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예거-130화 (130/195)

130화

2042년 1월.

많은 것이 변해있었다.

세상에 몬스터가 등장하고, 능력자들이 생겨난 뒤로 가장 큰 변혁(變革)이었다. 전환점을 맞이한 것은 여러 가지였다.

첫 번째는 나노슈트의 발전, 그리고 양산화였다. 이전에 일반인이 이성 중급 정도의 예거와 비슷한 힘을 내기 위해서는 9,600억 겔드 상당의 나노슈트를 입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400억 겔드 정도만 있다면 일반인도 이성 하급 예거 정도의 힘은 낼 수 있었다. 이보다 비싼 1,000억 겔드의 나노슈트면 웬만한 이성 중급의 예거보다 강력한 힘을 낼 수 있었다. 다만, 능력자와의 차이라면 고유의 이능(異能)이 없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힘과 내구력, 민첩성 자체는 비등할지라도 실제 전투에선 차이가 있었다.

이와 같은 양산형 나노슈트들은 능력자들에게 더욱 큰 힘이 됐다. 특히 육탄전에는 약한 특수능력을 지닌 이들에게 더욱 그랬다. 부족한 힘과 방어력, 민첩성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었다. 따라서 등급이 올라가는 이들이 늘었다. 하지만 양산형일지라도 너무나 비싼 가격이기에 실제로 나노슈트를 입는 일반인, 능력자는 극히 소수였다.

하지만 오히려 삼성급 이상의 능력자들 사이에서 나노슈트를 입는 이들이 늘어났다. 이들이 입는 나노슈트는 1,000억 겔드의 수준이 아니었다.

무려 5,000억 겔드짜리 나노슈트와 1조겔드에 달하는 나노슈트였다. 공식명칭은 ‘증폭형 나노슈트 5000’과 ‘증폭형 나노슈트 10000’였다. 증폭형 나노슈트를 개발한 타미 스타크는 “앞으로 향후 50년 이상은 이것보다 뛰어난 능력자용 나노슈트는 개발될 수 없다. 이것은 내 인생의 역작이다. 문제가 있다면 너무 비싸다는 것이지만…. 그래도 돈이 있다면 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니, 어떻게든 사려고 할 것이다. 증폭형 나노슈트를 입지 않은 능력자는 증폭형 나노슈트를 입은 능력자보다 약할 수밖에 없으니까.”라고 밝혔다.

증폭형 나노슈트는 능력자들의 능력을 증폭시켜줄 뿐 아니었다. 증폭형 나노슈트 5000의 경우 일반 사람이 입어도 삼성 상급에서 최대 사성 하급까지, 증폭형 나노슈트 10000의 경우는 사성 중급에서 상급 수준의 힘도 낼 수 있게 해줬다. 일반인도 돈만 있다면 예거가 될 수 있는 세상이었다.

또한 능력자에 따라 증폭되는 힘의 크기 역시 달랐다. 말 그대로 증폭형 나노슈트와 궁합이 잘 맞는 능력자들이 있었다.

증폭형 나노슈트는 일반 면으로 된 옷처럼 만들어진 것부터 시작해 바이크 슈트와 같은 일반형, 경갑형, 중갑형까지 다양했다.

이러한 증폭형 나노슈트도 결점은 있었다. 이는 또 다른 변혁과도 관련이 있었다.

두 번째로 이뤄진 변혁 역시 능력자들이 강해지는 것과 연관이 있었다. 이는 리투아니아의 억만장자 말콤이란 남자로부터 시작됐다. 그의 나이는 67세였는데, 괴상한 식습관이 있었다. 모든 생물들의 심장 요리를 즐기는 것이었다. 항간에는 그가 사람의 심장마저 요리해 먹어본 적이 있다는 소문이 들려올 정도였다.

말콤의 심장 요리 사랑은 육식동물이 핏물을 머금은 싱싱한 고깃덩어리를 보면 정신을 못 차리는 것과 같았다. 말콤이 웬만한 생물들의 심장 요리를 맛보았을 때, 그의 관심은 몬스터에게로 옮겨졌다. 주변에서는 그를 말렸다. 하지만 그의 뜻은 단호했다.

“몬스터의 고기를 먹는 미식가들은 이미 충분히 많아. 심장을 먹는다고 다를 게 뭐가 있는가?”

말콤이 처음으로 먹은 심장 요리는 타우로스의 심장 소테(Sauteing)였다. 맛은 나쁘지 않았다. 말콤은 더 훌륭한 맛을 지닌 몬스터도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몬스터의 심장은 최고의 자양강장제라 여겼다. 그것은 타우로스의 심장 소테를 먹었을 때 확신한 것이었다. 몬스터의 심장이어서일까, 비아그라 없이도 여자를 품을 수 있는 정력이 솟아났기 때문이다.

