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화
강우는 두 가지 가설을 세웠었다. 하나는 10대10 전투가 벌어지는 날, 몬스터보호협회가 분명히 더 많은 인원들을 끌고 올 것이라고.
다른 하나는 예거 파티에서 시험이 치러질 때 몬스터보호협회가 습격을 해올 것이라 생각했다. 여태까지 몬스터보호협회의 자행으로 봤을 때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실제로 일어나고 있었다.
강우는 시험이 시작되기 전, 미리 일행들에게 연락을 취해 주변에서 대기토록 한 것이다.
이정우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쿠라마가 있는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저것들은 뭐지?”
강우는 알리사에게 말했다.
“난 지금부터 몬스터보호협회하고 싸운다.”
강우는 존슨, 린첸, 이브라힘을 보며 말을 이었다.
“우리가 싸우는 동안 도망칠 수 있으면 도망쳐라. 시간을 벌 인원들이 늘었으니 확률도 높아지겠지.”
존슨이 양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웃기지 마라. 내가 녀석들을 전부 잡는다. 수백이든 수천이든 상관없어!”
강우는 씩 웃으며 린첸과 이브라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너희들은 어쩔 거지?”
린첸은 주황빛을, 이브라힘은 보랏빛을 뿜어냈다. 강우는 이정우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대답이 된 것 같네. 이제…. 한 번 붙어볼까?”
이정우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모두 죽여라-! 헬하운드는 죽이지 말고-!”
몬스터가드들은 강우 일행을 향해 달려들었다. 각양각생의 빛이 하늘보다 밝게 지상을 빛냈다.
강우가 소리쳤다.
“뭉쳐있어 봐야 집중포격만 당한다! 흩어져-!”
강우가 먼저 앞으로 튀어나갔고, 일행들 모두가 흩어졌다. 강우는 어느새 십성급 예거들에게도 리더처럼 굴고 있었다.
모두 흩어져 전투를 벌였다.
핫도그 역시 혼자 다녔는데, 주변의 몬스터가드들은 최하가 구성급 이상이었다. 두 남자가 전신에서 붉은빛을 뿜어내며 핫도그에게 달려들었다. 시커먼 핫도그의 몸이 가슴속부터 붉게 달아올랐다.
화르르륵!
핫도그는 달아오른 열선처럼 발광했고, 불이 타올랐다.
여태까지도 그래왔지만, 이론적으로 말도 안 되는 현상. 헬하운드가 이렇게까지 강한 열을 뿜어내는 것도 말이 안 됐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 다음이었다.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핫도그가 입을 쩍 벌리고 화염을 뿜어냈다. 화염은 두 남자를 집어삼켰다.
파스스.
화염이 지나가고, 한줌도 안 되는 시꺼먼 재가 바닥에 날렸다. 두 남자의 흔적은 조금의 그을림과 재를 남기고 사라졌다.
안나의 주변으로 열 명이 넘는 몬스터가드들이 달려들었다. 안나가 구성급 몬스터가드 열 명을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안나의 힘으로는 한 명을 상대하는 것도 버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안나는 적어도 자기 자신을 지킬 수는 있었다.
쩌정!
안나의 주변으로 얼음벽이 솟아났다. 몬스터가드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단번에 얼음벽을 깨부수고, 안나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쩌저저저저저정-!
몬스터가드들은 자신들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공격한 것은 얼음조각상이었다. 안나는 온데간데없고, 잘게 부서진 얼음조각만이 휘날렸다.
안나의 비기, 얼음분신.
안나는 약 10m 이상 떨어진 곳에서 푸른빛을 뿜으며 서있었다. 다른 몬스터가드들이 안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쩌정-!
또다시 얼음조각상이었다.
쩌정, 쩌정, 쩌정, 쩌정, 파칭, 파칭, 파칭, 파칭.
전방 20m 안, 수십 명의 안나가 서있었다. 몬스터가드들은 혼란스러워했고, 안나는 차가운 미소를 머금은 채 교란시켰다.
미츠하시가 오른쪽 주먹을 휘둘렀다.
“우오오오오오오-!”
터엉-!
앞에 있는 몬스터가드는 양팔을 들어 막아냈지만, 뒤로 멀리 튕겨나갔다.
치잉.
미츠하시의 머리 위로 남색 빛의 철퇴가 날아들었다.
“으아아아아아-!”
미츠하시의 비기, 데빌맨.
미츠하시의 전신이 보랏빛으로 둘러싸이며 악마와 같은 모습으로 변했다.
터어어어엉-!
미츠하시는 왼손을 들어 남색 빛의 철퇴를 막아냈다. 미츠하시는 철퇴를 날린 몬스터가드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모두 덤벼-!”
퍼퍼퍼퍼퍼퍼퍽, 콰쾅, 콰쾅-!
미츠하시에게 수많은 몬스터가드들의 공격이 날아들었다. 미츠하시는 모든 공격을 몸으로 받아내며 “우오오오오오-!”하고 소리쳤다.
