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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115화 (115/195)

115화

콰득, 콰드드득!

장발 남자의 눈앞이 까매졌다. 강우의 주먹이 남자의 얼굴 왼쪽에 꽂혔다. 강우의 주먹은 크게 반원을 그리며 위에서부터 내리꽂혔다. 강우의 주먹이 남자의 얼굴을 그대로 바닥까지 찍어 눌렀다.

바닥은 빵 아랫부분, 강우의 주먹은 빵 윗부분, 남자의 얼굴은 마치 두 개의 빵 사이, 샌드위치 속의 토마토소스로 버무려진 햄처럼 짓눌렸다. 찢어지고 부서진 햄.

그때부터였다. 장발 남자가 필리핀과 태국을 두고 고민하고 있을 때. 그때 이미 강우의 주먹은 남자의 얼굴과 3cm 거리였다. 강우의 주먹이 남자의 얼굴에 닿는 순간, 남자는 동남아로 가기를 마음먹었다. 남자는 즐겁게 여생을 보내는, 행복한 꿈을 꾸며 두개골이 통째로 으스러졌다.

강우는 숙였던 몸을 피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근육질 남자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강우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네 친구는 왜 싸우다 말고 딴 생각을 하냐?”

근육질 남자는 “시끄러워!”라고 소리치며 양손을 뻗었다.

떠엉!

아주 희미한 보랏빛을 머금은 충격파가 강우를 덮쳤다. 강우는 양팔을 들며 뒤로 10m 이상 밀려났다.

치이익.

강우는 넘어지지 않고 똑바로 섰다. 강우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눈 이외에는 검은 힘으로 가려져 근육질 남자에게는 미소가 보이지 않았다.

“제법인데…? 공기를 압축해서 쏘는 건가?”

근육질 남자가 두 무릎을 굽히고, 강우를 향해 상체를 숙이며 소리쳤다.

“단순히 쏘기만 하는 게 아니다!”

뻥, 거대한 비닐봉지에 바람을 가득 채우고 터트리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근육질 남자는 양발에서 공기를 발사해 그 추진력으로 강우를 향해 돌진했다.

터터터터텅!

근육질 남자는 강우에게 날아가며 연속으로 공기를 압축해 발사했다. 강우는 남자의 공격을 몸으로 전부 받아냈다. 강우가 고개를 들었고, 근육질 남자는 코앞에 와있었다.

“죽어.”

근육질 남자가 양손을 붙여 강우의 몸통을 밀어 쳤다.

뻐어엉!

강우의 몸이 붕 뜨며 뒤로 멀리 날아갔다.

터턱.

강우는 바닥에 착지한 뒤, 오른손을 뒷목에 가져다 댔다. 강우는 목이 뻐근한 듯 고개를 좌우로 까딱거렸다.

“6개월 동안 핫도그랑만 놀았더니….”

강우는 행동을 멈추고 근육질 남자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재밌네.”

근육질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강우를 쳐다보고 있었다.

“말도 안 돼….”

강우가 오른쪽 주먹을 들었다. 강우는 주먹을 세로로 세우고, 엄지를 검지의 뒤로 밀어 넣었다.

“너처럼 특수능력이 공기압축은 아니지만, 나도 비슷한 걸 할 수 있지.”

투웅!

강우가 엄지를 튕겼다.

“커헉!”

근육질 남자의 명치가 움푹 들어갔다. 근육질 남자는 명치에 손을 얹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무, 무슨….”

강우는 씩 웃으며 다시 엄지를 검지 뒤로 밀어 넣었다.

강우가 근육질 남자에게 가한 공격은 단순한 손가락 튕기기였다. 검은색 힘을 두른 것도 아니었다. 강우의 순수한 근력으로, 엄지손가락을 튕겨 공기를 총알처럼 쐈다.

근육질 남자가 양손을 들며 소리쳤다.

“내 특기로! 내가 당할 것 같냐!”

강우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거야 보면 알겠지.”

강우가 엄지를 튕겼다.

터엉! 퉁!

근육질 남자도 손을 뻗어 공기를 쐈다.

퉁, 투퉁, 터터텅, 텅, 터엉!

강우는 쉬지 않고 엄지를 연속적으로 튕겨댔다. 근육질 남자도 뒤지지 않고, 양손을 마구 뻗어 공기를 압축해 쐈다.

서로가 쏜 공기는 맞부딪치며 허공에서 팡! 하고 맑은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쏜 공기끼리의 힘은 비슷해보였다.

근육질 남자는 쉬지 않고 양손을 이용해 공기를 쐈다.

파파파파파팡!

근육질 남자의 공격은 하나도 먹히지 않았다. 공격은커녕, 대부분 강우가 쏜 공기를 맞받아쳐 막아내는데 급급했다.

“슬슬 질리는구만….”

퉁, 퉁, 퉁, 투퉁, 퉁퉁퉁퉁퉁!

강우가 엄지를 튕기는 속도를 높였다.

“으아아아아아-!”

근육질 남자 역시 속도를 높여 공기를 쏴댔다. 하지만 강우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뻑!

