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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님이 만드는 파멸엔딩 (109)화 (110/149)

109화

다이애나는 제 구두 굽에 짓밟힌 화관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눈을 부릅떴다.

“내 배에서 나온 아이라는 걸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제정신이라면 지금 이딴 꽃을 가지고 놀 게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 위로 갈 방법을 찾아야 하는 건데……!”

다이애나는 참지 못하고 분노를 표했다. 페르다는 긴 한숨을 뱉으며 고개를 저었다.

“진정하세요, 황후 폐하. 황자께서 그러는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제가 답답해서 그럽니다, 답답해서!”

다이애나는 가슴을 팍팍 치며 외쳤다. 그런 그녀의 태도가 익숙하다는 듯 페르다는 서둘러 주제를 바꿨다.

“황제 폐하는 여전하십니까?”

다이애나의 어여쁜 두 눈이 가늘어졌다.

“예. 여전합니다. 여전히 제게 문을 열어주지 않고 있지요.”

“일전에 그렇게 금슬이 좋았던 게 거짓말 같군요.”

“예. 맞습니다. 전에는 제 곁에 없으면 불안해서 날뛰던 작자가……!”

페르다는 입 안쪽 살을 짓씹었다.

황제는 다이애나를 끔찍하게 사랑했다. 그토록 애정을 쏟으니 다이애나 역시 마음을 열고 그와 평생을 약속한 것이리라.

하지만 지금의 황제는…… 뭐랄까.

“정말 다른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그, 그런 건 말이 안 되지요! 어떻게 그럴 수 있겠습니까!”

“그…… 그렇지요. 네.”

서로 얼버무리며 말했긴 했지만, 다이애나와 페르다 둘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황제가 정말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고.

황제의 다이애나에 대한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사랑을 듬뿍 담고 있던 두 눈은 싸늘하게 식어 있고, 호의와 애정으로 가득했던 목소리는 냉정하기 그지없었다. 동일인이 맞는가, 의심할 정도로 말이다.

“……황태자 전하의 부고 이후로 그렇게 되었지요.”

황태자의 죽음이 그렇게도 큰 충격이었단 말인가?

‘그럴 리 없을 텐데.’

황태자를 그리 어여뻐하지 않았던 황제가 아닌가. 한데 그 죽음에 충격을 받아 다이애나까지 멀리한다는 건 말이 안 됐다.

하아. 페르다는 긴 한숨을 내뱉었다.

“중요한 건 지금 황제 폐하를 실권시킬 만한 기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다이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압니다. 하지만 그런 기회가 어디 쉽게 옵니까?”

정말 황제가 다른 사람이 된 것이라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큰 기회겠지만…… 아니, 애초에 그런 일은 말이 안 된다. 페르다는 머릿속에 떠오른 쓸데없는 생각을 지운 후 턱을 당겼다.

“방법을 더 찾아볼 테니, 폐하께서는 몸을 중히 여기십시오.”

모든 것에는 길이 있을 터다.

그러니 지금은 몸을 낮추고 주변을 둘러보는 게 중요하다.

페르다는 두 주먹을 꽉 쥐며 읊조렸다.

***

일단 저녁을 준비하겠다며 아서가 방을 나가고, 유리엘이 그를 거들겠다며 따라 나갔다.

그래서 방 안에 혼자 남게 된 세키나는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운 채 천장을 바라보았다.

“야. 시스템.”

그리고 아까 전, 마왕에게 된통 당한 시스템을 불러본다.

“너 살아있끼는 하냐?”

허공이 일렁거린다. 세키나는 그 부분을 지그시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아니, 구니까 그케 약하면서 왜 보쓰한테 덤벼써. 죽일 쑤 이따니 뭐니 헛소리나 하구.”

호기롭게 죽이겠느니 뭐니 해놓고 당해 버린 게 꽤 우습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비웃었다간 또 시스템이 개지랄을 할 게 뻔했기에 세키나는 크흠 잔기침을 뱉었다.

“그, 너가 신인 거 보쓰가 눈치챈 거 같던디.”

띠링!

[SYSTEM]

그놈은 정말 예나 지금이나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빠르다니까요!

짜증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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