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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150화 (150/195)

150화

상하이 크랩은 몸통의 가로 폭만 10m 이상의 거대한 몬스터였다. 네 개의 집게발은 코끼리도 한 번에 두 동강을 낼 만큼 크고 강력했다. 웬만한 대포도 뚫지 못하는 두꺼운 갑각은 자줏빛이었고, 곰을 한입에 삼킬 만큼 커다란 입을 가지고 있었다. 입 안쪽으론 사람의 팔뚝 크기의 이빨이 몇 겹으로 빼곡하게 나있어 가시가 돋힌 터널과 같았다. 초록빛 두 눈은 달팽이의 더듬이마냥 늘었다 줄었다했다.

크고, 흉폭하고, 강력한 몬스터.

여태까지 상해에만 세 번 등장하는 상하이 크랩의 가장 무서운 점은 육성 상급의 몬스터라는 것이었다. 칠성 하급 능력자 다섯 명은 있어야 잡을 수 있는, 그것도 모두 무사하단 보장이 없는 몬스터였다.

상하이 크랩이 집게발을 좌우로 휘둘렀고, 건물은 순식간에 두부처럼 부서졌다. 상하이 크랩의 집게발들이 몬스터가드들과 강우 일행을 노렸다.

콰아아아앙-!

집게발들은 종이 한 장을 꿰뚫듯이 바닥을 파고들어갔다. 쿠라마가 눈썹을 잔뜩 찡그리며 말했다.

“어디서 저런 몬스터가…….”

안나의 안색이 변했다.

안나가 먼저 내보낸 예거들이 상하이 크랩과 맞닥뜨렸을 가능성이 높았다. 안나는 구석진 곳으로 이동해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가는 중이었다.

쾅, 쾅, 쾅, 쾅!

상하이 크랩이 네 개의 집게발로 바다을 마구 찍어대며 강우 일행을 향해 공격해왔다. 강우 일행은 뒤로 몸을 피했다.

서열 2위의 몬스터가드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그거지! 이거 구경만 해도 되겠는데?”

서열 3위 여자는 담배를 입에 물며 지루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할 것도 없겠네.”

여자가 담배를 한 모금 빤 뒤에 연기를 내뿜었을 때였다. 담배연기가 자극을 한 것일까. 상하이 크랩이 갑작스레 몸을 돌려 집게발을 휘두르며 몬스터가드들에게로 향했다. 서열 2위 남자와 3, 4위 여자들은 몸을 피했다. 하지만 서열 1위 남자는 그 순간에도 소파에 누워있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상하이 크랩의 집게발이 서열 1위 남자를 내리찍었다.

미츠하시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됐어.”

쿠라마는 상하이 크랩의 집게발 밑을 주시하고 있었다. 몬스터가드들은 당황하며 “지부장님!”이라고 소리쳤다.

강우는 팔짱을 낀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터텅!

안나가 입구 쪽으로 내달렸다. 강우가 안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둘의 눈이 마주쳤고, 안나가 소리쳤다.

“조금만! 조금만 시간을 끌어줘! 다른 예거들이 괜찮은지 확인해야겠어!”

강우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터엉-!

모두의 시선이 상하이 크랩 쪽으로 옮겨졌다. 내려쳤던 집게발이 위로 치솟았고, 상하이 크랩이 균형을 잃으며 뒤로 쓰러졌다. 상하이 크랩은 바닥에 등딱지가 닿자마자 튕기듯 벌떡 일어났다.

상하이 크랩이 내려쳤던 곳은 땅이 푹 꺼지며 다 부서져있었다. 뭉개진 소파 위로 한 남자가 누워있었다. 남자는 모든 게 귀찮다는 듯 인상을 쓰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몬스터보호협회 중국지부장, 서열 1위, 진진이었다.

진진은 헐렁한 검은색 트레이닝 바지에 검은색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상의는 입지 않고 있었는데, 상반신은 전부 휘황찬란한 문신으로 뒤덮여있었다.

상하이 크랩이 네 개의 집게발을 치켜들어 진진을 향해 내리쳤다. 진진은 빠르게 뒤로 몸을 날려 집게발을 피해냈다.

콰아아아앙-!

상하이 크랩의 집게발들이 바닥을 내리쳤고, 땅이 움푹 꺼지며 그 충격으로 건물이 완전히 무너졌다.

퍼퍼퍼퍼퍼퍼퍼퍼펑-!

강우 일행의 주변으로 화염 장막과 함께 열풍이 일어나 잔해들을 모두 날려버렸다. 쿠라마가 만들어낸 것이었다.