이브라힘을 향해 몬스터가드들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이브라힘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팡!
이브라힘은 제자리에 서서 양쪽 손바닥을 마주쳤다.
텅, 텅, 텅, 텅, 텅, 텅, 쿠쿠쿠쿠쿠쿠쿠쿵!
커다란 바위덩어리들이 몬스터가드들을 막아섰다. 어디서 솟아나거나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갑작스레 허공에서 생겨났다.
몬스터가드들은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바위덩어리를 부수며 이브라힘을 향했다. 이브라힘의 전신에서 보랏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브라힘이 양쪽 손바닥을 하늘로 향했고, 땅에서 수십 마리의 하운드들이 튀어나왔다. 일반 하운드들과는 다르게 전신에 보랏빛을 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그 강함도 수준이 달랐다.
보랏빛 하운드들이 몬스터가드들을 향해 총알처럼 튀어나갔다.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하운드들과 부딪친 몬스터가드들이 뒤로 튕겨나갔다.
“다들 비켜!”
한 남자가 이브라힘을 향해 튀어나갔다.
터어어어어엉-!
이브라힘이 무언가를 만들기도 전, 남자의 주먹이 안면에 꽂혔다.
콰아아앙-!
이브라힘은 뒤로 나자빠지면서도 양손바닥을 남자에게 뻗었다. 보랏빛 하운드들이 한 곳에 모여들어 순식간에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었다.
“크르릉!”
보랏빛 하운드들은 하나가 되어 코끼리만큼 커다란 몬스터로 변했다. 개와 비슷한 생김새였지만, 머리가 세 개였다.
이브라힘의 비기, 켈베로스.
이브라힘의 앞에 있는 남자는 몬스터가드들 중 십성급.
둘은 서로를 노려봤다.
존슨이 뒤로 멀리 날아갔다.
“크윽!”
퍼퍼퍼퍼퍼펑-!
약 30명의 몬스터가드들이 날아가는 존슨의 등 뒤로 에너지파를 쐈다. 존슨은 그 충격으로 날아가는 것을 멈추고, 바닥에 떨어졌다.
존슨은 곧바로 몸을 일으키며 씩 웃었다.
“덕분에 멈췄구만.”
존슨을 날려버린 것은 한 남자와 여자였다. 둘 모두 몬스터가드들 중 십성급이었다. 남자는 붉은빛을, 여자는 남색 빛을 뿜어냈다.
남자의 양손은 붉은빛을 머금은 가재의 집게발처럼 변해있었다. 여자의 양발은 남색빛을 머금은 독수리의 발처럼 변해있었다.
존슨은 두 눈을 부릅뜨며 노란빛을 강렬하게 뿜어냈다.
“모조리 쓸어버리겠다.”
치이이이잉!
원래도 덩치가 큰 존슨의 몸이 더 부풀어 올랐다. 키는 약 3m 이상에 피부가 노란빛을 머금고 있었다.
“덤벼라-!”
존슨은 눈앞의 몬스터가드들과 싸우면서도 시선은 브래드에게 향해있었다.
‘제길……. 내가 저 녀석과 붙어야 되는데.’
브래드가 남색 불꽃을 양손에서 뿜었다. 린첸이 손바닥으로 전방을 향해 연타를 날렸다.
퍼퍼퍼퍼퍼퍼퍼퍼펑!
주황빛을 머금은 손바닥 크기의 둥그런 방패 수십 개가 튀어나가 남색 불곷을 막아냈다. 브래드는 곧바로 양 주먹에 남색 불꽃을 활활 태우며 린첸을 향해 뛰어들었다. 린첸이 옆으로 오른손을 뻗자 주황빛의 기다란 검이 튀어나왔다.
린첸은 검을 아래서부터 사선으로 올려쳤다.
퍼엉-!
브래드는 순간적으로 왼손을 펴 열풍을 일으켰고, 린첸의 검을 튕겨냈다. 브래드의 오른쪽 주먹이 린첸의 안면으로 향했다.
채앵!
린첸의 왼쪽 손바닥에서 언월도가 튀어나와 브래드를 향했다. 브래드는 황급히 린첸의 안면으로 향하던 손을 뻗어 언월도를 막아냈다. 브래드는 뒤로 물러선 뒤, 자신의 손을 확인하곤 린첸을 노려봤다. 만약 브래드가 나노슈트 경갑형을 입지 않았더라면 손이 잘려나갔을 것이다.
브래드가 전신에 남색 불꽃을 활활 태울 때였다.
주작의 날개.
브래드의 발 앞으로 커다란 주황빛 날개 하나가 튀어나왔다. 활활 타오르는 날개는 브래드를 덮어버리며 폭발했다.
퍼어어어어엉-!
주황빛 불기둥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린첸이 옆으로 시선을 옮겼다. 쿠라마가 씩 웃으며 전신에서 주황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쿠라마와 린첸의 눈이 마주쳤다. 린첸이 황급히 쿠라마를 향해 양손을 뻗었다.
