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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148화 (148/195)

148화

안나는 입구로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몬스터가드들이 입구 문을 닫았다. 몬스터가드들 몇몇은 안나의 앞을 가로막았다.

안나는 미간을 찡그린 채 남자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이게 무슨 짓이죠?”

남자가 히죽거리며 말했다.

“무슨 짓이긴……. 재미 좀 보자는 거지.”

“뭐?”

“그냥 순순히 교섭에 응할 줄 알았나? 그래서 뭐가 바뀌는데? 지금 이곳에 왜 이것밖에 안 되는 몬스터가드들이 모여 있는지 모르겠어? 나머지는 모두 러시아 쪽에 가있지.”

안나는 눈썹을 잔뜩 찡그린 채 남자를 노려봤다. 남자는 자신의 손에 승기가 모두 잡혀있다는 듯 기고만장하게 말했다.

“그쪽에서 몬스터가드들을 모두 풀어줬겠지? 이제 우리 측에서 보낸 몬스터가드들과 합세해서 그쪽을 공격할 거다. 러시아도 몬스터보호협회 쪽의 승리다.”

남자는 씩 웃으며 안나의 몸매를 훑어보며 말을 이었다.

“뭐, 거기서 일을 처리하는 동안 나는 할 것도 없으니, 기다리면서 너랑 재미 좀 볼까 하는 거지. 내가 일을 마친 다음엔 다른 녀석들도 좀 즐기게 해주고.”

몬스터가드 몇몇이 안나에게로 천천히 다가섰다.

서열 10위 이상의 여자 몬스터가드들은 불쾌하다는 듯 피우던 담배를 더 깊게 빨아들이며 인상을 찌푸리고, 술을 그대로 들이키거나 시선을 피해버렸다.

몬스터가드들이 안나에게로 접근하고 있을 때였다.

안나는 비웃듯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나지막이 말했다.

“서열 10위 이상은 모두 여기에 있는 거 아니야?”

남자는 눈썹을 찡그리며 대답했다.

“그게 뭐 어쨌다는 거냐?”

“그럼 러시아에 있는 몬스터가드들은 모두 그 아래라는 거잖아. 과연 그 녀석들이 러시아 예거 파티를 감당해낼 수 있을까?”

안나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우리 러시아 측은 교섭 따위 할 생각이 없었다. 우리가 언제 범죄자들과 교섭을 했었지? 지금쯤 몬스터보호협회는 박살이 나고 있을 거다.”

남자는 당황한 눈치를 감추지 못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쿠라마가 중얼거렸다.

“저 여자 대체 어쩌려고 저러지?”

강우가 말했다.

“그러게……. 혼자인데? 강한가?”

미츠하시는 주먹을 꽉 쥔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남자가 말했다.

“흥, 우리도 반격은 예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쪽엔 이미 나보다 강한 사람이 가있어. 러시아 측 예거파티장이 팔성 중급이었나?”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는 팔성 상급 이상이다.”

안나는 여유를 잃지 않은 채 말했다.

“급수로 모든 전투력이 측정될 거라고 생각하나? 그건 그저 일부분일 뿐이야. 실제로 등급이 낮은데도 강한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쿠라마와 미츠하시의 시선이 강우에게로 옮겨져 있었다. 강우는 쿠라마와 미츠하시를 한 번씩 쳐다본 뒤 말했다.

“뭐야, 왜 쳐다봐? 난 모르는 여자야.”

남자가 안나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넌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얘기들을 늘어놓는 거지? 넌 지금 여기 혼자 있다. 네가 내보낸 녀석들은 전부 쓰레기들이었지. 약해빠진 녀석들. 이미 다 도망쳤겠지만.”

안나는 전신에서 푸른빛을 뿜어냈다. 안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빛은 아지랑이를 피우며 천장까지 닿았다.

“내가 왜 여기 교섭인으로 혼자 온 줄 알아?”

파앙!

안나의 전신에서 흐르는 푸른빛이 마치 수백, 수천 개의 가시처럼 돋아났다. 돋아난 푸른 가시들은 손가락 하나 크기였다.

“나 혼자서 너희들 전부를 처리할 수 있을 거란 계산이 나와서다.”

남자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소리쳤다.

“저 년을 죽지 않을 정도로만 조져!”

서열 10위 이상을 제외한 몬스터가드 수십 명이 안나에게로 달려들었다.

콰아아아아아앙-!

몬스터가드들이 뛰는 것을 멈췄다. 자고 있는 몬스터가드를 제외하고, 서열 10위 이상을 포함한 모든 몬스터가드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쏠렸다. 안나 역시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하늘에서 떨어진 남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2층에서 1층으로 뛰어내린 남자, 그는 미츠하시였다.