몬스터가드들의 위로는 화염폭풍이 일어나 잔해들을 날렸다. 서열 3위 여자가 일으킨 것이다.

쿠라마와 서열 3위 여자가 미간을 찌푸리며 눈을 마주쳤다. 서열 2위 남자와 미츠하시 역시 상하이 크랩보다는 서로에게 신경을 쓰고 있었다.

진진과 강우 역시 서로를 보고 있었다. 진진은 강우 정도는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는 듯, 지루하다는 듯 하품까지 했다. 강우는 팔짱을 낀 채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몬스터가드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쏠렸다. 핫도그가 있는 곳이었다. 건물이 무너지며 핫도그의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진진의 지루해 보였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쿠어어어어어어어어-!”

상하이 크랩이 포효했다.

진진은 상하이 크랩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저거부터 처리해야겠군…….”

진진은 핫도그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아니지. 일단 저거부터 내 걸로…….”

터텅!

강우가 진진에게로 튀어나갔다.

쩍! 콰쾅!

진진은 왼손을 들어 강우가 휘두른 오른쪽 주먹을 막아냈다. 양발 주변으로 땅이 부서질 정도의 충격이었다. 하지만 놀라고 있는 것은 강우였다.

‘막았어? 검은색 힘을 쓴 건데?’

진진은 눈썹을 잔뜩 찡그리며 소리쳤다.

“뭐하는 짓이야?”

터엉!

진진이 밀어냈고, 강우는 공중에서 돈 뒤, 바닥에 착지했다.

진진은 서열 2위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물었다.

“저 놈은 뭐냐?”

“집행자입니다.”

“집행자? 아, 그 일본지부를 조졌다는 놈?”

“네, 그렇습니다.”

진진은 강우의 주먹을 막았던 손에 아직도 저릿저릿한 느낌을 가졌다.

“사성 상급이라더니…….”

진진은 강우를 보며 씩 웃었다.

“재밌는 놈이잖아?”

진진의 몬스터보호협회 내에서 판단하는 등급은 칠성 중급이었다.

후웅-

상하이 크랩의 오른쪽 집게발 두 개가 진진과 서열 2위의 남자를 향해 날아들었다.

쿠우우우웅-!

서열 2위 남자가 양손을 들어 두 집게발을 막아냈다. 남자의 양발은 땅에 파묻혀있었다. 서열 2위 남자는 육성 상급.

“으아아아아아-!”

남자가 상하이 크랩의 집게발을 밀쳐냈다. 상하이 크랩은 화가 났는지 네 집게발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사람을 가리지 않고 쫓아다녔다.

쾅, 쾅, 쾅, 쾅, 쾅, 쾅!

상하이 크랩의 왼쪽 집게발 하나가 미츠하시를 향했다.

쩌엉-!

지면에서 빙산이 돋아나 집게발을 막아냈다. 안나가 돌아온 것이었다. 미츠하시는 안나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물었다.

“다른 예거들은 괜찮았나?”

안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미츠하시가 양팔에서 보랏빛을 강하게 뿜어내며 소리쳤다.

“그럼 이제 마음 놓고 싸워도 되겠구만!”

안나는 걱정거리가 사라져서인지, 지금 상황이 즐거워서인지 얼굴에 미소를 머금으며 전신에서 푸른빛을 뿜어냈다.

상하이 크랩은 당황하고 있었다. 상해 최고의 포식자로 겪어보지 못한 경험이었다. 모든 공격은 빗나가고, 튕겨졌다. 눈앞의 인간들에게서 두려움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위축되고 있었다.

상하이 크랩은 처음 느껴보는 공포감에 당황하고 있었다.

상하이 크랩은 목표가 변경됐다. 익숙한 생물, 자신이 마주쳤을 때 언제나 간식거리 정도에 지나지 않았던 몬스터, 헬하운드.

상하이 크랩은 핫도그를 향해 돌진했다.

진진은 “아깝게 됐군.”이라고 중얼거렸다.

몬스터가드들은 인간보다 몬스터는 먼저, 하지만 몬스터들끼리 부딪치는 것에 대해서는 보호를 하지 않았다. 그저 자연스러운 생태계라 여겼다.

안나와 서열 4위 여자는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상황을 지켜봤다.

“안 돼! 핫도그 피해-!”

의외.

가장 먼저 큰 목소리를 낸 것은 쿠라마였다. 쿠라마는 곧바로 핫도그가 있는 방향으로 뛰어갔다.

퍼펑-!

서열 3위 여자가 쿠라마의 앞에 붉은빛의 폭발을 일으키며 앞을 막아섰다. 쿠라마는 악을 쓰며 소리쳤다.

