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화
암살 시도를 받은 황제,
죽은 황태자,
살아있는 황자.
세키나는 이 모든 정보를 머릿속에서 그려보며 침묵했다.
사실 이 세계관에서 황실의 역할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과거에는 강대한 부를 자랑하고 강한 군대를 자랑했던 황실이었으나 신의 재림 이후 모든 권력을 신전에 빼앗겨 버렸다.
사람들은 자신과 같은 인간인 황제보다 초월적 존재인 신의 대리인인 교황에게 더 매료됐다.
그때부터 황실의 몰락이 시작되었다.
귀족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의 자식을 신관으로 만들기 위해 용을 썼고, 덕분에 신전은 부를 쌓았으며 반대로 황실은 무너졌다.
하지만 그러해도 황실이라고.
천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제국이라고.
황실은 이름뿐이지만 그 대를 유지하고자 노력했고, 백성들은 그들의 가긍한 노력을 높이 쳐주었으며 신전은 묵과해 주는 대가로 황제의 목줄을 잡았다.
다시 말해서,
‘황제를 암살할 이유가 없어.’
지금 황제는 신전에 충성을 다 하는 놈이다. 교황이 발가락을 핥으라 하면 핥을 정도로.
굳이 신전이 황제를 견제할 이유가 없다.
그럼 신전은 제외하고, 그렇다면 귀족들?
‘걔네도 제 코가 석 자인데.’
돈줄이 막힌 귀족들은 저마다 살길을 찾아 나서기 바빴다. 개중 대륙에서 도망쳐 나간 이들도 있었다. 이 대륙 너머가 과연 인간을 받아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그럼 신전도 아니고, 귀족도 아니다.
그럼…….
‘대체 누가 황제를 죽이려 한 거지?’
툭, 투욱. 세키나는 탁자를 손가락 끝으로 치며 침음을 흘렸다.
‘내가 모르는 정보…….’
눈을 지그시 감았던 세키나는 번뜩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야, 시스템.”
그리고 허공을 향해 주먹을 흔들었다.
“너 아까는 내가 안 불러도 나와짜나. 왜 지금 잠수타. 디질래?”
[SYSTEM]
저는 제 마음대로 사는 자유로운 존재라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