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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131화 (131/195)

131화

2042년 1월 11일.

강우는 해외로의 진출을 준비했다. 4,000억 겔드를 모으지는 못했다. 현재까지 강우가 모은 돈의 총액은 3,637억 겔드.

강우가 해외로 어떻게 나갈지 고민하던 중, 염두에 두지 않았던 방법 하나가 앞에 나타났다.

F.N.C

강우가 집 정리를 하던 중이었다. 강우는 명함 하나를 발견했다. 예전에 미국 F.N.C 프로모터 제시카에게 받았던 명함이었다.

‘F.N.C라…….’

크게 고민할 것도 없었다. 우선 연락을 해볼 만 했다. 대전료가 꽤나 높을 수 있었기에. 그리고 강우가 노리는 점은 따로 있었다.

강우는 곧바로 제시카의 명함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제시카는 처음에 강우를 기억조차 하지 못했다. 그저 집행자란 이름을 듣고, 전 세계에서 두 명뿐인, 삼성급 이상의 몬스터를 길들인 사람으로만 알고 있었다.

“제 번호를 아시는 거 보니까, 명함을 드린 건 맞는 거 같은데……. 잘 기억이…….”

강우는 이전에 만났던 것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그제야 제시카는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아…. 이제 기억나네요. 그런 일이 있었죠? 나도 참…. 한국 F.N.C는 내가 갈아치워 놓았는데……. 제가 지난 일은 잘 잊어버리는 편인지라 이해해주세요. 그런데 어쩐 일로 연락하셨죠?”

“듣고도 그렇게 물어봐? 진짜 모르는 거야, 모르는 척하는 거야? 당연히 미국 F.N.C에 나가려고 그러지.”

“말투는 여전하시네요. 그나저나 이걸 어쩌죠…? 상황이 많이 변했는데.”

“그게 무슨 소리지?”

능력자들 사이에서 현재 강우에 대한 평가는 사성 하급이었다. 현재 미국 F.N.C 무대를 뛰는 선수들은 가장 등급이 낮은 선수들조차도 오성급이었다. 이런 상황인 탓에 강우는 예전처럼 인기를 끌 수 있는 능력자가 아니었다. F.N.C에서도 결국 나노슈트를 입었거나 몬스터의 심장을 먹은 능력자들이 대세를 이뤘다.

제시카가 말했다.

“집행자 씨는 이제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나 할까요?”

“일단 경기를 잡아줘. 실력으로 증명하지.”

제시카는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좀 곤란한데요. 먼저 오성급 이상으로 등급을 올리신 뒤에 다시 연락주세요. 사실 당신은 F.N.C에 올 것 같지도 않지만요. F.N.C에서 돈을 위해 경기를 하는 선수들이 몇이나 될 것 같아요? 99%는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예요. 순수하게 싸움을 좋아하는 이들이죠.”

“힘의 과시라면…….”

강우가 말을 마치기도 전이었다. 제시카는 자신이 할 말만을 마치고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강우는 휴대폰을 쳐다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런 싸가지 없는…….”

강우는 F.N.C 경기를 많이 치를 생각은 없었다. 단 한 번의 경기면 충분했다. 강우는 자신이 경기에 참가하는 조건으로 전세항공기를 보내오게 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국내 F.N.C에서의 경기만으로도 많은 팬들을 끌어 모을 수 있었다. 직접 함께 하지는 않아도,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이점이 많았다.

‘별 수 없지. 일단 전용기를 빌리는 수밖에.’

강우는 지난 시간 동안 돈을 끌어 모으며 힘을 키웠다. 핫도그 역시 사냥과 강우와의 훈련을 통해 힘을 키웠다.

강우는 진짜 준비가 대부분 끝났다고 여겨졌다. 조금 꺼림칙한 요소라면 더 강해진 몬스터들과 다른 능력자들이었다. 그리고 준비가 안 된 한 가지. 사람을 모으는 것이었다. 강우는 클랜을 만들 생각이었으니까.

강우는 핫도그를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뭐…. 평생 이렇게 틀어박혀서 살 수는 없으니까. 일단 부딪쳐봐야지. 일단 처리할 것들 좀 하고…….’

강우는 당분간 한국으로 돌아올 생각이 없었다. 이전에는 해외와 한국을 오고갈 생각이었지만, 첫 번째 목표, 몬스터보호협회의 붕괴를 이루기 위해선 계속 해외를 돌아야만 했다.

자주 오갈 때는 매번 전세기를 구하는 것도 번거롭고, 그 비용도 자주 반복될 것을 감안하면 만만치 않았기에 전용기를 사들이려 했지만, 그럴 필요성이 사라졌다.

‘이제…. 복수를 해줘야지…….’

