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화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건물 바닥 중앙을 중심으로 균열이 일어났다. 건물 전체가 흔들릴 정도의 충격이었고, 창문은 동시에 모두 깨져버렸다.
미츠하시와 안나에게 달려들던 몬스터가드 열 명은 충격에 날아가 바닥을 굴렀다. 안나와 미츠하시 역시 팔을 들어 눈앞을 가렸다.
바닥에 착지한 것은 강우였다. 쿠라마가 뒤늦게 착지하며 말했다.
“뭘 그렇게 요란스레…….”
“효과도 충분하지 않았어?”
강우의 시선은 충격에 날아간 몬스터가드들에게로 향해있었다. 몬스터가드들은 고통에 신음하며 몸을 비틀었다. 개중에 오성 중급인 남자 하나만이 몸을 일으켜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남자는 곧바로 강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서열 10위, 덩치 큰 남자가 소리쳤다.
“기다려!”
남자는 붉은빛을 뿜어내며 강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남자는 오른쪽 주먹으로 강우의 안면을 노렸다. 강우는 고개를 뒤로 젖혀 가볍게 피해낸 뒤, 남자의 안면에 손을 얹었다.
쾅, 콰쾅, 쾅!
강우는 남자의 안면을 잡은 채 바닥에 대고 던져버렸다. 남자는 얼굴부터 바닥에 처박힌 뒤, 튕겨나갔다. 남자는 곧바로 자세를 잡으며 바닥에 착지했다. 남자의 전신에서 붉은빛이 더욱 크게 일렁거렸다.
남자가 강우의 공격을 버틸 수 있던 이유는 오성 중급이란 강인함, 그것은 옷 형태로 된 나노슈트 덕분이었다.
남자는 강우를 향해 튀어나왔다. 남자가 강우의 코앞으로 다가왔을 때였다. 이미 강우의 오른쪽 주먹은 남자의 얼굴 앞에 가있었다. 그리고 강우의 주먹에는 검은색 힘이 담겨있었다. 극소량, 강우는 전신을 검은색 힘으로 뒤덮고도 한참 남을 만큼 뿜어낼 수 있었다. 강우가 사용한 힘은 점 하나 크기, 라면을 먹다가 국물이 한 방울 튄 그 정도였다.
그리고 그 파괴력은
엄청났다.
퍼어어어어어어엉-!
강우의 오른쪽 주먹의 남자의 이마에 직격했다. 남자는 멀리 날아가 벽을 뚫고 나갔다. 벽을 뚫고도 멀리 날아가 쓰러진 남자의 두 눈은 흰자만이 보였다. 이마에는 강우의 주먹 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채 움푹 들어가 있었다.
건물 안에 전투가 가능한 몬스터가드들은 서열 10위 이상인 사람들만이 남아있었다. 서열 10위의 덩치 큰 남자가 강우를 노려보며 말했다.
“집행자……. 분명 사성 상급이라 들었는데?”
강우는 왼쪽 손바닥에 오른쪽 주먹을 가져다 댄 채 고개를 좌우로 까딱였다.
“그런 건 그냥 숫자놀음이잖아?”
남자가 전신에서 보랏빛을 뿜어냈다. 서열 10위 그는 오성 상급이었다. 전신에는 두터운 나노슈트 중갑형을 두르고 있었다. 의도한 것인지, 맞춤제작조차 불가능했는지 남자는 양 어깨와 몸통, 허벅지에만 노란색 슈트를 두르고 있었다.
남자는 전신에서 노란빛을 뿜어내며 말했다.
“뭐, 상관없어. 전부 내가 처리해주지.”
강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돼지가 말도 하네.”
남자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강우에게 달려들었다. 강우의 주먹에는 여전히 검은 힘이 머금어져있었다.
터텅!
남자가 노란빛을 뿜어내며 양손을 치켜들었다. 남자의 뒤로 노란빛 황소의 형상이 나타났고, 치켜든 양팔의 위로 커다란 뿔이 솟았다.
