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예거-166화 (166/195)

166화

존슨이 말했다.

“사실 지금 그게 좀 문제야.”

“무슨 말이지?”

존슨은 팔짱을 낀 채 손으로 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우리 기준으로 이번 최후의 10인에 나갈 사람들을 뽑았는데, 열 명이 넘어. 생각보다 우수한 사람들이 많더라고.”

강우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나하고 알리사는 당연히 제외하고 여덟 명을 고르는 거겠지?”

린첸이 말했다.

“아마…….”

이브라힘이 린첸의 말허리를 잘랐다.

“그건 단언할 수 없습니다. 저희가 뽑은 후보들 중 지부장님이 뽑으실 겁니다.”

강우는 존슨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아까 네가 네 입으로 말했지? 난 합격이라고.”

존슨은 난처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야…….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만…….”

강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왜 말이 바뀌어? 그렇게 안 생겨가지고 왜 그래? 남자가 한 입으로 두 말할 거냐?”

알리사의 시선은 브래드에게로 고정돼있었다. 브래드는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알리사와 눈이 마주쳤다. 브래드는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뭘 봐?”

“그냥 뭐하나 본 거지. 왜 그렇게 짜증을 내?”

강우는 브래드를 한 번 쳐다본 뒤, 린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럼 난 이제 십성급 예거들을 다 본 건가?”

린첸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지.”

강우는 고개를 알았다는 듯이 끄덕거리며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존슨이 몸을 돌리며 말했다.

“그럼 이제 돌아가지.”

강우가 물었다.

“다른 응시생들은 다 어디 갔어?”

이브라힘이 대답했다.

“대부분 돌아갔습니다. 시험이 쉽지는 않았으니까요.”

강우는 잠시 땅바닥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곳에는 우리를 포함해 응시생들이 몇 남지 않았고, 시험관들은 지부장을 제외한 최대전력인 당신들 넷만 있다는 거지?”

린첸이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렇다니까.”

“시험 공고 같은 건 공개적이었고……. 아니, 그건 별 문제가 안 되겠지. 최악이구만.”

존슨이 눈썹을 치켜들며 물었다.

“뭐가 큰일이라는 거야?”

“이렇게 말했는데도 모르겠어? 몬스터보호협회 쪽에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는 거지.”

린첸과 이브라힘, 알리사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브래드는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입가에 머금고 있었다.

강우는 브래드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너는 이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거 같은데…….”

존슨이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말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강우는 브래드를 보며 말했다.

“저거 재수 없게 생겼잖아. 딱 봐도 뭔가 꾸미고 있는 얼굴이야.”

린첸이 눈썹을 찡그렸다.

“대체 무슨 농담을 그런 식으로…….”

린첸은 브래드에게로 시선을 옮기다가 말을 멈췄다. 브래드는 기분 나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브래드에게로 고정됐다. 존슨이 헛웃음을 치며 말했다.

“대체 무슨 소리들을 하는 거야? 브래드는…….”

존슨이 말을 마치기 전이었다. 브래드는 휴대폰을 주머니로 집어넣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시간이 다 됐다.”

알리사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무슨 시간이 다 됐다는 거야?”

브래드는 전신에서 남색 빛을 뿜어내며 대답했다.

“너희들이 죽을 시간.”

린첸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너 혼자 우리 전부를 상대하겠다고?”

강우가 말했다.

“아닐 걸.”

린첸은 눈썹을 찡그린 채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브래드는 위로 손을 뻗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굵은 남색 불기둥이 하늘로 치솟았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사방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일행들은 주변을 둘러보며 경계했다. 그 와중에 강우는 브래드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불과 30초.

강우 일행이 몬스터보호협회에게 둘러싸이는데 걸린 시간이었다. 몬스터보호협회 측의 인원은 어림잡아 이백여명 정도였다. 몬스터보호협회 측에서 나온 몬스터가드들은 모두 구성급 이상이었다. 구성급 아래로는 전력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결정한 내용이었다.

브래드는 예거 파티를 배신한지 오래였다. 브래드는 초록빛의 십성급 예거였던 이정우가 예거 파티를 배신하고, 몬스터보호협회장이 되기도 전부터 몬스터보호협회 측의 사람이었다.

