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기님이 만드는 파멸엔딩 (135)화 (136/149)

135화

노딜 다이몬.

<용사 키우기> 게임을 플레이하던 세키나가 유일하게 쓰러뜨리지 못했던 마족.

게임 속 드한은 모든 마족을 섬멸하려 한다. 퀘스트 역시 그렇게 나왔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노딜 다이몬’이라는 인물은 무슨 수를 써도 쓰러뜨리지 못했다. 몇 번이나 리셋을 하고 여러 번 시도를 해도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당시 게임 커뮤니티에서도 말이 많지 않았는가. 대체 노딜은 어떻게 해야 죽일 수 있는 거냐고.

고인물 게임러들도 그렇게 말을 하는 마당에, 마땅한 보상도 없는데 굳이 끝끝내 시도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세키나는 이내 노딜을 죽이는 걸 포기했다. 뭐, 죽이지 않는다고 해도 게임 클리어를 하는 데에는 별 무리가 없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훗날, 그녀는 게임 커뮤니티에 올라왔던 ‘노딜 다이몬’의 정체를 알게 된 후 일찍 포기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도 그럴 게, 노딜은…….

생각을 마친 세키나는 후우, 짧은 숨을 들이켠 후 폰을 들었다.

“웅. 너가 드럽게 오래 살아따는 거 알아.”

그리고 두 칸 앞으로.

노딜은 그에 맞게 폰을 움직였다.

“마족이 오래 사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닐 텐데?”

“구냥 오래 산 게 아니니까 그러치.”

세키나는 또다시 말을 옮겼다.

“너가 초대 마족이어따는 거 알아.”

툭.

나이트를 쥐고 있던 노딜의 손이 살짝 떨렸다. 세키나는 피식 웃으며 노딜을 응시했다.

초대 마족. 마족이라는 종족이 처음 세상에 드러났을 때에 존재하던 이들을 일컫는다.

전대 마왕도, 전전대 마왕도, 그 전의 마왕도 모두 다 초대 마족이다. 다시 말해, 눈앞의 노딜은 그 어떤 마족보다 가장 마왕과 가까운 존재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게임에서도 노딜을 상대하는 게 어려웠던 거였다.

마왕만큼, 혹은 마왕보다도 더 강한 자가 바로 노딜이었으니까.

“왜 글케 바? 내가 알고 있눈 게 이상해?”

세키나는 체스 두는 사람 어디 갔나, 하는 표정으로 노딜을 쳐다보았고, 노딜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나이트를 내려놓았다.

“그것도 네 뒤에 있는 희한한 존재가 말해 준 것이냐?”

“에헤이. 체쓰에서 이겨야 말해 줄 쑤 이찌.”

“하?”

노딜은 기가 찬다는 듯 헛웃음을 뱉었지만, 자신이 먼저 체스로 내기를 하자고 말을 한 입장이었으므로 없던 일로 하자 할 순 없었다.

그래서 그는 체스 게임에 더 집중했다. 하지만 그다지 긴장감은 없다. 어찌 됐건 자신은 수만 년을 살아 온 존재. 세키나가 어떤 수작을 부린다 해도 자신이 이길 거란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게임을 시작했는데…….

“……음?”

뭐지.

왜 지고 있지?

“자,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 보거라!”

“시간제한 있눈데. 기다리는 거 업는데.”

“잠깐만!”

어느새 수세에 밀린 노딜은 황급히 말을 움직였지만, 세키나는 승기를 놓아 주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진 패배.

노딜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은 채 세키나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후훗. 알파고의 힘이다.”

그게 뭔 소리야.

노딜은 전혀 이해가 안 됐지만 어쨌거나 자신이 진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는 허탈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이겨쓰니까 이제 말해 바.”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이 둔 체스를 그대로 복기해 이긴 세키나였지만 부끄러워하는 기색은 조금도 없었다. 세키나는 되레 의기양양하게 턱을 들어 올리며 씨익 웃었다.

“네 뒤에 있는 존재는…….”

“머래. 얘가 누군지 나두 알지. 그걸 물으려고 한 게 아니잔아.”

“안다고?”

“모르면 내가 이딴 걸 왜 달구 다니게써.”

띠링!

[SYSTEM]

이딴 거라니요…… 너무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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