게 해준, 안석훈이 한국에서 회장 노릇을 하던 단체, 몬스터보호협회는 표적으로 안성맞춤이었다. N극과 S극처럼 들러붙을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그 양끝에는 부싯돌이 붙어있어 맞부딪치면 불이 붙을 것이 불 보듯 뻔했다.

강우는 얼굴에 검은색 힘으로 마스크를 둘렀다. 옷은 집행자로서 활동하기 위해 새로 구입했다. 평상시 옷에 검은색 힘을 씌워도 됐지만, 일반 옷은 전투를 치르고 나면 넝마조각이 됐기 때문이었다.

강우가 집행자로서 활동하기 위해 구입한 옷들은 모두 검은색이었다. 나노 기술을 이용한 트레이닝복이라고 볼 수 있었다. 나노 슈트의 양산형이자 트레이닝복이랄까. 신체능력을 비약적으로 올려준다거나 특수한 기능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내구력은 확실했다. 초경량에 신축성도 뛰어났다.

강우는 핫도그와 함께 집을 나서서 걸음을 옮겼다. 강우가 향하는 곳은 용인에 위치한 몬스터보호협회가 운영 중인 몬스터 파크였다.

강우와 핫도그가 집 주변을 벗어나는 것은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핫도그는 들뜬 듯 발걸음이 가벼웠고, 꼬리는 살랑거렸다. 강우는 핫도그를 위해 빠르게 뛰지 않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가벼운 산책을 했다.

몇몇 사람들은 핫도그를 보고 흠칫 놀랐지만, 목걸이를 보곤 안도의 한숨을 내뱉곤 했다.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은 핫도그보다 강우에게로 고정됐다.

바뀐 집행자의 모습이 낯설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사람들에겐 더욱 호감으로 작용했다. T.C.C를 사용한 모습은 몬스터에 흡사할 정도로 끔찍한 모습이었던데 반해, 현재 나노 트레이닝복에 검은색 힘으로 마스크를 쓴 모습은 누가 봐도 사람이었다. 게다가 강우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영화에 나오는 히어로 같은 느낌도 풍겼다.

몇몇 사람들이 강우와 핫도그의 사진을 찍어댔다. 몇몇 사람들은 직접 다가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냐고 물었다. 강우는 흔쾌히 응했다. 핫도그도 다른 사람들이 다가서도 얌전히 앉아있었다. 사진은 금세 인터넷으로 퍼져나갔다.

강우와 핫도그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걸음을 옮기는 중이었다.

“하! 여기서 헬하운드를 볼 줄이야!”

“저거…. 옆에 사람이 붙어있는데? 집행자 아니야?”

“집행자? 집행자가 누군데?”

“거, 왜 있잖아. 국내 F.N.C 챔피언 출신. 해외 진출 앞두고 사라진 놈.”

“난 F.N.C 따위에 관심 없어.”

“저건 집행자가 맞아. 헬하운드를 애완견처럼 데리고 다니는 건 전 세계에 그 녀석밖에 없으니까.”

스무 살 초반으로 보이는 네 명의 남자들이었다. 장발 남자가 핫도그의 목걸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거 봐. 개목걸이도 차고 있잖아. 그리고 다른 헬하운드들하고는 확실히 생김새가 달라. 일단 저 갈기털이 엄청 길잖아.”

콧수염을 기른 남자가 말했다.

“어쨌든 개새끼잖아.”

덩치가 큰 남자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괜찮을까? 집행자면 삼성 하급 아냐? 중급이란 말까지도 있던데…. 헬하운드도 삼성 하급이고…….”

근육질의 남자가 고개를 좌우로 까딱이고, 양쪽 어깨를 빙글빙글 돌리며 몸을 풀었다. 근육질의 남자는 강우와 핫도그에게 시선을 둔 채 말했다.

“이성 상급 랭커면 자신감을 좀 가지라고. 랭커나 삼성 하급이나 별 차이가 없어. 어떤 삼성 하급들은 이성 상급 랭커만도 못 하다고. 어떻게 올라왔는지….”

콧수염을 기른 남자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나는 곧 삼성 중급이라고.”

장발 남자가 말했다.

“너보다는 내가 먼저 삼성 중급이 될 걸?”

“뭐? 웃기지 마. 내가 먼저야.”

근육질의 남자가 조롱하듯 말했다.

“너희들은 아직 삼성 중급이 되려면 멀었어.”

장발 남자와 콧수염을 기른 남자가 동시에 근육질 남자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목소리를 높였다.

“웃기지 마!”

장발 남자가 강우와 핫도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는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어쨌든…. 잡아야지.”

콧수염을 기른 남자가 이죽거리며 말했다.

“너네 똥개는 우리가 좀 데려갈…….”

강우는 남자들을 무시한 채 옆으로 걸음을 옮겼다. 핫도그 역시 강우의 옆에 딱 붙어 이동했다.

콧수염을 기른 남자가 인상을 찌푸린 채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 이…. 이 개새끼가!”

강우는 천천히 고개를 뒤로 돌렸다. 콧수염을 기른 남자가 씩씩거리며 강우를 노려보고 있었다.

콧수염을 기른 남자는 전신에서 주황빛을 뿜어내며 말했다.

“개새끼만 조지고, 넌 그냥 보내주려고 했더니 안 되겠다.”

강우는 양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진짜 몇 개월 사이에 개판이 됐구나…. 어디 소속이냐? 예거 파티? 예거 클랜? 블랙마켓? 아니면 몬스터보호협회?”

“네가 알 거 없어!”

콧수염을 기른 남자는 전신에서 주황빛을 더욱 강하게 뿜어냈다. 덩치 큰 남자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집행자……. 조, 조심해야…….”

장발 남자가 씩 웃으며 말했다.

“걱정할 거 없어. 저 녀석 F.N.C 경기는 다 봤다고. 그렇게 대단할 것도 없던데? 김태호 같은 퇴물을 잡아서 챔피언 먹은 놈인데, 뭐가 무서워?”

강우는 핫도그를 보며 말했다.

“뒤로 물러나있어. 여긴 내가 처리할게.”

핫도그는 “컹.”하고 작게 짖은 뒤,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핫도그는 강우에게서 잠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퍼엉!

콧수염을 기른 남자가 강우를 향해 튀어나갔다.

“뒈져라.”

남자의 양 주먹에 주황빛이 모여들어 둥그렇게 모양을 유지했다. 강우를 향해 일직선으로 오던 남자의 방향이 갑자기 틀어졌다.

퍼펑!

남자는 가는 곡선을 그리며 강우에게 다가섰다.

터턱.

강우는 제자리에서 한걸음도 움직이지 않은 채 양손을 들어 남자의 주먹을 잡았다. 남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이 개새…….”

우드드드드득!

“아아아아아아아아악-!”

강우는 남자의 양 주먹을 잡은 채 손을 꽉 쥐었다. 남자의 주먹은 그대로 부서져버렸다. 강우의 손아귀에 꽉 차던 주먹은 물을 머금은 티슈 한 장을 뭉친 것처럼 작아져있었다. 강우의 손아귀 틈으로 거무죽죽한 피가 주룩주룩 흘렀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시길 바랍니다.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

저는 49재 준비 및 일과 함께 보내고 있습니다. ^^ 그리고 설문 참여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쓰고 싶은 글들이 많은데, 우선 가장 많은 독자분들이 선호하시고, 가장 많은 분들에게 읽힐 수 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네요.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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