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기님이 만드는 파멸엔딩 (63)화 (64/149)

63화

고양이였다.

세키나의 머리와 비슷한 연보라색 털에 회색을 두 스푼 섞은 듯한 털에는 윤기가 좌르륵 흘렀고, 특유의 반짝이는 고양이 눈동자는 보석 오팔을 박은 것처럼 빛에 따라 색이 달라졌다.

다만 다른 고양이와는 조금 다른 게, 자기 몸통보다 훨씬 더 길고 풍성한 꼬리였다.

몸과 얼굴만 보면 아기 같은데, 꼬리 때문에 전체적인 덩치가 커서 성묘처럼 보이기도 했다.

으음.

으으음.

세키나는 뺨을 긁적거리며 니샤를 돌아보았다.

“왜 고양이로 만든 거야? 날개 달린 걸 기대했눈데…….”

“내가 손댄 거 아니야.”

니샤는 쯧 혀를 차며 대꾸했다.

“환수에 자아를 부여하자마자 저 꼴이 된 거야. 고양이 모습은 쟤가 선택한 거야. ……성격도.”

“성껵?”

“고양이잖아.”

“으응. 고양이지?”

“너 고양이 몰라?”

“아니. 아눈데…… 왜? 머 문제 이써?”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세키나를 보며 니샤는 헛웃음을 뱉었다.

“네가 직접 확인해. 난 이제 손 뗄 거야.”

세키나는 상황이 잘 이해가 안 돼서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책장 위에서 꼬리를 팔랑거리고 있는 고양이에게로 손을 뻗었다.

“나비야. 인누와 바.”

하지만 고양이는 세키나를 내려다보지도 않았다. 그저 하품을 길게 하며 먼 산을 바라볼 뿐.

“왜 안 와……?”

“고양이는 원래 저래.”

“엥?”

“원래 막무가내야. 쟤의 주인이 되고 싶으면 쟤가 널 마음에 들게끔 만들어야 돼.”

“…….”

세키나는 머리가 핑 도는 현기증을 느꼈다.

“내, 내 환수인데?”

“응.”

“사역마라고 생각했눈데……?”

“어제 말했잖아. 네 뜻대로 안 움직일 수도 있을 거라고.”

“아니, 아무리 그래두 적어도 옆에는 올 쭐 아라찌!”

“고양이한테 많은 걸 바라네.”

보통 하급 마족들은 상급 마족의 도움을 받아 사역마를 둔다.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개중에 고양이는 단 한 마리도 없었다. 왜냐고?

‘사역이 안 되니까.’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협박해도 제대로 일을 안 하니까. 주인 대접을 안 해 주니까. 그래서 사라진 사역마가 꽤 많았다.

‘쟤도 영 그른 것 같은데.’

니샤는 정말 세키나 다운 게 나온 것 같다며 재차 혀를 찼다. 그리고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마자 고양이의 몸이 허공에 둥둥 떠올랐다.

“냐아앙!”

바람을 일으켜 고양이를 끌어 내린 니샤는 세키나에게 고양이를 던져주며 손을 까딱였다.

“이제 다 해 줬으니까 데리고 꺼져.”

“아니. 언니? 지굼 이케 두고 가버리라 하믄 나보고 어쩌라구.”

“니가 여기 있는 것도 어쩌라고다. 나 이제 잘 거야. 복도 돌아다니면 죽여 버린다.”

휘잉!

니샤는 바람을 일으켰고, 고양이를 안고 있던 세키나는 그대로 복도까지 밀려 나갔다. 쿵, 하고 닫힌 문은 견고하다. 다신 열리지 않을 것처럼 말이다.

“으아아…….”

세키나는 이마를 짚은 채 고개를 푹 숙였다. 안고 있는 고양이의 털이 푹신푹신해 기분이 좋긴 했지만, 어째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이걸 어떻게 길들여야 할지 감이 안 왔기 때문이다.

“이거 어카지. 진짜 어카지. 와, 이건 예쌍 몬 했는데. 어카지.”

그때였다.

띠링!

중얼거리는 세키나의 눈앞에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서브 퀘스트 <주인님의 인정을 받자!>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나요?

안 본 사이에 또 희한한 걸 만들어 왔네요. 참고로 환수의 찌꺼기는 환수가 가져서는 안 되는 부정적인 감정의 집합체랍니다. 그것에 자아를 부여할 생각을 했다니, 참 대단하네요!

어쨌거나 만들었으니 책임은 져야겠지요?

고양이는 은혜를 10배로 갚지만, 원한은 100배로 갚으니까요! 절대 미움받지 마세요!

내용 : 환수가 자발적으로 당신의 사역마가 되게 하세요!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1. 사역마 종속

        2. ‘또 다른 시스템’에 대한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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