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화
강우가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지?”
미츠하시는 자신의 특공복을 한 번 쳐다본 뒤 대답했다.
“말 그대로야. 나는 몬스터가드가 아니야. 정식으로 시험을 치르거나 한 적도 없어.”
쿠라마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그럼 뭔데? 클랜들 중에서도 몬스터보호협회를 돕는 녀석들이 있다던데, 네가 그런 놈이었어?”
미츠하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그런 게 아니야.”
미츠하시는 자신이 몬스터보호협회와 함께 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미츠하시는 몬스터를 딱히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다. 그는 필요에 의해 죽여야 될 몬스터는 죽이고, 죽이지 않아도 된다면 괜찮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미츠하시가 몬스터보호협회에 함께 하게 된 것은 한 임무로부터 시작됐다. 미츠하시는 블랙마켓 쪽에서 일을 받아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었다.
당시 미츠하시가 맡은 임무는 단순한 사냥이었다. 다만, 문제는 일반인들이 많은 공원에서, 갑작스레 몬스터들이 등장한 것이었다.
주로 짐승에 가까운 몬스터들이 많았는데, 개와 같은 하운드와 헬하운드, 곰과 같은 쿠마, 멧돼지와 같은 멧시가 등이 주를 이뤘다.
당시 예거 파티, 클랜 그리고 연결된 블랙마켓의 능력자들이 몬스터들을 제압했다. 미츠하시도 때마침 가까운 곳에 있었고, 현장으로 나갔다.
능력자들의 피해는 크게 없었고, 순조롭게 풀려갔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하운드 몇 마리가 포위망을 뚫고 나간 것이다. 이에 미츠하시를 포함한 몇몇 능력자들이 하운드를 쫓았다. 대부분의 하운드들은 멀리 벗어나지 못하고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딱 한 마리.
하운드 한 마리가 공원을 벗어나 일반인에게 달려들었다.
하운드는 일성 하급에서도 최약체에 속하는 몬스터, 권총 하나만 있어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맨몸으론, 일반인이라면, 큰 위협이 됐다.
미츠하시가 다른 하운드의 얼굴을 주먹으로 후려치고 있을 때였다.
“꺄아아아악-!”
한 여자의 비명이 들려왔다. 하운드가 여자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미츠하시와 하운드의 거리는 너무 멀었다.
“이런 제길….”
터엉-!
커다란 나노슈트 중갑형을 입은 남자, 다케우치가 여자의 앞을 가로막았다. 하운드는 다케우치의 몸통에 부딪쳐서 튕겨나갔다. 하운드는 다케우치에게 다시 덤벼들었다. 다케우치는 왼팔을 하운드에게 물린 뒤, 오른손으로 목덜미를 잡아 제압했다.
다케우치는 능숙하게 하운드의 목에 손잡이가 달린 목줄을 채웠다. 다케우치는 하운드의 입 양 옆을 손으로 눌러 입이 벌어지게 해 팔을 빼고, 손잡이를 잡았다. 하운드는 몸부림을 치고, 고개를 돌려 입질을 했지만 다케우치에게 닿지 않았다.
미츠하시는 다케우치에게로 다가갔다. 그것이 둘의 첫 만남이었다.
미츠하시가 말했다.
“그리고 하운드를 금방 길들이더군. 난 그 방법이 마음에 들었다. 무언가와 싸울 때, 이기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 더 좋지. 다케우치 형님…. 아니, 그 녀석은 그랬었다. 그는 나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였지.”
강우가 물었다.
“그래서 몬스터가드로 활동하게 된 거라고?”
“나는 몬스터가드 같은 걸로 등록한 적이 없어. 그건 몬스터보호협회에서 자기들 마음대로 갖다 붙인 거다. 그저 다케우치란 남자와 마음이 맞았었고, 함께 했었을 뿐이다. 그는 언제나 정정당당하고, 맞부딪치고, 필요 없는 살생을 하지도 않았어. 몬스터들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도 지키는…. 그런 남자였다.”
미츠하시는 씁쓸한 듯 잠시 아랫입술을 깨물며 미간을 찌푸리고 있다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알았지. 결코 정정당당한 사내가 아니었다는 걸. 그저 자신보다 약한 이들 앞에서만 그런 모습을 보인 거였지.”
강우는 팔짱을 끼며 물었다.
“그런데 우리는 왜 따라온 거야?”
미츠하시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왜 따라오긴. 난 이제 너와 함께 간다.”
“뭐?”
“우리는 서로를 도우며, 같이 싸웠다.”
미츠하시는 쿠라마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너 역시 마찬가지지. 그럼 우린 동료 아닌가?”
강우는 헛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렇게 되는 거야?”
미츠하시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당연하지. 하지만 너에게 궁금한 점이 있다. 네 목적은 뭐지? 나는 힘을 바른 곳에 쓰고 싶다. 돈은 이미 평생 놀고먹을 수 있을 만큼 많아. 난 고작 돈이나 벌자고 이러는 게 아니다.”
