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예거-165화 (165/195)

165화

강우는 알리사와 걸음을 옮기고, 얘기를 나누면서도 주변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까지 하려는 이유가 뭔데?”

알리사는 강우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비밀이야. 뭔가 바라는 게 있어서 하는 거지만. 바라는 대로 흘러가길 기도해야지.”

강우는 알리사를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뭐, 어쨌든 기분 좋네.”

“뭐가?”

“너는 내 팬이라며. 뭐, F.N.C 쪽에서 잠깐 활동할 때 몇몇 팬들이 있긴 했지만, 너 같은 경우는 처음이거든.”

알리사는 눈을 반짝거리며, 기대감을 가지고 물었다.

“뭐가 특별한데?”

알리사는 강우 역시 자신에게 끌린다고, 너처럼 아름다운 팬은 처음이라던지, 그런 오글거리고 닭살이 돋지만, 진부하면서도 교과서적이지만, 설렐 수 있는 말을 원했다. 강우의 말은 알리사가 기대하던 것과는 전혀 달랐지만.

“내 이름과 전화번호까지 모두 알고 있는 건 네가 처음이거든. 아버지의 권력을 이용한 건가?”

알리사는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두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냥 나는……. 너를 좀 더 알고 싶은 마음에…….”

알리사의 반응에 강우는 도리어 당황했다.

‘이런 성격이었나? 이런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는데.’

강우가 말했다.

“아니, 갑자기 왜 그래? 그렇게 반응할 것까지는 없잖아.”

“불쾌했다면 미안해. 그래서 여태까지 연락도 못해봤던 거야. 그러다 널 눈앞에서 봤을 때 너무 신나서 연락처를 알고 있다고 한 거였어.”

“알겠어. 뭐, 아무래도 좋으니까 울지는 말고.”

강우는 알리사와 두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독특하네. 묘한 여자야. 얘한테 나는 뭐……. 꿈에 그리던 연예인을 만난, 뭐, 그런 건가? 처음에 봤을 때 쿠라마한테 말하는 거 보면, 제법 매서운 부분이 있던 거 같았는데……. 나한테는…….’

알리사가 강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생각해?”

“어? 아무것도 아니야.”

강우는 독심술을 쓰는 것도 아니고, 사람의 외향만 봐서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알리사의 맑은 두 눈동자는 근거 없이 신뢰를 줬다.

강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다시 말하지만, 아무튼 고맙네. 내 팬이라니……. 하여튼 너나 나나 지금 목적은 시험에 통과하는 거잖아? 방법을 찾아보자고.”

알리사는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응!”하고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우와 알리사는 시험의 목적에 대해 고민하며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이따금씩 멀리서 폭발음이나 비명이 들려왔다. 강우와 알리사는 재빨리 소리가 난 곳으로 갔지만, 전투의 흔적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강우와 알리사가 그렇게 전투의 흔적만 쫓기를 열 번이 넘었고, 둘은 동시에 눈썹을 찡그리며 같은 말을 내뱉었다.

“이게 뭐야……. 대체 어쩌라는 거지?”

강우와 알리사가 동시에 서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둘은 피식 웃었다.

“웃음이 나오나? 거 참…….”

한 남자의 목소리였다. 강우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강우와 알리사가 동시에 목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곳에는 두 남자가 서있었다.

남자 하나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지부장님 딸이잖아.”

알리사 역시 의외라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존슨 아저씨?”

알리사는 존슨의 옆에 있는 남자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브래드?”

강우와 알리사 앞에 나타난 존슨과 브래드는 예거 파티 소속의 십성급 예거들이었다. 존슨은 키가 190cm에 120kg 이상, 체지방은 5% 이내를 유지하는 근육질이었다. 흑인과 사모아인의 혼혈이었고, 민머리로 겉모습부터 남달랐다.

브래드는 20대 중반의 백인 남자였다. 전신에는 짙은 남색의 경갑형 나노슈트를 두르고 있었다.

강우가 알리사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물었다.

“아는 사이야?”

알리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거 파티의 예거들이야. 둘 다 십성급.”

“그래?”

강우는 두 남자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강우는 왠지 모를 공격적인 눈빛에 불쾌함을 느꼈다.

알리사가 존슨을 보며 물었다.

“시험은 어떻게 봐야할지 알아내셨어요?”