존슨은 이를 악 물고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이게 대체…….”

브래드는 하늘을 향해 뿜어내던 남색 불기둥을 사그라트렸다. 브래드는 손을 내렸지만, 여전히 남색 불꽃이 오른손에서 활활 타고 있었다.

“도날드가 이 자리에 없는 것은 아쉽지만, 우선 너희들부터 처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이브라힘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게 옳은 일이라 생각합니까? 반드시 후회할 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가만히 당해줄 것 같습니까? 그리고 지부장님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으로 보입니까?”

한 남자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응, 그럴 거 같은데?”

모두의 시선이 뒤로 옮겨졌다. 한 동양인 남자가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고 있었다. 남자의 정체는 이정우. 전 예거 파티 소속 십성급 예거, 현 몬스터보호협회장, 능력자들 중에서도 희귀한 색, 초록빛의 남자였다.

이정우는 예거로 활동한지 이미 십여 년 이상이 된 남자였다. 하지만 겉모습은 많이 쳐줘야 20대 중반 정도로 보였다. 마치 족제비처럼 날카로운 인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위협적인 용모는 아니었으나, 왠지 모를 위험한 분위기를 풍겼다.

이정우가 씩 웃으며 말했다.

“사지를 다 잘라놓고, 이빨을 뽑아놓으면 제아무리 호랑이라도 혼자서 뭘 하겠어?”

린첸이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숫자가 적다고 밀릴 것 같아? 그리고 예거 파티와 동맹관계인 클랜들이 가만히 있을 것 같아? 지금 두고 보는 건 10대10에서 예거 파티의 승리를 확신하기 때문이었어. 에스카 때문에 앞으로를 생각해서 전력을 아끼려는 거고. 하지만 너희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모두 전력을 다할 거다.”

이정우는 피식 코웃음을 쳤다.

“너희들이 이 인원을 상대로 이길 거 같나? 여기 있는 몬스터가드들은 전부 구성급 이상만 이백 명이 넘는다. 나나 너처럼 십성급도 여러 명이고. 너희에게 승산은 없다. 그리고 너희들이 무너지면, 예거 파티도 무너진다. 그러면 자연히 동맹관계인 예거 클랜들도 돕지 않겠지. 그건 오랜 기간 예거 파티에 있던 내가 확신하지.”

이정우의 말에 존슨, 이브라힘, 린첸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자신들이 무너지면 분명히 예거 클랜들과의 관계도 무너질 것이 분명했다.

동맹 관계란 서로 이득을 취할 수 있을 때 유지된다. 하지만 도날드 하나만 남은 예거 파티의 세력은 절반 이상이 줄어드는 것이었다.

이브라힘은 휴대폰을 꺼내 예거 파티 측에 연락을 해보려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몬스터보호협회 측에서 미리 손을 써둬 이 지역은 통화 및 인터넷 따위가 되지 않았다.

알리사가 린첸을 보며 물었다.

“응시생들은요? 아직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있을 거 아니에요. 그 사람들이라면 분명히 도와주지 않겠어요?”

이브라힘이 알리사의 물음에 대답했다.

“맞아요, 아직 주변에…….”

이브라힘이 말을 마치기 전이었다.

퉁, 터턱, 퍼퍽, 텅.

강우 일행을 빙 둘러싼 몬스터가드들 사이사이에서 몇몇 사람들이 튀어나왔다. 아니, 정확히는 던져졌다. 하나같이 넝마처럼 너덜너덜해지고, 피투성이였다.

이정우가 씩 웃으며 말했다.

“응시생이란 것들이 이것들인가?”

존슨은 굳은 표정으로 던져진 응시생들을 바라봤다. 전부 최후의 10인 후보로 거론됐던 응시생들이었다. 존슨은 이를 꽉 깨물며 브래드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이 새끼…….”

존슨의 두 눈은 분노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브래드는 씩 웃으며 말했다.

“위험이 될 요소들은 미리 처리해야지.”

이정우가 말했다.

“하나씩 처리하니까 너무 쉽더라. 게다가 시험 때문에 힘이 빠져있어서 오성급도 안 되는 거 같더라고.”

