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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139화 (139/195)

139화

아오이의 왼손에는 노란빛의 활이 들려있었다. 아오이가 오른손을 당기자 화살 여섯 개가 생겨났다.

쉬이익, 하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화살들이 쿠라마에게 날아갔다. 쿠라마는 옆으로 몸을 피했지만, 아오이가 오른손을 움직이자 화살들이 쿠라마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화살들이 쿠라마에게 명중하기 직전이었다.

화르륵, 하고 쿠라마의 오른쪽으로 뻗친 두 불의 날개가 크게 불타올랐다. 주황빛 화염과 노란빛 화살이 맞부딪치며 폭발이 일어났다.

아오이가 다시 화살을 쐈다. 쿠라마는 날개로 몸을 감싸 방어했다. 퍼퍼퍼퍽, 하고 화살이 바닥에 꽂혔다. 열 개의 화살은 쿠라마 주변을 원으로 빙 두르고 있었다. 아오이가 오른손을 하늘을 향해 치켜들었고, 노란빛의 번개가 화살들을 향해 날아갔다. 쿠라마에게 굵은 번개줄기가 떨어졌다.

콰아앙-!

시꺼먼 연기가 피어올랐다. 연기가 걷히고, 쿠라마는 보이지 않았다. 까맣게 타버린 땅만 남아있었다.

아오이는 쿠라마가 까만 재가 돼버렸다고 확신했다. 그것을 피할 수는 없었다. 또한 피했다면, 화살로 둘러진 원에서 나오는 것이 보여야 했다. 하지만 그런 움직임은 없었다.

아오이는 승리를 확신하며 강우와 미츠하시가 있는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오이가 시위대를 향해 소리쳤다.

“뭣들하고 있나? 공격…….”

쿠구구구.

아오이의 발밑이 들썩거렸다. 아오이는 시선을 땅으로 옮겼다. 아오이가 서있는 자리 주변에 불길이 일었다.

“이런…….”

아오이는 황급히 서있는 곳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불기둥.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하고 굉음과 함께 아오이의 발밑에서부터 불기둥이 20m가 넘는 높이로 치솟았다. 아오이는 노란빛을 최대한으로 방출해 번개를 머금은 장막으로 방어했다.

아오이의 몸이 열풍에 밀려 공중으로 떠올랐다. 노란빛의 장막은 아오이를 불기둥으로부터 완벽하게 보호했다. 아오이는 불기둥이 사라지면, 공격을 하려 준비했다.

쿠오오오오오오오, 하고 불기둥이 아닌, 또 다른 굉음이 가까워졌다. 불기둥 속에서 쿠라마가 두 눈을 번뜩이며 아오이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쿠라마는 오른쪽 주먹을 옆구리에 바짝 붙이고 있었다. 불기둥은 여전히 사방을 둘러싸고 있었다.

쿠라마의 오른쪽 주먹이 불덩이처럼 타올랐다.

화룡승천권((火龍昇天拳).

불기둥 바깥쪽에선 보이지 않았다. 안쪽에서는 쿠라마의 주먹이 화룡의 머리가 돼, 기다란 몸을 드러내며 위로 치솟고 있었다.

화룡을 품은 쿠라마의 주먹이 아오이의 장막에 부딪쳤다. 장막은 너무도 쉽게 깨져버렸고, 쿠라마의 주먹은 아오이의 복부에 꽂혔다.

퍼어어어엉, 하고 굉음이 울렸고, 불기둥 중앙이 납작한 타원형으로 번지며 폭발을 일으켰다. 아오이의 몸은 바람개비처럼 빙글빙글 돌며 위로 치솟으며 날아갔다.

불기둥이 사라지고, 쿠라마가 바닥에 착지했다.

아오이가 하늘에서부터 추락해 바닥에 떨어졌다. 아오이의 궁도복은 새까맣게 타들어가 몸의 일부분에 걸쳐져있을 뿐이었다. 복부에는 도넛 형태로 까맣게 그을린 자국이 남아있었다. 쿠라마는 강우와 미츠하시가 있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시위대는 전부 전의를 상실한 채 바닥에 주저앉거나, 도망치기 시작했다. 강우 일행은 도망가는 시위대를 굳이 붙잡지 않았다.

완벽한 승리였다.