강우가 쏜 공기가 근육질 남자의 안면에 꽂혔다. 티틱, 남자의 부러진 앞니가 바닥에 떨어졌다.

“크어….”

남자의 손이 느려졌다. 강우가 쏜 공기들이 날아들었다.

텅, 뻐벅, 팡, 팡, 퍼퍽, 파파팍, 팡, 텅!

근육질 남자는 기관총을 맞는 것처럼 몸이 흔들렸다. 강우는 엄지를 튕기는 것을 멈추고, 남자를 쳐다봤다. 남자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몸을 축 늘어트리고 있었다. 남자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강우를 쳐다봤다. 강우는 주먹을 들어 남자의 이마와 수평을 맞췄다.

“이제 끝내자.”

강우의 손에 검은색 힘이 둘러졌다.

투웅-!

강우가 엄지를 튕겼고, 공기가 남자의 이마를 향해 날아갔다. 강우가 쏜 공기가 지나간 자리는 잠시 공간이 일그러지듯 아지랑이가 피었다.

콰앙-!

강우는 손에서 검은색 힘을 거두며 씩 웃었다. 검은색 힘으로 마스크처럼 가려져있던 부분이 쩍 갈라져 입 모양을 만들었다. 이내 다시 형상화됐던 입이 사라지고, 마스크처럼 밋밋하게 바뀌었다.

근육질 남자는 쓰러지지 않았다. 근육질 남자 앞에는 덩치 큰 남자가 서있었다. 덩치 큰 남자는 양 주먹을 꽉 쥔 채 강우를 노려보고 있었다. 덩치 큰 남자는 고개를 내밀어 이마로 강우의 공격을 받아냈다. 남자의 이마에서 피가 주르륵 흘렀고, 근육질 남자에게 맞았던 코와 입은 여전히 핏자국이 얼룩져있었다. 콧구멍 안쪽으론 여전히 피가 촉촉하게 맺혀있었다. 덩치 큰 남자가 말했다.

“이제 그만해.”

강우가 코웃음을 치며 물었다.

“뭐?”

“그만 하라고. 들었잖아.”

강우는 턱을 치켜들며 내리깔아보듯 덩치 큰 남자를 보며 말했다.

“너네가 먼저 시작해놓고 이제 와서 그만하라고? 아무 잘못도 없는 나를 죽이려고 해놓고? 어이가 없어서….”

덩치 큰 남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강우의 몸은 이미 덩치 큰 남자와 붙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쿵!

덩치 큰 남자는 무릎을 꿇고 엎드려 이마를 바닥에 붙였다. 어찌나 세게 엎드렸는지 이마가 닿아있는 콘크리트바닥에 금이 갈 정도였다. 덩치 큰 남자는 강우를 향해 엎드린 채 목소리를 높였다.

“용서해줘! 이만하면 됐잖아!”

덩치 큰 남자는 상체를 일으키고, 무릎을 꿇은 채 강우를 바라봤다. 덩치 큰 남자는 콧수염을 기른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녀석은 이미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가게 됐어.”

덩치 큰 남자는 장발 남자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쟤는 벌써 죽었을지도 몰라.”

덩치 큰 남자는 엄지를 세워 자신의 뒤에 서있는 근육질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 형도 이미 한계야. 중상을 입었어. 이 정도면 됐잖아. 네가 실제로 피해를 본 건 없잖아.”

강우는 팔짱을 끼고 덩치 큰 남자를 쳐다봤다.

“흠……. 이해가 안 되네. 아까 그놈은 널 병신취급하면서 두들겨 패던데, 그래도 감싸주고 싶냐?”

덩치 큰 남자는 다시 쿵, 소리가 울리도록 이마를 바닥에 부딪쳤다.

“부탁한다!”

덩치 큰 남자의 이마 주변으로 붉은 피가 번졌다.

강우는 곤란하다는 듯 뒷머리를 긁적이다가 덩치 큰 남자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8억.”

덩치 큰 남자는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남자의 이마에는 부서진 콘크리트 조각들과 피가 들러붙어있었다.

“뭐?”

“너희들을 살려주는 대가로 8억을 내놔. 두당 2억씩. 어때? 목숨 값치곤 싸지?”

“뭐? 그건 무리야. 8억이라니, 지금 당장 그 돈을 어떻게 구해? 형 말고는 전부 능력자가 된지도 그리 오래 안 됐단…….”

퍼어억-!

덩치 큰 남자의 두 눈은 뒤통수를 치면 튀어나올 것처럼 커져있었다. 덩치 큰 남자의 시선은 강우에게 고정돼있었다. 덩치 큰 남자의 시선은 천천히 뒤로 옮겨졌다. 근육질 남자가 헉- 하고 짧은 숨을 뱉었다.

근육질 남자의 뒤통수에는 구멍이 생겨있었다. 강우가 팔짱을 낀 채 엄지를 튕겨서 날린 공기였다. 강우가 쏜 공기는 입을 벌린 채 숨을 헐떡이는 남자의 입으로 들어갔다. 공기는 남자의 혓바닥을 터트리며 관통했고, 뒤통수에 말 그대로 바람구멍이 생겼다. 근육질 남자는 그대로 눈도 감지 못한 채 뒤로 넘어갔다.