남자와 강우가 맞부딪쳤다.
투우우우우웅-!
남자의 양 주먹이 강우의 양 어깨 전면을 가격했다. 방어력이 부족한 이라면, 같은 오성 상급이라도 양팔이 통째로 날아갈 충격이었다. 하지만 강우에게는 어깨가 살짝 들썩인 것이 전부였다.
터엉-!
강우는 오른쪽 주먹으로 남자의 복부를 올려쳤다. 남자의 허리가 새우처럼 굽으며 몸이 들렸다. 남자의 등 뒤로 파앙, 하는 소리와 함께 음파가 울렸다.
“커허어…….”
쿵, 털썩.
남자는 그대로 무릎을 꿇은 뒤, 앞으로 고꾸라져 일어나지 못했다. 오성 상급, 몬스터보호협회 중국지부 서열 10위를 한 방에 보내버린 것이다.
몬스터가드들이 한 명만 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워서 자고 있는 남자는 여전히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안나가 미츠하시를 보며 물었다.
“집행자가 저렇게 강했던가?”
미츠하시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우리 클랜장이니까.”
“클랜장? 집행자가 클랜을 만들었어?”
퓨퓨퓨퓨퓨퓻-!
트럼프 카드였다. 남색 빛의 카드들이 강우 일행을 향해 날아들었다. 술을 마시던 두 남자와 여자가 날린 것이었다. 셋은 남매였고, 비슷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셋 모두 남색 빛의 능력자에 카드를 형상화시킨 것이었다.
첫째인 남자가 예리하고 날카로운 남색 빛의 카드를 한 번에 수십 장씩 던져댔다. 둘째인 남자는 그에 맞춰 닿으면 폭발하는 남색 빛의 카드를 날렸다.
퍼퍼퍼퍼퍼퍼펑-!
하지만 카드는 모두 안나의 얼음벽에 간단히 막혀버렸다.
쿠라마가 반격에 나섰다. 쿠라마가 불타는 한쪽 날개를 펼친 뒤, 그것을 오른팔에 휘감았다.
화룡의 권.
쿠라마는 삼남매를 향해 주먹을 뻗었고, 팔에 휘감겨 있던 날개는 빙글빙글 돌며 거대해지고, 길어졌다. 주황빛을 머금은 화룡이 입을 크게 벌리고 삼남매를 덮쳤다.
셋째의 능력, 거대 카드.
파차앙-! 퍼어어엉-!
남색 빛의 거대한 카드가 마치 벽처럼 솟아나 화룡을 막아냈다. 화룡이 폭발하며 불기둥이 치솟아 천장에 구멍을 냈고, 여자가 만들어낸 카드는 깨졌다.
다른 두 남자 몬스터가드가 전투에 끼어들었다. 쌍둥이인 두 남자는 순식간에 쿠라마에게로 다가섰다. 한 남자는 전신에서 붉은빛을, 다른 남자는 주황빛을 뿜어냈다. 두 남자가 쿠라마의 안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쿠라마는 다리를 양옆으로 쭉 찢으며 앉아 피해버렸고, 두 남자의 주먹이 서로를 향해 날아갔다.
두 남자는 간신히 서로를 향해 날린 주먹을 멈췄다. 두 남자는 곧바로 동시에 쿠라마를 향해 발차기를 했다. 쿠라마는 불타는 네 개의 날개로 몸을 감싸 아무런 충격 없이 방어했다.
세 남매가 각자의 카드를 펼쳐들며 달려왔다.
콰콱!
미츠하시가 뛰어올라 카드를 쓰는 두 남자의 안면을 붙잡았다.
콰아아아앙-!
두 남자는 뒤통수부터 바닥에 내리꽂혔다. 막내인 여자가 거대한 카드를 널빤지처럼 치켜들고 미츠하시를 노렸다.