강우와 쿠라마 그리고 미츠하시까지, 단 세 명이서 이룩한 결과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카미가 예거 파티 쪽 지원군들과 함께 광장으로 왔다. 현장에 온 오카미는 당황했다. 아오이가 다케우치가 쓰러져있는 것은 물론, 엄청나게 큰 나노슈트를 두르고 있던 다케우치는 실제로 왜소한 남자였으며, 미츠하시는 강우, 쿠라마와 함께 싸웠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2,000명이 넘는 능력자들을, 그 상황을 셋이서 정리했다는 것이었다. 만약 시위대가 모두 목숨을 걸고 싸웠다면, 현 상황보다는 훨씬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위축됐고, 제대로 싸우지도 않은 채 포기했다. 그들에게 가장 큰 공포를 준 것은 ‘집행자’라는 존재였다.

강우와 쿠라마는 그 자리에서 보수를 지급 받을 수 있었다. 원래는 시위진압대의 일원으로 업무 보조로 보수가 그리 높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 시위를 정리한 것에 대한, 예거 파티 측의 감사인사로 3억 겔드를 지급받았다. 해낸 일에 비한다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지만.

돈은 예거 파티에서 지급했다. 하지만 강우는 예거 파티 소속도, 클랜 소속도 아니었다. 게다가 블랙마켓에서 활동하는 능력자였기에 예거 파티 측에서 보수를 지급할 수 없었다. 때문에 대외적으로는 다른 예거 클랜에서 강우에게 돈을 지급한 것으로 모양을 갖췄다.

시위대는 예거 파티에 의해 모두 연행됐다. 몬스터보호협회에서 연행되지 않은 것은 단 한 사람, 미츠하시였다. 미츠하시는 강우와 쿠라마의 증언으로 시위대를 막는 것에 큰 공헌을 했기 때문이었다.

강우의 평가가 올라갔다. 강우는 사성 중급인 다케우치에게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고, 시위대에게 준 압박감 또한 대단했기에, 단번에 사성 상급으로 뛰어올랐다.

쿠라마는 사성 중급에서도 최상위에 속하는 아오이를 압도적으로 제압했다. 하지만 이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나노슈트를 입고, 수련을 거친 뒤로 쿠라마의 등급은 오성 하급이었다. 오히려 아오이가 등급에 비해 선전했다고 볼 수 있었다. 잠시나마 쿠라마와 맞붙었던 미츠하시 역시 선전한 셈이었다.

그리고 쿠라마는 대외적으로 오성 하급, 자신의 최대치 힘을 쓸 기회가 없어서 저평가 받고 있는 실정이었다.

미츠하시 역시 2,000명이 넘는 시위대에 대적, 오성 하급으로 평가 받는 쿠라마와 대등하게 싸운 점을 높게 쳐서 사성 상급의 평가를 받았다.

이날 예거 파티 일본지부는 몬스터보호협회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하지만 예거 파티 일본지부는 전쟁을 선포하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

이날 전 세계에 있는 모든 몬스터보호협회가 과격시위를 벌였고, 몇몇 국가는 예거 파티와 클랜 측이 무너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것은 세계 3차 대전이나 다름없었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일반인들이 말려드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서로의 목적은, 상대 단체를 무너트리는 데 있었다.

현재 강우가 있는 곳에서 가까운 국가들 중, 중국은 몬스터보호협회에게 예거 파티 측이 무너졌다.

현재 중국에 있는 몬스터보호협회에 속한 몬스터가드들의 숫자만 약 50만 명, 거기서 사성 상급 이상에 달하는 주요인물만 수천 명이었다.

예거 파티 중국지부가 무너진 이유는 배신이었다. 처음부터 스파이였던, 그리고 로비를 통한, 자신의 선택으로 등 많은 예거들이 몬스터보호협회 소속이었다.

예거 파티 중국지부는 속에서부터 썩어가고 있었고, 갉아 먹혔다.

강우는 중국으로 향하기로 결정했다. 오카미는 감사인사를 끝까지 전하고, 시위대를 연행해 끌고 갔다.

강우는 핫도그를 데리러 걸음을 옮겼다. 쿠라마가 강우의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나랑 할 얘기 있지 않아?”

강우는 핫도그가 있는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쪽으로 가면 그 얘깃거리가 있을 거야.”

“무슨…….”

강우는 쿠라마의 말을 귓등으로 들은 채 걸음을 옮겼다. 쿠라마는 강우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뒤에서 미츠하시가 따라왔다.

핫도그는 꼬리를 살랑거리며 강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쿠라마는 핫도그를 보자마자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몬스터는…….”

쿠라마의 몸에서 주황빛 화염이 일렁거렸다. 핫도그는 쿠라마를 경계하지 않았다. 강우와 함께 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이유, 쿠라마의 주된 능력은 화염, 핫도그에게 불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 핫도그 자체가 커다란 불꽃이나 다름없었다.