백무도(百舞刀)
주황빛을 머금은 백 개의 검들이 쿠라마를 향해 날아갔다.
슈슈슈슈슈슈슈슈슉!
백 개의 검들은 쿠라마의 뒤를 덮치려던 몬스터가드들을 향했다. 쿠라마를 공격하려던 몬스터가드들은 백 개의 검들을 막아내는데 급급했다.
화륵, 화르륵!
주황빛 불기둥 사이로 남색 불꽃이 타올랐다. 브래드가 불기둥을 걷어내며 걸어 나왔다. 브래드는 쿠라마를 노려보며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죽여버리겠다.”
치열한 전투가 이어졌다. 처음에는 대등하게 보였다. 하지만 점차 강우 일행이 밀리고 있었다. 그저 그런 능력자들이 아닌, 구성급 이상으로만 이뤄진 정예부대를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십성급 몬스터가드들의 숫자만 해도 강우 일행보다 많았다.
의외로 눈에 띄게 활약하고 있던 것은 핫도그였다. 예거 파티 소속의 십성급 예거들보다도 많은 몬스터가드들을 상대했다. 핫도그를 상대하는 몬스터가드들은 그저 당황스러울 따름이었다. 겨우 삼성 하급으로 알려진 헬하운드가 여태까지 맞부딪쳤던 모든 생물체 중 가장 강한 축에 속했으니까.
핫도그는 기본적으로 몬스터, 아무리 능력을 가지고 뛰어난 인간이라 하더라도 같은 등급일 때 몬스터보다 강할 수는 없었다. 핫도그는 강우와 매일을 훈련했다. 몬스터라는 종의 특별함과 훈련에 의한 강함.
핫도그는 능력자들로 치면 여러 번 쓰기 힘든 필살기를 몇 번이나 계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핫도그의 달아오른 몸은 식을 줄을 몰랐다. 붉다 못해 밝은 주황빛으로 발광하는 핫도그의 몸은 웬만한 몬스터가드들은 손도 댈 수 없었다.
구성급 몬스터가드들이 핫도그에게서 물러나고, 십성급 몬스터가드 두 명이 앞을 가로막았다. 두 남자는 씩 웃으며 각각 전신에서 붉은빛과 푸른빛을 뿜어냈다.
붉은빛을 뿜어내는 남자의 전신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쿠라마나 브래드는 불을 일으킨다면, 남자는 불, 그 자체가 됐다. 푸른빛을 뿜어내는 남자의 몸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남자는 전신이 티타늄으로 변했다.
두 남자 강인한 육체로 핫도그와 맞부딪칠 수 있었다. 한 명이라면 모를까, 핫도그 혼자서 십성급 두 명을 상대하는 것은 버거웠다. 핫도그는 언제나 강우의 명령을 기억하고 있었다.
‘절대 무리는 하지 마.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아라. 그리고 내가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와라.’
핫도그는 두 남자와 맞붙지 않고, 이리저리 몸을 피하며 시간을 벌었다.
다른 일행들 역시 저마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한 사람을 빼고.
알리사에게 십성급 여자 몬스터가드 둘이 달려들었다. 주변에는 구성급 몬스터가드들도 수십 명 이상이었다. 하지만 구성급 몬스터가드 열 명 이상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결국 알리사에게 덤벼드는 것은 십성급 몬스터가드 두 명뿐이었다.
십성급의 여자 하나는 전신에서 초록빛을, 다른 하나는 노란빛을 뿜어냈다. 노란빛의 여자의 겉모습이 변했다.
여자는 송곳니가 길게 자라나고, 손끝은 고양이의 발톱처럼 갈고리 모양으로 변했으며, 두 다리 또한 기다란 고양이과 동물의 것처럼 변했다.
슈칵!
여자가 양손을 교차해 휘둘렀고, 노란빛의 거대한 발톱자국들이 알리사를 덮쳤다.
텅!
사신의 소매.
하늘거리는 분홍빛의 커다란 장막이 여자의 공격을 막아냈다. 알리사가 주먹을 쥔 채 양손을 앞으로 뻗었다.
데스 사이드(death scythe).
분홍빛의 커다란 낫이 알리사의 손에 쥐어졌다.
쉬잉.
한순간이었다.
알리사가 낫을 옆으로 휘두르며 여자의 뒤로 지나갔다.
“커허…….”
여자의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됐다. 여자의 왼팔 역시 잘려서 바닥에 툭 떨어졌다. 알리사는 초록빛의 여자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이번엔 네 차례.”
초록빛의 여자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과연 그럴까?”
날카롭고도 서늘한 쇠꼬챙이가 등에 닿는 느낌이었다.
'뒤!'
알리사는 황급히 몸을 돌렸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강우의 활약이 없어서 아쉬움을 나타내시는 분들도 꽤 있으실 것 같은데요.
생각보다 내용이 길어졌습니다.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그리고 저의 신작 '소시오패스 : 두 개의 삶'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