빠자자작-!
여자가 형상화한 카드부터 양 어깨까지 모두 꽁꽁 얼어버렸다. 안나는 여유가 가득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고 있었다.
쌍둥이인 두 남자가 쿠라마에게로 다시 달려들었다. 쿠라마는 두 개의 날개를 양팔과 양다리에 휘감으며 불태웠다. 쿠라마가 두 남자와 맞붙으려는 순간이었다.
쩌, 쩌억-! 쿵, 쾅, 콰쾅, 쾅!
강우의 공격이었다. 그저 손바닥에 조그만 점 하나의 크기를 핀 검은색 힘이었다. 그리고 양손으로, 말 그대로 싸대기를 날렸다. 쌍둥이는 싸대기를 맞고 튕겨나가 걸레짝처럼 널브러진 채 일어나지 못했다.
압도적.
몬스터가드들은 강우 일행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처음 안나와 얘기를 하던 남자와 사탕을 빨고 있던 여자, 담배를 피우던 여자가 천천히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남자는 눈썹을 잔뜩 찡그린 채 말했다.
“이 새끼들이…….”
강우가 히죽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저기 자는 놈은 왜 안 깨우냐?”
“지부장님은 깨울 수 없다.”
안나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뭐야, 네놈이 서열 1위 아니었나?”
“대외적으로는 그렇지.”
의자에 앉아있던 남자는 서열 2위였다. 담배를 피우던 여자는 서열 3위, 사탕을 빨고 있던 여자는 서열 4위였다.
그리고 소파에 누워 모포를 뒤집어쓰고 자는 남자가 몬스터보호협회 중국지부장이었다. 이런 위기에서도 서열 2, 3, 4위가 1위를 깨우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서열 1위인 남자는 지독한 사이코에 가까웠는데, 신경에 거슬리면 모두 죽여버렸다. 원래 삼합회 출신인지라 흉악하기론 비교할 곳이 없었다.
강우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물었다.
“진짜 안 깨워도 괜찮겠어? 조금이라도 가능성을 높여봐야지.”
서열 4위인 양 갈래 머리 여자가 말했다.
“나 혼자서도 너희 정도는…….”
서열 4위 여자가 말을 마치기 전이었다. 안나가 여자를 향해 튀어나갔다. 여자는 황급히 보랏빛을 뿜어냈다. 보랏빛을 겉이 아닌, 몸 안쪽에서부터 피부 바깥쪽으로 은은하게 뿜어져 나왔다.
서열 4위 여자는 나노슈트 일반형을 입은 육성 하급.
안나는 칠성.
순수 전투력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여자는 맞부딪치길 피했다. 여자가 옆으로 뛰며 안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보랏빛 구슬들을 산탄총처럼 쐈다.
트특, 쿠트특, 취릭, 취리리리릭, 티티티티티티티티티티티팅.
안나도 여자와 같은 방향으로 뛰며 오른손을 뻗었다. 안나의 손끝에서는 마치 살아있는 것 같은 얼음밧줄이 튀어나와 요동쳤다. 보랏빛 구슬은 얼음밧줄에 모두 튕겨나갔고, 여자의 몸을 휘감았다. 얼음밧줄은 얼음의 성질을 가졌을 뿐이지, 그 강도와 경도까지 얼음과 같지는 않았다.
파앙!
여자가 자신을 묶은 얼음밧줄을 산산조각냈다. 여자의 몸은 잔뜩 부풀어있었다. 마치 풍선처럼, 톡 건들기만 해도 뻥 터질 것 같았다. 여자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며 미간을 찌푸렸다.
“제길…….”
안나는 여자를 조롱하듯 말했다.
“어머……. 추해라.”
“죽여버릴 거야!”
여자는 몸을 부풀리며 안나에게로 굴러갔다. 그 모습이 마치 지름 2m 이상의 보랏빛 볼링공과 같았다. 안나는 여유롭게 왼손을 뻗어 같은 크기의 얼음공을 만들어냈다.