강우는 얼굴에 미소를 잔뜩 머금은 채 말했다.
“내가 먼저 물어보자. 네 목적은 뭔데?”
미츠하시는 자신의 왼쪽 가슴을 오른쪽 주먹 밑동으로 치며 대답했다.
“나는, 사나이의 길을 걷는다.”
강우는 미츠하시의 말을 듣자마자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쿠라마는 미츠하시는 외계생물 보듯이 쳐다봤다. 미츠하시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뭐가 그렇게 웃긴 거지?”
강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했다.
“아니야. 아니다. 신경 쓰지 마.”
미츠하시는 팔짱을 끼며 물었다.
“네가 대답할 차례다. 네 목적은 뭐지?”
“나? 글쎄……. 우선 지금 목표는 몬스터보호협회를 무너트리는 거다. 그리고…….”
“그리고?”
“전투 자체가 재밌다고나 할까…….”
미츠하시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리며 중얼거렸다.
“수라의 길이란 말인가…….”
미츠하시는 강우와 두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좋아. 난 너와 함께 한다.”
미츠하시가 강우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강우는 미츠하시와 악수를 하며 말했다.
“뭐……. 나도 마침 클랜을 만들려고 했었으니……. 잘 됐네.”
“이제부터 너와 난 형제다.”
“형제?”
“그렇다!”
강우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다케우치하고도 이랬었냐?”
“아니, 나는 다케우치에게, 그의 비전 따위는 물어본 적이 없었다. 그의 진짜 뜻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렇게 됐지.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난 너의 진실성을, 두 눈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다.”
강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내 두 눈은 가려져있는데?”
미츠하시는 당황한 듯, 말을 돌렸다.
“아, 아무튼! 알 수 있다. 이제 우린 형제다.”
“그래? 그럼 누가 형이지?”
미츠하시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네가……. 아니, 형님!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미츠하시는 90도로 몸을 숙이며 강우에게 인사를 건넸다. 강우는 고개를 숙인 미츠하시의 뒤통수를 내려다보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거 참…. 좆나게 특이한 새끼일세…….’
미츠하시는 고개를 들고, 쿠라마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미츠하시는 쿠라마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누님도 잘 부탁드립니다!”
쿠라마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뭐, 뭐? 누가 네 누님이야?”
미츠하시는 고개를 들며 말했다.
“우린 이제 같은 클랜 아닙니까? 그리고 저보다 연상으로 보이니, 당연히 누님 아니겠습니까?”
“뭐? 너 몇 살인데?”
“저 올해로 스물셋입니다. 누님은요?”
쿠라마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몰라도 돼! 그리고 내가 언제 너희랑 같이 다닌다고 했어?”
강우가 말했다.
“안 될 건 뭐야? 우리 예전에도 호흡 꽤 잘 맞았잖아.”
쿠라마는 매섭게 눈을 흘기며 말했다.
“다시 말하지만, 난 몬스터라면 모두 죽여야 된다는 입장이야.”
미츠하시는 핫도그를 쓰다듬으며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왜요? 이 녀석은 이렇게 귀여운데. 그냥 커다란 개잖아요.”
“웃기지 마! 몬스터는 무조건…….”
미츠하시는 쿠라마의 말을 귓등으로 들으며, 강우에게 물었다.
“이 녀석 다른 몬스터도 죽였어요?”
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셀 수도 없지.”
미츠하시가 쿠라마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들으셨어요? 이 녀석은 다른 몬스터를 죽인대요. 그럼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몬스터잖아요. 그쵸?”
쿠라마는 미간을 찡그린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미츠하시는 핫도그에게서 손을 떼며 말했다.
“대부분의 몬스터들이 사람들에게 해가 되고, 죽여야 되는 건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몬스터들이 죽어야 되는 건 아니죠. 사람들도 나쁜 사람들 많잖아요? 그럼 사람들도 모두 죽어야 됩니까?”
강우가 실실 웃으며 말했다.
“그렇네. 그럼 아무 문제 될 게 없잖아.
쿠라마는 짜증난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시끄러워! 그리고 난 네 녀석도 마음에 안 들어! 거짓말이나 하는 놈을 어떻게 믿어? 다케우치에 관한 내용도 전부 거짓말일 수도 있잖아! 몬스터가드면서 우리에게 접근해 빈틈을 노리는 거 아니야?”
강우가 말했다.
“우리? 함께 하기로 결정한 거야?”
강우는 핫도그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하긴, 이 녀석하고 문제가 될 것도 없고, 너는 원래부터 모든 몬스터들을 보호하겠다는 몬스터보호협회가 싫었지? 그럼 우린 문제없는 거네?”
“넌 좀 조용히 하고 있어!”