존슨이 전신에서 노란빛을 뿜어내며 브래드를 노려봤다.

“너까지 이럴 줄은 정말 몰랐다.”

존슨은 당장이라도 브래드에게 달려들 기세였다.

린첸이 나지막이 말했다.

“지금 우리에게 승산은 없어. 내가 시간을 끌 테니, 모두 도망쳐.”

존슨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시간을 끄는 건 너보다 내가 유리해. 내가 시간을 번다. 그 동안 너희들은 도망쳐. 그리고…….”

존슨은 브래드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저놈만큼은 내가 처리한다.”

이브라힘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번 임무는 제가 적격인 것 같군요. 여러분도 제 능력을 아시잖아요? 제가 시간을 벌겠습니다.”

이브라힘의 능력은 실체화.

이브라힘은 다양한 무기나 조형물, 심지어는 몬스터까지 만들어냈다. 그 화력이나 경도 및 강도, 위력, 힘은 이브라힘의 능력에 의해 조절이 가능했다.

이브라힘은 자신이 몬스터가드들은 잠시나마 혼란에 빠트리면, 그 사이 강우 일행이 도망쳐 예거 파티 측의 원군을 부르는 계획이었다. 이브라힘 본인은 살아남을 가능성이 희박한 계획이었다.

이들의 계획에 찬물을 끼얹는 한마디.

“그게 먹힐 거 같아? 구성급만 이백 명 이상이야. 십성급도 이정우와 브래드 말고 더 있을 거다. 차라리 힘을 합쳐서 다 조지자고 해보는 게 가능성 있지.”

강우가 한 말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강우에게로 모아졌다. 존슨이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말했다.

“그러니까 작전상 후퇴를 하자는 거다. 저 많은 숫자를 상대할 수 있을 거 같아?”

“그러니까 나도 하는 말이야. 저 많은 수를 상대로 도망칠 수 있을 거 같아?”

강우는 이브라힘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당신 혼자서 이 많은 숫자를 상대로 어떻게 시간을 벌겠다는 거야? 브래드란 놈 하나만 당신을 맡은 다음, 나머지는 우릴 쫓으면 되는 거 아닌가?”

이브라힘은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린첸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별다른 방법이 있는 건 아니잖아.”

알리사가 말했다.

“난 어떤 거든 네 결정에 따를게.”

강우가 알리사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뭐든지?”

알리사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강우와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난 널 믿으니까.”

강우는 약간의 헛웃음, 그리고 기쁨이 섞인 미소를 머금었다. 강우가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내가 뭘 어쩌자고 선택할 때도 아닌 거 같네.”

모두의 눈이 강우의 시선이 향한 곳으로 옮겨졌다. 브래드가 양손을 뻗고 있었다. 손아귀에는 남색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브래드가 씩 웃으며 말했다.

“죽기 전에 수다는 실컷 떨었겠지? 예거 파티는 오늘 무너진다.”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브래드의 양손에서 남색 불꽃이 뻗어 나와 강우 일행을 향했다. 브래드의 남색 불꽃의 특징, 본인이 거두기에는 절대 꺼지지 않았다.

브래드의 남색 불꽃이 강우 일행을 덮치기 직전이었다. 노을이 지상에 가까이 생긴 듯, 주황빛이 얼굴을 밝혔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화르륵, 화르르르륵!

주황빛을 머금은 붉은 화염이 날아와 남색 불꽃을 막아냈다. 강우 일행과 브래드 사이에 붉은 불꽃과 남색 불꽃이 뒤섞인 화염 장막이 생겨났다.

브래드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주황빛을 머금은 불꽃이 날아온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뭐야?”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 한 무리가 서있었다. 한 남자와 두 여자 그리고 몬스터 한 마리.

쿠라마와 안나, 미츠하시, 핫도그였다. 쿠라마의 등 뒤에는 활활 타오르는 여덟 개의 주황빛 날개가 뻗어있었다.

미츠하시가 강우를 향해 손을 흔들며 목소리를 높였다.

“형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핫도그는 자신도 그렇다는 듯이 “컹컹!”하고 짖었다.

강우는 일행들을 보며 씩 웃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저의 신작 '소시오패스 : 두 개의 삶'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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