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기님이 만드는 파멸엔딩 (7)화 (8/149)

7화

02. 벌레 새끼 데리고 빨리 꺼져

쿵! 쿠웅!

마르틴이 한 걸음씩 걸을 때마다 땅이 울렸다. 몸집도 몸집이지만 걸음걸이에 엄청난 마력이 담겨 있기 때문이었다.

‘왜 이놈을 잊고 있었던 건지.’

나는 마르틴의 가슴팍에 편하게 얼굴을 기대며 씨익 웃었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지만 이렇게 직접 힘을 느껴 보니 이놈이 누군지 확신할 수 있었다.

마르틴 조나세이.

이름처럼 존나 센 놈.

마왕군의 기사단, 1군단의 군단장이자 마왕 다음으로 강한, <용사 키우기>의 2인자.

용사 놈도 석 달하고 열흘을 쏟아부어 겨우 마르틴을 이겼다. 그만큼 마르틴은 강했다.

리아트 경인가 뭔가가 지금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 같았지만, 마르틴에게는 당해 내지 못할 터.

이놈이 내 편을 들어 준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수월하게 마왕성을 누빌 수 있으리라.

나중에 마왕에게 내 지식을 전수할 걸 생각하면 마르틴과 가까이 지내는 게 이득이었다.

‘후후후. 모든 건 다 내 뜻대로.’

나는 이틀 만에 돌아온 내 방 침대에 몸을 눕히며 마르틴을 향해 방긋방긋 웃었다. 그러자 마르틴의 험상궂은 얼굴이 살짝 굳었다.

“먀?(웃어, 이 새끼야.)”

“…….”

마르틴은 나를 내려다보며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은근슬쩍 내게 쭉 손가락을 뻗었다.

“나, 무섭다. 그런데 아기, 안 운다. 신기하다.”

잡으라고 하는 것 같아서 나는 그가 뻗은 손가락을 꼬옥 잡았다. 그러자 그의 눈이 더 커졌다.

“마족 아기들도 나 무서워했다. 그런데 너, 나 안 무서워한다.”

솔직히 마르틴이 무섭게 생기긴 했다. 일단 덩치에서 위압감을 주었고, 움푹 파인 눈두덩이와 덥수룩한 수염이 ‘나 존나 무섭소.’ 하고 알려 주고 있는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객관적인 평가와는 별도로 나는 그가 별로 무섭지 않았다.

무서울 게 뭐가 있나? 진짜 무서운 건 열다섯 살만 되면 죽는 인생을 여섯 번이나 반복한 나 자신이다. 그러니 나는 거리낄 게 없었다.

“뱌아악!(지랄하지 말고 밥이나 내놔.)”

그래서 난 더욱더 소리를 크게 내며 발버둥을 쳤다.

재판장인지 뭔지에 가기 전에 밥을 먹고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먹었으니까.

“뱍! 뱍!(밥! 밥 내놔!)”

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하는 말을 못 알아들어도 제스처를 보면 알겠지.

그렇게 생각했는데…….

“나, 졸리다. 자야겠다.”

“……뱌?(뭐여, 시벌. 잔다고?)”

나 배고프다니까?

“으먀아아!(배고파. 밥 내놔!)”

“하암.”

“먁! 먀악!(밥! 밥 달라고!)”

내 간절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마르틴은 하품을 길게 하며 쿵 하고 자리에 앉았다.

“먀…….(워매, 클났네.)”

꼬르르륵.

나 이러다 굶어 죽는 거 아니냐.

야, 시스템. 뭐 없어? 적당히 뭐라도 내놔 봐. 이렇게 의사소통이 안 되면 나 퀘스트 실행하기도 전에 굶어 뒤지겠어.

[SYSTEMJ]

……데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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