강우는 양손을 들어 올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강우의 얼굴에는 미소가 머금어져있었다. 미츠하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내가 무슨 거짓말을 했다고 그러는 겁니까?”
쿠라마가 미츠하시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넌 여자를 때리지 않는다고 했지?
미츠하시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그랬죠.”
“넌 나하고 붙었었잖아!”
강우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오, 그러네. 거짓말쟁이네.”
강우는 그저 이 상황이 재밌다는 듯 실실 웃으며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해댔다. 미츠하시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쿠라마가 눈썹을 찡그린 채 말했다.
“그럼 네가 나랑 붙은 적이 없다는 거야?”
“아니요! 붙었었죠!”
“그럼 거짓말한 거 맞잖아!”
쿠라마는 결정타를 날리듯 미츠하시에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남자가! 남자답지 못하게! 거짓말이나 하고! 그게 사나이야? 그게 정정당당한 거야? 이 비겁한 거짓말쟁이야!”
미츠하시가 두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그 말 취소하세요.”
“내가 왜? 사실이잖아!”
미츠하시가 주먹을 꽉 쥐며 목소리를 높였다.
“난 누님을 때린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난 누님한테 맞기만 하거나, 공격을 막기만 했습니다! 제 말이 틀립니까?”
쿠라마는 미츠하시와 맞붙었을 때를 떠올렸다. 미츠하시의 말이 옳았다. 단 한 번도 미츠하시의 공격이 쿠라마에게 적중한 적은 없었다. 단지 피하거나, 막거나, 맞거나, 주먹끼리 맞부딪쳤을 뿐이었다.
쿠라마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미츠하시가 나지막이 말했다.
“이제 인정하시죠. 누님은 아까부터 이상한 고집을 피우고 계십니다. 자존심 세우기밖에 더 됩니까?”
쿠라마는 미츠하시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강우는 미츠하시에게 귓속말로 이전에 쿠라마와 있었던 일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줬다.
쿠라마의 속내도 그랬다. 이전에 강우에게 성질을 내며, 몬스터를 키우는 것 때문에 등을 돌렸다는 사실에, 지금에 와서 웃으며 함께 하기가 껄끄러웠던 것이다. 애초에, 처음부터 쿠라마는 강우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그저 이념의 차이, 그것도 그리 큰 문제가 아닌, 사소한 것 때문에 틀어졌었다.
강우의 말을 들은 미츠하시는 이해가 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쿠라마가 강우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넌 또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강우가 씩 웃으며 말했다.
“시끄러워. 이제 되도 않는 핑계 그만대고, 같이 몬스터보호협회 쳐부수러 중국으로 가자.”
쿠라마는 시선을 회피하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뭐……. 네 몬스터의 경우……. 전부 인정하는 건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고……. 그러니까 내가 키우는 것도 아니고, 네가 키우는 거니까……. 일종의 애완동물도 소유재산 같은 거니까……. 딱히 공격을 하진 않을 거야. 나는 그냥……. 우리 목적도 같고, 너희들이 제법 강하니까, 그래서, 이해타산이 맞아서 함께 하는 거라고. 나도 무투 클랜에서 나온 뒤로 혼자서 움직이는 건 아무래도 한계가 있으니까…….”
강우는 귀찮다는 듯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알았으니까, 이제 움직이자.”
강우가 먼저 걸음을 옮겼고, 핫도그가 왼쪽에 붙어서 따랐다. 미츠하시는 강우의 오른쪽으로 다가서서 목소리를 낮추고, 조심스레 물었다.
“저기……. 누님은 뭐, 츤데레? 그런 겁니까?”
강우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 건가?”
강우가 쿠라마를 향해 고개를 뒤로 돌렸다. 쿠라마와 강우의 눈이 마주쳤다. 강우가 목소리를 높여 물었다.
“안 올 거야?”
“가, 간다고.”
쿠라마가 걸음을 옮겨 강우의 뒤를 따랐다. 강우는 미츠하시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맞네, 츤데레.”
미츠하시가 물었다.
“그나저나 형님, 우리 클랜 이름은 뭡니까?”
“글쎄, 생각 안 해봤는데.”
“형님이 집행자니까, 클랜은 집행부가 어떻습니까?”
“부는 빼고, 그냥 집행이 낫겠다. 집행자는 나잖아. 집행부라고 하면, 전부 집행자 같잖아?"
미츠하시는 씩 웃으며 말했다.
“탁월한 작명 같습니다.”
쿠라마가 강우와 미츠하시 사이로 끼어들며 말했다.
“나쁘지 않네.”
강우와 미츠하시의 시선이 쿠라마에게로 모아졌다. 쿠라마는 새침하게 앞만 보고 걸었다. 강우는 피식 웃으며 앞으로 시선을 옮겼다.
현재까지 클랜원 숫자 총 넷.
강우, 쿠라마, 미츠하시 그리고 핫도그.
클랜장 집행자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클랜 ‘집행’(엑시큐션, execution)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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