말콤은 몬스터 심장 요리를 위해 돈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일성 하급의 몬스터들부터 차근차근 먹어치웠다. 메인 디시(main dish)는 아껴둬야 한다는 철학이었다.

그리고 말콤이 삼성 중급의 몬스터, 고토의 심장 요리를 먹었을 때, 또 다른 변혁이 일어났다. 말콤이 예거로서의 자질을 갖췄다. 능력자가 된 것이었다.

몬스터의 심장은 힘을 가지고 있었다. 설령 일성 하급 몬스터의 심장이라도 이로운 점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전부는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삼성 중급 이상에 해당하는 몬스터들의 심장은 일반인마저 능력자로 바꿔주었다. 삼성 상급 이상부터는 심장이 있는 몬스터라면, 그 심장을 먹은 사람이라면 누구든 능력자로 바뀔 수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미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더욱 강해지는 것이었다. 몬스터의 심장은 더욱 강력한 힘을 부여해줬다. 삼성 중급 이상, 심장을 가진 몬스터들의 몸값이 더욱 올라갔다. 사람들은 몬스터의 심장 요리를 원했다. 하지만 그 가격은 무척 비쌌고, 해당하는 몬스터를 사냥한 능력자들 중 일부는 심장을 매매하지 않고, 자신들이 먹었다.

게다가 삼성 중급 이상에 해당하는 몬스터를, 심장에 상처를 입히지 않고 사냥하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부작용도 있었다.

몬스터의 심장을 먹은 일부가 사망한 것이다. 이것은 복어독이나 뱀독으로 항암치료를 시도하는 것과 비유됐다. 복어독과 뱀독은 사람을 사망케 할 수도 있는 맹독, 그러나 일부 암환자들 중 복어독과 뱀독으로 암을 이겨내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또한 드물게 특정 몬스터처럼 외형이 변해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힘은 강해지지만, 그 모습은 괴물이었다.

몬스터의 심장도 같았다. 잘 되면 일반인은 능력자가 되고, 능력자는 힘이 늘어났지만, 괴물처럼 변해버리거나 사망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또 다른 문제점.

몬스터의 심장을 먹고 얻은 힘은 타고난 능력자들의 힘과는 그 성질이 달랐다. 그 점은 나노슈트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몬스터의 심장을 먹고 능력자가 된 사람들은 증폭형 나노슈트를 입어도 아무런 효과를 볼 수 없었다.

몬스터의 심장을 먹고 힘을 더 키운 능력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힘은 증폭이 됐지만, 몬스터의 심장으로 얻은 힘은 더해지지 않았다.

따라서 사람들과 능력자들에겐 선택지가 생겼다.

나노슈트냐 목숨을 걸고 몬스터의 심장을 먹느냐.

전체 예거, 능력자들 중 최상위 몇몇은 증폭형 나노슈트를 입은 사람도, 몬스터의 심장으로 힘을 증폭시킨 사람도 있었다. 오성급 예거들, 오성급 대우를 받는 능력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얀 늑대의 경우 몬스터의 심장을 먹은 케이스였다. 하지만 증폭형 나노슈트와의 궁합이 맞지 않아 효율이 떨어지고, 몬스터의 심장을 먹는 것은 도박성이 컸기에, 여전히 전과 같이 활동하는 능력자들도 있었다.

강해지는 방법이 늘어난 시대.

이에 따라 또다른 변화들이 있었다.

오성까지 있었던 단계가 십성까지 늘어난 것이었다. 기존의 오성급 예거들은 모두 십성급으로 올라섰다.

예거 파티나 클랜에 속하지 않은 능력자들은 제외, 세계가 대변혁을 맞이하기 전, 오성급 예거들은 아홉 명.

이중 예거로 등록된 자들 중 증폭형 나노슈트도 입지 않고, 몬스터의 심장도 취하지 않은 채 기존의 오성급에서 십성급으로 올라선 사람은 두 명뿐이었다.

하나는 초록빛을 뿜어내는 한국인 예거, 다른 하나는 능력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숨기는 예거였다.

그리고 몬스터들의 등장.

인류가 강해진 것처럼 몬스터들 역시 강해졌다. 기존의 몬스터들이 강해진 것은 아니었다. 오성급 이상의 새로운 몬스터들이 등장했다. 이전이었다면, 불과 6개월만 빨리 등장했어도 인류가 감당해내기 힘든 몬스터들이었다. 하지만 인류는 강해져있었다.

증폭형 나노슈트도 사용하지 않고, 몬스터의 심장도 먹지 않은 능력자들은 저마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더욱 큰 노력이 필요했다. 일부 능력자들은 변혁에 따라가지 못하고, 한때는 최상위였으나 현재는 딱 평균치 정도에 머무르는 이들도 있었다.