“비켜-!”

쿠라마가 주황빛을 뿜어내며 불타오르는 날개를 뻗어냈다.

퍼퍼퍼퍼퍼펑-!

쿠라마의 등 뒤로 평소보다 커다란, 두 개가 더 늘어 여섯 개의 날개가 뻗어 나왔다. 서열 3위 여자는 날카로운 눈으로 쿠라마를 노려보며 양손을 들었다. 여자의 양손에는 붉은빛의 아지랑이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피어올랐다.

미츠하시도 핫도그가 있는 방향으로 뛰었다.

후웅- 터어어엉! 치이이이이이이익.

서열 2위 남자는 육중한 몸에 어울리지 않은 날렵함으로 발차기를 했다. 미츠하시는 왼팔을 들어 막았지만, 10m 이상을 뒤로 밀려났다. 미츠하시는 눈을 번득이며 서열 2위 남자를 노려봤다. 남자는 왼쪽 주먹은 하단으로, 오른쪽 주먹은 머리 위로 치켜든 채 측면으로 서서 미츠하시를 노려봤다.

미츠하시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남자를 노려봤다. 미세하게 미츠하시의 두 눈에 보랏빛이 흘렀다.

서열 1위인 진진 역시 강우를 막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우는 핫도그가 있는 방향을 쳐다보기만 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진진은 의아하다는 듯이 강우를 쳐다보다가 핫도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상하이 크랩이 핫도그에게 네 개의 집게들을 한 번에 뻗었다. 핫도그는 자신의 앞에 기절해있는 몬스터가드들의 목덜미를 물어 멀리 던져버렸다. 기절한 상태로 던져지는 것도 부상을 입기야 하겠지만, 상하이 크랩에게 죽는 것보다는 나았다.

콰콰콰쾅!

핫도그는 재빠른 몸놀림으로 집게들을 피해냈다. 상하이 크랩은 빠르게 방향을 전환해 핫도그에게 달려들었다. 상하이 크랩은 그대로 핫도그를 향해 엎어졌다. 거대한 입으로 핫도그를 한입에 집어삼키려는 것이었다. 가시가 돋친 터널 같은 입이 핫도그를 향했다. 핫도그는 자신을 향한 입을 마주보며 입을 쩍 벌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겉으로 드러날 정도는 아니었지만, 핫도그 몸속의 심장이 붉게 달아오르며 빛을 뿜었다. 핫도그의 입에서 불기둥이 치솟으며 열풍이 일었다. 불기둥은 직격으로 상하이 크랩의 입안으로 들어갔다.

상하이 크랩의 거대한 몸이 열풍에 밀려 다시 세워졌다. 몸속으로 들어간 화염은 속에서부터 상하이 크랩을 익혀버렸다. 몬스터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군침이 넘어갈 고소한 꽃게찜 냄새가 퍼졌다.

상하이 크랩은 쿠웅, 하고 소리를 내며 뒤로 쓰러졌다.

강우를 제외한 모두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핫도그에게로 시선이 쏠려있었다. 진진이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어떻게 헬하운드가 상하이 크랩을…….”

강우는 씩 웃으며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내가 키우는 녀석이라고. 당연하지.”

핫도그는 내구력만으로도 이미 헬하운드가 아닌, 다른 종이라고 볼 수 있었다. 강우의 검은색 힘을 맞으면서도, 그 훈련과정을 ‘놀이’로 인식할 정도였으니까.

강우가 말했다.

“핫도그, 밥 먹으면서 기다리고 있어.”

핫도그는 강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상하이 크랩의 관절 부분을 물어뜯어 두꺼운 갑각을 부수기 시작했다. 그 광경 역시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상하이 크랩의 갑각은 쉽게 부서지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핫도그는 자신이 요리한 꽃게를 먹듯이 맛나게 먹기 시작했다.

진진은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저 녀석이 더 탐나기 시작했어. 이제 저 녀석은 내 거다.”

강우가 씩 웃으며 말했다.

“네 마음대로 그게 될까?”

안나와 서열 4위,

쿠라마와 서열 3위,

미츠하시와 서열 2위도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톡 건들기만 해도 끊어질 것 같은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모두들 아무런 말없이 서로를 노려봤다. 강우를 빼고는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아지랑이를 피우며 실타래처럼 엉켰다.

숨 막히는 긴장감 그리고 태풍전야의 고요함.

으저적!

핫도그가 상하이 크랩 갑각을 부수는 소리가 울렸다.

============================ 작품 후기 ============================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항상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더 재밌는 소설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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