존슨은 씩 웃으며 말했다.

“물론, 잘 알고 있지.”

알리사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어떻게요?”

강우는 알리사의 앞으로 팔을 뻗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물러서.”

“응? 왜?”

존슨은 하얀 이가 다 드러나도록 씩 웃었다.

“그쪽은 눈치가 좀 있구만?”

최후의 10인이 되기 위한 시험, 브루클린에서 시간 보내기, 일반적으로 이런 시험이 진행되면 몬스터나 범죄자 무리가 나오기 마련이다.

이번 시험에선 가능한 역량만을 확인하고 부상자는 나오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시험을 끝낼 필요가 있었다.

간단한 시험 방법, 응시생들을 모두 퍼트려놓은 뒤, 십성급 예거들이 대련을 통해 측정하는 것이었다.

브래드가 말했다.

“이번 최후의 10인 결정전 평가는 우리가 한다.”

강우가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당신들도 몬스터보호협회와의 싸움에 참가할 거 아닌가? 같은 응시생끼리 평가를 한다고?”

존슨이 오른쪽 주먹을 왼쪽 손바닥에 가져다 댄 뒤, 뚜둑뚜둑, 소리를 내며 손을 풀었다.

“우리는 이번 10대10 결투에 참가하지 않는다. 시험관 자격으로 온 거다.”

알리사는 존슨을 보며 물었다.

“우리가 몇 번째죠?”

브래드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너희가 마지막이다.”

강우는 존슨을 노려보며 전신을 검은색 힘으로 뒤집어썼다. 존슨은 몸을 풀며 강우와 눈을 마주쳤다.

“너는 나랑 붙으면 되겠구만.”

브래드는 알리사를 보며 말했다.

“지부장님 딸이라고 봐주지 않을 거야.”

알리사는 눈을 흘기며 말했다.

“누가 할 소리를. 죽을지도 모르니까 조심해.”

터텅!

브래드가 알리사를 향해 튀어나갔다. 브래드의 전신에서 남색 빛이 흘러나왔다. 알리사는 몸에서 분홍빛을 뿜어내며 공격에 대비했다.

퉁!

브래드가 알리사의 앞에서 방향을 틀어 강우를 향했다.

터어어엉-!

브래드가 오른쪽 주먹을 휘둘렀고, 강우는 왼쪽 손바닥을 들어 막아냈다. 브래드의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졌다.

“제법인데?”

투웅!

강우는 왼손으로 브래드의 주먹을 잡은 상태에서 오른손 엄지를 튕겨 공기를 쐈다. 브래드는 왼쪽 손바닥으로 박아내며 뒤로 물러났다. 브래드는 얼얼하다는 듯이 손을 털며 말했다.

“재밌는 걸 하네?”

강우가 오른쪽 주먹을 치켜든 채 브래드를 노려봤다. 브래드는 강우의 뒤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뒤도 신경 써야 되지 않겠어?”

강우의 뒤에선 존슨이 오른쪽 주먹을 치켜들고 있었다. 강우가 양팔을 들어 방어하려는 순간이었다.

파앙-!

분홍빛의 커튼 같은 것이 존슨을 튕겨냈다. 존슨은 커다란 몸으로 깃털처럼 사뿐하게 착지하며 씩 웃었다. 알리사는 눈을 매섭게 뜬 채 존슨을 노려봤다.

브래드와 존슨은 서로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둘은 고개를 끄덕이곤, 강우와 알리사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존슨의 전신에서 노란빛이, 브래드의 전신에서 남색 빛이 강렬하게 흘러나왔다. 존슨이 강우에게로 뛰어들었다.

터어어어어어어어엉-!

강우와 존슨의 오른쪽 주먹이 맞부딪쳤다.

쿵, 터어어엉-!

치이이이익.

존슨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반면에 강우는 뒤로 10m 이상을 튕겨나갔다.

텅!

강우는 자존심이 상해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존슨은 씩 웃으며 말했다.

“어이, 왜 인상을 쓰고 그래? 나하고 주먹을 맞부딪쳤는데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구만. 내가 뒤로 밀려나기까지 했다고. 내가 보장하지. 넌 합격이다.”

강우는 검은색 힘을 더욱 두껍게 감싸며 나지막이 말했다.

“합격이고 뭐고……. 아직 안 끝났어.”