‘내가 한때는 말이야…….’

과거를 부르짖는다. 불과 1년도 안 되어 몰락, 몰락까지는 아니지만, 한참을 떨어진 이들은 잘 나가던 한때를 회상하며, 그때의 달콤한 추억만을 곱씹으며 살아갔다. 이들 중 일부는 증폭형 나노슈트에 적응하려다 실패해 돈만 날리는 경우도 많았다. 증폭형 나노슈트의 경우 사용자의 신체에 맞게 맞춤형 제작이었으므로 되파는 것도 불가능했기에.

몇몇은 몬스터의 심장을 먹어 힘을 얻기도 했지만, 괴물처럼 변하거나 허무한 죽음을 맞이하기도 했다.

이렇게 수많은 변화 속에서도 크게 바뀌지 않는 것 하나.

아직까지도 몬스터를 길들이는 것은 어려웠다. 이전보다는 조금 나아져 일성 중급 몬스터를 길들인 케이스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여전히 삼성급 이상의 몬스터를 길들인 것은 전 세계에서 하얀 늑대와 강우 둘뿐이었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강우를 습격해오는 이들이 또다시 생겨나기 시작했다. 몬스터의 심장을 먹어 힘을 얻었거나, 힘을 늘렸거나 혹은 나노슈트를 입은 능력자들이었다.

강우는 지난 1년 동안 쉬지 않고 일을 하며 살아왔다. 몬스터 사냥, 호위 그리고 현상수배가 붙은 사람을 잡는 것까지.

일부 예거 클랜에서는 강우를 기피했다. 강우는 철저히 몬스터 사냥에만 집중,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목숨을 우선시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강우와 함께 일할 능력자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임무를 우선시하는, 돈을 우선시하는 혹은 능력을 위주로 생각하는 클랜들과 블랙마켓의 능력자들은 차고 넘쳤다.

나노슈트와 몬스터의 심장으로 인해 능력자들 숫자가 늘어난 탓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집행자의 행동은 틀린 것이 없다. 약한 녀석이 죽는 것은 당연하다.”라는 말도 들렸다. 어떤 이는 “지금은 능력자들이 너무 많아. 좀 죽어서 줄어들 필요도 있어.”라고 극단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강우와 함께 몬스터 사냥을 했던 이들의 의견도 다양했다.

“나는 집행자와 함께 사냥을 나갔었다. 그는 일부러 누군가 죽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그저 그 사람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을 뿐이었다.

“집행자의 판단은 정확했었다. 우리 클랜원 하나가 두 다리를 잃는 대신, 그 몬스터를 확실하게 잡아낼 수 있었다. 만약 그때 쓰러트리지 않았다면 더 많은 사상자가 나올 수도 있었다. 놈에게 빈틈을 찾아내기란 너무 어려웠거든.”

“집행자는 우리 클랜원을! 내 남편을 살릴 수도 있었다! 분명히 그 남자의 힘이라면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남자는 그러지 않았다. 옆에서 내 남편이 죽든 말든 몬스터들을 죽이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몬스터 사냥에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것…. 그건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누구든, 언제든 죽을 수도 있다. 지금 이 세계는 전쟁터다. 몬스터 사냥 중 죽는 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한 대가를 치렀을 뿐이다.”

“몬스터 사냥에서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한다고? 내 가족이나 연인, 친구라면 그렇겠지. 하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건다고? 그런 걸 바란다면 예거 파티에 들어갔어야지. 아니면 자신의 클랜하고만 일을 하던가.”

“나는 가능하다면, 구할 수 있다면 누구든 구할 것이다. 집행자는 전혀 그러지 않는다. 내가 그하고 함께 일할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수많은 의견들은 다양했다.

그리고 현재 강우는 국내에서조차 그리 화제가 되지 못했다. 그저 일각에서만 관심을 뒀다. 능력자들과 몬스터들은 십성급까지 존재했다. 강우가 특별한 점이라면 헬하운드를 길들인, 몬스터를 키우는 남자인 것뿐이었다. 나노슈트로 모습을 가린 이들도, 몬스터의 심장을 먹고 생겨난 부작용 때문에 모습을 감춘 이들도 많아졌다. 강우만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활동하는 게 아니었다.

더욱이 강우가 특별할 수 없는 점.

현재 강우의 등급은 사성 하급이었다.

사람들이 모르는 점, 강우는 그저 더 강한 몬스터와 싸울 일이 없었을 뿐, 전력을 다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강우는 검은색 힘을 사용하지 않은 채 몬스터 사냥을 하고 있었다.

강우가 검은색 힘을 사용하지 않은, 순수한 신체능력만을 이용해 싸우면서 강해질수록, 검은색 힘도 더욱 커져갔다.

============================ 작품 후기 ============================

2부 시작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저의 다른 작품 마스터피스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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