미츠하시는 몬스터가드들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이 비겁한 놈들아-! 여자 하나한테 수십 명이 달려드는 거냐!”

남자가 당황하며 말했다.

“뭐, 뭐야? 넌 누구냐?”

안나 역시 미츠하시의 뒤통수에 대고 말했다.

“당신은 누구지?”

미츠하시는 안나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소개는 일단 이 녀석들을 쓸어버리고 하지.”

2층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강우는 손을 이마에 짚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 녀석이 진짜…….”

쿠라마가 말했다.

“어쩔 거야?”

강우는 미츠하시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우선……. 지켜본다.”

“그냥 두고 본다고?”

강우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기 앞가림은 자신 스스로가 한다고 했어. 더군다나 저 상황에 혼자 뛰어들었는데, 그러지 못한다면, 더 이상 내 클랜원일 필요가 없지.”

강우는 쿠라마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네가 의문점을 가지던……. 미츠하시가 얼마나 강한지, 나노슈트를 벗어도 먹힐지, 그 부분이 해결될 거고.”

쿠라마는 고개를 끄덕이고, 미츠하시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미츠하시는 나노슈트를 입고, 몬스터보호협회에서 빠져나오던 날 평가 받은 등급이 사성 상급이었다. 현재 미츠하시를 둘러싸고 있는 몬스터가드들 중 사성 상급 미만은 아무도 없었다.

남자가 미츠하시와 안나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남자는 죽이고! 여자는 목숨을 붙여놔라!”

몬스터가드들이 일제히 미츠하시와 안나에게로 달려들었다. 미츠하시와 안나는 완전히 둘러싸여있었다.

미츠하시가 전신에서 보랏빛을 뿜어냈다. 미츠하시의 양팔이 보랏빛으로 둘러싸였다.

악마의 양팔.

순식간에 보랏빛은 형태를 갖추고, 미츠하시의 것이 아닌, 악마의 것을 빌려온 듯한 양팔이 달려있었다.

강우는 미츠하시를 보며 흥미롭다는 듯 중얼거렸다.

“저 녀석……. 양팔도 가능했나?”

쿠라마는 미츠하시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미츠하시가 아래서부터 사선으로 오른손을 올려쳤다.

악마의 손톱.

보랏빛의 커다란 칼날과 같은 것 다섯 개가 바닥을 긁으며 몬스터가드들을 향해 날아갔다.

콰콰콰콰콰콰콰쾅-!

몬스터가드 열 명 이상이 뒤로 날아갔다. 그 중 세 명은 그 자리에서 전투불능.

남자는 갑작스런 미츠하시의 등장에 당황했고, 목소리른 높였다.

“뭣들 하냐! 빨리 저 새끼부터 조져!”

몬스터가드들이 전신에서 각양각색의 빛을 뿜어내며 미츠하시에게로 달려들었다.

파칭, 퓨퓨퓨퓨퓨퓨퓨퓨퓩!

안나가 전신에 세웠던 가시를 사방으로 뿜어냈다. 가시들은 달려들던 몬스터가드들에게 꽂혔다. 대부분의 몬스터가드들은 크게 타격을 입지 않았다. 가시들을 피해내거나, 막아내거나, 몸에 맞아도 치명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몇몇 몬스터가드들은 벌린 입안으로 가시가 박히거나, 눈을 꿰뚫렸다.

촤아아악-!

몬스터가드들 중 오성 하급인 여자가 양손을 뻗었다. 양손 끝에서 각각 다섯 개, 총 열 개의 노란빛 채찍이 뻗어 나왔다. 여자는 양손을 교차해 휘둘렀고, 채찍 열 개가 미츠하시와 안나를 덮쳤다.

촤라라라라락.

미츠하시가 오른팔을 들어 여자의 채찍들을 막아냈다. 채찍들은 모두 오른팔을 휘감아 조여들었다. 미츠하시가 오른팔을 확 당겼고, 여자의 몸이 공중에 붕 떴다.

미츠하시의 앞으로 다른 몬스터가드들이 달려들었다. 미츠하시를 향해 푸른빛의 전기, 붉은빛의 화염 그리고 붉은빛, 보랏빛, 남색 빛, 주황빛을 뿜어내는 남자들이 달려들었다.

퍼어엉-!