강우가 존슨에게로 튀어나가 주먹을 휘둘렀다. 존슨도 오른쪽 주먹을 휘둘러 똑같이 맞부딪쳤다.

콰아아아아앙-!

콰, 콰, 콰, 콰, 콰, 콰.

존슨이 뒤로 크게 밀려났다. 강우는 주먹을 휘두른 그 자리에 서있었다. 강우는 양쪽 입꼬리를 길게 올렸다.

“이제 됐어.”

존슨은 화가 잔뜩 난 듯 이를 꽉 깨물었고, 이마 부근까지 핏줄이 솟았다.

“누구 마음대로 끝이냐…….”

존슨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던 노란빛이 각지며 형태를 이뤘다. 강우는 지금까지 뿜어냈던 검은색 힘 중 가장 많은 양으로 전신을 감쌌다.

브래드와 알리사도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브래드는 얼굴까지 짙은 남색의 경갑형 나노슈트 헬멧을 쓰고 있었다. 브래드는 양손을 들어 보이며 여유를 부렸다.

“알리사, 네가 가진 힘을 보여줘. 능력을 가지게 됐다고, 대단하다고 말은 들었는데, 정작 진짜로 힘을 쓰는 건 한 번도 못 봐서 말이야.”

알리사가 브래드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브래드, 너는 너무 강해서 힘 조절을 할 수가 없어.”

브래드가 헛웃음을 치며 말했다.

“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알리사는 사선으로 지면을 향해 양손을 뻗었다.

사신의 양손.

알리사의 양손에서 분홍색 뼈다귀로 된 거대한 손이 튀어나왔다. 양 옆으로 늘어져서 바닥에 손을 대고 있는 사신의 양손은 크기 조절이 자유로웠다. 알리사의 가녀린 양팔만큼 가늘게도, 박수를 치는 것으로 웬만한 건물을 무너트릴 수도 있었다.

브래드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뭐지? 내가 지금 긴장하고 있는 건가? 능력을 갖게 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저 여자애를 상대로?’

브래드와 알리사, 강우와 존슨이 맞부딪치기 직전이었다.

터엉! 터엉!

한 여자와 한 남자가 어디선가 왔다. 동양인 여자와 중동계 남자였다. 동양인 여자가 눈썹을 잔뜩 찡그린 채 말했다.

“너희들 지금 뭐하는 거야?”

존슨이 전신에서 뿜어내던 노란빛을 사그라트리며 여자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아니, 이건…….”

여자는 브래드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눈살을 찌푸렸다.

“너까지 이럴래? 시험관으로 응시생들 역량을 판단하랬지, 누가 목숨 걸고 싸우래?”

브래드 역시 몸에서 남색 빛을 거뒀다.

강우 역시 힘을 거뒀다. 알리사는 동양인 여자를 보며 밝게 미소를 지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린첸!”

동양인 여자는 예거 파티 소속 십성급 예거 린첸, 중국계 미국인으로 마른 체구에 160cm 전후의 키였다.

중동계 남자 역시 예거 파티 소속 십성급 예거였다. 남자의 이름은 이브라힘, 얼굴의 반 이상을 덮고 있는 수염이 인상적이었다.

둘 역시 최후의 10인을 뽑는 데 시험관으로 참여했고, 싸움이 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

알리사는 린첸에게 쪼르르 달려가 아기처럼 와락 껴안았다. 린첸은 그런 알리사를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

“잘 지냈어?”

알리사는 밝은 얼굴로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응! 그럼! 너무 오랜만이야!”

린첸은 알리사를 뚫어져라 보며 말했다.

“건강해 보여서 좋다. 거의 1년만이지?”

브래드가 툴툴거리며 말했다.

“수다는 나중에 떨고, 지부로 돌아가서 보고부터 하자.”

린첸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인사 좀 하고 있는데…….”

이브라힘이 말했다.

“뭐라고 하려는 건 아니지만, 빨리 갑시다. 응시생들도 휴식이 필요하니까요.”

강우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이봐, 그래서 우린 합격한 건가? 그리고 이번에 최후의 10인이 될 사람들은?”

존슨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신작 연재합니다.

새벽 1시 전후로 2화까지 올릴 예정입니다.

예거와도, 마스터피스와도 많이 다른 글입니다.

모쪼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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