쿠라마는 그것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쿠라마는 핫도그를 노려보며, 주먹을 꽉 쥐며 나지막이 말했다.

“난 역시 몬스터라면 죽여야 돼.”

강우는 핫도그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고개를 살짝 돌려 쿠라마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강우가 싸늘한 눈으로 쿠라마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내가 하나 약속하는데……. 이 녀석을 해하려드는 놈은 반드시 죽인다. 반드시.”

쿠라마는 강우의 눈빛만으로 움찔하며 몸에서 뿜어내던 화염을 거뒀다. 대외적으로 쿠라마의 등급은 오성 하급, 실제로 가진 능력은 그 이상이었다.

그에 반해 강우는 대외적으로, 그것도 오늘 이제 막 사성 상급으로 올라섰다.

그런데도 쿠라마는 강우를 이길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훈련과 나노슈트를 통해 몇 배나 더 강해졌지만, 눈앞에 있는 강우를 감당해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유는 없었다. 각자가 가진 힘이라는 것은, 측정이 가능한 게 아니었다.

기백, 살기, 위압감, 뭐라고 표현하기 힘든 것.

쿠라마가 느끼고 있는 것은 생존 본능이었다. 강우와 진지하게 맞붙어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없었다. 조금의, 일말의 가능성도 없었다.

강우는 핫도그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뭐……. 내가 없더라도 넌 이 녀석을 죽일 수 없겠지만.”

쿠라마의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났다. 쿠라마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고, 목소리는 다소 격앙돼있었다.

“그게 무슨 소리지?”

강우는 여전히 핫도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돌렸다.

“말 그대로야. 넌 이 녀석을 못 이긴다고.”

“헬하운드는 고작 삼성 하급인 몬스터야. 그런데 내가 헬하운드를 못 이긴다고?”

강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이 녀석이 그냥 헬하운드 같아?”

핫도그는 분명 다른 헬하운드들과는 다르게 생겼다. 하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특별한, 크기 자체가 다르다거나, 종 자체가 다르진 않았다.

쿠라마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모르겠는데?”

“뭐……. 그래도 상관없어. 내가 없다는 가정하였으니까. 난 여기 있고, 이 녀석을 건드리면 무조건 죽인다.”

쿠라마는 다소 기운이 빠진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째서 몬스터를 그렇게까지……. 차라리 나랑…….”

“너랑 뭐.”

쿠라마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속으로 ‘몬스터가 아니라, 나랑 파트너를 이루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강우가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보다……. 넌 아까부터 거기서 뭐하는 거냐?”

강우의 시선은 미츠하시에게로 향해있었다. 미츠하시는 핫도그가 귀여워 죽겠다는 듯,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미츠하시는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어? 나?”

“그럼 너한테 말한 거지, 누구한테 말한 거겠냐….”

미츠하시는 멋쩍은 듯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냥 저 녀석이 귀엽더라고.”

강우는 핫도그를 한 번 쳐다본 뒤, 다시 미츠하시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귀엽다고? 이 녀석이?”

“어, 귀엽지 않나?”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강우와 미츠하시가 두 눈을 마주쳤다. 강우는 핫도그에게서 손을 떼고, 미츠하시에게로 다가갔다. 미츠하시는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주먹을 꽉 쥐며 경계했다.

철썩, 강우가 손바닥으로 미츠하시의 팔뚝을 치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지? 귀엽지? 멋있게 생기기도 했지만, 귀여운 구석이 많은 녀석이거든.”

강우의 말에 미츠하시는 긴장을 녹이며 미소 지었다. 강우는 핫도그를 가리키며 말했다.

“만져봐도 돼. 안 물어.”

“불타지만 않으면 되지!”

강우와 미츠하시는 웃음을 터트렸다. 미츠하시는 핫도그에게로 다가가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핫도그는 꼬리를 살랑거리며 귀를 뒤로 젖혔다. 미츠하시는 귀여운 강아지를 본 어린 소년처럼 좋아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쿠라마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몬스터가드……. 난 너 같은 족속들이 제일 싫어.”

미츠하시가 쿠라마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미츠하시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뭐?”

“난 너 같은 위선자들이 제일 싫다고. 지금 이 순간에도 몬스터들로 인해 많은 피해가 일어나고 있어. 그런데 너희 몬스터가드란 놈들은 몬스터들을…….”

쿠라마가 말을 마치기 전이었다. 미츠하시가 나지막이 말했다.

“뭔가 오해하고 있나본데……. 난 몬스터가드가 아니야.”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저의 다른 글 마스터피스(Masterpiece)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내일, 어쩌면 모레까지는 업로드가 조금 늦어질 수도 있겠습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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