쩌엉-!
둥글게 변한 여자가 튕겨나갔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여자는 시네루를 준 당구공처럼 다시 안나를 향해 굴러갔다. 안나는 얼음 공을 움직여 여자와 맞부딪치게 하려 했다.
팅.
옆에서 안나를 향해 불씨가 남은 담배꽁초 하나가 날아왔다. 안나는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담배꽁초의 불씨가 커졌다.
화르륵!
오로라가 퍼지듯 붉은빛을 머금은 화염이 거대해지며 안나를 덮쳤다. 안나는 눈을 크게 뜨며 왼팔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젠장!’
안나의 왼팔 위로는 얼음 장막이 생겨나고 있었다. 가로세로 길이 5m이상의 얼음 장막도 1초가 걸리지 않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옆에 다가와 있는 담배꽁초에서 번지는 화염은 더욱 빨랐다.
쿠아아아아아아아아-!
화륵, 화르르륵!
거대한 화염이 폭발과 함께 안나를 덮쳤다. 안나의 쪽에서 불의 장벽이 폭발 쪽으로 휘몰아치며 함께 폭발을 일으켰다.
거대한 불길이 치솟았고, 천장은 이미 완전히 뚫려있었다.
불길이 걷혔다.
안나와 양 갈래머리를 한 여자는 모두 별다른 타격이 없었다.
담배꽁초에서 시작된 화염은 서열 3위의 검은머리 여자가 일으킨 것이었다. 그리고 화염을 막아낸 것은 쿠라마가 만든 불의 장벽이었다.
검은머리 여자와 쿠라마는 서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노려봤다.
미츠하시는 서열 2위 남자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씩 웃었다.
“내 상대는 너인가?”
남자는 기가 차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핏덩이 새끼가 겁이 없구나.”
미츠하시는 악마의 것을 빌린 듯한 양팔에서 짙은 보랏빛을 잠시 팡, 하고 뿜은 뒤,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너는 그 핏덩이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하게 될 거다!”
남자의 두 눈은 검은자보다 흰자가 더 많이 보일 정도로 눈을 희번득 뜨고 있었다.
이 상황을 지켜보는 강우의 입가에는 미소가 머금어져있었다.
금강역사(金剛力士).
서열 2위 남자의 비기였다.
남자가 전신에서 노란빛을 뿜어냈다. 남자의 불뚝 솟은 배가 들어가기 시작하고, 몸이 전체적으로 부풀기 시작했다.
금세 남자는 3m 가까이 되는 거대한 근육질로 변해있었다. 얼굴마저 근육으로 가득 들어찬 듯이 쩍쩍 갈라졌다. 두 눈동자는 작아진 채 미츠하시는 노려봤다. 남자는 미츠하시를 내려다보며 소리쳤다.
“네놈을 먼저 영원히 잠재워주마-!”
미츠하시는 두 주먹을 꽉 쥐며 소리쳤다.
“할 수 있으면 해봐-!”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모두의 시선이 한 곳으로 옮겨졌다. 그곳은 건물 오른쪽 벽면이었다. 벽이 무너지고 거대한 무언가가 침입해왔다.
건물로 들어선 것은 ‘상하이 크랩’
육성 상급으로 알려진 거대 몬스터였다.
건물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이들 중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상하이 크랩이 기괴하고도 커다란 소리를 냈다.
상하이 크랩의 요란스런 등장에 소파에 누워 자고 있던 남자가 눈을 떴다. 강우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상하이 크랩을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기다리고 기다리던 꽃게 요리를 본 것처럼.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제 아주 아픈 것까지는 아니었는데, 몸이 좀 안 좋아서 글을 못 썼네요.
도저히 집중이 안 되더라고요.
죄송합니다.
지금도 약간 두통이 있네요.
다들 건강관리 잘하세요.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항상 감사드립니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