미츠하시는 왼손을 휘둘러 전기와 화염을 걷어냈다. 붉은빛 남자의 오른쪽 주먹과 보랏빛 남자의 왼발이 날아들었다. 미츠하시는 오히려 한 걸음 다가서며 두 남자의 공격을 피해냈다. 두 남자의 팔 안쪽과 무릎이 미츠하시의 몸이 살짝 닿은 것이 전부였다.

미츠하시는 양손으로 두 남자의 안면에 손을 얹어 바닥으로 내리찍었다. 남색 빛 구체가 미츠하시의 안면으로 날아들었다.

쩌어어엉-!

미츠하시는 남색 빛 구체를 이마로 받아냈다. 주황빛의 남자가 두 주먹을 붙이고, 공중에서 회전하며 미츠하시를 향해 날아왔다.

콰, 콰, 콰, 콰, 콰, 콰, 콰, 콰앙!

미츠하시는 양손을 펴 주황빛 남자의 두 주먹을 막아냈다. 조금 뒤로 밀렸지만, 이내 멈췄다. 미츠하시가 양손으로 주황빛 남자의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주황빛 남자의 회전이 멈추고, 두 주먹을 미츠하시에게 잡힌 채 몸을 꼿꼿이 펴고 있었다.

미츠하시는 주황빛 남자를 그대로 치켜들었다.

콰아아아아앙-!

미츠하시는 주황빛 남자를 그대로 바닥에 패대기쳤다.

아직도 몬스터가드들은 많이 남아있었다. 게다가 더욱 높은 등급, 최소 오성 중급인 몬스터가드들이었다. 게다가 서열 10위 이상은 아직도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다른 몬스터가드들이 또다시 달려들었다.

퀴유우우우웅-!

약 열 명의 몬스터가드들이 양손에 저마다 각양각색의 빛을 모았다. 빛들은 이내 미츠하시와 안나를 향해 뿜어졌다. 뻗어나가는 빛들은 저마다의 형태로, 에너지파가 되어 날아갔다.

파창-!

퍼퍼퍼퍼퍼퍼퍼펑-!

방어 자세를 취했던 미츠하시는 천천히 손을 내리고, 주위를 둘러봤다. 미츠하시와 안나의 주위를 얼음으로 된 벽이 둘러싸고 있었다. 몬스터가드들이 쏜 에너지파는 모두 얼음벽을 뚫지 못했다.

얼음벽은 안나가 만들어낸 것이었다. 안나의 능력은 간단하게 말해 얼음.

아까 뿜어냈던 가시들도 얼음으로 이뤄진 것이었다.

미츠하시는 안나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대단한데?”

안나가 나지막이 말했다.

“끝내야겠어.”

치잉-!

얼음벽이 박살나며 사방으로 튀어나갔다. 손톱 크기의 얼음조각들이 몬스터가드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얼음조각 자체에 살상력이 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치명적이었다.

얼음조각이 피부에 닿는 순간 손바닥 크기로 번지며 얼어붙었다. 몇몇 몬스터가드들은 금세 녹여버리거나, 튕겨내거나, 피해냈다. 하지만 오성 상급에서도 특별히 강한 사람이 아니라면, 안나의 빙결에 꼼짝없이 당했다.

서열 10위 이상의 몬스터가드들 중 안나의 공격에 피해를 입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얼음조각이 그들에게까지 튀었고, 신경이 거슬리는 듯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얼굴의 반쪽, 팔뚝, 다리, 심지어는 전신이 얼어붙은 몬스터가드들은 움직이지 못했다. 몇몇이 억지로 몸을 움직이려고 했다. 안나가 차가운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억지로 움직이려 하지 않는 게 좋을 걸? 몸이 깨져버릴 테니까.”

멀쩡히 전투가 가능한 몬스터가드들은 서열 10위 이상은 제외하고, 열 명뿐이었다.

서열 10위 이상인 몬스터가드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쉬지 않고 음식을 먹어대던 덩치가 큰 남자와 술을 마시던 두 남자와 여자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술을 마시던 두 남자와 여자는 똑같이 전신에서 보랏빛을 뿜어냈다. 두 남자와 여자는 보랏빛이 마치 몸에 감싸진 듯 정적이었다.

여자가 나지막이 말했다.

“죽여.”

몬스터가드들이 미츠하시와 안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미츠하시와 안나 둘 모두 얼굴에는 여유가 있었다.

안나는 칠성급 예거이기에 당연한 일이라 볼 수도 있었다.

그리고 미츠하시는 나노슈트 없이도 평가 받은 사성 상급을 이미 한참 뛰어넘는 실력을 선보이고 있었다.

몬스터가드 열 명과 미츠하시, 안나가 맞부딪치기 직전이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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