쿵.

덩치 큰 남자는 몸을 뒤로 돌렸다. 덩치 큰 남자는 죽은 근육질 남자의 몸에 손을 얹고 흔들어대며 울부짖었다.

“혀어어어어어어어엉-!”

강우는 여전히 팔짱을 낀 채 울부짖는 덩치 큰 남자를 보며 조롱하듯 말했다.

“교섭 결렬이다. 그리고 이제 막 능력을 얻게 됐으면 갓 스물이라는 거잖아? 그럼 말을 좀 더 공손하게 했어야지.”

강우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말을 이었다.

“그리고 진작에 그냥 8억을 준다고 했으면 됐을 거 아니야? 너를 포함해서 나머지는 그렇다고 쳐도, 방금 뒈진 근육덩어리는 모아놓은 돈 좀 있었을 거 같은데.”

덩치 큰 남자가 눈을 희번득 뜨며 강우를 향해 돌아봤다. 덩치 큰 남자의 눈은 핏발이 잔뜩 서있었다. 덩치 큰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강우를 노려보며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나지막이 말했다.

“나, 김경훈은 반드시 너를 죽이겠다. 반드시.”

터엉-!

김경훈의 복부에 강우가 쏜 공기가 꽂혔다. 김경훈은 어느새 전신에서 보라색 빛을 뿜어내고 있었고, 강우의 공격에 맞고도 조금도 밀려나지 않았다. 강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 이성급 랭커라고 하지 않았냐? 그런 새끼가 날 죽이겠다고? 삼성 중급인 네 형도 그렇게 쓰레기처럼 뒈졌는데?”

강우의 얼굴에는 미소가 잔뜩 머금어져있었다.

“해볼 수 있으면 해보시던가….”

터터터텅!

강우가 공기를 연속으로 쐈다. 김경훈은 오른쪽 손바닥을 쫙 핀 채 휘둘러 강우가 쏜 공격을 모두 막아냈다. 김경훈은 손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저릿한 느낌을 그대로 가지고 주먹을 꽉 쥐었다.

강우는 조금 놀랍다는 듯 김경훈을 바라봤다. 김경훈이 강우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말했다.

“그래, 지금은 이성급이지.”

김경훈은 으득, 소리가 나도록 이를 갈고는 말을 이었다.

“우리 형은…. 좀 난폭하기도 하고, 자존심만 센 그런 사람이었지. 거기다 누가 봐도 삼성 하급에서도 약한 편인데, 삼성 중급이라 하고 다녔어. 자신의 그릇도 모르고, 한계를 인정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특별히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겐 누구보다 강했으며,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자신감은 넘치는…. 그런 사람이었다.”

강우는 조롱하듯 말했다.

“그런 건 사람이 아니라, 쓰레기라고 한단다.”

김경훈이 소리쳤다.

“입 닥쳐! 내겐 소중한 혈육이었다! 덕분에 난 항상 연기를 했어. 모자란 척하며 형보다 약한 것처럼 행동해왔지.”

김경훈의 전신에서 보라색 빛이 강하게 뿜어져 나왔다. 보라색 빛은 이내 덩굴처럼 형태를 갖추며 사방으로 뻗어나가려는 뱀처럼 움직였다.

“이제 더 이상 숨길 필요도 없어졌군.”

김경훈은 강우를 향해 검지를 뻗으며 말을 이었다.

“난 너를 죽이고 싶지 않았다. 내가 싸움을 말리고 싶어 했던 것만큼은 진짜였다. 난 네게 기회를 줬지만, 넌 그걸 무시했어.”

강우의 얼굴에 미소를 잔뜩 머금은 입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두 눈은 살기로 가득 들어차있었다.

“기회? 지금 네가 나한테 기회를 줬다고 했냐? 하아……. 피는 못 속인다더니…. 너도 허세 하나는 대단하구나….”

강우는 오른손을 이마에 가져다 댄 채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강우는 손을 내리고, 두 눈을 부릅뜨며 나지막이 말했다.

“너도 편하게 죽기는 글렀다.”

강우는 양 주먹을 꽉 쥐었다. 두 주먹은 검었다. 검은색 힘이 아닌, 강우가 집행자로서 활동할 때 갖춰 입는, 나노 슈트 트레이닝복과 함께 세트인 검은색 장갑이었다. 강우는 검은색 힘을 두르지 않았다.

쉽게 죽이지 않기 위해서.

강우는 김경훈을 가능한 많이 때려서, 최대한 많은 고통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자신의 모든 행동들이 후회되게끔.

강우는 김경훈을 노려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넌 평생 후회할 거야. 8억을 당장 내놓겠다고 하지 않은 것과 허세를 떨면서 나한테 덤벼든 걸 말이지. 죽어가면서 생각하겠지. 내가 왜 그랬을까, 하고 말이지.”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행복한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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