강우는 해외에 나가기 전, 준비해야 할 것이 있었다. 스위스 은행의 계좌가 필요했다. 강우는 한소영에게 연락을 취했다. 한소영은 강우의 해외 진출 소식을 듣고, 전화를 받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가시는군요.”

“이제 시간이 된 것 같아서.”

“굳이 위협을 무릅쓰셔야 되나요? 지금 세상은 그때보다 더욱 위험해요. 몬스터들도, 능력자들도 말이죠.”

강우는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언제 그런 거 신경 썼나? 그리고 나보다 강한 건 없어.”

“당신은 대부분의 일을 한국에서만 치렀잖아요. 삼성 상급 이상의 몬스터는 잡아본 적도 없고요. 당신과 붙었던 능력자들 역시 삼성 상급 랭커가 최고였어요.”

한소영의 단호한 말에 빈정이 상한 강우는 나지막이 말했다.

“내 목숨이니, 내가 알아서 하도록 하지. 스위스행 비행기나 구해줘.”

“알겠어요….”

강우는 그날 스위스로 가서 계좌를 만들고, 전 재산을 입금했다.

강우는 스위스에서 계좌만 만든 뒤, 곧바로 귀국을 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

‘스위스는 처음이었는데…. 뭔가 아쉽네.’

강우는 한소영에게 전세기를 알아봤다. 사흘 뒤, 미국으로 향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한소영에게서 의외의 제안을 받게 됐다.

일본 예거 파티와 클랜 측에서 지원요청을 해온 것이다. 업무의 내용은 불법폭력시위에 대한 진압이었다.

시위대는 다름 아닌 일본의 몬스터보호협회, 그것도 악명 높은 극단적인 세력이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강우는 두 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어딜 가도 몬스터보호협회 이 새끼들이 문제구만…. 잘됐어. 어차피 몬스터보호협회라면 조져야 되니까…….’

강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좋았어. 하지. 비행기는 언제야?”

“내일 모레고요. 이번엔 비행기로 이동하지 않아요.”

“뭐? 그럼 일본까진 어떻게 가?”

“배편으로요.”

“배?”

강우는 부산에서 시모노세키까지 배편을 이용해야 됐다. 부산에서 시모노세키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네 시간.

한소영이 말했다.

“대신 배를 이용하는 사람은 당신 말고 몇 명 안 될 거예요. 그리고 헬하운드도 함께 갈 수 있을 거고요. 이번에 일본으로 진출을 먼저 하신 다음 차근차근 뻗어나가시는 게 어떨까 싶어서…….”

“좋았어. 나쁘지 않아.”

“이번 일도 잘 아시겠지만, 쉽지 않을 거예요. 일본의 몬스터보호협회는 국내와 다르니까요. 특히 극단적인 세력이라 과격할 거고, 일본에서는 강한 몬스터가드들이 몰려있기도 하고요. 더군다나 헬하운드와 함께 할 경우, 집중적인 공격을 받을 수도……”

강우는 잔소리가 지겹다는 듯 한소영의 말허리를 끊었다.

“무슨 말인지 알았어. 그럼 내일 부산까지 몇 시로 가면 돼?”

“시간은 새벽 6시예요. 도착하면 오전 10시쯤 될 건데, 쉴 틈이 없을 테니 배 안에서 푹 쉬어두세요. 그쪽 몬스터보호협회에서 시위를 오후 12시부터 시작할 예정이니까요. 아, 그리고 아마 아시는 분도 함께…….”

“알았어. 지금 해야 될 일이 있으니까 끊을게.”

강우는 전화를 툭 끊어버렸다. 강우는 자신이 제시카에게 당했던, 욕이 나오도록, 아까 입으로 내뱉었던, 싸가지 없는 행위를 한소영에게 그대로 하고 있었다.

한소영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전화기를 쳐다봤다. 마음이 상한 한소영은 그대로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던지듯이 놓았다. 한소영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중얼거렸다.

“나도 이제 몰라……. 알아서 하겠지.”

그날 저녁, 한소영은 도통 기분이 풀리지 않고, 잠도 오지 않았다.

“지가 뭔데! 지가! 이제 나도 신경 안 쓸 거야! 싸이코 새끼!”

그 스트레스는 군것질로 푸는, 평범한 여자들과 다를 바 없었다.

강우는 그날 핫도그의 몸에 기댄 채 잤다. 핫도그는 강우가 기댄 방향으로 똬리를 틀 듯 몸을 말았다.

다음 날이었다. 강우는 내일, 일본으로 가기 전, 한국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다.

강우는 핫도그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잘 기다리고 있어. 일 좀 보고 올 테니까. 내일부터는 같이 외국으로 가는 거다.”

핫도그는 헥헥거리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강우는 핫도그의 머리를 강하게 쓰다듬은 뒤, 걸음을 옮겼다.

강우가 향하는 곳, 몬스터보호협회 한국지부.

강우가 해야 할 일, 몬스터보호협회 한국지부의 붕괴.

강우는 금세 몬스터보호협회 한국지부에 다다랐다. 몬스터보호협회 한국지부 건물과 50m 거리.

‘여기 다음은 일본이다.’

강우는 건물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몬스터보호협회 건물은 아주 높고 컸다. 건물주변 부지도 몬스터보호협회의 소유로 휘황찬란하게 꾸며져 있었다. 바닥은 모두 대리석이었고, 하나하나가 조각해놓은 듯 정갈하게 다듬어진 나무, 어두운 밤길을 밝히기 위한 가로등과 바닥의 LED 등까지 빠트림이 없었다.

건물 역시 벽면 전체가 번쩍거렸다. 말 그대로 번쩍거렸다. 아랍 대부호의 취향이라도 섞인 것인지, 황금색으로 빛나는 건물은 자칫 잘못하면 촌스러운 분위기가 풍길 정도였다.

강우는 건물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얼마나 나쁜 짓을 해야 이런 건물을 세우는 거야?”

쿠쿵, 우지직, 텅.

강우가 양손으로 나무 한 그루를 뽑아들었다. 길을 지나던 사람들이 놀라며 황급히 강우에게서 멀어졌다. 사람들의 시선은 강우에게 고정됐다.

강우는 나무를 어깨에 짊어 맨 채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몬스터보호협회 건물 입구에 서있던 경호원들이 강우를 향해 몰려왔다. 덩치 큰 남자 하나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뭐하는 거야?”

“너도 몬스터가드겠군.”

“당연한 소리를…….”

터엉-!

남자가 말을 마치기 전이었다. 강우는 눈앞에 있는 남자의 복부를 발로 걷어찼다.

콰콰쾅!

남자는 뒤로 날아가 건물 입구에 부딪쳤다. 주변의 다른 남자들이 일제히 강우에게 달려들었다.

“잡아!”

“이 미친놈!”

후웅-! 터, 터, 터, 텅-!

강우는 어깨에 매고 있던 나무를 옆으로 크게 휘둘렀다. 남자들은 빗자루에 쓸리는 낙엽처럼 튕겨나갔다. 강우는 나무를 양손으로 잡은 뒤, 몸을 한 바퀴 돌렸다.

후웅- 콰아아앙-!

강우는 건물 입구를 향해 나무를 던져버렸다.

사상 초유의 사태.

첫 번째는 한국에서 과격시위가 있었을 당시, 예거 파티 측과 몬스터보호협회가 맞부딪쳤을 때였다. 그 중심에 강우가 있었고, 당시 몬스터보호협회 한국지부장인 안석훈이 죽었다.

두 번째는 지금, 강우가 단신으로 몬스터보호협회와 정면승부를 걸고 있는 지금이었다.

강우는 이때까지는 몰랐었다. 그렇게까지 큰 사건으로 이어질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강우가 남자를 걷어차는 순간, 방아쇠를 당긴 것이었다.

건물 내외부로 경보음이 울린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미 몬스터가드들에게는 모든 연락이 전해졌다.

강우가 건물에 다다를 즈음이었다. 어림잡아도 삼십 명 이상이었다. 몬스터가드들이 강우를 둘러쌌다. 한 여자가 크게 소리쳤다.

“생포해야 돼!”

다른 남자가 소리쳤다.

“생포는 개뿔! 저 새끼한테 걷어차인 건 내 친구야! 저 새끼 목은 내가 딴다!”

강우의 얼굴이 큰 미소가 드리웠다. 순간적으로 몬스터가드들은 섬뜩함을 느꼈다. 상대는 사성 하급의 집행자.

수적으로는 우세한 정도가 아니라, 압도적인 상태. 그러나 현재 강우를 둘러싸고 있는 몬스터가드들은 이성 중급에서 삼성 하급 사이. 쥐새끼 수십 마리 정도로 호랑이를 이길 수는 없는 법이었다.

와장창-!

건물의 26층 유리창과 37층 유리창이 깨졌다. 모두의 시선이 위로 쏠렸다.

“간도 큰 놈일세-!”

쿠웅-! 터텅-!

두 남자가 뛰어내려 바닥에 착지했다. 두 남자 모두 증폭형 나노슈트 5000을 착용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절단하려 한 것은 아니고,

곧바로 한 회 더 올릴 계획이었습니다만, 아직 분량을 다 쓰지 못했네요.

오늘 중으로 업로드하겠습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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